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 & 데카르트>는 과학사적인 면에서 뉴턴과 데카르트의 업적과 생애를 돌아본 근대 과학사(科學史) 입문서다. 우리 일반인들에게 과학사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과학사들은 대체로, 뉴턴, 퀴리부인 등 과학자들의 위인전기로 이를 통해 얻은 과학자의 삶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대부분이라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뉴턴 & 데카르트>는 과학사라는 학문의 성격을 개략적 잘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책에서는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 그리고 그 업적의 과학사적인 의미에 대해 요약한다. 책에서 묘사되고 있는 데카르트와 뉴턴은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만유 인력의 법칙' 으로 알려진 건조한 이론가들이 아니다. 책에서 그들의 삶은 생동감있게 묘사된다. 게으른 군인으로서의 데카르트, 학계에서 정치(政治)에 능했던 뉴턴 등. 그러한 이유로 어렵게 보이던 그들의 이론(理論)을 보다 편하게 생각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과학자들의 삶은 이 책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이 책에 나타난 그들의 과학관(科學觀)과 영향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지식인 마을에서 유일하게 2권에 걸쳐 소개되는 인물이다. <데카르트 & 버클리>에서는 데카르트의 인식론이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의 과학철학과 자연과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과소평가되어 있는 데카르트가 근대세계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케 한다.
이 책에서 데카르트는 '체계적 의심(systematic doubt)'의 방법을 활용하여 모든 것을 의심하는 피론주의(Pyrrhonism 극단적 회의주의)를 극복하고자 노력한 과학철학자이다. 그 결과 그는 '감각'과 '감각을 일으키는 원인'을 분리하여 '이원론(dualism)'을 도출한다. 이원론으로 대변되는 데카르트의 세계에서 사물의 본질은 '외연(extension)'으로 정리된다. 데카르트에게 '공간=물질'이며, 공간(plenum)은 불(fire), 공기(air), 흙(earth)의 세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원소들의 충돌을 통해 자연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데카르트는 물질과 운동으로 세상을 설명하였고, 그의 세계관을 '기계적 철학(mechanical philosophy)'이라 부른다.
이제 근대과학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뉴턴(Sir Isaac Netwon)은 데카르트의 '기계적 철학'의 기초 위에 그의 업적을 쌓아간다. 데카르트의 기하학과 자연과학을 기초로 뉴턴은 데카르트를 넘어 자신만의 업적을 남긴다. '빛의 스펙트럼' 연구를 통해 뉴턴은 '백색광은 굴절률이 다른 단색광들의 혼합'이라는 새로운 빛 이론을 제시하여 광학(光學)에 이름을 남긴다. 이러한 뉴턴의 업적은 데카르트의 선행 연구가 바탕이 되었음을 책에서 보여준다.
또, 뉴턴의 제1법칙 : 관성의 법칙'은 데카르트의 '모든 물체는 다른 물체가 충돌해서 상태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똑같은 상태로 남아 있다.'는 직선 관성 개념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는 알려준다. 이처럼, 뉴턴은 데카르트의 영향을 받았으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데카르트를 극복하고 있음을 책에서는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뉴턴의 세 가지 운동법칙이 이러한 '뉴턴에게 미친 데카르트의 영향과 뉴턴의 극복'을 잘 보여준다.(p114)
제1법칙 : 관성의 법칙
외부로부터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물체의 운동상태는 변하지 않는다. 등속직선운동을 하던 물체는 계속 직선운동을 하고,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 상태를 유지한다. (데카르트 사상 수용)
제2법칙 : 운동의 법칙(F=ma)
물체의 운동에서 나타나는 시간적 변화(가속도)는 물체에 가해지는 힘의 방향으로 일어나고 힘의 크기에 비례하여 나타난다. (데카르트 사상 일부 수용 : 데카르트의 '충돌'은 물체 운동의 여러 원인 중 하나)
제3법칙 : 작용, 반작용의 법칙
두 물체가 서로 힘을 미칠 때,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미치는 힘(작용)은 그 물체가 다른 물체에게서 받는 힘(반작용)과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이다. (뉴턴의 독자적인 이론)
<뉴턴& 데카르트>에서는 이와 같이 과학자들의 사상과 그 영향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과학이론을 역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또한, 이러한 과학이론만이 아닌 인간적으로 서술된 과학자들의 삶의 모습을 보는 것은 부가적으로 주어진 또다른 재미라 생각한다.
PS. 과학사지만, 책을 읽는 주된 대상이 학생들이어서인지 뉴턴이 'South Sea Bubble' 과 관련하여 주식투자를 한 후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뉴턴의 주식투자와 관련하여 궁금하신 분들은 <금융투기의 역사>와 같은 다른 책을 참고하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출처 : http://deathornot.tistory.com/archive/201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