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서령 온언박(溫彦博)이 말하였다. "엎드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항상 정관(貞觀)초기처럼만 하시면 훌륭하십니다."
황제가 말하였다. "짐이 최근에 정치하는 일에서 게을렀던가?"
위징이 말하였다. "정관의 초기에는 폐하의 뜻은 절약하고 검소한데 있었으며, 간(諫)하는 말을 찾는데 게으르지 아니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영선(營繕)하는 일이 조금 많아졌으며, 간언(諫言)을 하는 사람이 자못 뜻을 거스르는 일이 있게 되니, 이것이 다른 것뿐입니다."

황제가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고 말하였다. "진실로 이런 일이 있었소."

황상이 위징에게 말하였다. "관직을 위하여 사람을 선택하면서 급히 하지 마시오. 한 명의 군자를 채용하면 군자들이 모두 오겠지만 한 명의 소인을 채용하면 소인들이 다투어 나오게 되오."

대답하였다. "그러합니다. 천하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면 오로지 그들의 재주만을 채택하고 그들의 행실을 고려하지 아니하겠지만, 죽고 혼란한 것이 이미 평정되었으니 재주와 행실을 겸하여 갖춘 사람이 아니면 채용할 수 없습니다."

황상은 혹 죄가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궁인(宮人)을 나무라고 화를 내면 황후는 또 겉으로 화를 냈지만 스스로 미루어 묻겠다고 하고서 이어서 가두어 두라고 명령하였다가 황상의 화가 풀리는 것을 기다려서 천천히 심리하니 이로 말미암아서 궁궐 안에서는 형벌을 주는 것이 억울하고 남용되는 일이 없었다.

황상이 말하였다. "법령이란 자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며, 자주 바뀌면 번거로워지고, 관장(官長)이 다 기억할 수가 없다. 또 앞뒤 사이에 차이와 어그러지는 것이 있게 되어 관리들이 농간을 부릴 수 있다. 지금부터 법을 바꾸려면 모두 의당 자세하고 신중하게 하여서 이를 시행하라."

위징이 상소문을 올려서 말하였다. "인주(人主) 가운데 처음을 잘 시작한 사람은 많지만 끝을 잘 마친 사람은 적으니, 어찌하여 빼앗는 것은 쉽지만 이를 지키는 것이 어렵습니까? 대개 걱정을 많이 하면 정성을 다하여 아랫사람에게 대하지만 안일해진다면 교만하고 방자하여 다른 사람을 가벼이 하기 때문입니다."

인주가 진실로 능히 바라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만족한 것을 알도록 생각하고, 장차 건물을 짓고 수선하려고 하면 그칠 것을 알려고 생각하고, 높고 위태한 곳에 있게 되면 겸손하여 내려올 것을 생각하며, 가득 찬 곳에 가게 되면 덜어낼 것을 생각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것을 만나면 억누르고 절제할 것을 생각하고, 연회에서 편안하게 되면 뒤에 근심거리가 올 것을 생각하고, 막히어 가려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늘리고 받아들이는 것을 생각하며, 참소하고 사악한 것을 싫어하면 자기를 바르게 할 생각을 하고, 작위와 상을 주려면 기뻐하는 것으로 인하여 벗어날까를 생각하며, 형벌을 시행하려면 화로 인하여 남용되는 것인지를 생각하는데, 이 열 가지를 겸하여 생각하면서 현명한 사람을 뽑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맡기면 진실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서도 잘 다스려질 수 있습니다.

황상이 일찍이 조회를 끝내고 화가 나서 말하였다. "기다렸다가 이 시골 영감을 죽일 것이다."

황후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황상이 말하였다. "위징이 매번 조정에서 나를 욕하오."


황후가 물러나서 조복(朝服)을 갖추어 입고 뜰에 섰고, 황상이 놀라서 그 연고를 물었다. 황후가 말하였다.
"첩이 듣기로는 군주가 밝으면 신하는 곧다고 하였는데, 지금 위징이 곧은 것은 폐하께서 밝으신 연고이니, 첩이 감히 경하하지 않겠습니까?"

