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감정론 - 개역판
아담 스미스 지음, 박세일 옮김 / 비봉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 ~ 1790)의 대표작은 <국부론 The Wealth of Nations>이다. 그렇지만 그는 죽어서 자신의 묘비병으로 "도덕감정론의 저자, 여기 잠들다"라고 써 놓을 정도로 <도덕감정론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 애덤 스미스가 애착을 가졌던 <도덕감정론>에 대해 이번 리뷰에서는 살펴보도록 하자.


1.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행동원리 : 동감(同感)


  인간의 기본적인 행동원리 중 하나는 '동감(同感)'이다. 동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 자신의 일처럼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며,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감정 중 특히 고통에 대해 더 생생하게 느낀다. 같은 감정이더라도 우리가 타인의 기쁨보다는 고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利己的 : selfish)인 존재라 하더라도, 그 천성(天性 : nature)에는 분명 몇 가지 행동원리(principles)가 존재한다. 이 행동원리로 인하여 인간은 타인의 행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단기 그 행운을 바라보는 즐거움 밖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행운을 얻은 타인의 행복이 자기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연민(憐憫 : pity)이나 동정심(同情心 : compassion) 또한 이와 같은 종류의 것인데, 이것은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보거나 또는 그것을 아주 생생하게 느낄 때 느끼게 되는 종류의 감정이다.(p3)'


 '상상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타인이 처한 상황에 놓고 스스로 타인과 같은 고통을 겪는다고 상상한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는 방식은 마치 우리가 타인의 몸속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 그와 동일한 사람이 되고, 그럼으로써 타인의 감각에 대한 어떤 관념을 형성하며, 비록 그 정도는 약하다고 하더라도, 심지어는 타인의 것과 유사한 감각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다.(p4)...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동류의식(同類意識 : fellow-feeling)을 느끼게 되는 원천은 바로 이것이다.(p5)'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슬픔보다는 기쁨에 더 큰 공감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숨기려 한다. 그래서, 알게된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은 그에게 큰 굴욕감을 안겨 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공감을 통해서 타인의 고통에 위로를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태도는 매우 비인간적인 것으로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후천적으로 다른 이들에 대해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기본 행동 원리가 '공감'이라면, 자기 행동의 원칙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우리의 비애(悲哀)보다는 환희(歡喜)에 대해 더 많이 동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재부(財富)는 과시하고 빈궁(貧窮)은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우리가 겪는 빈곤과 고통이 폭로되는 것만큼 치욕적인 것은 없으며, 그리고 우리의 처지가 모든 인간들의 눈에 다 드러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누구도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의 반만큼도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것보다 더 굴욕적인 일은 없다.(p91)'


 '불행한 사람들에 대하여 줄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모욕(侮辱)은 그들의 재난(災難)을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친구의 기쁨에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단지 무례(無禮)한 행동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친구가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야기할 때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지 않는 것은 정말로 엄청나게 비인간적인 행동이다.(p16)'


2. 자기 행동의 준칙 : 공정한 방관자


[사진] 칸트(출처 : 위키백과)


 "너의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 법칙 수립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그렇게 행위하라." - 칸트 -


 애덤 스미스는 자기 행동의 판단 기준은 공정한 방관자가 자신의 행동을 바라보는 것처럼 노력할 것을 <도덕감정론>에서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준칙을 지키는 것을 저자는 <도덕감정론>에서 '시인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공정한 방관자가 바라보는 것처럼 노력하라'는  애덤 스미스의 준칙은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가 <실천이성비판 實踐理性批判,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에서 말한 정언명령(定言命令, Categorical Imperative)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개인이 공정한 방관자의 입장에서 사회 정의에 부합될 수 있도록 행위했을 때, 사회전체적으로 애덤 스미스가 추구한 미덕(美德)이 달성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애덤 스미스가 추구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잠시 애덤 스미스의 미학(美學, Aesthetics)을 살펴보자.


