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분업 : 분업을 일으키는 원인과 제한
인간의 교환성향으로부터 발생되는 분업은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분업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전문적인 직업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자아실현(自我實現)이라고 부르는 동기 또한 전문화된 사회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생산 및 교환의 확대는 사회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저자는 <국부론>을 통해 분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의 확대와 재고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분업을 통해 대량생산된 물건은 교환되어야 한다. 이때 교환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제 교환가치에 대해 살펴볼 차례다.
노동생산력을 최대로 개선, 증진시키는 것은, 그리고 노동을 할 때 발휘되는 대부분의 기능, 숙련, 판단은 분업(分業, division of labour)의 결과인 것 같다.(p7)... 분업은 그와 같은 폭넓은 효용을 예상하지 못한 인간성의 어떤 성향으로부터, 비록 매우 천천히 그리고 점진적이긴 하지만, 필연적으로 생긴 결과이다. 그 성향이란 곧 하나의 물건을 다른 물건과 바꿔 갖고, 거래하고, 교환하는 성향(propensity to exchange)이다.(p17) <국부론 상> 中
교환능력이 분업을 야기하기 때문에, 분업의 정도는 언제나 이 교환능력의 크기, 또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시장의 크기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시장이 매우 작을 때는 어느 누구에게도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도록 장려할 수 없다.(p22) <국부론 상> 中
사물의 본성상, 재고의 축적은 분업에 앞서 이루어져야 하며, 따라서 재고가 미리 더 많이 축적되면 될수록 그것에 비례해서 분업은 더욱 세분된다.(p334)... 노동생산력의 커다란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리 재고가 축적되어 있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재고의 축적은 자연히 이러한 개선을 가져온다.(p335) <국부론 상> 中
3. 교환가치
어떤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것을 자신이 사용하거나 소비하려 하지 않고 다른 상품과 교환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그 상품이 그로 하여금 구매하거나 지배할 수 있게 해 주는 노동의 양(量)과 같다. 따라서 노동은 모든 상품의 교환가치를 측정하는 진실한 척도(尺度)이다.(p37)... 비록 노동이 모든 상품의 교환가치의 진실한 척도이지만, 상품의 가치는 보통 노동에 의해 측량(測量)되지 않는다.(p39)... 상품의 교환가치를, 그 상품이 구매할 수 있는 노동량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상품이 구매할 수 있는 다른 상품의 양에 의해서 평가하는 것이 좀더 자연스럽다.(p40) <국부론 상> 中
애덤 스미스에게 상품의 가치는 생산에 투여된 노동(labour)의 양과 같다. (노동가치설 labor theory of value , 勞動價値理論) 그러나, 노동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 측정의 수단으로 화폐가 도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이 상품의 진실된 가격이라는 것이 애덤 스미스의 입장이다.
분업이 처음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 이러한 교환능력의 작용은 흔히 여러 가지 장애와 곤란에 부딪힌다.(p28)... 이러한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어느 시기에나, 분업이 처음으로 확립된 뒤, 분별있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노동의 특수한 생산물 이외에, 타인들의 상품과 교환할 때 타인들이 받기를 거절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어떤 종류의 상품 일정량을 항상 가지고 있으려고 노력했음에 틀림없다.(p29) <국부론 상> 中
노동은 상품의 진실 가격이고, 화폐는 상품의 명목가격일 뿐이다.(p42) <국부론 상> 中
4. 가치를 이루는 세 요소 : 이윤, 지대, 임금
애덤 스미스는 상품의 가치를 이루는 요소를 자본 사용 비용인 이윤(利潤), 토지 사용 비용인 지대(地代), 노동의 비용인 임금(賃金)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지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이윤과 임금이다. 교환으로부터 얻어진 가치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애덤 스미스는 이윤율과 이자율은 사회가 진보될 수록 점차 하락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연가격'이 있다.
이윤은 전적으로 투자한 자본의 가치에 의해 지배되며, 그 크기는 투자한 자본의 크기에 비례한다.(p62)... 자본의 소유자는 거의 아무런 노동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이윤이 자기 자본에 정비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품가격에서 자본이윤은 노동임금과는 전혀 상이하고 전혀 다른 원리에 의해 규제되는 구성부분을 이룬다.(p63)<국부론 상> 中
가장 진보된 사회에는 그 가격이 두 부분, 즉 노동의 임금과 자본의 이윤으로만 분해되는 소수의 상품들이 존재하며, 노동임금으로만 구성되는 상품들도 그 수는 더욱 적지만 존재한다... 지대는 가격을 구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p64) <국부론 상> 中
노동임금의 상승은 필연적으로, 상품가격 중 임금으로 분해되는 부분을 증가시킴으로써, 많은 상품들의 가격을 인상시키며, 그리고 인상된 만큼 그 상품들의 국내외 소비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p113)... 그러나 노동임금을 상승시킨 바로 그 원인, 즉 자본의 증가는 노동생산력을 증가시켜서 더 적은 노동량으로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p114) <국부론 상> 中
5. 자연가격과 실제가격
애덤 스미스에 의하면 모든 상품들의 가격은 자연가격으로 회귀(回歸)된다. 비록, 일시적인 장애등으로 현실 가격이 자연가격과 차이를 나타낼 수 있지만, 결국은 현실가격은 자연가격으로 돌아가게 된다. 단, 여기에는 '규제나 장벽이 없다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그렇다면, 애덤 스미스가 '시장의 자유'를 통해 주장하고자 한 바는 무엇일까.
