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월호에는 비트코인과 관련한 특별부록이 제공되습니다. 여기에 언급된 내용을 중심으로 최근 투기광풍이 불고 있는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에 대한 내용을 이번 페이퍼에서 정리해봅니다.


1. 암호화폐와 비트코인


암호화폐의 한 종류인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은 암호화 프로토콜과 공개장부의 업데이트로 요약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블록체인(Block Chain)기술이라고 부른다.


'최근 투기 광풍에 휩싸이며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암호화폐는 암호화 기술로 신뢰 기반을 구축해 이른바 "제3자 신뢰 주체" 없이도 가치가 이전될 수 있는 혁신적인 수단이다. 중개자 없이 거래되려면 이중지급 문제를 극복하는 노력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를 해결한 것이 바로 공개 열쇠와 사용자 개인 열쇠(private key)로 구성된 암호화 프로토콜과 다수가 참여하는 작업증명 방식의 인증과정이다. 모두가 참여하는 공개장부의 업데이트 과정에서 누구도 손대기 어려운 거래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 보안 개념인 "금고와 보초" 대신 "공개와 참여" 개념을 도입한 역발상의 혁명적 사고 전환이다.(p8)'


2. 블록체인 기술


  '거대 분산 장부 시스템'인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개발 초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섣부른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렵다. 다만, 향후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기술로 일반에 인식되고 있고, 자칫 기술을 선점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비트코인 거래 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시작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은 이제 제조업, 공공서비스 등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블록체인 시스템의 확장성과 안정성에 비판적인 의견도 여전히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기에는 현실적인 기술 검증이 필요해, 아직은 제약 사항이 많다.(p78)...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은 신뢰성과 투명성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능정보 기술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융합 기술이며, 산업별 디지털 혁신 전략과 결합해서 새 정보통신기술 서비스를 탄생시킬 것이다. 대량생산기계 중심의 20세기와는 달리, 사람이 중심이 되는 21세기에 블록체인은 매우 적합한 기술이다.(p79)'


3. 비트코인 혁명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측면은 금융사에 의존하지 않고, 참여자 모두에게 정보가 공개되는 '개방형 구조'다. 현재 금융통화제도가 중앙은행(한국은행)과 민간은행의 통화공급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인 반면, 비트코인은 개인이 채굴(mining)을 통해 통화를 공급할 수 있고, 이러한 통화에 대한 정보를 모두와 공유하기 때문에 '참여형 경제구조'를 가능케 한다는 장점이 있다.


 '비트코인 혁명은 가능성이 무한한 역사적 혁신이다. 은행의 금융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고객군에는 단순한 기회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장 폐쇄적인 금융 시스템에 모두가 참여하게 해주는 개방형 플랫폼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신뢰의 토대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기술이라는 점에서 사회 구성원들을 의아케 하는 구석도 있다. 그만큼 암호화폐는 법정화폐가 대표하는 신뢰체제와 확연히 구분되는 혁명적 대안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가 던지는 핵심 메세지는, 단순히 기술혁신을 넘어 기술로 입증되고 생성되는 신뢰의 토대 아래 민간 주도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p9)'


[사진] 블록체인 (출처 : 매일경제)


4. 비트코인 거래소의 위험


 이와는 반대로 비트코인 거래소에도 거래 지연 위험과 거래소 관련 위험이 따른다. 실제로 얼마전 우리나라 비트코인거래소인 '유빗'이 해킹으로 인해 파산당한 사례가 있다.


 '비트코인 거래소는 두 가지 주요 위험을 안고 있다. 첫째, 거래 지연에 따른 가격 변화와 교환 실패, 사기 위험이다. 실제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폭  문제는 법정화폐의 거래소 이체 업무와 연관된다... 또 다른 주요 사안은 거래소 관련 위험이다. 소비자 보호 차원의 보안 문제와 거래소 파산의 가능성이야말로 암호화폐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p11)'


관련기사 :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12191607001&code=920100


5. 비트코인과 금융 투기


[사진] 비트코인 가격 현황( 출처 : https://blockchain.info/ko/charts/market-price?timespan=all)


 비트코인은  2014년부터 1,00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7년에 들어 급등하여, 2017년 12월에는 최고 19,000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아 극심한 투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정상적인 비트코인의 거래 속에서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를 연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프랑스의 역사가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 ~ 1985)은 그의 저서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Civilization and Capitalism>를 통해 암스테르담 증권 시장과 투기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6. 금융 투기 : 암스테르담의 증권 시장