 '우리가 우리의 감정과 동기에 대해 어떤 판단을 형성할 수 있건 간에, 그 판단은 항상, 타인의 판단은 실제로 어떠한가, 타인의 판단은 특정 상황에서는 어떠할까, 타인의 판단은 상상하건데 어떠해야할 것인가, 하는 어떤 눈에 보이지 않는 준거(準據)에 관계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행위를 우리가 상상하는 공정한 방관자가 바라보는 것처럼 바라보도록 노력한다.(p210)'


 '우리가 우리를 만족시켜 주는 모든 것들, 즉 건물의 형태나 기계의 설계나 한 접시의 고기 요리의 맛을 시인한다(approve)고 표현하는 것은 언어상으로도 적절한 표현이다.(p628)'


 '미덕은 어느 한 가지 감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감정의 적절한 정도(程度)에 있다. 나는 이 적절한 정도를 정하는 천연적 및 원시적인 척도(尺度)는 동감(同感) 또는 공정한 방관자의 상응하는 감정을 그 척도로 삼아야한다고 생각한다.(p586)'


3. 아담 스미스의 미학(美學)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애서 절대적인 아름다움과 상대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미(美)에 대해 말하고 있다. 비평가들이 아름다움에 대해 말할 때 '절대미'에서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가를 비평기준을 삼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의 미덕에 대해 말할 때도 절대미덕에 얼마만큼 근접해있는가를 통해 행위에 대한 평가를 한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최선(最善)을 대신한차선(次善)의 선택'이 될 것이고, 수학으로 표현한다면 극한(極限, limit)에서 '절대미에 무한 수렴'의 개념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국 애덤 스미스는 '적절한 감정의 조화를 통해 절대적인 미에 가까워지려는 적절한 노력'이 아름다움을 향한 우리 사회가 나가야할 바로 지적한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가 어떤 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어느 정도의 비난이나 갈채를 받아야만 할지를 결정할 때, 우리는 항상 서로 다른 두 가지 기준을 사용한다.  첫 번째 기운은 완전한 적정성(適正性)과 완미(完美)라는 개념이다... 두 번째 기준은, 이 진선진미(盡善盡美)한 상태로부터 접근해 있는 정도 또는 떨어져 있는 정도를 기준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p39)... 우리는 바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상상력(想像力)에 호소하는 모든 예술작품들을 판단한다...작품을 비교하는 기준은 특정 분야의 예술이 통상 도달해 있는 탁월성(卓越性)이 된다. 그리고 그가 이 새로운 척도(尺度)에 의해 판단할 때, 그 작품은 흔히, 그것과 경쟁할 수 있는 다른 작품들 대부분보다 훨씬 더 완미에 접근해 있다는 이유로, 최고의 갈채를 받을 만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p40)'


4. 애덤 스미스의 철학 체계


 이상의 논의를 정리했을 때, 우리는 일차적으로 타인의 감정에 동감을 하고, 이로 인해 그 사람으로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받게 되고, 이러한 동감과 공감이 우리 개인의 일반준칙에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이 모여서 사회전체가 보다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말하고 있다. 


 '이상에서 논의한 철학체계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성품이나 행동을 시인(是認 : approve)할 때 느끼는 감정들은 네 가지 근원(根源)에서 나온는데, 이들은 몇 가지 점에서 서로 다르다. 첫째, 우리는 행위자의 동감(同感)에 대해 동감(同感 : sympathize)한다. 둘째, 우리는 그의 행위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의 감사하는 마음에 공감(共感 : enter into)한다. 셋째, 우리는 그의 행위가 이상의 두 가지 동감이 그것의 행동의 근거가 되고 있는 일반준칙(一般準則)과 일치하는 것을 것을 관찰한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행위는 개인이나 사회의 행복을 촉진시키는 경향을 가진 행위체계(行爲體系)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우리가 간주할 때, 그 행위들은 이러한 효용(效用)으로부터 그 아름다움을 획득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마치 우리가 설계가 잘된 기계에 일종의 아름다움을 귀속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p629)'


