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그리 깨끗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 강제동원으로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가족들, 고향에 돌아갔지만 진폐증으로 피를 토하며 죽어가야 했던 사람들, 그런 아버지의 의료비 때문에 학교를 다 끝마치지 못하고 노동해야 했던 아이들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를 기억하고 제대로 그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조선인 강제노동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이다. - P17

정작 시급한 건 그들의 경영과 제작을 주기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이번 큐텐 사태에서 드러났듯 제대로 규율되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를 정비하기 위한 입법과 정책이다. 정작 시급한 건 철지난 공정성규제를 정치적 입맛에 따라, 그것도 법의 한계를 넘어 남발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번성하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들의 불법과 합법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새로운 표현 자유패러다임을 만드는 일이다. 정작 시급한건 이미 과도한 경쟁 상태에 놓인 뉴스시장에 ‘공영적‘ 기존 행위자를 매각하여질 낮은 상업성만 더하는 것이 아니라, AI시대를 대비하는 고품질의 신뢰할 만한새로운 정보 주체를 공공영역에서 더 먼저 더 모범적으로 생성해내는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다. - P27

AI가 당장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염려는 시기상조다. 현재의 AI는 여전히 많은 한계점을 갖고 있으며 그 학습과 운용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이 기술의 잠재력을 간과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과거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시대에 구글, 메타(페이스북) 등 기회를포착한 기업들이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AI 시대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 P35

산재보험이 A와 같은 배전 노동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무엇인가를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도 있다. 완전한 의학적 치유를 보장할 순 없다. 대단한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을 위험한 일터로 내몰았던 한국전력과 같은 사업주들에게 직접 어떤 책임을 부과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치료라도 마음 편히 받을 수 있도록, 그 치료 기간에 아픈 노동자와 그의 가족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치료비와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할 뿐이다. 산재보상이란 게 본래 그런 것이다.  - P42

의도야 무엇이든 이승만과 그의 권부가 표면적으로 반일에 열심이었다는 걸 굳이 의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만들고 싶었던 나라, 살고 싶었던 세상이어떤 곳이었는지 묻는 게 더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그 나라는 조선총독부를 많이 닮았다. 일본을 반대한다는 반일에서나아가 더 보편적인 탈식민의 과제로, 민주주의 지향으로 나아가야 했다. 반일이 절대 가치가 아니라 어떤 반일이냐가중요했다는 말이다.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하다. - P51

엘리트 스포츠에서 생활체육으로의전환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행착오가 생기고, 정책 디테일에서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엘리트 스포츠가 과거와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한 명의 성공한 선수가등장하기 위해 99명이 희생해야 하는기존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 무엇보다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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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시련- 엘리아데 입문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김종서 옮김 / 북코리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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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펠레스와 양성인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최건원.임왕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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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신성, 예술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박규태 옮김 / 서광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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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꿈·신비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강응섭.고승미 옮김 / 동연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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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마니즘 까치글방 75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이윤기 옮김 / 까치 /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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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격한 의미에서 샤마니즘은 시베리아와 중앙 아시아에서 특히 두드러졌던 종교 현상이다... 중앙 및 북아시아를 싸잡는 광대한 지역 전반에서 사회의 주술적/종교적 생활이 샤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샤만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까닭은 탈혼망아(脫魂忘我) 체험이야말로 고귀한 종교적 체험으로 인정되는 지역안에서는 오직 샤만만이 접신의 전문가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 부담이 작은 정의는 샤마니즘=접신술이라는 정의가 될 것이다._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p24


 미르치아 엘리아데는 샤머니즘(Shamanism)을 '엑스터시(Ecstasy)'로 이해한다. 사물에 수많은 정령들이 존재한다는 애니미즘(animism)을 바탕으로 이들과 우리 세계를 연결해주는 연결자로서 샤먼은 엄청난 힘과 지혜를 가진 존재였으며, 제정일치 시대 지배자이기도 했다. 혹독한 신체 고난과 이상한 소리 그리고 향정신성 재료의 도움으로 샤먼만이 종교적 환각 상태에 빠져들 수 있었고, 불안에 빠진 공동체를 구원할 수 있었다. 


 라만은, "샤마니즘은 본질적으로 수호영신과의 특수한 관계로 이어져 있다. 이 수호영신은 자신이 샤만을 영매로 선택할 경우 샤만의 몸 속으로 들어가 고도의 지식과 힘으로 샤만을 가르칠 경우 혹은 다른 영신들을 다스릴 때 자신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이 정의는 북부 및 중부 인도의 샤마니즘의 특징에는 타당하지만, 샤마니즘의 다른 형태에는 적합하지 않을 듯 하다. _ 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p374


 이상이 샤먼이 가진 보편성이라 했을 때, <샤마니즘>에서는 지역에 따른 샤머니즘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것은 우주관(宇宙觀)의 차이이기도 하다. 인도 등 남부아시아에서의 샤먼이 수직적인 위계 속에서 절대자와의 연결짓는 중개자라면, 동북아시아의 샤먼에서는 '조상신'이라는 존재가 절대질서 사이에 자리한다. 조상과 후손 사이의 긴밀한 유대는 인간들 사이의 수평적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남아시아와 북아시아의 샤먼은 차이를 보인다. 


