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2 대우고전총서 20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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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333) (B390) 초월적 변증학은 완전히 선험적으로 어떤 인식들의 순수 이성으로부터의 유래와 그 대상이 경험적으로는 전혀 주어질 수 없으므로 전적으로 순수 지성 능력 밖에 있는 추리된 개념들의 유래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p555) <순수 이성 비판 2> 中


  (A298) (B355)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초월적 가상은 주관적 원칙들에 근거하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을 객관적인 것으로 슬쩍 바꿔치기 하는,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환상이니 말이다.(p527) <순수 이성 비판 2> 中


 <순수 이성 비판2 Kritik der reinen Vernuft 2>에서는 초월적 변증학과 초월적 방법론이 다루어진다. 여기에서 변증학은 '가상의 논리학'이며, 초월적 가상을 의미하는데, 칸트에 의하면 초월적 가상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는 가상이 '원리들의 능력'인 이성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칸트는 <순수이성비판 2>에서 초월적 변증학을 통해 인간 이성에서 항상 제거될 필요가 있는 환상을 밝혀낸다.


 (A334) (B391) 무릇 모든 순수한 개념들 일반은 표상들의 종합적 통일과 상관하지만, 순수 이성의 개념들은 모든 조건들 일반의 무조건적인 종합적 통일에 상관한다. 따라서 모든 초월적 이념들은 세 부류로 나위는데, 그 가운데 첫째의 것은 사고하는 주관[주체]의 절대적(무조건적) 통일이고, 둘째의 것은 현상의 조건들의 계열의 절대적 통일이며, 셋째는 사고 일반의 모든 대상들의 조건의 절대적 통일을 내용으로 갖는다. 사고하는 주체는 영혼론[심리학]의 대상이고, 현상들의 총합(곧, 세계)은 우주론의 대상이며, 사고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최상 조건을 함유하는 사물(곧, 존재자 중의 존재자)은 신학[신이론]의 대상이다.(p555) <순수 이성 비판 2> 中


 칸트는 초월적 변증학을 통해 영혼의 불사성, 자유의 자기원인, 신이라는 이념이 결국은 이성(원리들의 능력) 자신의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히는데, 이는 우리의 인식이 결코 우리 자신의 경험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칸트는 이와 같이 초월적 변증론을 통해서 초월적 분석론에서 설명한 인간 인식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하지만, 동시에 다른 이성의 가능성도 열어 놓는다. 그것은 '자유'다.


  (A702)(B730) 무릇 모든 인간의 인식은 직관들로부터 시작하여, 거기서부터 개념들로 나가고, 이념들로써 끝맺는다. 비록 인간의 인식은 이 모든 세 요소들에 대해, 일견 모든 경험의 한계들을 거부하는 듯이 보이는 선험적인 인식원천들을 가진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완성된 비판은 모든 이성이 사변적 사용에서 이 요소들을 가지고 결코 가능한 경험의 분야를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을 확신토록 한다. 또 이 최상의 인식능력의 본래 사명은 통일의 모든 가능한 원리들을 따라 자연을 가장 내면적인 데까지 추구해 가되, 그것을 벗어나면 우리에게는 공허한 공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경험의 한계를 결코 비월하지 않기 위해 그 모든 방법들과 원칙들을 사용할 뿐이라는 것을 확신토록 한다. 우리의 인식을 현실적 경험을 넘어서 확장할 수 있는 있는 모든 명제들에 대한 비판적 연구가 초월적 분석학에서 우리를 충분히 확신시켰는데, 그런 명제들은 결코 가능한 경험 이상의 어떤 것으로 이끌 수 없다.(p855) <순수 이성 비판 2> 中 


 칸트는 순수 이성의 이율배반에서 '자유의 원인성'에 대한 여지를 남기면서 이성에 자유를 부여하고, 인간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기존의 기독교 질서에서 벗어난 계몽주의(啓蒙主義 enlightenment)로 가는 길을 열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5 ~ BC 323)의 원인론에 기반한 스콜라(schola) 철학의 논리적 오류를 밝혀 이를 극복했다는 것에서 칸트 철학의 의의를 발견하게 된다. 