 <도덕감정론>에서는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행동원리인 '동감'과 자기 행동의 원칙인 '공정한 방관자의 입장'을 통해 사회의 미덕(美德)에 맞는 행동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전체 사회가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논증하면서 애덤 스미스의 철학 체계를 완성시키고 있다. 이러한 틀 안에서 <국부론>의 이론이 이해되지 않으면, 그의 사상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흔히들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를 통해 시장경제 체제를 이야기 하지만, 그 전제는 '공감하는 인간'이 시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감할 수 없는 인간'인 법(法)에 의해 인격(人格)이 부여된 '회사(company)' 특히, 대규모 자본이 시장의 주체가 되었을 때에도 완전경쟁의 시장의 논리가 적용되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으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바로 <도덕감정론>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진 물음이라 생각된다. 이제는 이러한 전제 위에서 <국부론>을 읽을 차례다. 


 PS. <도덕감정론>은 1759년에 쓰여졌고, <실천이성비판>은 1788년에 쓰여졌으니, 칸트의 정언명령이 애덤 스미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PS2. <도덕감정론>을 보다 맛있게 즐기는 법


  아담 스미스의 말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322)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Ethica Nicomachea>과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 BC 106 ~ BC 43)의 <의무론 義務論>을 <도덕감정론>과 함께 읽는다면 보다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시학 詩學>도 곁들인다면 더 좋지 않을까도 생각되기에, 다음 기회에 페이퍼로 정리해 보려 한다...


 '비극이나 로망스의 가장 흥미 있는 주제는 유덕하고 대담한 왕(王)이나 왕자(王子)의 불행이다. 만약 그들이 지혜롭고 굴(屈)하지 않는 강인한 노력을 통해 그러한 불행에서 벗어나서 그들이 전에 누리던 우세(優勢)와 지위를 회복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을 매우 열렬히 그리고 심지어 지나칠 정도로 찬탄하는 마음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그들의 불행에 대해 느끼는 비애와 그들의 성공에 대해 느끼는 기쁨은 함께 결합되어, 우리가 그들의 지위와 성품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가지는 편애(偏愛)에 기인한 찬탄을 고조(高潮)시키는 것으로 보인다.(p430)'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1-17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7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18-01-17 17: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서재 바탕이 흰색에 검은 글자가 되어서 읽기 편해졌습니다. 하하하하.

겨울호랑이 2018-01-17 17:03   좋아요 0 | URL
^^: 제 서재 배경이 랜덤 변환이라 이웃분들께서 가끔 읽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재 바탕을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galmA 2018-01-20 19:4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의견에 동감요-,-; 사실 그동안 좀....)))

북다이제스터 2018-01-17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혹시 <도덕감정론>에 다음과 같은 내용은 없었나요?^^

사람들이 상호 애정으로 단결하여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로 하는 지지를 ‘감사와 우정, 존중의 마음으로’ 준다면, 사회는 번영할 것이다. 하지만 스미스는 그러한 동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회는 합의된 노고의 금전적 교환에 의해 지지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겨울호랑이 2018-01-17 17:22   좋아요 2 | URL
^^: 아마 해당되는 문구는 <국부론>에서 인용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도덕감정론> 에서 ‘미덕(美德)의 완미(完美)함은, 우리의 모든 행동을 가능한 최대의 이익(利益)을촉진하도록 지도하고, 우리의 모든 저급한 감정을 인류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종속시키고, 우리 자신을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로 간주하면서 우리 자신의 번영이 전체의 번영과 일치하거나 혹은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범위 내에서만 우리 자신의 번영을 추구하는 것에 존재한다.(p505)‘는 내용이 나오는데, 미덕과 관련한 아담 스미스의 논조와 연계시켜보면 아담 스미스가 ‘감사와 우정, 존중‘을 경시했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혹시 제가 못 찾았을 수도 있는데, 나중에 찾게 되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1-17 17:41   좋아요 3 | URL
스미스가 미덕을 경시했다기 보다는 미덕이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사람들은 자신 편향성을 없앨 수 없기 때문에 ‘금전적 교환’에 의존한다라는 논리로 보이더라구요.

