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문제는 변호사와 의뢰인, 변호사와 판검사들 사이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생겼습니다. 변호사와의 안면이 왜 중요합니까? 판검사들이 일반적으로 법정에서 오가는 공식적인 이야기에는 신경을 덜 쓰고, 뒤로 안면 있는 변호사가 전해주는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판검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초인적인 능력입니다. 흔히들 "너무 똑똑한 사람이 법률가가 될 필요는 없고, 상식을 가진 보통사람이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는 제일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판검사가 되었는데도 시민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습니다. 업무 자체는 상식을 가진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양은 초인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판검사의 대폭 증원이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사법개혁은 주로 변호사의 증원에 중점을 두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 목적으로 사법시험 합격자 숫자를 늘리고 로스쿨을 만들었습니다. 시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요. 변호사 숫자가 늘어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 수임료가 하락하여 시민들이 변호사에게 접근하기 쉬워질 테고 새 분야가 개척되어 국가경쟁력도 강화되리라는 논리였습니다. 저도 기본적으로는 이 방향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시민들은 분쟁이 시장보다는 공적 수단에 의해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좋은 변호사를 싸게 선임하여 재판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국가기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는 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 법원과 검찰이 부패했다고 믿는 시민들은 대개 돈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면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돈보다 관계가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비가 오가고 관행처럼 부패가 일상화되어 그것이 부패인지조차 모르던 시절에도 문제는 돈이 아니라 관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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