'암스테르담에서 새로운 것이 있다면 그 거래량, 유동성, 공급성, 투기의 자유 등이다. 투기는 거의 광적으로 일어나서 투기를 위한 투기가 되었다. 이런 것을 보여주는 현상으로서 1634년 경에 네덜란드를 열광케 한 튤립 광증(tulipomanie : tulip mania)이 있는데 이때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가 없는" 튤립 구근 하나를 "새로운 마차 1량, 회색빛 말 2마리, 마구 일체"와 바꾸기에 이르렀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p132)'


'투기꾼은 그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팔기도 하고 결코 보유하지도 않을 것을 구입한다. 이것을 소위 "백색(en blanc)"매매라고 한다. 정리 기간이 되면 이런 것들은 손실 또는 이익으로 결판이 난다. 사람들은 이 작은 잔액을 결제하고 나면 이 투기 놀음은 다시 계속 된다. 또 다른 종류의 것인 프리미엄(prime) 거래는 약간 더 복잡한 종류의 것이다. 사실 주식은 장기적으로 오르게 되어 있으므로, 투기란 단기적인 움직임에 관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순간적인 가격 변동을 노리고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뉴스 하나만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암스테르담의 투기의 액수가 대단히 크고 폭발적이었으며, 더구나 초기부터 그것이 상대적으로 엄청난 규모였다는 것은 여기에 대자본가만이 아니라 소시민들도 가담했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중 어떤 광경은 마치 오늘날 경마의 마권 사는 모습과도 비교할 수 있으리라.!"'(p135)'


 '이러한 광경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거래소가 소액 전주(錢主), 소액 투자가의 주머니에서 어떻게 돈을 길어오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p136)'


 주식거래가 일반화되지 않은 17세기 증권시장의 모습을 브로델은 소액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거래소로 돈이 옮겨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비록,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하는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미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락하는 날 소액투자자의 부(富)는 누군가에게로 아마도 이전될 것이다. 브로델과 같은 역사가가 아니더라도 많은 금융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위험을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사기다. 끝이 안 좋을 것이다."(Bitcoin is a fraud. It won't end well.) - 제이미 다이먼(제이피모건체이스 JP Morgan Chase, 최고경영자 CEO) - 


 "장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은 번영하겠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은 무너질 것이다. 이것이 나로선 최선의 추론이다." - 케네스 로고프(美 하버드 대학 교수) -


 "진짜 거품이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측정할 수 없다. 비트코인은 가치를 창출하는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 ,최고 경영자 CEO) - 


 "거대한 투기거품이다." (A gigantic speculative bubble.)  -누리엘 루비니 (美 뉴욕대학 교수) - 


 "비트코인은 오로지 편법의 잠재력과 관리, 감독 부재 덕분에 성공하고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능이 전혀 없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美 컬럼비아대학 교수) -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을 계속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규제에 대한 찬반(贊反)이 팽팽히 맞서면서, 한편에서는 '투기에 대한 규제'를 다른 한편에서는 '4차 산업 기술 보호'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개인적으로는 '기술 보호'와 '투기에 대한 규제'는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벌써 10여년도 지난 일이지만, 한때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아이템이 고가에 거래되는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 게임은 IT시대의 중요한 콘텐츠였고, 이에 대한 투자로 한때 우리나라 게임이 세계적으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게임'에 대한 투자와 '게임에 사용되는 아이템'의 거래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지 않을까. 리니지와 리니지 아이템의 연장선장에서 비트코인 문제를 바라본다면, 비트코인 문제의 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 것 같다. 


PS. 금융투기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책들이 투기와 투자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기에 여기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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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8-01-17 22: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침 오늘 오후에 서울 모 호텔에서는 ‘블록체인‘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여럿 방한해서 주제 발표도 했더군요.

블록체인은 분명 유용한 기술이긴 한데, 그 기술을 활용하는데 쓰이는 중요한 수단인 ‘가상 화폐‘ 자체의 가격이 너무나 급등락해서 참으로 문제가 많은 듯합니다. 화폐야말로 ‘가치 척도‘인데, 비트코인, 이더리움, 네오 등등 수많은 가상 화폐들은 화폐 가격이 하루에서 수십 %씩 급등락을 거듭하니까 말이죠. 유시민이 비트코인 광풍을 두고 ‘바다 이야기‘에 비유했다가 혼쭐이 난 기사도 있더군요. 과학자 정재승이 유시민의 언급을 두고 아예 대놓고 ‘너무 무식한 얘기‘라고 반박도 했던데, 단적으로 이런 모습들 하나만 보더라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두고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짐작하고도 남을 지경입니다.

