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첨단 기술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전자 산업은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두 나라는 반도체 제조에서 사실상 대만에 의존한다(p214)... 대만은 미국과 중국 모두의 군대가 미래를 걸고 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지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실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미래의 전장이기도 하다. _ 크리스 밀러,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 p215/294


 미국은 경쟁국 중국에 휘둘리지 않고 미래의 자국 경제안보를 확립하기 위하여 자국 내 반도체나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즉,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하여 한국이나 일본 등 기존 안보동맹국 간의 결속을 활용하는 전략을 보인 반면, EU의 움직임은 미국처럼 원료 공급망을 쥐고 있는 중국만을 향한 목표 설정보다는 전세계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중,일 아시아 3국에 맞설 수 있는 유럽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전략에 더욱 가깝다. _ 정경윤 외 2인,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 p91/141


 칩 워(Chip War)와 배터리 워(Battery War). 첨단기술과 관련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고, 그 중심에는 반도체와 이차전지(배터리)가 자리한다. 그리고, 이 두 산업은 현재 우리나라 산업의 현재와 미래 주력 산업이라는 점에서 위기이자 기회가 된다. 둘 다 첨단 산업이지만, 산업에서의 공수(攻守)는 서로 다르다. 트랜지스터의 집적화가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서는 오랜 설계 역사 갖고 있는 미국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우위를 점한 반면, 에너지의 효율과 안전성이 우선인 배터리 산업에서는 리튬, 코발트, 흑연 등 주요 광물을 선점한 중국이 한 걸음 앞서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반도체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 일부에서, 배터리에서는 양극재와 배터리 분야에서의 기술과 양산능력에 있다.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놓고 볼 때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 장비, 제조, 기타 다른 단계 등을 종합해보면 중국 기업은 6퍼센트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에 조지타운대학교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39퍼센트, 한국은 16퍼센트, 대만은 1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칩은 다른 어디에서도 만들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첨단 로직 칩, 메모리 칩, 아날로그 칩의 경우 중국은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설계,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기계장치, 한국과 대만의 제조에 결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_ 크리스 밀러,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 p189/294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에서는 서로 긴밀하게 엮인 반도체 공급망에서 TSMC가 주목된다. 오직 파운드리 제조에만 초점을 맞추며 고객사를 경쟁사로 만들지 않는 전략을 통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회사로 살아남은 TSMC. 이에 반해, 반도체 설계와 제조 등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끊임없이 어려분야로 확장하는 삼성의 전략은 사뭇 대조된다. 경쟁사와 협업을 해야하는 삼성과 고객과는 경쟁하지 않는 TSMC. 현재는 TSMC의 시가총액이 삼성에 앞서 있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향성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과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인텔 등이 걸었던 한순간의 오판으로 순식간에 도태된 반도체의 역사를 떠올려본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TSMC의 출범은 모든 칩 설계자들에게 의존할 만한 파트너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TSMC는 절대 칩을 설계하지 않고 그저 만들기만 하겠노라고 모리스 창은 약속했다. '우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터였다... TSMC의 사업은 1990년대 내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제조 공정은 쉼 없이 개선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구텐베르크가 되고자 했던 모리스 창의 계획은 그에게 훨씬 더 큰 힘을 실어주었다. 당시에는 이 사실을 깨달은 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리스 창과 TSMC 그리고 대만은 세계 최신 반도체 생산을 독점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_ 크리스 밀러,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 p137/294


  반도체 전쟁에서는 인공지능, 5G 등 최근 급증한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생산능력이 이슈다. 그리고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대만의 TSMC를 둘러싼 양안 관계(兩岸 關係)가 지정학적 위험이라면,  배터리 전쟁에서는 광물 확보를 둘러싼 자원민족주의가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남아메리카 지역의 염호(鹽湖)에 집중된 리튬과 콩고에서 집중생산되는 코발트 등은 과거 석유를 무기로 세계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한 중동의 사례를 떠올리게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를 국유화 하기전 이미 상당부분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이다.


 리튬 삼각지대에 속한 또 다른 나라인 아르헨티나는 리튬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묻혀 있는데, 그 양이 17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칠레보다 두 배가량 많은 것인데, 2019년 기준 리튬 생산량은 칠레의 약 3분의 1 정도였고83 중국 내 생산량보다도 적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칠레와 유사하게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시설 두 곳만 운영 중이다. 리튬 생산 업체 리벤트Livent와 오로코브레Orocobre가 각각 관리하는 옴브레무에르토Hombre Muerto염원과 올라로스Olaroz염원의 시설들이다. _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p170/424


 리튬은 분쟁 광물conflict mineral이 아니다. 세계 어디에도 리튬 채굴에서 나온 수익으로 무장 단체를 지원하는 곳은 없다. 재래식 채굴이나 아동노동이 이뤄지지도 않는다. 매장층의 위치와 복잡한 채굴 방식 때문에 이런 상황이 변할 것 같지도 않다. 다만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 중 두 번째로 중요한 코발트는 좀 다르다. 시장에 공급되는 코발트의 약 60퍼센트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중앙아프리카 국가 콩고에서 나온다. _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p212/424


  역할 분담이 거의 결정된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안에서 첨단 부문에서 중국의 진입을 막으려는 칩 워. 이에 반해, 일대일로를 바탕으로 해외에 자원거점을 미리 확보하고 막대한 정부 지원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끌어올려 주도권을 장악한 중국에 대항하려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그리고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EU 등이 펼치는 배터리 워. 첨단 산업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발견한다. 주식 시장에서 보이는 삼성전자와 에코프로 주가의 (-) 상관관계는 이 같은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창은 TSMC가 경쟁자들을 기술적으로 따돌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회사는 스스로 반도체를 설계하는 반면에 TSMC는 중립적 입장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을 TSMC의 "연합군" 파트너십이라 불렀다. 반도체를 설계하고, 지식재산 사용권 판매로 돈을 벌고, 소재를 생산하고, 장비를 만드는 십여 개의 회사와 일종의 동맹 관계가 되는 것이었다. 이런 회사 중 상당수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지만 이들 중 웨이퍼에 칩을 새겨 넣는 일을 하는 곳은 없으며, 설명 시도한다 해도 TSMC를 이길 곳은 없었다. _ 크리스 밀러,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 p170/294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중국은 국가 주도로 원료/소재/부품 등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전체적으로 장악해가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남미, 호주, 아프리카 대륙 일부 지역에 생산이 한정된 리튬, 코발트, 니켈 광산을 속속 집어삼키고 있다... 중국 내 매장된 리튬 원광석의 양은 전 세계 매장량의 10%에 지나지 않지만, 1차 가공품인 리튬 화합물은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배터리 소재 생산에 직접 필요한 1차 가공품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p81)...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소재인 흑연 역시 중국이 전 세계 흑연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싹쓸이하자 유럽과 미국의 마음은 조급해졌고, 이것이 글로벌 공급망의 편재화를 가속하는 계기가 되었다. _ 정경윤 외 2인,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 p8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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