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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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생각에는 일이 이렇게 된 거 같아. 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과 가게 뒷문의 우유 상자는 과거와 이어져 있어. 과거의 누군가가 그 시대의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넣으면, 현재의 지금 이곳으로 편지가 들어와. 거꾸로 이쪽에서 우유 상자에 편지를 넣어주면 과거의 우유 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p49)

나미야 잡화점의 우편함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타임 게이트(time gate)다. 이를 통해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이 하나로 연결된다.

˝나미야 씨, 제 고민을 들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편지에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저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p38)... 제 힘든 심정을 알아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어요.(p43)˝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연결시키지만, 여기에 담긴 대화의 요소들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현재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대의 마음을 들어주는 것, 경청임을 우리는 작품을 통해 알게된다.

˝이 여자가 그때의 상담자냐 아니냐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것은 그때의 내 답장이 정말로 옳은 답이었느냐는 것이지.˝(p190)

우리는 상대의 어려움에 대해 답과 해결책을 알려주려고 너무 애쓰는 것이 아닐까. 나의 대답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가보다 상대가 고민을 말하면서 정리를 할 수 있게끔 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p447)

과거와 현재,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이들 모두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공통된 것이리라. 누구도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불완전한 필멸의 인간이 이웃에게 줄 수 있는 진정한 조언은 개인 경험의 한계를 넘을 수 없는 현답이 아니라 상대의 이성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랑과 공감임을「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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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 2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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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 2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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