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불행이 닥쳐왔을 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전까지 우리 삶을 억누르던 걱정거리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바꿔 생각하면 가장 큰 걱정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그보다 작은 근심이 차지한다는 말도 되겠지만...

생각해본다면, 물리학에서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우리 삶의 근심과 걱정 또한 일정 부분 보전되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것. 이것이 시련의 의미가 아닐까...


삶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삶의 모든 수수께끼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다. 환영을 찾지 말라. 재물과 명성을 좇으려 하지 말라. 그런 것은 수십 년에 걸쳐 애써축적된 것이지만 단 하룻밤 만에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다. 초연한 태도로 삶을 살아 나가라. 불행을 두려워할 것도 없고 행복으로 가슴 태울 필요도 없다. 그것은 매일반이 아닌가? 괴로움도 영원한 것은 아니고 즐거움도 완전히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다행으로 알라. 등뼈가 부러져 있지 않고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고 두 손을 오므렸다 폈다 할 수 있고 두 눈과 귀로 듣고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누구를 부러워할 것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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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3 17: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삶의 모든 수수께끼를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다. 환영을 찾지 말라. 재물과 명성을 좇으려 하지 말라. 그런 것은 수십 년에 걸쳐 애써축적된 것이지만 단 하룻밤 만에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다. 초연한 태도로 삶을 살아 나가라. 불행을 두려워할 것도 없고 행복으로 가슴 태울 필요도 없다. 괴로움도 영원한 것은 아니고 즐거움도 완전히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이구절 가슴에 새겨야 할 문장,명구네요. ^.^

겨울호랑이 2021-01-23 17:21   좋아요 5 | URL
아직 「수용소군도」전체 중 1/3가량밖에 못 읽었습니다만, 이 문장이 작가가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scott님 감사합니다!

닷슈 2021-01-23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문장이군요

겨울호랑이 2021-01-23 20:13   좋아요 0 | URL
네, 닷슈님.이번에 읽은 2권 중에서 시선이 머무는 구절이었습니다^^:)

막시무스 2021-01-23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심과 걱정은 형태나 무게만 달리할 뿐 이데아의 무게는 절대 불변하고 사멸되지 않는 걱정보존과 근심불변의 법칙!ㅎ 이게 삶이겠죠!ㅎ

겨울호랑이 2021-01-23 20:17   좋아요 2 | URL
그렇겠지요... 막시무스님 말씀처럼 걱정과 근심은 살아있는 동안 이혼할 수 없는 동반자로 생각됩니다...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바람돌이 2021-01-24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초연한 삶이라니... 너무 어렵잖아요. 러시아 소설에서 저런 달관한듯한 문장이라니... 모르고보면 동양 고전인줄 알겠어요.

겨울호랑이 2021-01-24 23:36   좋아요 0 | URL
<수용소 군도>가 자전 소설이다보니, 소설 형식이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여느 소설과는 다른 삶의 깊이가 배어 나오지 않나 생각됩니다... 어떻게 보면 다소 추상적인 고전보다 더 진한 처절함이 많이 느껴집니다...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2021-01-25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5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