  (A450)(B478) 사람들은, 세계에서 사물들의 상태는 언제나 선행하는 것이므로, 세계에서 순차적인 계열은 단지 비교적인 시초를 가질 수 있을 뿐, 그러니까 세계 행정에서 계열의 절대적인 시초가 가능하지 않다는 오해에 매여서는 안 된다. (예컨대) 만약 내가 지금 완전히 자유롭게, 자연 원인들의 필연적인 어떠한 영향도 없이, 나의 의자에서 일어선다면, 시간상으로 볼 때 이 사건은 단지 선행하는 계열의 계속이지만, 이 사건에서 무한히 계속될 자연적 잇따름을 갖는 새로운 계열이 절대적으로 시작된다. 왜냐하면, [의자에서 일어서겠다는] 결심과 [일어서는] 행위는 순전한 자연 작용들의 연속 중에는 전혀 들어 있는 것이 아니며, 자연 작용들의 순전한 계속이 아니기 때문이다.(p660) <순수 이성 비판 2> 中 


 (A533)(B561) 자유라는 말은 우주론적 의미에서는 한 상태를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능력을 뜻한다. 자유의 원인성은 자연법칙에 따라서 다시금 그것을 시간상에서 규정한 다른 또 하나의 원인 아래에 종속하지 않는다.이런 의미에서의 자유는 순수한 초월적 이념으로서, 그것은 첫째로 경험에서 빌려온 것을 아무것도 함유하고 있지 않으며, 둘째로 그것의 대상은 어떠한 경험에서도 일정하게 주어질 수가 없다.(p724)... 실천적 의미에서 자유란 감성의 충동에 의한 강요로부터의 의사의 독립을 말한다. 왜냐하면, 의사는 정념적(감성의 운동인에 의해)으로 촉발되는 한에서는 감성적이고, 그것이 정념적으로 어쩔 수 없게 될 수 있을 적에는 동물적(動物的 意思)이라 일컬어지니 말이다. 인간의 의사는 感受的 意思이기는 하지만, 動物的이지는 않고, 自由롭다. 왜냐하면 감성이 그 활동을 필연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게는 감성적 충동에 의한 강요로부터 독립해서 자기로부터(스스로) 규정하는 능력이 내재해 있으니 말이다.(p725) <순수 이성 비판 2> 中 


 칸트는 초월적 변증론에 이어 초월적 방법론에서 자신이 제시한 진정한 형이상학을 세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순수 이성의 훈육, 규준, 건축술, 역사로 이어지는 칸트의 초월적 방법론을 통해 우리는 도덕에 기반한 형이상학의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된다.


 (A798)(B826) 이성이 이 최종 목적에 도달하건 못하건, 그것에 대해서 다른 모든 목적들은 단지 수단 가치만을 갖는다. 이 최고의 목적들은 이성의 자연본성에 따라, 어떤 보다 상위의 관심에 종속하지 않은 인간성의 관심이 통합되도록 촉진하기 위해, 다시금 통일성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이성의 사변이 초월적 사용에서 마침내 귀착하는 궁극의도는 세 가지 대상, 곧 의지의 자유, 영혼의 불사성, 그리고 신의 현존에 관한 것이다. [첫째로,] 의지는 자유로울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이것은 우리 의욕의 예지적 원인에만 관계할 수 있다... 둘째로, 영혼의 정신적 자연본성이 통찰될 수 있다 해도, 그것에서 이생의 현상들에 대한 어떤 설명근거를 기대할 수도 없고, 미래 상태의 특수한 성질에 대해 기대할 수도 없다.(p928)... 셋째로, 최고 예지자의 현존이 설령 증명되어 있다 해도, 우리가 그로부터 세계설비와 질서에서 합목적적인 면을 일반적으로 이해는 하겠지만, 결코 그로부터 여느 특수한 시설과 질서를 도출할 권한이 없으며, 이런 것이 지각되지 않는 곳에서는 그런 것을 대담하게 추론할 권한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세 핵심 명제들이 우리의 앎에는 전혀 필요치 않으면서도 우리 이성에 의해 절실하게 추천되는 것이라면, 그것들의 중요성은 실로 본래 오로지 실천적인 것에 관계해야 하는 것이다. (p929) <순수 이성 비판 2> 中


 (A800)(B828) 자유에 의해 가능한 모든 것은 실천적이다. 우리의 자유로운 의사를 행사하는 조건들이 경험적이면, 이성은 그 때 규제적 사용 외에 다른 것은 가질 수 없으며, 오로지 경험적 법칙들의 통일을 이루는 데만 쓰일 수 있다. (p929) <순수 이성 비판 2> 中


