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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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가 쓴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다.


1980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이미 1986년 숀 코너리가 주연한 영화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작품을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장미의 이름>을 통해서 추리소설의 흥미진진한 전개보다 중세 수도원의 생생한 분위기 재현이 더 마음 깊이 다가왔다. '중세=암흑기'라는 공식속에서 정체된 시기를 연상하기 쉬운 우리에게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의 대립 구조는 사실은 중세가 흥미진진한 역동적인 시기임을 알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1. 교리의 대립 :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아리스토텔레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327년은 중세 가톨릭 교회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신학대전>을 저술한 토마스 아퀴나스가 1286년 이단으로 몰려 부관참시 당했다가,  극적으로  1323년 가톨릭 성인(聖人)으로 인정받은 시기와 맞물린다. 


이처럼 14세기 초 인정받게 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神學)은 아우구스티누스 이래의 기독교 사상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종합한 '스콜라 철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으며, (출처 : 위키피디아) 이후 교리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된다. 작품 속 수도원장은 바로 토마스 아퀴나스가 죽었을 때 그의 시신을 들쳐 메고 탑루 계단을 내려온 것으로 명성을 이룬 인물로 소개된다.(p754)


이러한 신학적 변화 이외에도 새로운 철학(哲學)적 변화도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중세 자연학 분야에서의 독창적인 발전은 대륙이 아니라 영국의 대학들에서 중점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옥스퍼드 대학의 초대총장인 로베르투스 그로쎄테스테(Robertus Groesseteste, 1175 ~1253)는 과학적 방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개별 사건들을 관찰함으로써 일반법칙을 발견한 후, 이것을 실험 작업을 통해 검증하거나 반증하는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그의 제자 로저 베이컨(Roger Bacon, 1210 ~ 1292)은 당시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귄위에 대한 맹종을 비판하고 자연의 직접적인 관찰과 실험에 바탕을 둔 학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토마스 아퀴나스>, 박승찬, 새길, 2012, p20)


작품의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는 바로 로저 베이컨의 제자로 등장한다. 직접적인 관찰과 실험을 추구한 스승의 뜻에 따라 윌리엄 수도사는 날카롭게 현실을 관찰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와함께 당대에 미친 아리스토텔레스의 간접적 영향은 수도자 윌리엄과 화자(話者)인 아드소 간 이루어지는 추리과정에서 드러난다. 주로 '삼단논법'을 통해 논리적으로 사건을 구성하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학문적 변화에 모든 이들이 동조했던 것은 아니었다. 작품 속에서도 이러한 팽팽한 대립의 관계가 잘 나타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책은 하나같이 기독교가 수세기에 걸쳐 축적했던 지식의 일부를 먹어 들어갔소. 우리의 초대 교부들은 일찍이, 말씀의 권능을 깨치는 데 필요한 가르침을 모자람없이 베푸셨소. 한데 보에티우스라는 자가 이 철학자의 서책을 극찬함으로써 하느님 말씀의 신성은 인간의 희문(戱文)으로 변질되면서 삼단 논법의 희롱을 받아왔소.... 우리 수도원 원장이 장사까지 지내 준 한 도미니크 회 수도사(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꾐에 빠져 하느님을 자연의 이치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불렀소.(p841)'


<장미의 이름>에서는 플라톤 사상(특히, 플로티누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아우구스티누스 교리와 십자군 원정 이후 유입된 아리스토텔레스 영향으로 성립된 토마스 아퀴나스 교리의 충돌을 작품 전반을 통해 느낄 수 있다.


2. 수도회간 대립 :  베네딕토 수도회와 프란체스코회


작품의 배경이 되는 수도원은 베네딕트 수도회 소속 수도원이며, 수도원 방문객이자 사건을 풀어가는 윌리엄 수도사는 프란체스코회 소속이다. 초기 기독교 시기(6세기)로부터 형성된 베네딕토 수도회에 비해 프란체스코회는 13세기에 성립된 신생 교단이었다. 베네딕토 수도회는 당대 주류 수도원으로 중세의 지식과 부를 독점한 기득권이었다. 이에 반해, '청빈'을 추구하는 프란체스코회 수도회는 기존 교회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교단과 대립되고 있었다. 여기에 '교황권'과 '황제권'의 대립과 수도회간 대립이 엮이면서, 14세기 초는 급변하는 흐름 속에 있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윌리엄 수도사가 이 수도원을 방문하게 된다.

 (최근 교황이 된 프란체스코 교황은 프란체스코회 소속 사제이며, 바티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개혁은 이러한 프란체스코 수도회 정신과 연관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안 부분의 내용 중 프란체스코 교황이 프란체스코회소속이라는 부분은 오류이며,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정정합니다. 오류를 알려주신 clavis님께 감사드립니다.^^; 예수회에 관련해서는 다음에 기독교의 신/구교 분리와 관련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니, 일단 pass 합니다.