제 주변에서도 이미 작년 여름부터 끊임없이 ‘비트코인 광풍‘에 대해 자주 논란을 벌이는 걸 봐오곤 했는데, 결론은 아주 단순한 듯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매우 유용한 기술이고 중요한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가상화폐 투기는 정말로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게 분명하다.˝는 사실이죠. 지금 하루 24시간 내내 거래되는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이 대략 ‘어제‘ 기준으로 700조원이라고 마침 ‘어제‘ 들었는데, 하룻밤 자고 나니 그 사이에 바로 그 시가총액이 300조원이 공중으로 증발했더군요.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투기 광풍‘에 노출된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 경제적 약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취약한 상태에 그대로 방치된 채 놓여 있다는 점이고, 이 문제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로 부상하면서 거듭 악화일로였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에서조차 아직까지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거죠.(금융위원회에 ‘대책반‘이 생긴 게 며칠 안 되었죠.)

한때 엄청난 도박 광풍을 몰고 왔던 ‘바다 이야기‘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대략 300만 명쯤 생겼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투기 광풍이 단지 신용불량자만 양산한 게 아니라 엄청난 ‘가정 파괴‘까지도 이어졌을 듯하고, 그 와중에 약삭빠른 사기꾼들을 숱하게 배불리게 만들었다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거대한 도박판‘이 벌어지는 와중에 온갖 부정과 부패와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는 거죠.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마침내 그걸 쓸어낼 때까지 아주 오랫동안 말이죠..

가상화폐 투기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아주 큰 후유증을 겪을 게 명백해 보입니다. 이미 ‘채굴‘ 쪽에서도 ‘다단계 사기꾼들‘이 적잖이 적발되고 있고, 지금도 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데다가, ‘가상화폐 매매‘ 쪽에서는 ‘채굴‘ 보다 훨씬 더 심각한 온갖 부정과 부작용들이 난무하고 있으니까요.

댓글이 너무 길었네요. ‘투기 광풍‘에 대헤 제가 읽었던 책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찰스 P. 킨들버거가 쓴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더군요. 그런데 그 책은 일반인들이 소화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내용을 많이 다뤄서 함부로 권하기는 어려운데, 그보다 한결 재미있고 쉽게 쓰인 책 가운데 찰스 맥케이의 『대중의 미망과 광기』라는 책도 읽어볼 만하더군요.^^

겨울호랑이 2018-01-17 22:22   좋아요 0 | URL
oren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 투자의 문제로 돌리기엔 비트코인 투기 후유증이 만만찮아 보입니다...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은 이름만 들어보았는데 이미 oren님께서는 읽으셨군요. 보다 평이하게 쓰여진「대중의 미망과 광기」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oren님 좋은 책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oren 2018-01-17 22:38   좋아요 5 | URL
찰스 P.킨들버거의 책 속 구절을 정리해 놓은 게 있어서, 그 가운데 이번 ‘비트코인 투기 광풍‘과 관련해서 재음미해 볼 만한 구절들을 찾아봤습니다.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는 제가 따로 정리해 놓은 ‘요약본‘만 가끔씩 들여다볼 때가 있는데, 매번 읽을 때마다 참으로 교훈적인 이야기가 많다는 걸 거듭 느끼게 되더군요. 소제목 옆에 붙은 숫자는 ‘책 속 페이지 숫자‘입니다.^^

* * *

눈먼 자본 5

패닉과 광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최대한의 지식을 동원해 좇고 상상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서는 대단한 분량이 쓰여졌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특정 시점마다 엄청난 금액의 멍청한 돈이 부지기수의 멍청한 사람들 손에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 당면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명분을 이유 삼아 이런 사람들의 돈-우리는 이 돈을 눈먼 자본(blind capital)이라고 부른다-이 주기적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불어나고 꿈틀대는 욕망에 주체를 못한다. 이 돈은 누군가가 자신을 집어 삼켜 주기를 갈망하며 ˝흘러 넘친다˝; 흘러 넘치는 돈이 누군가를 찾아내면 ‘투기‘가 벌어지고; 투기가 이 돈을 다 먹어 치우고 나면 ‘패닉‘이 발생한다.

