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 신약개발 개념입증(PoC)을 중심으로, 2판
김성민.신창민 지음 / 바이오스펙테이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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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 산업 분야는 자본주의 체제의 정수가 담긴 주식시장에서도 가장 모험적인 부문이다. 마치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 초기 미지의 항로를 개척하고 막대한 부(富)를 축적하길 원하는 투자자들이 선단을 만들어 내보내 듯, 불사(不死)를 원하는 인류의 욕망을 향해 첨단 바이오 기술로 무장한 저마다의 바이오텍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장(場). 미 FDA의 승인이 보장하는 독점(獨占)권을 향한 무한 경쟁과 빅파마-바이오텍 간의 영토 전쟁은 과학-자본의 제국주의 패권전쟁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바이오 산업의 현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


 현재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선두주자는 한국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바이오시밀러의 개념을 입증하고, 대량생산에 성공하고, 규제를 뚫어 임상 현장에서 처방할 수 있게 만든 과정 전체가 한국 바이오테크들의 성과였다. 셀트리온(Celltrion)은 바이오시밀러 현실화의 문을 열었다. _ 김성민, 신창민,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p166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은 자본과 파이프라인의 규모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셀트리온으로 대표되는 바이오시밀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COM), 위탁개발생산(CDMO), 알테오젠의 키트루다 제형변경(SC) 등과 같이 점차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기에 바이오 산업의 전망은 밝다.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는 이러한 한국 기업의 현 위치를 빅파마와 비교해 상세히 알려준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glucagon like peptide-1, GLP-1)을 타깃으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GLP-1은 인크레틴(incretin) 호르몬 가운데 하나다. 인크레틴은 당 대사를 활성화시키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중 포도당 농도를 올리는 글루카곤을 억제해 결과적으로 혈당을 떨어뜨리는 호르몬들을 일컫는다. 인크레틴의 대표적인 종류인 GLP-1은 당뇨병 치료와 관련해 출발했다. _ 김성민, 신창민,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p461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는 최근 바이오 산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중항체, 항체-약물 접합체(ADC), CART-T 치료제, 유전자편집, 비만치료제 등 기술과 기전 그리고 관련 시장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 바이오 산업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끈 비만치료제와 관련한 본문의 설명은  치료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면서 동시에 이 시장을 양분하는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압도적인 경쟁력을 소개한다. 이러한 세계 시장의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투자자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암세포가 나타나면 면역 시스템의 구성원인 T세포가 이를 없애는 작용을 해야 한다. T세포는 암세포를 포함한 비정상세포를 없애는 힘이 강력한데, 너무 강력하다 보니 T세포의 힘을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통제 장치 가운데는 주 조직 적합복합체(MHC) 단백질이 있다. MHC는 면역 시스템이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분하기 위한 장치로, 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당단백질이다. _ 김성민, 신창민,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p241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라는 책의 성격 상 교양전공서적의 분위기를 담고 있어 일반인들은 낯선 용어에 묻히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러 번 읽을 수 있다면 그만큼 지식을 깊게 가져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를 통해 용어에 대한 이해와 함께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는 많은 항체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RNA 치료제 등이 있지만, 이들 치료제의 근원적인 부분은 B세포와 T세포 등 우리가 가진 대응수단을 보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항체와 항원간의 결합을 방해하는 작은 요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것이 현재까지 치료제의 본질임을 생각해본다면, 첨단 과학이 밝혀낸 생명의 신비가 얼마나 작은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변화 역시 우리가 가야할 시간을 줄여줄 수 있지만, 방향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AI 신약개발 부분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는 유용한 정보와 현대 과학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함께 제공한 책이라 여겨진다...


 2010년 초중반부터 AI 신약 발굴의 범위는 점점 더 광범위해지고 있다. 기존의 분자모델링 수준을 넘어 유전체, 단백질체, 전사체, 임상 데이터 등 여러 수준의 데이터를 통합해 새로운 타깃이나 물질을 찾는 '플랫폼 개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AI 신약 발굴도 일단 임상개발에 들어간 이후에는, 기존의 약물 개발과 같은 과정을 거쳐 입증된다는 점이다. _ 김성민, 신창민,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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