“무언가를 하려는 욕망이 우리 판단을 편향시킨다. 또한 행동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도 우리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욕망이 또다시 편향을 야기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 행동에 대해 편향되지 않는 관점을 가질 수 없다.”

이런 취지는 <국부론>에 나오나 보네요. ^^

겨울호랑이 2018-01-17 18:02   좋아요 3 | URL
^^: 아마도 「도덕감정론」이 인간 감정을 다루기에 인간의 이기심이 드러나는 경제 문제를 설명하기에는 일정부분 한계가 있어 「국부론」을 집필한 것 같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을 유념해서 「국부론」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1-22 16:12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 관련 내용을 찾아 정리해서 먼 댓글로 달았습니다. 하루 잘 보내시고, 시간되실 때 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은 눈이 온다니 퇴근길 안전하게 들어가세요!

2018-01-18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8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그만 메모수첩 2018-01-18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부론에 대해서 편견만 잔뜩 갖고 있다가 이 책이 사실은 국가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든 행복을 위한 책이었고 심지어 식민지 정책도 반대했다는 내용이 있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에겐 국부론 보다 도덕감정론이 ‘아담 스미스’란 이름으로 먼저 알려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1-18 09:47   좋아요 1 | URL
조그만 메모수첩님 말씀처럼 고전을 요약본으로만 접하게되면, 전체 논조 속에 숨어있는 저자의 사상을 온전히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저자의 대표 저작만 알려져 있는 경우도 많아 일반에 왜곡되어 알려진 사상가들이 많다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 역시 그런 사상가 중 한 명인 것 같아요. 관심을 가지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AgalmA 2018-01-20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하는 인간‘ 상정을 이해는 하는데요. 진화론을 조금만 생각해봐도 허점이 생깁니다. 우리는 공동체 형성을 통하기도 했지만 차이와 경쟁을 통해서도 진화를 해 왔어요. 그러니 ‘공감하는 인간‘이라는 절대 요소만으로 사회를 구성할 수 없습니다. 위에 계신 북다이제스터님이 바로 그 부정성의 해결을 위해 ‘금전적 교환의 보상‘을 스미스가 전제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걸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결국 정치와 경제는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겨울호랑이 2018-01-20 20:07   좋아요 1 | URL
^^: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다른 한 편으로 우리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어떻게 보면 대립될 수도 있는 두 체제를 각자 정치와 경제면에서 운용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도덕감정론>은 정치적 배경을, <국부론>은 경제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조만간(?) <국부론> 리뷰에서 북다이제스터님과 AgalmA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내용을 함께 고려해보겠습니다.
 
정치경제학 원리 1 - 사회철학에 대한 응용을 포함하여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 번역총서 서양편 276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동천 옮김 / 나남출판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정치 경제학 원리-사회철학에 대한 응용을 포함하여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 with Some of their applications to social philosophy>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 ~ 1873)의 정치 경제학 사상을 정리한 책이다. 제1편에서는 생산, 제2편에서는 분배, 제3편에서는 교환, 제4편에서는 사회 및 정부가 생산/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1편은 생산과 더불어 저자가 <정치 경제학 원리>를 쓴 목적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이번 리뷰에서는  <정치 경제학 원리>를 관통하는 주제인 '부(wealth)의 생산과 분배'와 '생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나는 왜 이 책을 썼는가 ? 부(富)의 생산과 분배


가. 부(富)란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돈'의 공식은 잘못된 것이다. 돈의 가치는 오로지 편리함에서 비롯된 것기 때문이다. 밀에 따르면 '부'는 도구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자세히 풀어보면 '부'는 노동이나 대가 없이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유용하거나 유익한 물건을 뜻하기 때문에, 밀에 따르면 돈은 부가 될 수 없다.