월터 배젓, 『에드워드 기븐에 관한 소론Essay on Edward Gibbon』가운데


눈에 익은 단계들 5

나는 위기가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증권거래위원회가 있든 없든, 파탄을 몰고 올 새로운 투기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익히 눈에 익은 단계들을 밟아가며 다가오고 있다; 핵심 우량주가 붐을 일으킨 다음, 이류 종목들이 뜨겁게 달아오르면, 이어서 장외시장에서도 투기판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는 새로 상장된 주식을 둘러싼 또 한 차례의 끝물 장세가 지나가면, 마침내 피할 수 없는 붕괴가 찾아올 것이다. 이 일이 언제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빌어먹을 일은, 내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버나드 J. 라스커(1970년 뉴욕증권거래소 회장으로 재직)
그가 1972년에 했던 말 가운데, 존 브룩스가 쓴『고고의 시절The Go-Go Years』에서 인용

돈을 버는 일이 이보다 더 수월했던 적이 없었다는 느낌 64

예전에는 투기적 모험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업과 개인들 중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소란스런 게임에 뛰어들기 시작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진다, 돈을 버는 일이 이보다 더 수월했던 적이 없었다는 느낌이 든다. 지본이득을 위한 투기는 사람들을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에서 일탈시켜 ‘광기‘나 ‘거품‘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묘사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이끈다.

패닉에 대한 처방들 92

˝악마는 맨 뒤에 처진 사람을 잡아먹는 법이다(Devil take the hindmost)˝, ˝재주껏 도망쳐라(Sauve qui peut)˝, ˝맨 뒷사람이 개에 물린다(Die Letzen die Runde)˝, 이런 말들이 채닉에 대한 처방들이다. 이와 비슷한 광경은 사람들이 들어찬 극장 안에서 불이 났다고 고함칠 때의 모습이다. 연쇄편지가 연출하는 과정도 이와 닮은꼴이다. 왜냐하면 그 연쇄고리가 무한정 확장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직 소수의 투자자들만 가격 하락이 시작되기 전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연쇄 과정의 초반에 참가하면서 다른 모든 사람들도 자신들이 합리적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믿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다.

튤립 광기 197

역사가 사이먼 샤마(Simon Schama)가 제공한 사례 하나를 보면, 화이트크라운 1파운드(네덜란드어로 ‘Witte Croon‘이며 일반적인 품종이어서 무게 단위로 매매되었다)에 525플로린을 양도 시점(가령 돌아오는 6월)에 완납하고, 소 네 마리를 먼저 지불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선불 계약금 지불에 쓰인 여타 현물로는 토지, 주택, 가구, 금은제 그릇, 회화작품, 양복과 코트, 마차, 회색 점박이 말 한 쌍 등이 있었다; 그리고 희귀종 튤립인 비체로이(Viceroy) 한 그루의 가치는 양도 시점의 완납 대금 2500플로린과 함께 현물 선불금으로 밀 2라스트, 돼지 네 마리, 양 열두 마리, 포도주 2옥스헤드, 버터 4톤, 치즈 수천 파운드, 침대 한 개, 몇 가지 의류, 큼지막한 은제 컵 하나였다.

스스로 제 털을 깎이려고 줄지어 서 있는 양 305

부정행위는 경제가 호황기일 때 증가한다. 재산은 호황기에 만들어지며, 개인들은 부의 증식 과정에 끼어들기 위한 탐욕에 빠지고, 사기범들이 이 탐욕을 이용하려고 등장한다. 호황기에는 스스로 제 털을 깎이려고 줄지어 서 있는 양의 숫자가 늘어나고, 자신들을 사기범의 희생물로 제공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한다. ˝일 분마다 한 명씩 속아 넘어간다.˝

부도덕의 극치 312

스프라그의 인용과 번역이 정확하다면, 호레이스(Horace)는 그들의 자세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벌어라; 할 수 있다면 정직하게 돈을 벌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벌어라.˝ 남해회사 거품에 대한 조나단 스위프트의 언급도 이와 마찬가지로 냉소적이다:

돈, 돈을 계속 벌어라.
그리고 나서 혹시 미덕이 스스로 따라오겠다고 하면, 그리 하라.

