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는 주호민 작가가 그린 웹툰을 출판한 책이다. 주로 제주 지역 민간 설화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하여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기존의 리뷰 작성 방식은  만화책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적절치 않은 방식이라 생각되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본다. <신과 함께>에서 다루고 있는 설화 중 주요한 몇몇 인물에 대해 <살아 있는 한국 신화>에 수록된 원전(原典)의 내용과 저자인 신동흔 박사의 설화 해설을 옮겨 볼 계획이다. 결론 부분에 다소의 스포가 있지만, <신과 함께>의 많은 내용이 작자 창작이라는 점과  설화들 다수가 '해피엔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독서에 큰 방해는 안되리라 생각된다.


 1. 천지왕과 수명장자, 대별왕과 소별왕, 태초에 싸움이 있었다

 

[그림] 대별왕과 소별왕(왼쪽부터)


'수명장자가 도끼로 머리를 깨라고 하는 뜻밖의 상황에서 천지왕은 수명장자 머리에 씌웠던 두건을 벗겨서 돌아선다. 천지왕은 왜 그냥 돌아선 것일까?... 인간 세상의 일에 대해 신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사고가 거기 담겨있음을 본다. 인간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신이 달려와서 그를 쳐 죽인다든가 하는 것은 한국 신화의 사고 방식이 아니다.'(p44)


  '소별왕이 수명장자를 징치하고 세상의 질서를 잡은 것은 원시적 삶에서 문명적 삶으로 나아온 역사적 과정의 신화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별왕(또는 미륵)의 존재다. 본질을 꿰뚫는 지혜와 생명을 살려내는 능력을 함께 지녔으면서도 이 세상을 책임질 수 없었던 진짜 능력자 말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저승이라 부르는 또 다른 세상에서 사람들의 빛이 되었다.(p47)... 소별왕에게 이승을 넘기고 저승으로 떠나간 대별왕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구원과 희망의 존재가 된다. 그 구원은 저세상에서의 일이지만 이 세상에서의 구원을 향해서도 열려 있다.'(p48)


[그림] 저승 삼차사 : 해원맥, 강림도령, 이덕춘(왼쪽부터)


 2. 저승 삼차사 : 백년해골을 모신 사만이와 저승 삼차사


 '명신손님처럼 멀리 낯선 땅에 깃들어 있으면서 긴 여행을 통해 이 땅을 찾아오는 신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어둠의 신 저승사자다. 그들은 저 멀리 저승 황천에 살면서 인간 세상으로 훌쩍 건너와서는 수명이 다한 사람들을, 또는 신의 노여움을 산 사람들을 왈칵 붙잡아서 아득한 어둠의 땅으로 데려간다.'(p134)


 '잠깐 저승사자 이야기를 해보자면, 염라대왕 명을 받고 사람의 영혼을 거두러 오는 이 어둠의 사자는 셋이 함께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삼차사"라는 말이 보편화되었을 정도다. 삼차사를 명차지 차사와 복차지 차사, 녹명차지 차사라고 말하고 있는데, 다른 자료에서는 천황차사와 지황차사, 인황차사라고도 하고, 저승차사 이승차사 부왕차사라고도 하며, 일직사자와 월직사자, 이원사자(또는 강림차사)라고도 한다. 세 사자에게는 각기 해원맥과 이덕춘, 강림도령이라는 이름이 붙이기도 한다.' (p150)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초상에 임하여 저승사자를 위한 상을 차리는 풍속이 이어져 왔다. 혹시라도 저승사자들이 마음을 돌려 목숨을 살려주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죽은 이를 편안하게 데려가주기를 기원하는 행위였다. 떠나는 이에 대한 마음을 그렇게라도 표현함으로써 아쉬움과 서글픔을 달래고자 했던 바, 그러한 마음의 표시를 미신이라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신이, 죽은 자와와 산 자가, 그리고 산 자와 산 자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었다.'(p154)


 3. 용사 강림 : 염라왕을 잡으러 저승으로 간 용사 강림


 '이름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강림도령은 사람의 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저승차사다. 본래 이승의 차사였는데 능력을 인정받아 저승의 차사가 되었다.'(p443)


 '이 신화를 관통하는 기본 요소가 무엇인가 하면 바로 삶과 죽음의 문제다. 죽을 운명을 탐지하고 그것을 회피하려다가 결국은 운명에 맞닥뜨리는 버물왕 삼형제의 역정이 그러하며 억울한 죽음이 원수의 자식으로의 환생과 재죽음으로 이어지는 서사도 그러하다. 과양생이 각시가 김치원에게 요구한 것도 생사 문제의 해명이었으며, 강림이 염마왕을 찾아 저승길을 넘나드는 것 역시 생사의 경계를 오간 자취에 해당한다.'(p478)