  칸트는 기존 형이상학의 세 대상 중 영혼과 신에 대해 인식할 수 없음을 말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의지는 일정한 조건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로부터 '실천적인 자유' 안에서 도덕 법칙을 찾아내서 자신의 도덕철학을 세우게 된다. <판단력 비판>의 주제이기도 한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라는 질문과 답을 통해 칸트는 우리가 윤리적으로 행위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A805)(B833) 나의 이성의 모든 관심(즉 사변적 관심 및 실천적 관심)은 다음의 세 물음으로 통합된다. 1.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2. 나는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 3.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첫째 물음은 순전히 사변적이다.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해 가능한 모든 답변들을 남김없이 파헤쳤으며, 마침내 이성이 충족할 수밖에 없고, 만약 이성이 실천적인 것을 주목하지 않는다면, 또한 만족할 이유도 갖게 되는 답변을 발견하였다.(p933)... 둘째 물음은 순전히 실천적이다. 이 물음은 실천적인 것으로서 순수이성에 속하기는 하나, 그럼에도 초월적이지는 않고 도덕적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우리 비판 그 자체에게 일거리일 수는 없다... 셋째 물음, 곧, '무릇 내가 행해야 할 것을 행한다면, 나는 그 때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라는 물음은 실천적이면서 동시에 이론적이다. 그래서 실천적인 것은 단지 이론적인 물음의 답변을 위한 실마리로서, 만약 이 물음이 높이 올라가면, 사변적 물음에까지 이른다.(p934) <순수 이성 비판 2> 中 


 (A807)(B835) 도덕적 통일이 가능해야만 한다. 이성의 사변적 원리들에 따르는 체계적 자연통일이 증명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릇 이성은 자유 일반과 관련해서는 원인성을 갖지만 전체 자연과 관련해서는 원인성을 갖지 못하며, 도덕적 이성원리들은 자유로운 행위들을 산출할 수 있지만, 자연법칙들을 산출할 수는 없다.  (A808)(B836) 이에 따라 순수 이성의 원리들은 그 실천적, 특히 도덕적 사용에서 객관적 실재성을 갖는다.(p936) <순수 이성 비판 2> 中 


 칸트는 <순수 이성 비판 2>에서 이처럼 기존 형이상학의 세 대상(영혼, 우주, 신)에 대해 정립과 반정립을 사용한 초월적 변증론을 통해 기존 형이상학의 문제점을 밝히고, 초월적 방법론을 통해 자신이 제시한 형이상학의 체계를 '도덕철학'을 기반으로 세운다. <순수 이성 비판 2>의 전체적인 흐름은 위와 같이 흘러간다는 사실은 크게 정리할 수 있었지만, 이 안에 담긴 내용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철학자들의 주장과 비교하는 페이퍼나 리뷰를 통해 보완하기로 하고, 부족한 이번 리뷰는 이만 줄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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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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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자는 책을 덮고 혼자 중얼거렸어요. '작은 생쥐가 밀림의 왕인 나를 구해줄 수 있다니... 이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야.'(p10)... "세상은 한 번도 생각 못한 일로 가득한 곳이잖아요!" 생쥐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어요.(p174)


 <사자와 생쥐가 한번도 생각 못 한 것들>은 말 그대로 한번도 생각 못 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사자와 생쥐가 친구가 되고, 기대와는 다르게 생긴 바다사자를 만나고, 나무꾼과 막내선녀가 결혼을 하고, 강쇠라는 나쁜 친구를 만나 결혼 생활이 위기에 빠졌다가 다시 하늘 나라에서 만나게 되는 작품 안의 모든 이야기들은 이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우리 생각대로 살아질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생각도 못한 것들'은 그렇게 특별한 사건만은 아니다. 작가는 평범한 '생각도 못한 것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롭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혼자 빨리 가는 것보다 함께 다리를 묶고 천천히 멀리 가기를 택하겠다. 함께 다리를 묶고 걸으며 겪은 경험들이 나를 풍부하게 성장시켰으니 말이다. 함께 다리 묶고 걸은 지 삼십 년이 넘어서 이제 진심의 꽃 한 송이 피웠다. - 작가의 말 -


 작가는 어쩌면 특별하지 않을 사건 중 '결혼'이라는 남녀간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내용에 담아냈다. 작품 속에서는 두 친구와 한 부부가 나온다. 사자와 생쥐, 나무꾼과 선녀. 이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서로 닮은 점을 찾기 어렵지만, 우정과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다. 동시에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우정과 사랑은 결혼생활에서 두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기도 하다.


