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 아카넷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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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지금 고려해야 할 것은 2012년과 2013년의 기본적 가정과는 달리 위기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위기의 반복이 아닌 위기의 돌연변이와 전이(轉移)다. 2007년에서 2012년까지 이어진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는 2013년과 2017년 사이에 냉전시대 질서 이후의 포괄적인 정치적, 지정학적 위기로 변모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명백한 정치적 의미를 감출 수가 없다._애덤 투즈, <붕괴> , p47


 애덤 투즈(Adam Tooze)의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꾸었는가 Crashed: How a Decade of Financial Crises Changed the World>는 2008년 미국발  금융공황의 시작과 확산과 진정 국면으로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담은 책이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세계적인 금융공황의 원인과 전개과정을 서술한 책들이 있는데, 이들 중 이 책을 선택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갖는 장점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정치문제의 뿌리가 금융위기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힌다는 점이라 여겨진다. 


 "전체의" 이해관계를 위협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현재는 제한이 없는 거대 정부가 지배하는 시대로, 합법적 지배 구조보다는 군사 작전이나 응급 처방과 같이 대규모의 행정적 조치나 개입이 이뤄지는 시기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꼭 필요했지만 대단히 당혹스러운 진실도 밝혀지는데, 1970년대 이후 경제정책의 전반적인 개선과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건 바로 정부의 개입 덕분이었다는 사실이다. 현대 화폐 시스템이 정치적 개입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_애덤 투즈, <붕괴> , p33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전 세계적인 협조체제가 가동되었지만, 이를 결정하는 최고 의사 기구는 국가(國家)였다. 각 국의 중앙은행이 금융정책을, 각 국의 정부가 재정정책을 수행하면서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는 세계공화국의 모습을 보였으나, 정치적으로 서로 다른 나라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맞부딪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전쟁은 파괴와 함께 엄청난 규모의 유효수요(有效需要)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케인지안의 방식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는 이들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일어나는 지정학적 위기의 싹은 사실 이때부터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영국에서 보다 악화된 소득분배와 경제 불평등은 소외된 계층의 극우화를 이끌었으며, 그 결과 2016년 트럼프(Donald John Trump, 1946 ~ )의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Brexit)가 만들어졌다. 브렉시트의 경우에는 소외계층 문제 외에도 유럽(EU)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려는 영국 금융기업들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는 점에서 보다 경제적인 면이 부각된 사건이라 하겠다.


 사회적 개선을 위한 방안들은 결국 미국 사회의 더 큰 이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가진 것을 더 내어주려는 의식 있는 부자들에 의해서 실행에 옮겨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 밑바닥에 있는 소외계층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것이 없었다.(p638)... 불평등은 "총체적"인 문제이며 "시스템"이 보통의 미국 노동자 계층에 불리하게 조작되어 있다는 가정은 피해망상이 아닌 현실적 결론이라는 사실 또한 알았다. 미국 좌파들이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중도파 진보주의자들과 갈라선 것도 이런 급진적인 회의주의 때문이었다._애덤 투즈, <붕괴> , p639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영국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유럽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은 점점 악화되어갔다.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의 묵인하에 급격하게 수가 늘어난 동유럽 이민자들은 노동당 정부를 공격할 아주 확실한 구실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한편, 영국의 편향된 경제성장은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더해주었는데, 2010~2014년 영국의 건설이나 제조업 같은 생산 분야는 침체기에 들어섰지만 같은 시기 금융업은 12.4퍼센트나 성장했다._애덤 투즈, <붕괴> , p752