[그림] 할락궁이, 황우양씨, 막막부인(왼쪽부터)


 4. 할락궁이 : 신비의 꽃세상서 천꽃밭 찾아간 할락궁이


 '신비한 꽃의 세상을 우리는 한 편의 본풀이 신화를 통해 제대로 만나볼 수 있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신비의 꽃들이 가득한 꽃밭이 있으니, 그 이름은 "서천꽃밭"이다. 그 꽃밭을 주재하는 신의 이름은 할락궁이(또는 한락궁이).'(p184)


 '이 이야기의 신화적 재탄생의 핵심에 무엇이 있는가 하면 바로 서천꽃밭의 상상력에 있다. 사람을 웃기고 울리며 죽이고 살리는 신비의 꽃들이 가득 차 있는 꽃밭. 그 꽃밭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 하면 저 너머 또다른 세상이었다.(p201)... 서천꽃밭이 꽃이 표상하는 생사와 고락은 이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 및 행로와 맥이 통한다. 이 신화 속의 사라도령과 원강아미, 할락궁이는 생과 사가 엇갈리는 경계 속에서 누구보다 큰 비애를 경험하는 존재들이다.'(p203)  


 '사라도령과 원강아미는 삶과 죽음을 경계로 갈라져야 하는 운명에 직면한다. 온몸으로 그 운명에 맞서보지만 마침내 남는 것은 회한과 절망이었다... 할락궁이는 그야말로 사무치는 원한과 분노의 화신이었다.(p203)... 할락궁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사의 경계에 놓인 채로 누구보다 크고 뜨겁게 희비의 쌍곡선을 경험한 그였다. 그러니 그는 세상 누구보다 밝은 거울이 된다.'(p205)


 5. 황우양씨와 막막부인 : 시험에 대처하는 황우양씨와 막막부인


 '<성주풀이>는 가신(家神)의 내력을 풀어낸 신화이다. 부부가 함께 가정에 깃들어서 아내는 집터의 신이 되고 남편은 집의 신이 되어 집안을 수호해주게 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p416)... 이 신화의 서사적 맥락은 한 가정의 평화가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기본 줄기로 삼고 있다.(p417)... 이 부부의 동선에서 무엇보다 마음을 끄는 것은 바로 "믿음"이다. 겉으로 내놓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이어져 있다.'(p419)


 '황우양씨와 집의 신인 성주신이 되고 막막부인이 집터의 신인 지신이 되는 것도 의미심장한 면이 있다. 겉으로 눈에 보이는 화려함은 당연히 "집"의 몫이다. 하지만 집보다 더 중요한 것이 터다. 터가 좋아야 집이 잘되는 법이다. 집은 허물어져도 터는 영원히 남는다.'(p422)


[그림] 여산부인, 녹두생이, 노일저대(왼쪽부터)


 6. 조왕신 여산부인과 측간신 노일저대 


 '전체적으로 인물간의 대립 관계가 매우 극적으로 부각되어 있는 것이 이 신화의 특징이 된다.(p577)... 노일저대가 "배설"의 장소인 뒷간의 신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정확히 들어맞아서 오히려 놀랍다. 배설에 대한 본능적 욕구란 인간의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요소이다. 배설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그리고 그 배설을 통해 생명이 자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인간의 어둡고 추한 부분이지만, 또한 그를 위한 자리가 필요하다. 노일저대에게 측도부인이라는 신직이 부여되는 것은 이러한 삶의 이치가 신화적으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p580)


 7. 불운의 신 지장


 '이름만 보면 "지장보살"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 신은 "지장이 많다" 할 때의 지장에 가까운 존재다. 살 煞이 끼었다거나 사 邪가 둘렸다 할 때의 부정한 그 무엇이 지장이다.(p588) ... 빛 속의 신과 그늘 속의 신을 갈라본다면 지장은 당연히 후자에 속한다. 그늘 가운데도 가장 어둡고 차가운 쪽에 자리 잡은 신이 될 것이다. 그러한 존재를 관심의 대상으로 여기고 신령한 의례의 대상으로 삼아서 한 편의 덩그런 신화를 전승해온 것이 지난 시절의 민중들이었다.'(p593)

 

 

<신과 함께>에 나오는 신 神 의 모습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차라리 낯설기까지 하다. 미남  美男, 미녀 美女의 모습으로 인간 위에 군림하는 그리스 신과는 달리 우리 신의 모습은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며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다.