자연가격은 모든 상품들의 가격이 끊임없이 그것을 향해 끌려가는 중심가격(central price)이다. 각종 우연한 사건에 의해 상품의 가격이 이 중심가격보다 상당히 높게 유지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그것보다 상당히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가격이 이 안정(安定) 및 지속의 중심에 정착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무엇이든, 가격은 끊임없이 자연가격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p76) <국부론 상> 中
한 업종으로부터 다른 업종으로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도 방해한다. 왜냐하면, 어떤 사업에 사용될 수 있는 자본량은 그 사업에 고용될 수 있는 노동량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p176) <국부론 상> 中
애덤 스미스는 국가가 최대의 부(富)를 축적한 후에는 낮은 이자율, 낮은 이윤율의 상태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풍요로운 자산(資産)만큼 그 가치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애덤 스미스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산에 의존하지 않고, 소득(所得)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사회는 활기차게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최대의 부를 이미 획득한 나라, 각 사업분야마다 사용될 수 있는 최대의 자본량이 이미 사용된 나라에서는 통상의 순이익률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거기로부터 지불될 수 있는 통상의 시장이자율도 너무 낮으므로, 매우 부유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자기의 화폐이자로 살아가기가 불가능하다.(p125) <국부론 상> 中
그렇지만, 현실은 <국부론>의 예측과는 다르게 진행되었다. 국가가 부유해질 수록 자본이 가져가는 이윤의 몫은 점차 커지게 되었고, 부동산 임대 수익이 근로 소득보다 더 선호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국부론>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국부론>의 한계일까?
많은 경우 우리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만을 알고 있다. 시장 자율에 맡겨둔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논리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이 말은 규제 철폐를 주장할 때 활용되는 용어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국부론>에 대해 오해하고 있지만, <국부론>에서 말하는 규제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다.
도시 안의 각 집단 상호간의 거래에서 그들은 누구도 그 규정에 의해 손실을 보지 않았다. 그러나 농촌과의 거래에서 그들은 모두 큰 이익을 보았고, 도시를 유지하고 부유하게 한 거래 모두는 농촌과의 거래였다.(p162)... 임금, 이윤이 일반적 수준을 초과하도록 하는 규정들은 모두 도시로 하여금 자기의 더 적은 노동의 생산물로 시골의 더 많은 노동의 생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해준다.(p163) <국부론 상> 中
'도시 - 농촌' 간 거래를 통해 불평등한 거래가 지속된 결과, 농촌은 점차 가난해졌다는 농촌 문제는 21세기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그리고, 애덤 스미스는 농촌문제의 원인을 불공정한 거래로 보았다. <국부론>에서 말하는 규제는 약자를 보호하는 보호정책이 아닌,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었다. 이런 애덤 스미스의 관점과 시장의 자유만을 강조사는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의 관점은 분명 차이가 있다 여겨진다.
많은 경우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주장이 상호 배타적이라고 오해되고 있지만, 그것은 <국부론>의 단면을 크게 부각시켰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인간의 '동감'을 강조한 <도적감정론>과 연결시켜 본다면 우리는 <국부론>속에서 애덤 스미스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제'와 관련한 <국부론>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며, 이번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한 주일 중 나흘동안 지나치게 일에 몰두한 것이 나머지 사흘을 빈둥거리는 것의 진정한 원인인데도 이를 심하게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p107)... 고용주가 항상 이성과 인도주의 정신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는 흔히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지나치게 열심히 일을 하도록 고무하기보다는 그것을 누그려뜨려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p107) <국부론 상> 中
사람이 항상 자신의 노동에 의해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면, 그의 임금은 적어도 그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충분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임금은 이것보다 좀 더 많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자기 가족을 부양할 수 없을 것이며, 노동자 종족은 제1세대를 넘어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p89) <국부론 상> 中
[사진] 최저임금 딜레마(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5/2017072501740.html)
PS. 우리가 언제까지 '최저임금'만을 이야기 해야하는지 의문이 든다. 최저임금이 임금지급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면, 이제는 '최저이윤'이 기업이윤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최저이윤'에 대해 말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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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73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