 "나무꾼님이 하늘 공주인 나보다 부족해 보이나요? 천만에요! 그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걸요... 그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그와 함께 있을 때 나는 평안을 느끼는걸요... 그는 나를 가장 나답게 빛나게 해줘요." 막내 선녀가 두 손을 모으고 행복한 듯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p92)


 나무꾼을 향한 막내선녀의 이야기는 신혼 초기의 설레임을 안고 있는 새댁의 모습에 다름아니다. 반면, 사자와 생쥐의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신혼에서 벗어나 현실을 살아가는 현실 부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연애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안고 결혼 생활을 시작하지만, 삶에서 오는 여러 상황들은 사랑의 다른 모습을 필요로 한다. 누군가는 결혼을 통해 사랑이 변한다고 하지만, 결혼생활을 해 본 이들은 우정 역시 결혼 생활에 필요한 감정임을 느낄 것이다.(나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생쥐는 사자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요. 사자는 생쥐가 여기저기 검은 씨앗 같은 똥을 흘리고 다녀 지저분하다고 으르렁대기도 해요. 생쥐는 편식하면 안 된다고 사자에게 야채를 먹으라고 잔소리를 늘어놓고, 사자는 근육을 키워야 한다며 생쥐에게 억지로 고기를 권하죠. 그렇게 해가 뜨고 달이 지고.... 끝없이 서로서로 바뀌길 바라며 사자와 생쥐는 티격태격합니다. 그러다가, 오늘도 사자와 생쥐는 서로 부둥켜안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며 달콤한 잠에 빠져듭니다.(p17)


 사랑과 우정. 예전에는 사랑과 우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결혼을 통해 이들 모두가 필요한 감정임을 배우게 된다. 때로는 배우자로서, 때로는 친구처럼 서로 다른 모습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동반자. 작가는 이러한 알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함께 하는 부부의 모습을 사자와 생쥐, 나무꾼과 선녀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다시 처음처럼 사자와 생쥐, 그리고 바다사자는 작은 배를 타고 해가 떨어지는 바다 끝을 향해 노를 저어 나아갔어요.(p174)


 <사자와 생쥐가 한번도 생각 못 한 것들>에는 이러한 사랑과 우정 이외에도 삶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만, 이러한 이야기들이 옥황상제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제시되기에 마치 과거 국민학교의 월요일 조회시간의 교장선생님 훈화처럼 다가온다는 부분은 아쉽게 느껴진다. 인생의 교훈을 여행 안에 담으려는 작가의 뜻을 이해하면서도 다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다소 껄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자와 생쥐가 한번도 생각 못 한 것들> 결혼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어른을 대상으로 한 좋은 동화라 생각한다. 때맞침 둘이서 만나 하나가 된다는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의미있는 독서가 되었다. 좋은 책을 알려주신 이웃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리뷰를 갈무리한다.


 PS. 사랑(正)과 우정(反)의 완성은 결혼(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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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8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9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수이성비판 2 대우고전총서 20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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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안의 이성(理性)이 비록 플라톤의 데미우르고스(Demiurgos)와 같이 외부세계를 창조하는 힘은 없지만, 실천적인 힘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도덕적으로 이끌며,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이 한 걸음씩 나아질 수 있다는 칸트의 말이 담긴 이 한 문장에서 좀처럼 눈을 떼기 힘들다. 이 문장에서 '답은 네 자신이 이미 다 가지고 있고, 넌 할 수 있어.'라는 위안을 받는다. 21세기에도 칸트의 이 말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18세기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어떠한 충격을 받았을까. 이성에 의한 인간 해방을 실감한다. 또한, 자칫  엄격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철학자의 논증을 통해 우리가 성령(聖靈) 또는 불심(佛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무엇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마치 '뜨거운 얼음'을 만진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그래서, 만약 <순수 이성 비판>에서 인상깊은 한 문장을 고른다면 다음 문장을 고르고 싶다.(엄밀하게는 한 문단이지만)


 더 나아가, 우리가 신(神, God)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호모 데우스(Homo Deus)가 되기보다, 자신 안에 잠재된 신성(神性)을 깨닫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는 사실과 문장 안에서 칸트의 인간사랑을 깊이 느끼게 된다. 다만, 이 격려를 깨닫기 위해 논리적으로 찬찬히 설명해 주시는 쾨니히스베르크의 한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가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순수 이성 비판>을 읽으며 다른 한 편으로 수학에서 수식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게 된다. 수학의 공리를 말로 풀어쓸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 <순수 이성 비판>은 잘 보여준다. 이제 <순수 이성 비판> 초월적 변증론과 방법론도 마저 정리해야겠다...