황상이 마침내 즐거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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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황상이 방현령(房玄齡)에게 말하였다. "옛날부터 제왕은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실로 어려웠다고 하는데, 짐이 어제 온언박과 왕규를 나무랐으나 지금에 이르러서 이를 후회하오. 공 등은 이 때문에 말을 다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황상이 말하였다. "만약에 하늘이 장차 그를 일으키려고 한다면 짐이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만약에 천명(天命)을 갖고 있지 않다면 ‘승(勝)’이라는 글자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마침내 그를 석방하였다.

천하는 지극히 넓고, 하루에 만 가지를 살피는데 비록 다시 정신을 수고롭게 하고 몸을 고생스럽게 하여도 어찌 하나하나가 다 이치에 맞겠소? 여러 신하들은 이미 주군의 뜻을 알았으니 오직 결재를 받아서 성사를 시키려하여 비록 허물과 어긋나는 것이 있다 하여도 감히 간쟁을 하지 않았으니 이것이 바로 2세가 되어 망하게 된 까닭이오. 짐은 그러하지 아니하오. 천하의 현명한 재주 있는 사람을 뽑아서 이들로 백관을 채워서 천하의 일을 생각하게 하며 재상으로부터 관여하게 하여 살피고 익혀서 편안하게 하고, 그렇게 한 다음에 주문으로 보고하게 하였소.

위징이 말하였다. "안팎이 잘 다스려지고 편안하지만 신은 기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마는 오직 폐하께서 편안한데 계시면서도 위태로울 것을 생각하시는 것을 기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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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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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에서 더 논의하겠지만, 미래에 다가올지 모르는 수많은 재난의 가능성을 알아낸다는 건 한마디로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한 회복재생력을 갖춘 구조, 그리고 가능하다면 ‘앤티프래절‘, 즉 위기에 오히려 더 강한 사회적/정치적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또 재난에 압도당한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듯 사람들이 자신의 등에 채찍질을 가하는 혼돈으로 빨려드는 사태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와 더불어 ‘불운한 인류와 취약한 세계를 보호하려면 전체주의적 통치와 세계 정부가 필수적‘이라 꼬드기는 유혹의 소리에 어떻게 저항할지를 역사에서 배우는 것뿐이다. _ 니얼 퍼거슨, <둠 : 재앙의 정치학> , p80/1246

니얼 퍼거슨 (Niall Ferguson, 1964 ~ )이 <둠 : 재앙의 정치학 Doom: The Politics of Catastrophe>에서 내린 결론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기에, 석학의 냉철한 현실 비판이나 코로나 19 이후 달라질 세상에 대한 전망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의 전공이 역사, 그 중에서도 금융사임을 생각한다면 절제된 저자의 주장에 오히려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니얼 퍼거슨이 <현금의 지배 The Cash Nexus>에서 보여준만큼의 통찰력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자신의 이전 저서들에 다룬 내용을 세 틀 - 회색 코뿔소, 검은 백조, 드래건 킹 - 로 다시 조명하면서 ‘전염병‘이라는 주제를 추가했다는 점에서 책의 의이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 내가 이야기했듯, 예측하기 쉬운 종류의 재난에 해당하는 ‘회색 코뿔소‘였던 것이 실제로 재난이 현실화되면서 사람들을 갑자기 경악으로 몰아넣는 ‘검은 백조‘로 변하는 것은 쉽게 발생하는 일이다. 하지만 ‘검은 백조‘가 ‘드래건 킹‘, 즉 상상을 뛰어넘는 수의 사망자를 낳는 역사적 재난으로까지 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_ 니얼 퍼거슨, <둠 : 재앙의 정치학> , p30/1246

