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는 집단]과 [기관은 사람]이라는 이 두 개념적 은유는 세계의 많은 지역에 수천 년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많은 경우 법으로도 인정받았다. 로마법은 특정한 상업 기관과 종교 기관들을 목표, 자원, 기능, 책임, 특권 등 인간적 속성을 갖는 기관으로 인정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기관에 은유적으로 이런 인간적 속성을 부여한다. _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p219/446


 기업(企業)은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인격(人格)을 부여받고 회사법에 따라 법인(法人)으로 등록되고, 세금 납부 등 경제활동을 한다. 세금을 내지만 투표권을 가지지 못하는 정치적인 인격은 부여받지 못한 법인은 투표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 이렇게 본다면, 불공평하게 보이지만, 이들은 '후원'이라는 행사를 통해 선거에 자신의 이익을 '공약(公約)'으로 보장받고, 정치인을 키울 수 있으며, 여론을 형성할 막대한 힘을 갖는다. 우리의 '소신투표'가 잘 짜여진 프레임의 '추천권'에 의해 결정되는 의도적인 결과로 흐르는 것이 일상화된 오늘날 일론 머스크(Elon Reeve Musk, 1971 ~ ) 의 트위터 인수가 단순한 기업 인수로 보여지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한때, 일반인들에게 유용한 경제/경영 정보를 제공하던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어느 순간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삼성 경영 승계 도구로 전락했던 것처럼, 머스크 인수 후 비상장 전환 예정인 트위터가 극우들의 놀이터나 암호화폐 교환소로 전락하지 않길 바라게 된다...


 관련기사 :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1116348



 비록 기업이 여론조사나 투표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그 주주들이 자유로이 발언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기업은 '사람'으로서 자유로이 발언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은유, 즉 [발언은 돈(Speech as Money)]이 선거에 관여하기에 이르렀다. 후보자(진짜 사람)가 아니라 기업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지지하면서 말이다. 이는 '시민연합'을 향한 하나의 움직임이었다(p226).... 기업은 광범위한 측면에서 우리를 지배하며, 우리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_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p233/44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2-06-09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6-09 05:38   좋아요 0 | URL
종이달님 감사합니다
 

《서경(書經)》에 말하였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고 무리를 지음이 없으면 왕도(王道)는 호호탕탕하다.’ 또 말하였습니다. ‘큰 나라는 그 힘을 두려워하고, 작은 나라 그 덕을 품는다.’ 세종은 이에 가깝습니다.’

신 사마광이 말씀드립니다. 어떤 사람이 신에게 물었습니다. ‘오대(五代)의 제왕 가운데 당의 장종(莊宗)과 주(周)의 세종(世宗)은 모두가 영웅적인 무력을 가졌다고 칭찬하는데, 두 주군 가운데 누가 현명합니까?’ 신이 이에 응답하였습니다.
‘무릇 천자가 만국을 통치하는 까닭은 그들 가운데 복종하지 않는 것을 토벌하고, 그 중에 미약한 자를 어루만져주며 그 호령을 시행하며 그 법도를 하나로 하고, 신의(信義)를 두텁게 밝히며 억조나 되는 백성을 아울러 아끼는 것이다.’

왕박이 상소하였다. "예(禮)는 형체를 검사하는 것이고, 음악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인데, 형체는 밖에서 순리에 맡도록 하는 것이고, 마음은 안에서 평화롭게 하는 것이니, 그렇게 하고도 천하가 다스려지지 않는 것은 아직 없었습니다. 이리하여 예와 악이 위에서 닦아지면 만국은 아래에서 교화되니, 성인의 가르침은 엄숙하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그 정치는 엄격하지 않아도 잘 다스려진 것은 이 도를 사용한 것입니다. 무릇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서 생겨나고 소리는 물건에서 이루어지는데, 물건의 소리가 이미 이루어지면 다시 능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황제(黃帝)는 9촌(寸)이 되는 관(管, 관악기)을 불다가 황종(黃鐘)의 정성(正聲)을 찾아냈는데, 이를 반으로 하면 청성(淸聲)이 나고, 이를 배로 하면 원성(援聲)이 되며, 셋으로 나누어서 이것을 더하거나 덜어내어 12율(律)을 낳습니다. 12율이 돌아서 궁(宮)이 되어 7조(調)를 낳아서 1균(均)을 만듭니다. 무릇 12균·84조(調)가 되면 다 갖추어진 것입니다. 진(秦)이 만나서 학문을 없애는 일을 만나니 역대로 음악을 다루는 사람을 채용하는 일이 아주 적었습니다.

