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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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우리는 도시에 훌륭한 하수도 시설이 있기를 바라고, 매춘부들의 수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그러나 위생처리된 도시는 전기 불꽃이 일어나지 않는 도시다. 한 도시의 모순과 대립적 요소와 상스러움은 그 도시에 강렬한 자극과 맥동하는 에너지를 선사한다. 도시에는 위생처리가 필요한 만큼 오물도 필요하다. 도덕적 기준이 낮은 곳, 저열한 퇴폐업소가 있는 곳, 매력과 재력을 갖춘 곳. 이것은 대도시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대도시의 상반되고 불온한 성격이다. 도시는 유토피아인 동시에 디스토피아이다._ 벤 윌슨, <메트로폴리스> 中

유토피아이자 동시에 디스토피아. 벤 윌슨(Ben Wilson)은 <메트로폴리스 Metropolis>에서 묘사한 도시의 양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대 비옥한 초승달 지역(Fertile Crescent)으로 불렸던 메소포타미아 일대는 오늘날과는 달리 풍요로운 지역이었지만, 동시에 위험한 지역이기도 했다. 이 지역의 "High Risk-High Return"은 많은 이들을 끌어들리는 동력이 되었고, 그 결과 이들 지역은 번성하기에 이른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는 한층 더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는 점이 현대 도시의 유토피아적 기원이라면, 분업(分業)과 사회 계급화의 시작은 디스토피아의 기원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람들은 도시를 만들어왔다.

사막과 바다 사이에 위치한 습지대는 질서와 혼돈,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을 상징했다. 삼각주는 적대적 환경 한가운데 위치한 오아시스와도 같이 놀랍도록 풍족한 자원을 지니고 있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그곳이 신이 천지를 창조한 가장 신성한 장소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삼각주가 선사하는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살기에 위험한 장소였다.._ 벤 윌슨, <메트로폴리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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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크가 점점 성장하고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금세공인, 건축가, 예술가, 도공 같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식량의 의례적 분배에 뿌리를 둔 그 도시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우루크는 각자의 부와 기능과 권력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는, 계층 사회가 되었다. 이는 인류사에서 엿볼 수 있는 도시화의 어두운 면이다. 서로 합의한 공동의 과업으로 출발했을 법한 것이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매우 불평등한 사회로 변질되었다._ 벤 윌슨, <메트로폴리스> 中

도시는 서로 다른 힘들이 충돌하는 곳이다. 수직 고층 건물들로 표현되는 수직의 힘이 신분 상승, 속도 등 현대성을 상징한다면, 도시 밖 교외로 확장되는 수평의 힘은 같은 신분, 여유로움을 표현한다. 도시는 이 같은 힘들이 만나는 곳이다. 그리고, 이렇게 충돌하는 힘들은 사람들을 만들어갔다.

그것은 자동차의 시대에 어울리는 도시적 이상향이자 르 코르뷔지에가 예견하고 권장한 도시다. 그는 "속도를 위해 만들어진 도시는 성공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다"라고 썼다. 그가 볼 때, 전통적인 도시의 거리는 '비기능적이고, 진부하고, 역겨운 유물'이었다. 현대적 생활은 속도에 그리고 질서와 일관성을 갖춘 도시의 기하학적 요소에 좌우되었다. 르 코르뷔지에는 마천루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업무와 거주가 모두 가능하며, 일정한 형태를 갖고 있고, 고가 간선도로 이어지는, 공원 같은 환경 속에 띄엄띄엄 서있는 거대한 고층건물을 원했다._ 벤 윌슨, <메트로폴리스> 中

오늘날, 우리는 도시 세계에서의 생활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시 세계란 도시 팽창 현상의 결과물인 교외 세계를 의미한다... 영국인과 미국인들은 되도록 빨리 도시에서 벗어나 변두리의 농촌으로 떠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러면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교외에서 통근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도시의 인구과밀과 질병, 공해와 범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차와 노면 전차의 활약에 힘입어 부자들을 위한 그림같이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교외가 도시 변두리에 조성되었다._ 벤 윌슨, <메트로폴리스> 中

벤 윌슨의 <메트로폴리스> 안에는 이 같이 사람과 함께 한 살아있는 도시의 역사가 보다 생생하게 그려진다.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낸 도시, 도시가 만들어 내는 사람들. 사람의 수직과 수평의 욕망이 도시를 만들어냈다면, 두 힘이 조각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누군가에게는 절망을 안겨준다. 저자가 어떻게 도시 이야기를 그려내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돌리기로 하고, 나름 책의 결론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마지막으로 리뷰를 갈무리한다...

도시화를 촉진한 힘이 20세기에는 쇳가루를 흩어버리는 원심성을 띠고 있었다면 21세기에 쇳가루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구심성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_ 벤 윌슨, <메트로폴리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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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3-31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밀리에서 호랑이님 발견했습니다 ㅎㅎㅎ

오거서 2021-03-31 20:14   좋아요 1 | URL
밀리에서 syo님을 발견할 수 있겠군요 ㅋㅋㅋ

겨울호랑이 2021-03-31 20:41   좋아요 2 | URL
이런, syo 님 시력이 좋으시네요 . 이럴 줄 알았으면, 여름호랑이로 할 걸 딱 걸렸습니다 ㅋㅋ

북다이제스터 2021-03-31 2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리의서제 말씀인가요?
그곳 오디오북 빌려주는 곳 아닌가요?
겨울호랑이 님께서 어떤 활약 중이신지요?^^

겨울호랑이 2021-03-31 21:00   좋아요 1 | URL
^^:) 활약이라고 할 건 없고, 혼자 조용히 신간을 다운로드하며 공유경제의 기쁨을 누리는 중입니다 ㅋㅋ

바람돌이 2021-03-31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다 읽으셨어요? 빠름 빠름 ㅎㅎ
전 지금 반쯤 읽었는데 생각만큼 진도가 팍팍 나가지는 않네요. ^^

겨울호랑이 2021-03-31 22:09   좋아요 1 | URL
제가 좀 대충대충 읽는 편이라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