  최근 불거진 미-중 갈등 구도를 많은 경우 급부상하는 중국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의 제재로 인식되지만, <붕괴>에서는 여러한 이유외에 미국이 중국의 역할을 뺏어와야 할 당위성을 제기한다. 소외계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후화된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했던 미국은 '세계 공장'의 위치를 중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찾아와야 할 상황이었고, 이러한 구도 속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바라본다. 결과적으로 '미-중' 갈등은 여러모로 예정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래리 서머스는 적어도 지난 20여 년 동안의 미국 경제성장이 취약한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단지 "보통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금융 거품에 의존해왔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투자 부족 타계를 위해 래리 서머스가 주장한 방식은 새로운 정부 행동주의의 시대다. 물론 이런 면에서 미국이 중국과 겨룰 수는 없으며 적절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대규모 공공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절적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은 분명했다._애덤 투즈, <붕괴> , p632


 2011년 미국 재무부와 무역대표부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압박해 더 넓게 확대된 교역 및 투자 협정이 아시아의 주요 경제대국들과 함께 할 것을 종용했다. 여기에 중국은 제외되었는데, 이의 진짜 목적은 중국의 급상승하는 국력과 균형을 이룰 수 있을 정도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p674)...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일본과 베트남을 미국이 생각하는 지리경제학적 동맹체제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대단히 손쉬운 일이었다. 이들 국가가 중국을 막아내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다만 미국이 아시아에서 이런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면 해당 지역에서의 상황이 복잡해지는 동시에 갈등을 부추길 위험이 있었고 그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았다._애덤 투즈, <붕괴> , p674


 다만, 이러한 미국의 중국 제재는 EU로부터 적극적인 반응을 끌어내지는 못했는데, 이는 EU와 중국이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을 통해 굳건한 동맹을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곧 EU-중국의 굳건한 유대가 깨지게 되는데, 이는 외환 위기를 맞은 그리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이를 저지한 독일의 갈등 때문이다. 이미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EU-중국의 관계는 같은 시기 발생한 우크라니아를 둘러싼 EU/IMF - 러시아의 갈등을 계기로 더 악화되고 만다.


 만일 (그리스가) 미국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면 세계 경제의 새로운 거인인 중국은 어떨까? 중국은 지중해 동부지역을 유라시아 일대일로(一帶一路) 물류 네트워크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으로 보고 있었다. 또한 이미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에 대해서도 논란이 될 정도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p725)...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중국으로부터 추가로 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에 대해 열심히 알아봤지만, 결국 중국이 약속한  채권 매입은 실행되지 못했다. 중국이 한 걸음 물러난 건 그리스 위기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결코 환영할 수 없다는 독일의 입장이 정확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_애덤 투즈, <붕괴> , p726


 경제 위기 이후 극심한 경제불황에 시달리던 우크라니아, 아르메니아가 對EU 친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정학적 이익'과 '지경학적 이익'을 동일시하는 러시아와 EU는 크림반도의 이권을 두고 부딪히면서 러시아는 다시 서구 세계와 등을 지게 되었다. 이와 함께 이미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중국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1960년대 이후 구(舊)공산권의 2대 강국이었던 러시아-중국의 협력이 보다 명확하게 되었다는 것이 <붕괴>의 설명이다. 그리고, 중국-러시아의 굳건한 동맹을 서구 세계에 선포하는 그 자리가 2015년 중국 전승절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사열을 받는 우리 대통령의 모습을 서구 세계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을까를 이해하는 것은 이제 그닥 어렵지 않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전승절 참석 대가로 2016년 사드를 받아야만 했다.


 우크라이나를 서방측으로 떠민 것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봉기였으며 2014년 6월 새로운 대통령 포로셴코가 합의한 유럽연합 협약은 2017년 7월 마침내 정식으로 비준되었다. 서방측은 우크라이나가 붕괴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지만 위기에서 완전히 구해주지도 않았다.(p703)... 러시아와 중국 모두에게 지금 중요한 건 비단 경제 문제만은 아니었다. 다극성의 세계를 확인하고 국제적인 역학관계를 재설정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했다. 21세기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건 기존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국가들이 아니라 아시아의 신흥 강국과 그 동맹국들이었다. 2015년 각국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의 참석자 명단이 갖는 상징성은 쉽게 무시할 수 없었다. 이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는 새로운 관계가 구축되고 있었고 이 관계를 통해 유라시아의 정세가 새롭게 바뀔 수도 있었다._애덤 투즈, <붕괴> , p705