 '통상적 담론에서 부는 항상 돈으로 표현된다. 한 사람을 두고 얼마나 부자인지를 묻는다면 몇 천 파운드를 가지고 있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p30)... 누구에게든 돈의 가치란 자기에게 지금 무엇이 얼마나 들어오든지 나중에 가장 적당한 시기가 되었을 때 자기에게 유용한 형태로 전환될 수 있도록 편리한 형태로 받는다는 점에 있다. 돈을 가진 나라와 돈이 없는 나라 사이에 차이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 차이는 오직 편리함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므로 돈을 곧 부로 혼동하는 것은 그대의 집이나 토지로 가는 지름길을 집이나 토지 자체로 혼동하는 셈과 같다.(p34)'


 '부라는 것이 "도구"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자는 제안이 있다. 이때 도구란 단지 연장이나 기계만이 아니라 개인이나 공동체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소유하는 모든 수단의 총합을 뜻하는 의미라고 한다.(p37)... 밀은 밀가루를 얻는 수단이 되므로 하나의 도구이고, 밀가루는 빵을 얻는 수단이므로 하나의 도구이다. 빵은 배고픔을 채우는 수단이자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므로 하나의 도구이다. 생명에 도달해서야 무언가 다른 것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바람직한 어떤 것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부란 교환가치를 갖는 모든 유용하거나 유익한 물건, 달리 표현하면 노동이나 대가 없이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유용하거나 유익한 물건을 뜻한다고 정의할 수 있겠다.(p38)'


 나. 부의 생산과 분배


 밀은 <정치 경제학 원리>를 통해서 외부의 자원과 인간의 도구를 결합하여 '부'를 만드는 행위를 '생산'으로 정의하고, 인간의 제도를 통해 생산된 '부'를 나누는 행위를 '분배'로 정의한다. 그리고, <정치 경제학 원리>의 목적은 생산과 분배의 과정에서 적용되는 사회과학적 법칙을 도출하는 것에 있다.


 '부를 생산하는 일, 다시 말해서 지구의 물질적 자원에서 인간의 생존과 열락을 위한 도구를 추출하는 일이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여기에는 필연적인 전제 조건들이 있다... 외부의 자연에 관한 사실에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진리들을 결합함으로써 정치경제학은 2차적 파생적 법칙을 추적하려고 시도한다. 그 법칙을 찾을 수 있다면 현재와 과거에 부와 빈곤이 왜 그렇게 다양한지를 설명할 수도 있게 될 것이고, 미래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부의 증가가 어떤 근거로 예비되는지도 해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생산의 법칙과는 달리 분배의 법칙은 부분적으로 인간 제도의 소산이다. 어떤 주어진 사회에서라도 부가 분배되는 방식은 성문법 또는 그 사회 안에서 자리를 잡은 관행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생산과 분배의 법칙, 그리고 그러한 법칙으로부터 연역되는 실제적 결과에 관한 법칙이 지금부터 전개되는 논의의 주제이다.(p55)'


 2. 생산(生産, production)


가. 생산의 요소 : 노동과 자연물


 저자는 생산의 요소를 노동과 자연물로 구분하고 있으며, 생산되는 것은 '부'다. 여기서 '부'는 물질적인 의미이며, 생산노동은 물질적 대상 안에 구현된 효용을 생산하는 종류의 노력을 의미한다. 


