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사람들의 견해에 따르면 요정 '쉬'와 유령을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저승의 지도가 있다는 것이다... 요정과 유령의 중요한 차이는 망자는 땅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이전의 존재인 유령이 되는 반면에 쉬는 근원적이어서 인간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유령들은 인간에 근원이 있고, 산 사람의 영혼이나 영으로 죽음을 통해 정화되어 이승 근처를 떠돈다. 한편 요정들은 초자연적 근원을 지니고 있다. 요정과 유령은 구별되지만 망자는 요정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을 가장 주목해야 한다. 망자들이 거처하는 곳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이고, 요정의 나라 역시 영혼들의 일시적 거처이다. 영혼들이 죽은 뒤에 가는 장소로서 요정의 나라는 사후의 나라로 조금씩 변해 간다. _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켈트의 여명> , p346/356


 해신 마난난은 인간이 저승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쌓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난족은 인간 세상과 자기네 영역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 다난족의 일원인 모리간은 전사들 - 특히 쿠쿨린 - 의 운명을 내려다보기 위해 정기적으로 자신의 '시'를 떠났다. 삼하인 축제(10월 31일 ~ 11월 1일) 때는 저승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졌고, 저승 주민들은 자신의 '시'를 떠나 인간들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마법으로 혼란을 일으킬 때가 많았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은 삼하인 축제 때는 집 안에 틀어박혀 문과 창을 꽁꽁 닫아 걸었지만, 그래도 항상 말썽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저승의 남신과 여신들은 민간신앙에 등장하는 요정이 되었고, 켈트족의 삼하인 축제는 할로윈으로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_ <여명기의 영웅들 : 켙트신화> , p29


 켈트족 신화에 따르면 저승의 문이 열린다는 10월 31일. 이로 인해 저승의 망자(亡者)들이 세상으로 쏟아져나온다는 이 때, 망자들에게 육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유령 복장을 하며 밤을 지샜다는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할로윈(Halloween). 언제부터 우리나라의 명절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 새 할로윈 복장으로 돌아다니며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본다. 서양에서는 켈트 문화권에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11월을 위령성월로 보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10월 31일은 사순시기 직전의 사육제(謝肉祭)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지만, 이러한 서구 문화권과 다른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할로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러 면에서 낯선 할로윈보다 액운을 쫓기 위해 팥죽을 먹거나 부럼을 깨는 행위, 처용(處容)과 관련된 여러 풍속들이 있음에도 이들은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할로윈'이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잡는 모습은 유령의 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 유령이 마케팅(marketing)의 이라는 이름으로 행해는 장난.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장난과 이어지는 'trick or treat'이라는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것은 아닐런지.


 근대 소비사회에서는 인간의 행위나 존립이 물질처럼 취급되는 '물화 物化, Rification'를 겪게 되며, 인간은 '구매력을 지닌 소비자'로 전화 轉化하게 된다.(p637)... 테오도르 아도르노 Theodor W. Adorno, 1903~1969와 막스 호르크하이머 Max Horkheimer, 1895~1973는 소비자 비평에 관한 한 가장 염세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들은 자본주의 생산체제가 그 자체를 재생산하기 위한 소비 문화를 만들어내며, 그 결과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그것을 주입받는 수동적인 시민이 양산된다고 주장했다. 장 보드리야르 또한 "소비자란 결국 19세기 초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무의식적이고 비조직적인 개인들로, 칭찬받으며 아첨에 속아 넘어가는 얼갈이 같은 존재"라고 조소했다. _ 설혜심, <소비의 역사> , p639/798


 소비는 하나의 신화이다. 현대사회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하는 말(parole), 우리 사회가 스스로를 말하는 방식, 그것이 소비이다. 말하자면 소비에 관한 유일한 객관적 현실은 소비라고 하는 관념 뿐이다. 이 반성적, 언설적 배치구조가 일상적 언설과 지적 언설에 의해 무한히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상식으로서의 힘을 갖게 되었다. 우리들은 자신들의 사회를 소비사회로 간주하며, 또 그러한 것으로서 말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들의 사회가 소비를 행하는 경우에는 소비사회로서의 자기규정에 기초를 두고 자신을 그만큼 관념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광고는 이 소비의 관념에 바쳐진 승리의 노래인 것이다. _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p301


 이미 우리가 대량소비의 시대에 살기에 별로 새로울 것은 없지만 시기적으로 한정해 본다면, 최근 몇 년 전부터 자본주의 유령이 10월말부터 출몰하기 시작해서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를 지나 11월 26일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르기까지 크리스마스 직전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활개치고 다닌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함께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니 뭐라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죽음을 생각하는 -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의미를 찾거나, 할로윈과 함께 우리 풍속도 생각하고 지키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홍석모는 섣달그믐에 밤을 새는 수세의 풍속이 수경신(守庚申)에서 유래하였다고 보았다. 수경신은 경신일에 밤을 새는 풍속으로, 도교에서 유래하였다. 사람의 몸에 있는 삼시충(三尸蟲)이 경신일에 하늘에 올라가 그 사람의 잘잘못을 일러바치므로, 이날 잠을 자지 않으면 하늘로 올라깆 못해 액운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경신은 <고려사>에 보이며, 조선 초기에도 유행하였다. _ 홍석모, <동국세시기> , p236  해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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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10-31 06: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 정말 할로윈을 왜 챙겨야 하나 싶은데, 애들이 초콜릿사탕 먹는 날이라고 좋아라 하니 점점 일반화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에서도 할로윈파티를 하더라구요;;

겨울호랑이 2021-10-31 08:44   좋아요 4 | URL
그렇습니다... 어린이집, 학원, 놀이공원, 제과점 등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마케팅 열풍에 어린이들이 혹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같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아이들의 요구를 부모들이 거절하기도 어려운 것도 사실이구요...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의미를 알고, 한계를 정할 수 있다면 생각없는 소비가 아닌 삶의 풍성함을 더하는 소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거서 2021-10-31 10: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최근 유행처럼 즐긴다는 할로윈을 죽음과 관련해서 생각하는 것 같지 않고 10대 20대가 기괴한 복장과 함께 흥청망청 무분별한 행동이 용납되는 날처럼 여기는 같아요. 의미를 되새기지 않는 향락과 소비만 부추기는 것 같아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요.
겨울호랑이님 덕분에 지식이 (plus)1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10-31 11:14   좋아요 3 | URL
네 저 역시 오거서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외국의 문화라고 무조건 배척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겠지요... 우리 것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뜻을 새길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받아들이되 그것이 가진 뜻을 생각하고 가치가 있을 때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오거서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

페크pek0501 2021-10-31 12: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비의 사회는 필독서라고 생각해요. 아직 읽지 못했지만 이런저런 책에서 많이 소개된 걸 봤어요. 그래서 읽은 책 같죠. ㅋ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제가 완독한 책이에요. 완독한 책을 보면 기뻐요.

겨울호랑이 2021-10-31 12:58   좋아요 3 | URL
<소비와 사회>는 보드리야르의 다소 냉소적인 비판이 날카롭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예리한 분석이 빛나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죽음을 소재로 했지만, 죽음을 받아들이는 노교수의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책으로 오래 기억에 남네요. 페크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

얄라알라북사랑 2021-11-17 00:24   좋아요 1 | URL
페크님말씀처럼, 마치 ˝읽은 책 같은˝ <소비의 사회>!

저는 설혜심 교수님 책들은 많이 읽진 않았지만 한국 학계에서 소비사 위상 높이시는 데 큰 기여하시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