 불교 전파 이전의 퉁구스 인의 종교는 부가(Buga), 즉 천공신(天空神) 숭배가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풍토에서 이 종교를 거들어 나름의 역할을 맡아 하던 것이 사자의례(死者儀禮)였다(p424)... 라마 교의 영향은 주로 "영신"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이 영신들을  통제, 체현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에서 나타난다. 샤마니즘의 특징적인 요소는 샤만에 의한 "영신"의 체현이 아니라, 샤만의 천계상승 혹은 지하계 하강에 의해 야기되는 접신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_ 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p425


 엘리아데는 본문을 통해 이러한 차이가 불교 유입의 영향임을 밝히지만, 엄밀히 말해 불교가 남아시아인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파된 것임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결론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그보다는 인도/네팔에서 형성된 불교의 영향이 아닌 아시아의 민본(民本)주의에 기원을 찾거나, 유교의 제례에서 샤머니즘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조상 숭배의 유입과 더불어 시작된 개혁은 이 입문 도식의 구조에 특히 선명한 영향의 흔적을 남겼다... 우리는 아시아적 샤마니즘을, 그 원초적 바탕 이데올로기 - 인간으로 하여금 천상계 상승으로 직접적인 관계를 가능하게 해주었던 천상계의 절대신에 대한 신앙 - 가 불교의 침투를 정점으로 하는 일련의 기나긴 외래 문화의 유입으로 끊임없이 변형되어온 고대의 접신술로 이해해야 한다. _ 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p430


 엘리아데의 <샤마니즘>은 고대 농경 사회에서 공통된 종교형태인 샤머니즘의 보편성과 차이점을 밝히려는 선구적인 연구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가 있지만, 서구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동양을 해석한 한계 또한 분명한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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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극적 대여자는 대중들이 실물자산과 비유동성 금융자산을 처분하고 현금으로 전환하려는 쇄도 사태를 중지시키는 데 필요한 만큼의 통화를 공급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이 개념은 패닉이 발생할 때 화폐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량을 늘려주는 '탄력적인 통화 공급'이라는 개념이다. 얼마만큼의 화폐를 공급해야 하는가?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공급해야 하는가? 어느 시점에 공급해야 하는가? _ 찰스 킨들버거,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364


  궁극적 대여자(lender of last resort). 찰스 킨들버거가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 한단어에 요약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가 정부 또는 중앙은행이라면, 국제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는 세계체제 안에서의 패권국이다. 자신의 패권과 세계체제를 지키기 위한 노력. 이러한 노력을 최근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발견한다. 


 정부가 재무부증권을 발행해 패닉을 완화시켜야 할 것인지, 아니면 1844년 은행법이 규정해 놓은 한도를 일시 철폐하더라도 영란은행이 벌금 수준의 금리로 무제한의 할인을 해주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영국에서 분명한 합의가 없었다. _ 찰스 킨들버거,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371


  세계체제의 일부로서 우리가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 실업률, 금리보다 미국의 지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국가 내에서의 '지방소멸' 문제 만큼이나, 세계체제 내에서의 '한국경제 종속'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의 유럽'을 표방한 유럽연합(EU)이 겪고 있는 불안의 근원이 서로 다른 정치, 경제 상황에 놓인 각국들의 독립성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과연 우리나라는 얼마나 자유로운지 물음을 던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나 중앙은행의 유연한 대처 대신 부동산PF를 살리기 위한 인위적인 금리동결 정책과 원화가치평가 절하가 결과적으로 국민소득의 실질적 감소를 가져왔기에, 요즘 우리는 신용공여자 또는 리더십의 부재를 체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광복은 되었지만, 더욱 은밀하게 또는 노골적으로 종속된 우리의 상황이 암울하게 느껴지는 제79주년 광복절이다...


 투기적 확장 국면이 벌어진 이후에는 궁극적 대여자의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억제 조치가 붕괴를 촉발하지 않고 확장 속도를 적정하게 둔화시킬 확률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궁극적 대여자는 개입 규모와 시점선택의 딜레마에 직면한다. 딜레마는 할인 방식보다 공개시장조작이 더욱 심각하다. _ 찰스 킨들버거,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392


PS. 오늘 아침에 일어나 어제와는 다르게 바람도 불고 순간이나마 가을이 서성이고 있음을 느꼈다. 아직은 무더위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사뭇 다른 공기를 맡으며 선선한 가을에 대한 기대를 가지듯, 끝나지 않은 폭정 안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를 갖는다. 어쩌면 해방 이후 시간이 지나버려 청산할 수 없었던 친일부역자 문제를 이제는 매국의 명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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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 과학자의 글쓰기 2
도준상 지음 / 바이오스펙테이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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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암세포를 인지하고 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에 대항해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고 면역세포가 항암 작용하는 것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해낸다. 암은 면역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할 대 걸리는 병이고, 암 환자는 암과 면역의 전쟁에서 암이 승리한 결과였다. 즉 암은 단순 유전자 변이에 따른 병이 아니라, 암과 면역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관점으로 확장되었다. '면역항암 치료'라는 개념의 등장이다. _ 도준상,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 p25

현재 출시되고 있는 치료제 중 항암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50% 정도로 다른 질환에 비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면역항암제인 머크 사의 키트루다 Keytruda의 출시와 함께 항암 치료제 연구가 급격히 늘면서 '면역 관문 억제제'는 항암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은 면역항암제의 특성과 현재 연구방향을 큰 틀에서 설명해 주는 책이다. 환자 1인당 적정한 치료비라는 제약조건 아래에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이라는 서로 상충되는 면을 조절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는 현재 연구 방향과 항암치료에 대한 기본 개념을 독자들은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책의 제목처럼 항암치료제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의 좋은 입문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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