 이상의 분석에서 처럼 애덤 투즈의 <붕괴>는 금융위기가 가져온 국제정치의 변화를 잘 설명한다. 책에서 서술된 적절한 분석을 통해 현재의 지정학적 갈등이 단순히 민족주의나 우발적인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각자의 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행해진 결과물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향후 합리적 예측과 바람직한 행동에 도움이 될 것임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붕괴>는 이런 점에서 왜 우리가 2008년의 위기를 올바르게 바라봐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라 여겨진다.

사회적 개선을 위한 방안들은 결국 미국 사회의 더 큰 이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가진 것을 더 내어주려는 의식 있는 부자들에 의해서 실행에 옮겨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 밑바닥에 있는 소외계층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것이 없었다... 불평등은 "총체적"인 문제이며 "시스템"이 보통의 미국 노동자 계층에 불리하게 조작되어 있다는 가정은 피해망상이 아닌 현실적 결론이라는 사실 또한 알았다. 미국 좌파들이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중도파 진보주의자들과 갈라선 것도 이런 급진적인 회의주의 때문이었다. - P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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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21-06-23 15: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인류는 경제 거품( 또는 위기)의 문제를 전쟁으로 해결했죠.(제 의견) 과연 전쟁이 아닌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고, 전쟁으로 해결하다면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는 인류의 愚昧함을 보여 주겠죠.

겨울호랑이 2021-06-23 16:02   좋아요 2 | URL
마립간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많은 경우 침몰하는 배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이의 구명조끼를 빼앗아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해왔음을 봅니다. 어쩌면 빼앗기 위해 위기를 조장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력과 강제에 의해 소수의 사람들만 살아남은 것이 오늘날까지 적용되는 질서라 여겨집니다. 몸에 생긴 통증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듯, 위기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이 함께 일어날 때 누군가 말하는 ‘후천개벽‘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마립간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
 

폐하께서는 마땅히 요(堯)·순(舜)·우(禹)·탕(湯)·문(文)·무(武)를 법칙으로 삼아야 하고, 하나라의 걸임금·은나라의 주임금·초나라의 영왕·진나라의 시황을 깊은 교훈으로 삼으시고, 이에 스스로 놀고 즐기면서 오직 궁실과 대관을 장식하게 되면 반드시 전복되고 위태롭고 멸망하는 화가 있게 될 것입니다.
군주는 머리이며, 신하는 팔과 다리이니 살아남아 있느냐 망해버리느냐가 한 몸과 같고, 얻고 잃는 것도 같이 하는 것입니다.(18/82) - P18

"무릇 제왕이 도읍을 옮기고 성읍을 세우면서는 모두가 먼저 천지와 사직의 위치를 확정하고 공경하며 공손하게 이를 받드는 것입니다. 장차 궁실을 건축하려고 하면 종묘를 먼저 짓고, 마구간과 창고를 다음으로 세우고, 거실은 뒤에 가서 만들어야 합니다."(13/82) - P13

다른 사람의 위에 있는 사람이 지극히 공명하고 아주 밝으면 많은 아랫사람의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하는 것이 눈에 환하게 드러나게 되어 다시는 도망칠 곳이 없게 됩니다. 만약에 공정하지 못하고 밝지도 못하다면, 고과의 법은 오히려 구부려 사사롭게 하고 속이는 자료가 되기에 충분합니다.(42/82)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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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인민주권 정당론 클래식 1
E. E. 샤츠슈나이더 지음, 현재호.박수형 옮김 / 후마니타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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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 연구의 함의 가운데 하나는 인민이 너무 무식해서 여론조사원이 묻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답변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실패작이라는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은 이런 해석에 저항해야 한다.(p214)...  그 누구도 정부를 운영할 만큼 충분히 많은 지식을 가질 수는 없기에, 무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문가조차도 어느 한 분야에 관해서는 전부를 알고자 하면서도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일 뿐이다.(p217)... 문제는 1억8천만 명의 아리스토텔레스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운영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1억8천만 명의 보통 사람들로 구성된 정치 공동체를 어떻게 조직해야 이 공동체가 보통 사람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리더십, 조직, 대안 그리고 책임과 신뢰의 체계에 관한 문제이다._E.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p218