 '멋지고 아름다우며 강령한 힘을 가진 신, 인간과 전혀 다른 차원의 전능한 신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신들이 우월한 능력으로 인간의 삶을 지켜준다면 참 고맙고 편안한 일 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간 신화는 왜 이렇게 굳이 남선비와 노일저대 같은 누추하고 험한 존재들을 신으로 삼는 것일까. 이는 그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성이 다른 데 있지 않고 그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p581)


  <살아 있는 한국 신화>의 저자 신동흔 교수는 신성 神性을 우리 자신 안에서 발견하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신이 있다는 것은 그리스의 주요 신들이 태양신, 바다의 신, 달의 여신 등 멀리 떨어진 존재인 반면, 우리 민화에는  집을 지켜주는 가택신,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 대문을 지켜주는 문왕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 그리스 신화에서 신은 누구나 될 수 있지 않다. 신들은 하늘과 맞닿은 올림푸스 산에서  '불멸 不滅'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그들만의 삶을 누린다. 인간으로서 그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신들의 피가 섞여 '반인반신 半人半神'의 영웅으로 살아가는 정도가 최선일 뿐 대부분, '필멸 必滅'의 존재인 인간은 수동적인 존재일 뿐이다. 신에 대한 두려움은 신들이 살고 있는 올림푸스 산의 모습 속에 잘 드러난다.

 

[사진] 올림푸스 산 (출처 : 나무위키)


 그리스 신들이 사는 거처가 멀리 떨어져 경외 敬畏의 대상인 올림푸스산이라면, 우리네 신들(산신령)이 사는 산은 우리 주면에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우리 앞 산, 뒷산이다. 엄마가 떡을 팔고 집에 오다가 호랑이를 만나기도 하는 곳. 우리 근처에 우리의 신들은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들은 결코 먼 존재가 아니었다. 민간설화가 많이 남아있는 제주의 오름을 보면 우리 '신들의 공간'을 느끼게 된다.

[사진] 제주 오름 (출처 : http://jejulover.tistory.com/24)


 신화(myth) 神話라고 하면 그리스 아프로디테가 바리데기 공주보다 더 익숙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신화를 읽다보면 그리스 신화에 없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아마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이 느꼈던 그런 감정이 아닐까. 우리는 그러한 감정을 우리 신화를 통해 느낀다. 바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잠시나마 시간을 내서 <신과 함께>와 <살아 있는 한국 신화>를 통해 따뜻함을 느끼고 우리 삶을 충전하는 것 또한 삶을 살아가는 작은 지혜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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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7-06-02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잡이라는 티비 프로그램 보는데 주호민 나와서 반가웠어요.
저는 저승편 3권만 본 것 같은데, 영화로도 만들어진다죠?^^

겨울호랑이 2017-06-02 17:54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올 여름에 영화 개봉한다고 하던데, 캐스팅도 하정우, 이정재, 차태현, 주지훈 등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되네요.^^:

2017-06-02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2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마천 2017-06-03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연의 위력이 강한 곳에서 신들이 함께 머물려 인간을 돌봅니다. 일본도 비슷해요. 신과 함께 대단한 웹툰이라고 들었는데 제주에 뿌리를 두었군요. 오늘도 새로운 지식 나눔. 호랑이님 화이팅 ^^

겨울호랑이 2017-06-03 13:4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사마천님 말씀 들으니 그리스에 올림푸스산이 있다면, 일본에는 후지산이 있음을 생각하게 되네요^^: 그래서 일본을 ‘신의 나라‘라 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내용의 만화라 사마천님께서 편하게 읽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2017-06-03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寒 氷 저승편에서 봤던 한빙지옥이 떠오르네요..
타인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 자를 심판하는 지옥..
마음이 얼어붙은 적도, 타인의 마음을 얼어붙게 한 적도 있기 때문에..

겨울호랑이 2017-06-03 14:53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저승편에서 7가지 지옥이 떠오르네요.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AgalmA 2017-06-03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이 이 글 쓰셔서 더 어울림요ㅎ ˝비나이다 비나이다 겨울호랑이님께 비나이다˝~ ˝에비~ 겨울호랑이님이 잡아 가신다!˝~ ˝만나면 반갑다고 곶감곶감~˝
(내 귀에 굿청장치)

겨울호랑이 2017-06-03 20:44   좋아요 2 | URL
ㅋㅋ 이런.. 졸지에 산신령 졸개 호랑이가 되버렸네요 ㅋㅋ

커피소년 2017-06-08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일 기억이 남는 신화는 단군신화입니다.. 예전에 만화로도 재미있게 봤습니드.. 호랑이는 사람이 못 되고 곰은 사람이 되고.. 생각해보면 곰이 오히려 어리석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동물이 사람이 되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요?

겨울호랑이 2017-06-08 19:54   좋아요 1 | URL
^^: 저도 인간인지라 잘 모르겠네요. 인간이 새의 날개, 호랑이 이빨 등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자신이 없는 것을 동경하는 것은 아닐까요? 큰 머리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