회남에 기근이 들어서 황상이 쌀을 그들에게 대여하라고 명령하였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백성들은 가난하여 아마도 갚을 수 없을까 걱정입니다." 황상이 말하였다.
"백성은 나의 자식인데 어찌 아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 아버지가 그들을 위하여 풀어주지 않겠는가? 어찌 그들에게 반드시 갚으라고 책임 지우려는데 있겠는가?"

종모는 기공(紀公) 이종선(李從善)과 함께 사절의 책임을 받들고 주에 갔었음으로 서로 두텁게 잘 알아서 당주에게 말하였다. "이종가는 덕이 가볍고 뜻이 나약하며 또 석씨(釋氏, 석가모니)를 지독하게 믿으니 인주(人主)의 재질이 아닙니다. 이종선은 과감하고 신중하니 의당 후사(後嗣)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당주는 이로 말미암아서 화가 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 보도를 쭉 이어가는 과정에서, 자연히 저널리스트로서 우리가 사건을 어떤 프레임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것, 명칭의 문제부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죠.

국가에 대한 실망이 표출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대표적인 레토릭이 ‘이게 나라냐’였지요. 이것은 국정개입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였고, 헌법수호라는 프레임으로 넘어갔습니다. 동시에 ‘이게 나라냐’와 ‘헌법수호’라는 프레임 속에서 ‘세월호 7시간’이라는 프레임이 등장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주체들이라고 할 수 있는 광장, 언론, 헌재(헌법재판소), 특검 등 네 집단을 한번에 모두 연결하는 아주 강력한 프레임이었죠. 아시다시피 ‘세월호 7시간’이 탄핵 사유로 인용되지는 않았지만, 인용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그 네 주체에게 가장 큰 압력으로 작용했던 프레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린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은 여러 세력 간에 일어난 프레임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언론, 특히 방송뉴스의 경우 각 방송마다 보도의 논조나 방향성에서 스펙트럼이 다양했죠.

대통령 차량이 이동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건 좋아요. 그러면 그때는 다른 얘기를 해도 되거든요. 예를 들어 이동하는 장면은 자료화면처럼 보여주면서 오늘 일정이라든가 국정운영에 대해 대선 전에 밝혔던 대통령의 계획을 말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식의 중요한 팩트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앵커가 기자한테 ‘저 경로를 택한 이유가 뭐냐’라고 물어보면 ‘직선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경호실에서 여러차례 검증된 도로를 택하는 거다, 신호 조작을 해서 몇분 만에 도착한다’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해요.

대형 사고나 큰 이벤트가 생기면, 항상 취재윤리를 염두에 두고 취재를 해야 한다고요. 당시 용어가 없었을 뿐이지 ‘기레기’라고 비난받을 상황이었던 건 마찬가지죠. 또 이런 것도 있어요. 기레기라고 하면 자사의 이익, 혹은 권력이나 광고주를 위해 기사를 쓰는 거죠. 독자를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요.

독자들이 봤을 때 뭔가 문제가 있다 싶으면 진보언론이든 보수언론이든 상관없이 바로 ‘기레기’라는 소리가 나와요. 기레기라는 단어가 한국 언론 전체를 상징하는, 굉장히 보편적인 용어가 된 거예요.

저는 출입처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사안이 불거지면 사실인지 확인부터 해야 하는데, 우리 출입처 시스템에서는 정당·정부부처에서 보도자료나 성명이 나오면 일단 무조건 써요. 거기에 대한 비판이나 반박이 있으면 그걸 또 쓰고요. 쓰고, 또 쓰고, 나중에 ‘공방’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서 내버려요.

말씀하신 것처럼 대선과 얽힌 이해관계가 각 언론사와 기자에게 있는 거예요. 자기가 출입하는 정당, 부처가 잘되어야 자기가 잘되거든요.