<장미의 이름>은 시대적으로 이러한 갈등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야기 전개는 수도사들의 연쇄살인을 통해 진행된다. 그래서, 작품 전반에 깔린 <요한 묵시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한 묵시록>은 기독교 신약성경에 포함된 유일한 계시록이자 마지막 문헌이다. 계시록이나 묵시록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요한 묵시록은 기독교에서 성경 가운데 해석이 어려운 책이다. 같은 본문의 해석이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으로 가능하기도 하다. (출처 : 위키피디아)


'그 물건, 다리가 두 개 달려 있어서, 기수(騎手)가 말 잔등에 올라타듯이, 새가 홰에 앉듯이 그렇게 사람의 코 위에 올라앉을 수 있게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두 갈래로 나뉜 다리가 만나는 곳, 그러니까 눈과 맞닿는 곳에는 둥근 쇠테가 있고, 쇠테 안에는 술잔 바닥 두께의 편도꼴 유리가 박혀 있었다.  윌리엄 수도사는 글을 읽을 때마다 이 물건을 눈 앞에다 대기를 좋아했는데, 까닭인 즉, 햇빛이 기가 꺾일 때는 특히 이 물건을 이용해야 자연이 그 연세에 허락한 이상으로 밝게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p146)




본문 중에서 제자인 아드소가 스승인 윌리엄 수도자가 쓴 안경을 묘사한 부분이다. '안경'이 어떻게 생긴 물건이며, 용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우리는 안경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고, 작품의 묘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안경'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위의 글을 통해 '안경'의 정확한 모습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을것 같다.


<요한 묵시록>은 저자가 본 것을 기술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한 묵시록>은 논란이 많은 문헌이며, 아마도 신약 성경 문헌 중 가장 신비적인 성격이 강한 문헌일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이비 예언가들이 이를 바탕으로 해서 대중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는지.


'요한은 하느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증언, 곧 자기가 본 모든 것을 증언하였습니다.(묵시1:2)'


작품 속에서 '묵시록의 예언의 실현'과 '종말 사상' 에서 오는 공포에 무기력하게 휩쓸려가는 수도사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이들을 어리석다고 말할 수도 없었던 것은 어지러운 현실과 쏟아지는 정보속에서 사실을 알지 못하고 휩쓸려가는 내 자신의 모습 역시 보였기 때문이다.


<장미의 이름>은 말 그대로 잘 쓴 추리 소설이다. 그렇지만, 내게는 이 책이 중세 수도원과 당대의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사실의 재현과 과거를 통한 현실의 재발견이라는 면에서 더 뜻깊게 다가왔다. 역사적 사실의 뼈대에 살을 입힌 움베르토 에코의 뛰어난 사실 재구성으로 추상적이었던 중세가 안개속에서 피어나는 장미처럼 느껴졌다. 중세(中世)가 궁금하다면 읽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수도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진 중세의 재현이 움베르토 에코의 대작(大作) <중세> 컬렉션으로 더 확장되어 나타났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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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6-09-21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예수회원이십니다.프란치스코회 소속이 아니고요^^우리나라에서는 예수회에서 서강대학교를 지어서 알려져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9-21 14:0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clavis님 오류를 지적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립간 2016-09-21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문객이 10분인데, 추천 10개네요.^^

겨울호랑이 2016-09-21 17:0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립간님 연휴 잘 보내셨지요?^^: 방문하신 분의 수도 셀 수 있는 방법이 있나봐요..아마도 제가 오랫만에 들어와서 `좋아요`해 주신것 같아요^^: 마립간님 좋은 오후 보내세요

cyrus 2016-09-21 17:40   좋아요 1 | URL
To. 겨울호랑이님 / 컴퓨터로 호랑이님의 알라딘 서재에 들어가면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있는 방문자 수가 보입니다.

cyrus 2016-09-21 17:41   좋아요 1 | URL
To. 마립간님 / 알라딘 서재와 북플 시스템 전체를 잘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좋아요 수’가 북플로 접속한 회원들의 흔적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북플에 접속하는 일이 편하죠.

cyrus 2016-09-21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코의 <미의 역사>를 읽은 뒤에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어보니까 아퀴나스의 미학 이론이 보였어요. 처음에 소설을 읽었을 땐 어려웠던 내용이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21 17:4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도 「미의 역사」와 「중세2」를 읽어본 후 다시 읽어야겠네요^^: 좋은 독서방법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9-21 1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는 엄청 잼 있게 보았는데,
책은 작년 읽다 읽다 상권에서 포기한 책입니다. ㅠ
감축드리고 부럽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21 19: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북다이제스터님 저도 일단은 읽긴했지만 뭔가 줄줄 흘리고 지나간 느낌이 드네요.ㅜㅜ 중세에 대한 공부 후 다시 읽어볼까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