 '생산의 요소에는 두 가지가 있다. 노동과 적절한 자연물이다. 노동은 육체적일 수도 정신적일 수도 있다. 이 구분을 보다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표현으로 바꾸면 근육의 노동과 신경의 노동이라 일컬을 수 있다... 생산의 다른 요소, 즉 적절한 자연물에 관해서는, 자연물 중에는 인간의 필요에 알맞도록 스스로 존재하거나 저절로 자라는 것도 있다는 점에 유의할 만한다.(p59)'


 '통상적으로 이해할 때 생산된다는 것은 효용이 아니라 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생산노동이란 부를 생산하는 노동을 뜻한다.(p93)... 나는 이 책에서 부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이른바 물질적 부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생산노동은 물질적 대상 안에 구현되는 효용을 생산하는 종류의 노력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p98)... 생산과 비생산의 구분은 노동뿐만 아니라 소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소비는 비생산적으로도 이뤄지고 생산적으로도 이뤄진다. 생산에 직접적으로나 간적접으로나 기여하는 바가 없는 사람은 비생산적 소비자다. 오로지 생산적 노동자만이 생산적 소비자가 될 수 있다.(p102)'


나. 생산의 요소 : 자본


 추가적으로 자본은 노동이 산물이 남겨져 축적된 결과로 형성된다. 자본은 산업의 한계를 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저축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며, 자본은 소비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상품에 대한 수요가 노동에 대한 수요가 아니라는 네 번째 명제는 생산이 고정자본과 유동자본(노동을 포함한)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많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기계류(고정자본)를 더 많이 투입하여 생산해야 할 경우 노동(유동 자본)에 대한 수요는 이보다 작게 된다.  


 '생산에는 일차적이고 보편적인 요소인 노동과 자연물 이외에 세 번째 요소가 있는데, 이 세 번째 요소는 바로 이전에 이뤄진 노동의 산물이 남겨져 축적된 결과다. 노동의 산물을 이렇게 축적한 결과를 자본이라고 부른다.(p107)'


 '자본에 관한 첫 번째 명제는 산업의 한계가 자본에 의해 구획된다는 점이다. 인간의 노력을 어떤 특별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행위는 그 방향의 산업으로 "자본을 적용한다"는 문구로서 서술된다.(p120)... 자본에 관한 근본적 정리 두 번째는 자본이 생기는 원천에 관한 것이다. 자본은 저축의 결과이다.(p128)... 자본에 관한 근본적 정리의 세 번째는 방금 논의한 정리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서, 저축된 것이고 저축의 결과지만 그래도 자본은 소비된다는 것이다.(p130)... 자본에 관한 네 번째 명제는 생산노동을 부양하고 고용하는 것은 노동을 작업에 투여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본이지, 작업이 완결되었을 때 노동으로써 생산된 물건에 대한 구매자들의 수요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상품에 대한 수요는 노동에 대한 수요가 아니다.(p143)'


 <정치 경제학 원리> 제1편에서는 이와 같이 생산 요소를 노동, 자본, 자연으로 정의하고 각 생산요소의 특징과 이들의 결합, 적용되는 법칙들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정치 경제학 원리>를 통해서 여기에서 언급된 여러 논의가 현재 주류 경제학의 기초가 됨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어감에 따라 생산성의 향상을 위한 여러 조건과 노동과 자본의 법칙에 대한 논의를 통해 현대 경제학 원론에서는 기본 공리(公理)로 받아들여졌던 내용이 증명되기에 이 책은 고전 경제학 또는 일반적인 주류 경제학의 고전(Classics)이라 말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우리는 시대를 넘어선 밀의 통찰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정자본의 증가를 통해 노동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음을 지적한 다음의 단락에서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되는 인간 노동의 문제가 이미 19세기에 제기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생산과정에 종사하면서 기능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즉 한번 사용됨으로써 수행하는 자본을 유동자본이라고 한다...내구적 형태로 존재하며, 내구성에 상응한 기간동안 수익이 분산되어 돌아오는 자본을 고정자본이라고 한다.(p162)... 유동자본을 희생한 대가로 발생하는 고정자본의 증가는 모두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노동자들의 이익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이로부터 나오게 된다.(p165)'


[그림] 4차 산업혁명과 노동 시장 문제(출처 : 중앙일보)


 그리고, <정치 경제학 원리>에서 언급된 '자본의 성장'을 통해 출산인구가 감소되고 노령화 인구가 증가되어 전체적으로는 노동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속에서 주류 경제학이 과거와 같이 답을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도 던지게 된다.