그리고 정치부는 정보 보고가 무척 중요해요. ‘유능한 기자’는 ‘정보 보고를 잘하는 기자’라고 할 정도로, 기삿감이 되든 안 되든 데스크에 보고를 많이 할수록 좋은 점수를 받아요. 청와대·여당의 정보를 윗선에 보고하는 게 기자들에게 중요한 일이 되는 거죠. 공영방송사에서는 고위 간부들이 보고를 받지만 일반 신문사나 민영언론사에서는 사주가 보거든요. 그래서 KBS·MBC보다 SBS 기자들이 훨씬 정보 보고도 많이 하고 잘해요. 조·중·동의 정보 보고 능력은 대단하죠. 기자들이 고급 정보에 가장 깊숙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청탁금지법을 강화할 필요는 있어요. 선거법을 위반하면 안 되니까 선거 때와 정권 초기에 몸을 사리고 있지만 기업 간부들의 접대는 아직 있고, 시간이 좀더 지나면 슬슬 구태가 다시 드러날 거라고 봅니다.

예전에는 신문 전체를 봤단 말이에요. 지금은 핸드폰으로 기사 하나만 보는 거예요. 그런데 전체 논조를 보려면 종이신문을 다 넘겨봐야 해요. 그러면 A면에 이런 기사가 실렸고 B면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고, 문재인은 이쪽에서 다루고 안희정이나 안철수는 저쪽 면에서 다루는 게 다 보이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에 특정 기사만 딱 올라오면 ‘어, 문재인 비판 기사인데 한겨레네. 이놈들 옛날 버릇 못 고치고 있어’라는 식으로 흘러가기 쉬워요.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기자들도 어느 순간 언론 기득권 체제에 순화되고 동화된 측면이 있어요. 출입처 체제에 굉장히 안주했잖아요.

‘우리 사회에 리영희 같은 기자가 없다, 젊은 기자들의 표상이 될 수 있는 기자가 없다’고 하죠. 손석희 씨는 조율을 굉장히 잘하고 공정함과 중립의 표상이기는 하지만 리영희 선생처럼 언론과 사회가 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분은 아니잖아요.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난 건가요?

요즘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등 진보언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커졌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한겨레에 집중되는 감이 있고요. 문제는 이 비판이 보수진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같은 진영에서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던 독자·수용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 여러 지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언어의 재구(reconstruction)는 전 세계 초기 농업 관련 지식과 관습이 어디서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밝혀내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한다. 이같은 언어학 연구는 많은 경우 고고학 자료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역사적 재구를 통해 발견한 자료가 쌓이면 과거의 어느 민족이 어떤 언어를 사용했는지를 밝혀낼 수 있다. 일단 그것이 밝혀지면 고고학자들이 탐구해야 할 지역, 새롭게 탐구해야 할 주제가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고고학의 새로운 과제도 설정된다. 게다가 차용어의 경로를  조사해보면 지식의전파 경로 또한 드러난다. 기원전 제7천년기에 염소와 양이라는 어휘가 초기 쿠시어파에서  나일 사하라어족으로 전파되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 P179

한국에서 벼농사가 본격화된 시기는 금속기 사용 및 견인 동물 우경(牛耕)과 관련이 있다.  이 모든 요소가 한꺼번에 ‘패키지‘로 도입된 시기가 민무늬토기 시대인데, 이 무렵 한반도 전역에 고인돌 거석 무덤이 확산되었다. 이는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편에서  매장지의 거석 기념물이 확산되던 것과 비교되는 현상이다. 서유럽에서 발달한 집단 무덤과 달리 한반도의 고인돌에는 한 사람만 묻혔다. 이는 당시 갈수록 강화되던 사회적 불평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 P279

초기 농업 공동체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기념비적 건축물이다. 유럽과 중국 지역의 도처에서 마을을 둘러 환호를 건설했고, 유럽의대서양 연안이나 한국 같은 경우는 거석(巨石)을 이용하여 무덤을 조성했다.  초기 농업 사회의 맥락에서 이러한 기념비적 건축물들은 노동의가치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강조하는 것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대규모 노동력을 동원함으로써 사회적 업적을 선언하는 의미가 있었다. 이같은 거대한 업적이 소규모 사회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더욱 주목을끈다. 이는 강력한 전통의 계승과 사회적 불평등을 지속하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건축물들은 공동체의 의무 유지를 강조하는 선언문같은 것으로 해석된다. 즉 가정 단위뿐 아니라 더 넓은 공동체의 이익을위해서도 노동력을 투자할 의무가 있다는 선언이었다.  - P291