사실 제1차 세계대전은 충분이 예측 가능한 ‘회색 코뿔소‘였다. 유럽 전체가 전쟁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생각해봤을 때 말이다. 그러나 막상 발발 당시 모든 사람들이 당혹스러워했다는 점을 보면 그 전쟁은 깜짝 놀랄 ‘검은 백조‘였고, 그것이 낳은 광범위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보자면 진정한 ‘드래건 킹‘이기도 했다. _ 니얼 퍼거슨, <둠 : 재앙의 정치학> , p418/1246

역사 속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예측된 사건들이 정치가들에 의해 무시되면서 위기가 생겨나고, 복잡계의 연결망으로 인해 큰 재난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이번 코로나 19나 가까운 시기에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1918)만이 아니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던져줄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교훈을 통해 우리가 전염병 변이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재난의 진화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는 온전히 우리의 몫임을 확인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선진국(우리나라를 비롯한)에서 자국의 안전만을 챙기기 위해 부스터샷을 하는 동안 1차 접종도 채 하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오미크론(omicron)과 같은 변이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또한, 우리가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현재는 과거의 연장이며, 우리가 사는 세계는 서로 분리할 수 없을만큼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것. 이것이 저자가 독자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역사의 교훈이 아닐런지.

세계 인구의 큰 부분이 백신을 맞지 못한 상태가 유지되는 한 새로운 유행과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 때문에 우리는 정기적으로 부스터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할 수 있고, 그 간격 또한 1년 이하가 될 수 있다. _ 니얼 퍼거슨, <둠 : 재앙의 정치학> , p29/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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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이 말하였다.
"제왕이 된 사람은 지극히 공정하고 사사로움이 없어야 하는 것이니, 그런 고로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 복종시킬 수가 있는 것이오."

"군주는 나라에 의지하고 나라는 백성들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백성들에게 각박하게 하여 군주를 받드는 것은 마치 살을 잘라서 배를 채우는 것과 같아서, 배는 부르지만 몸은 죽어가니 군주는 부유하지만 나라는 망한다. 그러므로 인군(人君)의 걱정거리는 밖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자신에게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무릇 군사란 이를 어거하는데 그 도를 얻는데 있는 것이지 숫자의 많음에 있지 않습니다. 폐하께서 그들 가운데 장대하고 건장한 사람을 뽑아서 도(道)를 가지고 이들을 다스린다면 천하에는 대적할 사람이 충분히 없게 될 것인데 왜 반드시 가늘고 약한 사람을 데려다가 허수(虛數)를 늘리려고 하십니까?"

무릇 예(禮)라는 것은 위엄을 갖춘 의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위엄을 갖춘 의식이 없다면 예는 시행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음악은 음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음성을 갖지 아니하면 음악은 나타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무릇 예악에는 근본적인 것이 있고 수식한 것도 있는데, 중화(中和)라는 것은 근본적인 것이고, 얼굴과 소리는 지엽적인 것이며, 이 두 가지는 한쪽을 폐지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신라(新羅), 백제(百濟), 고려(高麗) 세 나라가 묵은 원한관계를 갖고 있어서 서로 바꾸어가며 공격하였는데, 황상은 국자조교(國子助敎) 주자사(朱子奢)를 파견하여 가서 타일러서 지적하니, 세 나라가 모두 표문을 올려서 사죄하였다.

군주란 근원이고 신하란 흐르는 물줄기이니, 그 근원을 흐리게 하고 그 흐르는 물이 깨끗하기를 구하면 얻을 수 없는 것이오. 군주가 스스로 속이면서 어떻게 신하에게 곧게 될 것을 책임 지운다는 말이오?

옛말 사람이 이르기를, ‘예(禮)라, 예라고 말하는 것이 옥(玉)이나 비단을 말하는 것이랴! 음악, 음악이라고 하지만 종고(鐘鼓)를 말하는 것이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음악은 진실로 인화(人和)에 있는 것이지 성조(聲調)와 소리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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