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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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비판은 언제라도 의미가 있지만, 나름대로 적절한 시기가 있다. 우선 언제나 좋은 까닭은 생물학적 결정론의 오류가 매우 뿌리 깊고 음험하며, 우리들이 공유하는 본성의 최악의 현시(顯示)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환원주의, 물화(物化, reification), 이분법(二分法, dichotomization), 계층화(hierarchy) 등 일반적인 오류를 범하는 경향과 흔히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이라고 불리는 사회정치적 실재를 결합하면, 생물학적 결정론이 사회적 무기로서 갖는 잠재적인 힘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할 수 있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24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 1941 ~ 2002)의 <인간에 대한 오해 The Mismeasure of Man>는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통계학적 오류를 짚은 책이다. 뇌의 용량은 지능과 비례하는가? 남성의 뇌 용량은 여성의 뇌보다 크고, 백인의 뇌는 유색인종의 뇌보다 크며, 현대인들이 선사시대를 살았던 선조들에 비해 더 크다면, 이로부터 우열(優劣)을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생물학적 결정론의 역사에 얽힌 많은 자료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 책은 지능이 단일하고, 선형적이며, 서열화할 수 있고, 선천적이며, 최소한의 변화가능성만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의 기원과 그 이론에 대한 옹호의 역사 속에 들어 있는 뿌리 깊고 교훈적인 오류의 연대기(年代記)이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22


 저자인 굴드가 비판 지점으로 삼는 것은 바로 정량분석(Quatitative Analysis)이며, 그 중에서도 요인분석(Factor Analysis)에 집중된다. 추상적인 개념의 실체화,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실체로부터 자연의 법칙(law)을 얻어내는 과학적 방법(scientific method)의 과정 중에는 수많은 오류가 존재한다.


 이 논의는 하나의 오류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물화(物化, refication)' 즉 추상적인 개념을 실체(reality)로 변환시키려는 경향을 가리킨다. 우리는 삶의 정신적인(mentality)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특징으로 삼기를 원한다. 우리는 이 놀랄 만큼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간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능(intelligence)'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 때문에 이 축약된 선호가 물화되고, 지능은 단일한 실체(unitary thing)라는 의심스러운 지위를 얻게 된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71


 모델링(modeling)과정에서 빚어지는 투입 변수와 이상치(Outlier)의 보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입되는 연구자의 자의성은 언뜻 객관적으로 보이는 연구과정의 가설(Hypothesis)이 이미 기각될 수 없는 연구자의 선험적 판단의 결과물이며, 모든 연구결과는 이러한 판단의 백데이터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비판이다.


 나는 브로카가 보정을 이용한 점을 비난하지 않지만, 자신의 입장이 위협받을 때에만 보정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그의 탁월한 기술에 주목한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173


 요인분석은 차원을 감소시켜 보다 적은 차원에서 정돈된 구조를 인식하기 위해 부분적인 정보 손실이라는 비용을 치르고 데이터의 큰 집합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이다. 단순화의 도구로서, 요인분석은 여러 학문분야에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많은 요인분석가들은 단순화를 넘어 요인을 인과적 실체로 정의하려고 시도했다. 이러한 물화의 오류가 탄생 이래 계속 이 방법을 괴롭혀왔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411


 농구선수 하승진은 키가 크다. 그의 발사이즈도 클 것이며, 상체도 클 것이다. 상체가 큰만큼 큰 사이즈의 셔츠를 입을 것이다. 마약 하승진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신체 사이즈를 기초 데이터로 상관분석을 실시한다면, 그의 신발 사이즈와 셔츠 사이즈의 상관관계는 거의 틀림없이 (+)의 상관관계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신발 사이즈와 셔츠 사이즈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입증(하승진의 신체는 크다는)하지만, 이들 결과로부터 인과관계를 도출한다면 이는 논리적 오류일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요인분석 수행을 통해 숨겨진 속성을 찾아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분명 더 주관적인 작업이 될 것이지만, 피어슨 상관계수(Pearson Correlation Coefficient ) 등으로 은폐된 주관성 안에 여러 종류의 차별을 포함되고, 이들이 과학의 방식으로 법칙화되어 사회화 되었을 때 우리 삶에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오해>를 본다면 자칫 어렵게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정량분석이라는 숫자에 질려 과학탈을 쓴 또다른 종교의 위험성을 저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예리하지만 따뜻하게 분석하고 있다. 칼 세이건과는 조금은 다른 따뜻한 과학자의 시선을 느끼고 싶다면 일독(一讀)을 권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예외가 있지만, 한 종류의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다른 테스트에서도 점수를 잘 받는 경향이 있다. 요인분석은 수학적 의미에서, 테스트 사이의 이러한 변량집합(變量集合) 속에 있는 공통요인을 포락하는 일반축을 검출할 수 있다... 나는 요인분석의 주성분이 수학적 추상개념으로 경험적 실재(實在)가 아니라는 사실, 나아가 요인 분석의 대상이 되는 모든 매트릭스는 다른 의미를 갖는 다른 성분에 의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낼 수 있으며, 특이한 사례에 적용된 요인분석의 방식에 의존한다는 것도 알았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는지는 주로 연구자의 선호 문제이기 때문에, 주성분이 경험적 실재를 가진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48


생물학적 결정론이라는 이 책의 주제는 길고 복잡하게 뒤얽힌 논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추상적이고 학문적인 논쟁의 와중에서 자칫 길을 잃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주장에 의해 위축된 생명으로서의 인간의 의미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에서 엉뚱한 사회적 목적으로 오용된 과학의 오류를 드러내야 한다는 결의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 P58

많은 연구자들은 인간의 뇌 크기가 그룹마다 차이가 있다는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한 것은 애당초 해답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답을 얻기가 지극히 힘들고, 선험적인 신념이 너무도 분명하고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 P198

물화에 대한 유혹은 참으로 강하다. 큰 집합의 상관계수의 존재라는 외부성(externality)에 ‘내재하는‘ 무언가, 아마도 표면적인 측정보다 더 실재에 가까운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생각은 충분히 매혹적일 것이다. 그것은 플라톤이 말하는 본질이고, 표층적 외관의 근저에 깔려 있는 추상적이고, 영원한 실체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저항해야 할 유혹이다 - P408

요인분석의 역사는 물화를 향한 잘못된 시도의 파편들로 점철되어 있다. 나는 인과율의 패턴에 식별가능하고, 근본적이고, 물리적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내 불만의 대상은 단지 요인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인과적 추측의 면허장이라도 얻은 양 가정하는 관행이다. 요인분석가들은 일관되게 이러한 가정에 경고해왔지만, 근본적인 본질을 발견하려는 우리의 플라톤적 충동은 계속 그 적절한 경고를 압도해왔다. - P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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