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2 대우고전총서 20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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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안의 이성(理性)이 비록 플라톤의 데미우르고스(Demiurgos)와 같이 외부세계를 창조하는 힘은 없지만, 실천적인 힘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도덕적으로 이끌며,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이 한 걸음씩 나아질 수 있다는 칸트의 말이 담긴 이 한 문장에서 좀처럼 눈을 떼기 힘들다. 이 문장에서 '답은 네 자신이 이미 다 가지고 있고, 넌 할 수 있어.'라는 위안을 받는다. 21세기에도 칸트의 이 말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18세기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어떠한 충격을 받았을까. 이성에 의한 인간 해방을 실감한다. 또한, 자칫  엄격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철학자의 논증을 통해 우리가 성령(聖靈) 또는 불심(佛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무엇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마치 '뜨거운 얼음'을 만진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그래서, 만약 <순수 이성 비판>에서 인상깊은 한 문장을 고른다면 다음 문장을 고르고 싶다.(엄밀하게는 한 문단이지만)


 더 나아가, 우리가 신(神, God)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호모 데우스(Homo Deus)가 되기보다, 자신 안에 잠재된 신성(神性)을 깨닫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는 사실과 문장 안에서 칸트의 인간사랑을 깊이 느끼게 된다. 다만, 이 격려를 깨닫기 위해 논리적으로 찬찬히 설명해 주시는 쾨니히스베르크의 한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가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순수 이성 비판>을 읽으며 다른 한 편으로 수학에서 수식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게 된다. 수학의 공리를 말로 풀어쓸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 <순수 이성 비판>은 잘 보여준다. 이제 <순수 이성 비판> 초월적 변증론과 방법론도 마저 정리해야겠다...


(A569)(B597) 우리가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인간의 이성이 이념들뿐만 아니라 이상들도 함유하고, 이상들이 플라톤의 것들처럼 창조적인 힘을 가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규제적 원리들로서) 실천적인 힘을 가지며, 어떤 행위작용들의 완전성의 가능성의 기초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도덕적인 개념들은 그것들에 기초에 경험적인 어떤 것(쾌 또는 불쾌)이 놓여 있으므로, 전적으로 순수한 이성 개념들은 아니다.... 덕, 그리고 그것과 함께, 완전하게 순수한 인간의 지혜는 이념들이다... 이념이 규칙을 주는 것처럼, 이상은 그러한 경우에 모상을 일관되게 규정하는 원형으로 쓰이는데,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이 신적 인간의 태도 외에 우리 행위들의 다른 어떤 표준 척도를 가지지 않아, 이것을 가지고 우리를 비교하고 평가하며, 비록 결코 거기에 도달할 수는 없다 해도,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를 개선해 간다.(p752) <순수 이성 비판 2>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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