야훼 숭배주의 모델에 따르면, 통치자는 농업 생산을 통제하고 상의하달 방식으로 권위를 행사한다. 의사 결정은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고도로 중앙 집중화된 차원에서 이루어졌고, 생산 수단과 방식은 명령에 따라 예속 노동자에게 의무로 부과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사례는 몇몇 극단적인 전제 군주 체제에서나 볼 수 있었을 뿐, 대부분의 초기 도시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다양한 차원에서 결정되었으며 권력 관계의 복잡한 연결망을 통해 협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도시라면 공통적으로 고민한 근본 문제가 있었다. 이 많은 인구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먹여 살릴 것인가? 관개 시설 이용이나 곡물 다양성 선택 같은 의사 결정을 제대로 했는지 파악하려면 기본적으로 운송 능력과 생산량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결정적 요인은 어떤 농업 시스템이든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 · 정치 · 경제적 의무 시스템이다. 그래서 의사 결정에 필요한 자연환경 요인, 기술적 요소, 사회적 제약을 검토해야 하고, 정보의 활용 능력이나 문화적 규범의 유연성이 다양한 요소들을 얼마나 강화했는지 혹은 얼마나 제한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 P3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의 발전의 핵심을 두 가지 들라면 첫째, 상부에서여러 도구가 발달한 것이고 둘째, 18세기에 여러 수단과 방법이 증가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는 어땠을까? 유럽과 가장 거리가 먼  경우는 중국으로서 이곳에서는 제국의 행정이 경제의 계서화를 가로막았다. 단지 효율성 있게 돌아가는 것은 하층의 읍 및 도시의 상점과 시장뿐이었다. 유럽과 가장 유사한 경우는 이슬람 권과 일본이다. 물론 우리는 세계적인 차원의 비교사를 다시시도해보아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문제들을 해결해주거나 아니면 적어도 정확하게 문제를 제기하도록 해줄 것이다.
- P184

내가 "경제 (economie)" — 또는 시장경제 — 라고 부른 것과
"자본주의(capitalisme)"라고 부른 것 사이의 영역 차이는 새로운 모습이 아니라 중세 이래 유럽에서 언제나  지속되던 상수(常數)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산업화 이전 시기의 모델에 세번째의 영역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비(非)경제라는 제일 아래층이다. 경제는 이곳을 부식토로 삼아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전체를 장악하고 있지는 못하다. 이 최하층은 거대하다. 이 위에 시장경제의 영역이 수평적으로 여러 다양한 시장과 연결을 늘려간다. 이곳에는 어느 정도의  자동성(automatisme)이 있어서 수요와 공급과 가격을 연결해준다. 마지막으로 이 시장경제라는 층의 옆에, 차라리 그 위에, 반(反)시장(contre - marché)의 영역이  있다. 이곳은 가장 약삭빠르고 가장 강력한 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바로 이곳이 자본주의의 영역이다. 그것은 산업혁명 이전이나 이후나, 예전이나 오늘날이나 마찬가지이다.
- P323

간단히 말해서 자기 영역이 아닌 곳에 자본주의가 침투한 것은 그 자체로는 정당화가 안 된다. 단지 상업의 필요성이나 이익에 따라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생산에 손을 댔다. 자본주의가 생산 영역에 침입하는 것은 기계 사용이 생산의 조건들을 변화시켜서 산업도 이윤의 확대가 가능해진 영역이 된 산업혁명기에 가서야 일어난다. 이때 자본주의는 그런 것에 의해서 크게 변형되고 나아가서 확대된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국면에 따라 변화하는 행보를 포기한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19-20세기가 되어서는 산업과는 또 다른 조건들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산업시대의 자본주의라고 해서 그것이 단지 산업생산 양식에만 연관된 것은 결코 아니다.
- P5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