 E. E. 샤츠슈나이더 (Elmer Eric Schattschneider, 1892 ~ 1971)의 <절반의 인민주권 The Semisovereign People>에서 (미국) 민주주의 실패의 원인을 진단한다. 샤츠슈나이더에 의하면 현대 민주주의의 실패는 민중의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조직에서 생겨난다. 과거보다 전문화된 현대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 ~ 1519)와 같이 다방면에 걸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완전한 개인이 각자 자산의 분야를 가지고 생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들에게 고대 아테네 시민과 같은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실패의 원인을 돌리는 것이 과연 적절한 지적일까?  


 샤츠슈나이더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반론을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펼친다. 여기에서 저자는 '갈등'에 주목하는데, 그에 따르면 '갈등'은 부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문제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이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도록 강제하는 촉진제이기에, 여러 형태의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긍정적이고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이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정치의 역할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치는 어떻게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가? 저자는 미국의 정치 제도인 민주주의와 경제 제도인 자본주의를 통해 정치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정치의 핵심은 대중이 갈등의 확산에 참여하는 방식 및 대중과 갈등 간의 유동적인 관계를 관리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_E.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p44


 현대사회라면 어디에서나 무수히 많은 갈등이 잠재되어 있지만, 오직 몇몇 갈등만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갈등의 수를 줄이는 일은 정치가 수행하는 핵심적인 기능이다. 정치는 갈등들 간의 지배와 종속을 다룬다. 민주주의 사회가 존속할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잠재된 갈등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갈등은 매우 강력한 정치적 도구이기 때문에 모든 정치체제는 필연적으로 그것을 관리하고, 그것을 통해 통치하며, 그것을 변화, 성장, 통합의 도구로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 정치의 근본 전략은 갈등과 관련된 공공정책을 다루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_E.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p121


 샤츠슈나이더는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두 제도가 양립하기 위해서는 두 제도 사이의 긴장과 균형이 필요하며, 이러한 견제와 균형 속에서 대중에 의한 지배는 올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음을 말한다. 과거 서양의 역사 속에서 '로마'와 '카르타고'라는 두 강대국이 첨예한 대립을 했을 때, 북아프리카의 누미디아 왕국, 서유럽의 갈리아 지역, 지중해 연안의 마케도니아 왕국 등은 자치권과 독립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후 카르타고의 멸망 이후 급속하게 로마의 제국 아래 흡수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정치권력과 자본주의로 표현되는 경제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만들어 내는 여러 대안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대중에게 전달되고 이를 주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대의제 민주주의가 안착할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미국 사회의 기반이 되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합은 긴장을 전제로 한다. 이런 긴장은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라는 두 권력 체계의 권력이 매우 다른 원리를 통해 조직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증폭된다. 정치체제는 대체로 평등주의적이며,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수 數이다. 정치체제의 법과 전통에서 강조되는 바는 그 운영 과정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경제 체제는 배타적이다. 그것은 높은 수준의 불평등을 조장하고 권력의 집중화를 장려한다. 게다가 기업의 공적 책임이 제한적이라는 가정은 기업 활동의 자유와 같은 강한 독단적 교리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두 권력 체계의 편향성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_E.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p194


