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배터리는 중국이나 일본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그 초격차 기술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무기가 바로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이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56/236

 

 최근 증권 시장에서 반도체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2차 전지 산업. 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2차 전지 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붐을 일으킨 저자와 책은 단연 박순혁의 <K 배터리 레볼루션>라 할 수 있다. 본문은 우리나라 2차 전지 산업이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경제적 해자 또는 초격차를 양극재와 배터리 분야에서 갖고 있으며, 향후 우리나라의 2차 전지 산업이 매우 유망하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담고 있다. 여기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선을 살펴보자. 


 K-배터리의 전성기는 너무 짧았고, 제대로 돈을 벌지도 못했다. 2010년대 10년 동안 K-배터리는 너무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 핵심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껴야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덤덤했다. ESS에서 300건이 넘는 화재 사고가 났는데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하며 가볍게 넘겼다. Northvolt와 같은 젊고, 강하고, 빠른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K-배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20년대에 K-배터리가 지는 태양이 될지, 아니면 다시 떠오르는 태양이 될지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하권>, p234/420


 선우 준의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 K 배터리의 전망을 다소 불투명하게 바라본다는 점에서 박순혁의 <K 배터리 레볼루션>과 상반된 전망을 내린다. 낙관적인 전망과 비관적 전망. 그렇지만 그 출발점은 같다. 2차 전지 산업 중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부분은 NCMA배터리의 양극재 부분이며, 음극재와 분리막 등의 소재 산업 경쟁력이 부족하며, 리튬 등 자원 확보 문제는 산업의 지속적인 과제가 된다는 점이다.


 이차전지 소재와 관련된 주식은 양극재 주식만 보시라.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전기차의 심장은 배터리, 배터리의 심장은 양극재다. ② 양극재 기술의 진입장벽이 엄청나게 높다. ③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④ K 양극재 4대 업체의 90%급 하이니켈은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40/236


 리튬 이온 전지는 일본, 한국, 중국의 동양 3국의 사업이다. 세 나라 중에서 흑연 음극 기술이 가장 뒤처져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흑연 산업 자체가 낙후되어 있어서 전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케미칼에서 천연흑연을 만드는 것이 한국에서 흑연 음극 사업의 전부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상권>, p367/430


 결국, <K 배터리 레볼루션>과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의 차이는 2차 전지의 주력 제품에 대한 전망 차이에서 비롯된다. 전자는 NCM(니켈-크롬-망간) 배터리가 향후 주력이 될 것으로, 후자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력이 될 것으로 보기에 하이니켈 배터리와 양극재에 경쟁력을 보이는 우리나라 2차 전지의 미래 전망이 여기에서 갈리게 된다. NCMA(하이니켈) 배터리와 LFP 배터리 이들의 장, 단점은 무엇일까. 


  NCMA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상호 비교하기 위해서는 분자 혹은 분모를 동일하게 놓고 차이점을 파악하면 된다. 먼저 분모인 무게를 동일하게 놓았을 때 NCMA는 LFP 대비 85%의 에너지를 더 저장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가 85%가 더 많으면, 이 에너지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더 늘릴 수도 있고, 가속력를 더 빠르게 할 수도 있으며, 짐을 더 많이 실을 수도, 실내 공간을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는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NCMA 배터리와 LFP 배터리의 비교에서 보듯, 결국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세계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주도하게 된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38/236


 다소 거칠게 요약하면, NCMA 배터리는 에너지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화재 위험이 높다. 이에 반해, LFP는 에너지 효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상대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한 철(Fe)을 사용하기에 보다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LFP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다. 플라스틱 캔을 사용한 대용량의 LFP를 보면 LFP 전지가 얼마나 안전성이 우수한지 알 수 있다. 중국의 Winston, CALB, Sinopoly는 100Ah가 훨씬 넘는 용량의 LFP 전지를 만든다. 이렇게 용량을 높여도 발화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LFP 전지의 장점이다. CATL과 BYD의 팩 설계 등으로 경쟁력이 향상되었지만, LFP 전지의 부활은 NCM 전지와 관련이 깊다. 2016년까지 NCM 전지는 성능과 안전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발화, 폭발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상권>, p50/430


 다시 두 책의 주장을 LFP에 한정시켜 보자면, <K 배터리 레볼루션>에서는 LFP 배터리는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진 비효율적인 배터리로 단정짓지만,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는 화재 위험이 없는 안전한 배터리로 소개한다. 비효율적인 싸구려 전지 vs 안전하고 저렴한 대중적인 배터리. LFP 배터리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결국 한국 2차 전지 산업의 현실에 대한 동일한 가정에서 끌어낸 서로 다른 결론을 끌어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향후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가 시작되고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되었을 때 LFP가 결국은 주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끊임없이 K 배터리에 대한 우려를 불러오는 요인이기도 하다.


 2020년대에는 2010년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자동차 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체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줄이다가 없앤다는 계획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지만 전지 기술은 거의 한계에 와 있는 느낌이다. 2017년부터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전기차 화재 사고는 전지 기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격차는 더욱더 커져만 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목표가 계속 내려가면서 새로운 길이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SK온과 같은 후발업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몸이 무거워진 선발업체는 관성에 의하여 계속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상권>, p386/430


 K 배터리의 화재 안전성 기술이 최고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할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이 화재 문제 때문에 대규모 리콜 사태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조 원을 물어준 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게 불과 얼마 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업계를 들여다보면 내부의 시각은 다르다. '배터리는 경험 산업'이라는 말이 화재안정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쉽게 말해 '화재도 겪고, 대규모 리콜 경험도 있어야, 그 취약점을 보완해 더욱 안전한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금 글로벌 넘버원의 화재안정성 기술을 갖게 된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여러 번에 걸쳐 각종 화재 관련 리콜 비용을 부담하면서 조금씩 개선하고 발전해온 덕분이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85/236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는 BEV(Battery Electric Vehicle) 산업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는다. 즉,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차량인 HEV(Hybrid Electric Vehicle)에서 수소전기차로 바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은 다소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은 전기차 산업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내용과는 다소 다른 전망과 관점을 알려준다. 이러한 내용이 다소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분명하게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자동차 시장은 엔진이 없는 전기차인 BEV와 엔진이 있는 전기차인 HEV의 경쟁이다. 2010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BEV가 이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2020년대로 오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HEV가 시장을 확대하면서 엔진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하권>, p314/420


 PS. <K 배터리 레볼루션>과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으로 나오는 리튬, 코발트 등 자원과 관련해서는 <배터리 전쟁>을 통해 자원민족주의 등의 현실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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