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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
남궁석 지음 / 바이오스펙테이터 / 2021년 6월
평점 :
많은 사람들이 '면역'이라 생각하는 것은 '후천성 면역'이다. 어떤 질병을 앓은 후에 그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대한 특이적인 면역이 생겨서 해당하는 병원체에 다시 감염되어도 질병에서 면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p105)... 이에 반해 외부의 병원체 침투에 의해서 유도된 면역이 아니라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외부 병원체에 대한 방어기전은 '선천성 면역'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은 별도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_ 남궁석,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 p106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은 스페인 독감으로 유명한 인플루엔자, HIV(AIDS), 코로나 바이러스 등 팬더믹을 가져온 전염병들을 주제로 한다. 매우 빠른 속도로 넓은 범위에 걸쳐 감염자를 유발시킨 이들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백신과 치료제 그리고 면역. 본문에서는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의 상호작용, 백신과 치료제의 역할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에는 백신과 치료제의 기능과 함께 개발에서의 어려움도 함께 소개된다. 새로운 백신의 개발은 어려운 일이지만, 보다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새로운 백신에 대응하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때문이다. 특히,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에 비해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 변이가 자주 일어나게 되고 이러한 변이는 백신의 개발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해마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인플루엔자는 급속히 변하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준비된 백신에 비해서 인플루엔자가 변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면 백신에 의해 유도된 면역력을 피해가는 바이러스가 반드시 존재한다. 특히 기존에는 인간에게 유행하지 않았지만 가축 등에서 유행하다가 인간에 처음 건너온 소위 '신종 플루'가 유행할 때면 기존의 백신의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_ 남궁석,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 p71
또한,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에서는 과도한 면역 반응 관리라는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도 함께 보여준다. 과도한 면역 반응은 바이러스 뿐 아니라 자신의 신체도 함께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 시 바이러스에 대한 공격력과 면역 체계 조절 기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또한,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내에서 복제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치료제는 숙주 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치료제 개발을 더욱 어렵게 하는 장애가 된다.
SARS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경우도 환자의 목숨을 위협할 수준의 중증은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바이러스에 의해서 유도된 염증 반응, 즉 선천성 면역 반응이 과도해졌기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 초기를 넘어 중증으로 진행되면 바이러스를 어떻게 통제하느냐 보다 과도한 염증 반응을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따라 회복 여부가 결정된다. _ 남궁석,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 p274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는 팬더믹을 가져온 20세기 이후의 대전염병들과 이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내용을 교양 수준에서 어렵지 않게 설명한다. 머릿말에서 저자는 본문을 통해 바이러스에 의한 '팬더믹 pandemic보다 전염병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 '인포데믹 infodemic'을 더 경계한다. 이는 아마도 바이러스에 대한 온갖 유언비어가 가져오는 혼란이 질병 자체의 위헙보다 더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염병을 주제로 한 많은 책들이 전염병이 가져온 사회적, 경제적 피해와 전염병 이후의 변화된 사회에 대해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책은 전염병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며, 독자의 이해를 넓혔다는 점과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했다는 점에 이 책의 의의가 있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