  많은 경우에 현 체제를 위협하는 외부 세력(불온한 공산주의자, 외계인 등등)에 대항하기 위해 '갈등'을 없어져야 할 요소로 규정하고, 현재 민주주의의 실패 원인을 대중의 무관심/무지로 돌리는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이 갖는 위험성은 '대중은 개/돼지와 같기 때문에, 이들이 자기 눈높이 만큼의 정치인과 정치수준을 갖는다'라는 명제를 합리화시킨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샤츠슈나이더는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명쾌하게 반박한다.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잘못된 작동 방식이 가져온 '실패'는 작동 방식의 변경으로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샤츠슈나이더의 분석이며, 이는 '갈등'의 적절한 조직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제시한 해결방안이고, 책 전반을 규정하는 큰 흐름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많은 경우 우리들은 '우리 내부'로부터 문제의 원인을 찾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번도 외부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스스로 끌어안고 좌절해온 것은 아니었을까. 샤츠슈나이더의 <절반의 인민주권>이 정치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것은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새로운 분석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리뷰를 정리한다...


 대중은 경쟁적인 권력 체계를 좋아한다. 대중은 민주주의와 높은 수준의 삶의 질 둘 다를 원하며, 체제 내 민주적 요소와 자본주의적 요소 사이의 역동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들 모두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은 자본주의를 규제할 만큼 충분히 강력한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기꺼이 자본주의 체제와 함꼐 살아가고자 노력할 것이다._E.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p198


어떤 민주주의 체제에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민의 주권을 이용 내지 활용하는 방식, 즉 대중이 결정하거나 지시할 만한 사안으로서 어떤 문제들을 어떻게 그들에게 제시할 것이며, 대안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그리고 대중의 한계를 어떤 방식으로 고려할 것인가에 있다. 좋은 민주주의 체제는 대중에게 불가능한 것을 하도록 요구하는 상황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한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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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길흉은 천명에 달린 것이며, 화복은 사람으로 말미암는 것이니, 이사를 하여서 편안함을 구한다는 것 역시 아무런 이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23/94) - P23

그러나 역시 괴이하게도 폐하께서는 근본적인 것을 잘 다스리지 않으시고 지엽적인 것을 근심하고 계십니다. 사람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하는 문제는 실제로 본성에 달렸습니다.(30/94) - P30

애초 제갈량이 한의 주군에게 표문을 올렸다.
"성도(成都)에는 뽕나무 800그루와 척박한 밭 15경(頃)이 있어서 자제들이 입고 먹는 데는 스스로 여유가 있습니다. 신은 별도로 살아가려고 척촌(尺寸)이라도 늘리지 아니하였습니다."(50/94) - P50

무릇 물이란 것은 지극히 평평한 것이므로 사악한 사람조차도 그곳에서 모범을 찾고, 거울이란 아주 밝게 비추는 것이므로 추한 사람도 화내기를 잊는다.

물과 거울이 사물을 끝까지 다 드러내지만 그에 대하여 원망하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사사로운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52/94)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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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병사를 줄이고 장군을 줄여서 상벌을 분명히 하고 허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며, 장래에 변통하는 도리를 찾아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비록 군사가 많다고 하여도 무슨 이익이 있겠소? 지금 이후로 나라에 충성하고 염려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다만 나의 부족한 것을 부지런히 공격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태는 안정시킬 수 있고 적도 죽일 수 있으며 발뒤꿈치를 들고 공로를 기다릴 수 있을 것이오.(16/70) - P16

서로 이르기를 ‘오늘날 세상에 어찌 잘 넘어가지 못할까를 걱정하는가? 단지 사람을 찾는 길이 부지런하지 않고, 벌려놓은 것이 넓지 않을까 하는 것뿐일세. 사람들은 어찌하여 그가 자기를 몰라줄까 걱정하겠는가? 다만 약으로 그들을 삼키기만 하면 유순하고 순조롭게 되네.’라고 합니다.(33/70)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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