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한 질문 -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위대한 질문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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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질문 -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은 <신의 위대한 질문- 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와 함께 서울대 배철현 교수의 2부작 작품 중 하나다. 책의 표지에 크게 JESUS라고 적혀있는 바와 같이 '신약성경'을 배경으로 '인간 예수'가 성경에서 던진 질문의 의미를 찾아가는 책이다. 각 장에서 다른 주제로 질문된 예수의 질문을 통해 인간(人間)이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인간의 위대한 질문>에서는 성경성립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ticism)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유다복음>, <도마복음> 등 성경 외경(外經)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성경의 역사적 배경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이 책은 성경의 의미를 영성(靈性)적으로 쫓아가되, 그와 연관된 역사, 미술, 유적등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때문에, 다른 책보다 성경 구절에 대한 문화적, 역사적, 예술적 해석을 깊이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위대한 질문> 중 '10장 네 안에 있는 신성을 왜 보지 못하느냐?'에서는 네델란드의 화가 로지에 반 데르 바이덴(Rogier Van der Weyden)의 그림을 통해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살펴본다.


1. 성경의 문화적 배경

[그림] 로지에 반데르 바이덴, <십자가 내림>, 1443[출처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OXNl&articleno=2185&_bloghome_menu=recenttext]



'바이덴은 예수와 마리아를 새로운 세계의 아담과 이브로 묘사한다.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의 시신과 매우 유사하다. 마리아의 이러한 모습은 서양 미술사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바이덴은 독일의 종교 사상가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가 1418년 출간한 <그리스도를 본받아(준주성범)>에서 표현한 신비한 감정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p216)


이처럼, 단순한 텍스트(text)의 제시뿐 아니라, 각 구절이 어떻게 후대의 사상과 예술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면서, 그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위와 같은 미술사적 해석외에도 당대 사용되었던 주화, 빌라도 석비(石碑) 등을 함께 제시하면서 독자의 깊이 있는 고민을 도와주고 있다.


2. 성경의 언어적 배경


<인간의 위대한 질문>에서는 또한 성경 번역본 비교를 통해서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접하는 또다른 장벽인 '언어(言語)'의 문제를 보여준다. 이것은 특히 '2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본적이 있는가?'에 잘 드러난다. 저자는 이 장(章)에서 성경 한 구절을 한국어, 영어, 라틴어, 그리스어, 아람어, 히브리어순으로 역으로 분석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읽고 있는 성경의 번역 근원을 쫓아가면서 번역을 통해 의미가 어떻게 차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소 길지만, 저자의 해설을 옮겨본다.


'이 구절에 대한 한글 성서 번역은 보통 "너는 깊은 데로 나가거라. 너희는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이다. 이는 성서 원문의 뜻을 전혀 살리지 못한 번역이다. 이 구절에 대한 영어 번역본만 보아도 한글 번역과는 사뭇 다르다. 영역본은 "깊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해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라."이고 라틴어 번역본은 "네 자신을 인도해 깊은 곳으로 진입해라!"이지만, 그리스어 원문은 "깊은 곳으로 다시 돌아오라."이다. '돌아오라'로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 '에파나고(epanago)'는 원래 '(해변으로부터 떨어져) 먼 곳으로 진출하다.'라는 뜻도 함께 지닌다. 그러므로, 그리스 원문은 "(해변으로부터 떨어져) 애써 나와 깊은 곳으로 진입해라!"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 에파나고를 원래 예수의 구어인 아람어로 재구성하면 '어바르(ebar)'가 될 것이다. '어바르'는 히브리어에서도 발견되는 단어다. 히브리어로는 '아바르(abar)'다. 이 단어의 의미는 '제한 구역을 넘어서다 / (법, 관습)을 어기다.'라는 심층적 의미를 내포한다. 예수는 시몬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따분한 일상에서 애써 탈출하라고 명령하는 것이다.'(p63)


<인간의 위대한 질문 :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를 읽으며 다음의 구절이 연상되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볼 것입니다.(1 코린 13:12)


At present we see indistinctly, as in a mirror, but then face to face. (1cor 13:12)"


[그림] 청동 거울 (출처 : http://m.blog.daum.net/kwon1564/4) : 성경 집필 시기 사용되던 거울의 일종


바오로의 유명한 '사랑의 송가' 중 일부의 구절이다. 우리 말로 옮겨진 성경 구절은 같은 내용이지만, 영문(英文)과는 길이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그 차이는 언어적 배경 차이에서 오는 것이리라 여겨진다. 또한, 현대 사용되는 '거울'과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거울'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차이를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 배경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인간의 위대한 질문>에서는 우리가 성찰을 위해서는 이러한 차이를 이해한 후에야 비로소 그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성경에 있는 모든 질문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몇 개의 질문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여 깊이있는 성찰을 도와준다. 그리고, 우리가 성경과 고전을 접했을 때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언어와 문화적 이해의 중요성)을 환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신약성경을 깊이있게 읽고자하는 독자들에게는 의미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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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22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린도전서 13장의 거울 부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때의 거울이라는 것을 설명을 나중에 듣고 알았던 것 같아요. 2000년 전의 일이니 그 사이 많은 부분이 전해지면서 원래의 의미에서 달라진 점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좋은오후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1-22 15:3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오후로 갈수록 추워지네요 ㅋ 건강 조심하시고 일요일 잘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1-22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일전에 읽다가 포기했는데 겨울호랑이님 리뷰 읽으니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추운 밤이지만 편안한 시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1-22 19:2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리뷰를 읽어 주시고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후에도 계속 영하권이더니, 밤이 되니 정말 더 춥네요. 따듯한 일요일 밤 되시고, 하루 마무리 잘 하세요. 감사합니다.^^

:Dora 2017-01-22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의 위대한 질문...도??

겨울호랑이 2017-01-22 23:43   좋아요 1 | URL
신의 위대한 질문은 읽고 있는 중입니다 ㅋ

雨香 2017-01-23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수는 시몬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따분한 일상에서 애써 탈출하라고 명령하는 것이다.‘(p63)˝

성경을 바라보던 기존 시각과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보수기독교가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합니다만, 별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책을 읽은 교계 높으신 분들이 없으시거나, 이런 내용이었나 하고 보인들도 놀라지 않았을지....

어쨌건 시간 내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1-23 15:25   좋아요 0 | URL
^^: 네,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기존 해석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해석이 보다 보편적이고, 구체적이라는 느낌이 들던데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우향님께서 즐겁게 읽으신다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월요일 오후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