(A569)(B597) 우리가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인간의 이성이 이념들뿐만 아니라 이상들도 함유하고, 이상들이 플라톤의 것들처럼 창조적인 힘을 가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규제적 원리들로서) 실천적인 힘을 가지며, 어떤 행위작용들의 완전성의 가능성의 기초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도덕적인 개념들은 그것들에 기초에 경험적인 어떤 것(쾌 또는 불쾌)이 놓여 있으므로, 전적으로 순수한 이성 개념들은 아니다.... 덕, 그리고 그것과 함께, 완전하게 순수한 인간의 지혜는 이념들이다... 이념이 규칙을 주는 것처럼, 이상은 그러한 경우에 모상을 일관되게 규정하는 원형으로 쓰이는데,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이 신적 인간의 태도 외에 우리 행위들의 다른 어떤 표준 척도를 가지지 않아, 이것을 가지고 우리를 비교하고 평가하며, 비록 결코 거기에 도달할 수는 없다 해도,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를 개선해 간다.(p752) <순수 이성 비판 2>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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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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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생각에는 일이 이렇게 된 거 같아. 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과 가게 뒷문의 우유 상자는 과거와 이어져 있어. 과거의 누군가가 그 시대의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넣으면, 현재의 지금 이곳으로 편지가 들어와. 거꾸로 이쪽에서 우유 상자에 편지를 넣어주면 과거의 우유 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p49)

나미야 잡화점의 우편함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타임 게이트(time gate)다. 이를 통해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이 하나로 연결된다.

˝나미야 씨, 제 고민을 들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편지에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저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p38)... 제 힘든 심정을 알아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어요.(p43)˝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연결시키지만, 여기에 담긴 대화의 요소들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현재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대의 마음을 들어주는 것, 경청임을 우리는 작품을 통해 알게된다.

˝이 여자가 그때의 상담자냐 아니냐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것은 그때의 내 답장이 정말로 옳은 답이었느냐는 것이지.˝(p190)

우리는 상대의 어려움에 대해 답과 해결책을 알려주려고 너무 애쓰는 것이 아닐까. 나의 대답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가보다 상대가 고민을 말하면서 정리를 할 수 있게끔 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p447)

과거와 현재,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이들 모두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공통된 것이리라. 누구도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불완전한 필멸의 인간이 이웃에게 줄 수 있는 진정한 조언은 개인 경험의 한계를 넘을 수 없는 현답이 아니라 상대의 이성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랑과 공감임을「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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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8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근대철학사: 데카르트에서 칸트까지
R.샤하트 지음 / 서광사 / 199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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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트 이후로  수많은  서구  철학은  여러  주제들에  관한  그의 주장에 대한  도전으로써  아니면  그의  철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측면으로써 그와 관계맺으려는 노력으로 간주될 수 있다. 칸트 이래로 형이상학은 결코 그 이전의 것과 같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인식론, 윤리학 및 미학에 관한 그 이후의 논의들에 미친 칸트의 영향은 상당히 컸다. 피히테와 헤겔로 시작되는 19 세기 대륙 철학은 칸트에 대한 지식 없이는 이해될 수 없다. 그리고 분석 철학이라고 일반적으로 불리는 오늘날의 영미 철학에서 이루어진 많은 것에 대해서도 그것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훗설과 같은 현상학자들 그리고 하이데거와 사르트르 같은 실존 철학자들조차도 그에게서 영향을 크게 받았다. 요컨대 그는 근대 철학사에서 중추적인 인물이라고 정당하게 말할 수 있다. (p284)


 근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잘 정리한 R. 샤하트의 <근대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단연 칸트다. 저자가 말한 칸트에 대한 다음의 소개는 서양 철학에서 칸트의 위치를 잘 설명한다. 서양 역사에서 로마제국이 역사의 호수라면, 서양 철학사에서 칸트는 서양철학의 로마라 할 것이다...

여기서 고찰된 다른 철학자들(데카르트, 라이프니츠, 스피노자, 로크, 버클리, 흄 등)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근대 철학사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불완전할 것이다. 그러나 칸트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더는 근대 철학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조차 없다.(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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