'시대가 바뀌는 와중에서 자본이 계속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보존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속적 재생산에 의해서다. 자본의 모든 부분은 일반적으로 생산된 후 머지 않아서 사용되고 파괴된다. 다만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그 사이에 더 많은 산물을 창조하는 생산에 고용되는 것이다. 자본의 성장은 인구의 성장과 비슷하다. 태어난 개인은 모두 죽는다. 그러나 해마다 태어나는 숫자가 죽는 숫자를 초과한다. 그러므로 비록 현재 인구를 구성하는 사람 중 누구도 비교적 가까운 과거 이전에는 살지 않았지만 인구는 항상 증가한다.(p136)'



[그림]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현황과 문제점(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rryuhk&logNo=220847070654&categoryNo=0&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정치 경제학 원리>를 통해 현대 우리에게도 유용한 밀의 통찰력과 함께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의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요즘의 현실 속에서 고전학파 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잘 정리한 이 책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모든 고전(古典)이 당대 현실의 산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전의 내용이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보다는 <정치 경제학 원리>에 깔린 저자의 사상적 배경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며 생산적이지 않은 모든 업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공동체의 능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 그토록 많은 여분이 있어서 실제로 사용된다는 것은 축하할 일일 따름이다. 애석하게 여겨져야 할 일, 그리고 고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일은 이 여분의 분배와 관련하여 엄청난 불평등이 발생하고, 그 여분 중에서도 대부분이 별로 가치가 없는 쪽에 투여되며, 받는 대가에 상응하여 아무것도 되돌려주지 않는 부류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 중에서 많은 부분이 돌아간다는 점이다.(p105)'


 <정치 경제학 원리>의 많은 내용이 현대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현대와는 다른 생산구조를 가진 근대 산업혁명기(期)에 당대의 현실을 진단하고 부의 불평등한 분배 등에 대한 해결책을 내리고자 했다는 저자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비판은 다소 과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전의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당대의 현실 속에서 저자의 의중을 염두에 두고, 이의 현실적인 적용을 고려하는 것은 아닐런지. 이러한 생각을 <정치 경제학 원리>를 통해 해보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ps. 존 스튜어트 밀이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 ~ 1970)의 대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또 하나의 수확이다. 러셀의 대부인 밀이 <정치 경제학 원리>를 통해 '부가 수단'이라는 점을 명시했다면 대자인 러셀은 <행복의 정복>을 통해 행복의 의미에 대해 탐색하고 있다. 이들의 책을 통해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부(富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1-06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6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8-01-06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시리즈 1,2권을 읽었는데, 밀의 엄청난 지식에 넘어갈 뻔 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1-06 14:33   좋아요 0 | URL
만화애니비평님 말씀처럼 문학작품처럼 유려하게 써내려간 밀의 글을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되더군요^^:

AgalmA 2018-01-06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단이 목적으로 전도되는 것도 인간적인 특징이겠죠^^; 돈 버는 게 유일한 재미같은 M누구, 순O 패밀리 등등 유명한 분들 많잖아요ㅎ;
당연히 부(富)는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죠. 단 행복의 질과 양태는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는 것.