발자크는 마지막 한 방이라고 부를 만한 말을 남겼다: ˝가장 미덕 있다는 상인들이 당신 앞에서 가장 노골적인 자세로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말을 들려줄 것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나쁜 일에서 잇속을 챙겨 나온다.˝

겨울호랑이 2018-01-17 22:50   좋아요 0 | URL
^^: 킨들버거의 책은 정말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경제강대국의 흥망」도 최근 중국의 부상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시했는데, oren님께서 추천해주신 「광기, 패닉,..」역시 킨들버거의 통찰이 빛날 듯 합니다. ‘투기‘와 관련해서는 ‘왜 사람들은 폭탄돌리기를 하면서도 자기 차례에 폭탄이 터지지는 않을 것이라‘기대하는지... 참 궁금해 집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1-17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스크> 읽으셨네요. 반갑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01-17 22:27   좋아요 1 | URL
「리스크」로 대동단결! ㅋㅋ

북다이제스터 2018-01-17 22:31   좋아요 1 | URL
비트코인의 투기 광풍은 상대적 단기간 우려지만, 비트코인으로 장기적 순기능인 국가 소멸을 기대해 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8-01-17 22:39   좋아요 1 | URL
다른 한편으로 블록체인 기술로 ‘국가‘를 대체하는 ‘거대금융자본‘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이미 여러 분야로 진출한 대자본들이 국가를 초월한 경제 공동체 ‘애플나라‘, ‘아마존 공동체‘등을 만들다면 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2018-01-17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7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7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7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8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8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雨香 2018-01-18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홍색으로 옮겨주신 말들에 백퍼 동의하고 있습니다. 1년여전부터 블록체인 등 가상화폐 관련 글들을 읽고 있습니다. 겨울호랑이님도 잘 아시겠지만 경제정책의 도구로서의 화폐의 기능이 사실 더 큰 화폐의 기능이지 역할인데, 기술을 이야기하는 사람 중에 경제정책의 도구로써의 화폐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없더군요.

다만, 금본위체제가 무너진 것에 대한 경험과, 유로화를 봤을 때(개별국가는 경제정책의 도구로써의 화폐 기능을 잃어버린) 가상화폐의 시대는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어떤 분의 글을 읽었는데 우리나라 정부도 이미 4~5년 전부터 가상화폐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더군요. 다만, 잠시 정치적 공백기(박근혜정권말)와 다른 나라들의 방향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더군요.

겨울호랑이 2018-01-18 07:56   좋아요 1 | URL
雨香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책수단으로서의 화폐에 대한 논의는 현시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에서 통화조절 능력을 상실했을 때 이에 대한 대안도 이제는 이야기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雨香 2018-01-18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가상화폐의 시대는 겨울호랑이님의 우려처럼 ‘거대 금융 자본‘의 시대라고 봅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경제는 금융 자본에 의해 움직였다고 봐야 하는데요. 사실 IT 기업들의 성장뒤에도 거대 금융 자본의 지원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기에 자금을 대 주고,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CFO나 관리자를 소개시켜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고 본인들은 거대 수익과 함께 영향력을 잃지 않고요, 그래서 IT와 거대금융자본이 가상화폐 결합이 이뤄진다면 .... )

겨울호랑이 2018-01-18 08:00   좋아요 1 | URL
국가의 경제권력이 사라지고, 경제권력이 금융 자본에게 넘어간다면 이후 세계경제의 블록화는 국가/경제권 단위가 아닌 기업단위 경제 블록화가 된다면 노동/소비가 모두 대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AgalmA 2018-01-20 2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테일러 피어슨 <직업의 종말>은 자본의 힘이 금융->기업->개인에게 넘어가는 게 4차산업혁명의 흐름이라고 진단했죠. 비트코인도 그 예가 될 테고요.
유시민 작가처럼 이 모든 게 사기다 할 게 아니라 저는 이런 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정재승 박사 쪽인데요.
이 기술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플랫폼이 잘 짜여지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비트코인 거래소 파산 문제도 그런 플랫폼의 부실함 때문인 것이니까요. 아직 공부가 부족해 내부를 자세히 모르니 그림만 떠오르는 상태^^;

겨울호랑이 2018-01-20 20:21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비트코인도, 블록체인 기술도 아직은 기술개발 초기라 향후 전망을 내리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직업의 종말>에서 나오는 것처럼 자본의 힘이 ‘기업‘에서‘개인‘으로 이전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