겨울호랑이 2018-01-06 17:50   좋아요 1 | URL
^^: 그렇겠지요. 적당한 부는 누구에게나 필요하겠지요.. 다만, 그 ‘적당한‘ 정도를 정량화할 수 없어 생기는 오해와 갈등 또한 인간적인 것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칼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1
칼 마르크스 외 지음, 박종철출판사 편집부 엮음, 김세균 감수 / 박종철출판사 / 199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1>에 실린 여러 단편 중 가장 유명한 저작은 <공산주의당 선언 The Communist Manifesto (1847 ~ 1848)>일 것이다. 이 단편은 칼 맑스(Karl Heinrich Marx, 1818 ~ 1883)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 ~ 1895)에 의해 쓰여진 선언문으로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의 두 문장으로 유명하다. 이 두 문장 외에도 <공산주의당 선언>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있는데, 이번 리뷰에서는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봉건 사회의 몰락으로부터 생겨난 현대 부르주아 사회는 계급 대립을 폐기하지 못하였다. 부르주아 사회는 다만 새로운 계급들, 억압의 새로운 조건들, 투쟁의 새로운 형태들을 낡은 것들과 바꿔 놓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 부르주아지의 시대는 계급 대립을 단순화시켰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사회 전체가 두 개의 커다란 적대적 진영으로, 서로 직접 대립하는 두 개의 커다른 계급들로 더욱더 분열되고 있다. :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로.(p401)'


1. 부르주아지(Bourgeoisie)와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


 <공산주의당 선언>에 의하면 부르주아지는 기존의 사회 관계를 파괴하고, 기존의 사회 관계를 금전 관계로 대체시켜 버렸다. 그리고, 끊임없이 세계를 부르주아지의 질서 속으로 편입시키면서 규모를 확장시켜 왔다.


  '부르주아지는 역사에서 극히 혁명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부르주아지는 자신들이 지배권을 얻은 곳에서는, 모든 봉건적, 가부장제적, 목가적인 관계들을 파괴하였다.(p402)... 부르주아지는 가족 관계로부터 그 심금을 울리는 감상적 껍데기를 벗겨 버리고, 그것을 순전한 금전 관계로 되돌려 놓았다.(p403)'  


  '부르주아지는 세계 시장의 개발을 통해서 모든 나라들의 생산과 소비를 범세계적인 것으로 탈바꿈시켰다...부르주아지는 모든 생산도구들의 급속한 개선과 한없이 편리해진 교통에 의하여 모든 민족들을, 가장 미개한 민족들까지도 문명 속으로 끌어넣는다... 부르주아지는 농촌을 도시의 지배 아래 복속시켰다.(p404)... 부르주아지는 생산 수단, 소유 및 인구의 분산을 점점 더 폐기한다.(p405)'


 그렇지만, 이러한 부르주아지의 확장성은 '과잉 생산'이라는 한계점을 만났을 때, 오히려 자신의 질서에 독 毒이 된다. 한편, 프롤레타리아트는 기계화, 대량화 되는 생산 구조의 변화 속에서 점점 부속품화된다. 이러한 노동자의 모습을 우리는 찰리 채플린(Sir Charlie Chaplin, 1889 ~ 1977)의 <모던 타임스 Modern Times>(1936)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황시에는, 이전의 모든 시기에는 어불성설로 보였을 하나의 사회적 전염병이 돌발한다- 과잉 생산이라는 전염병이... 왜 그런가? 그것은 사회가 너무 많은 문명, 너무 많은 생활 수단, 너무 많은 공업, 너무 많은 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뜻에 맡겨져 있는 생산력들은 더 이상 부르주아적 소유 관계들의 촉진에 봉사하지 않는다.(p406)'


 '부르주아지는 자신에게 죽음을 가져올 무기들을 벼려 낸 것만이 아니라 ; 그들은 이 무기들을 쓸 사람들도 만들어 내었다 - 현대 노동자들, 프롤레타리아들을.(p406)... 프롤레타리아의 노동은 기계제의 확장 및 분업으로 말미암아 모든 자립적 성격을,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주는 모든 매력을 상실하였다. 프롤레타리아는 오진 가장 간단하고, 가장 단조롭고,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손동작만을 요구받는 단순한 기계 부속품이 된다.(p407)'


[사진] 영화 모던 타임즈(출처 : 조인스 닷컴)


 노동가치가 저하되면서 노동자의 임금은 낮아지고, 저임금의 노동자로 대체된다. 또한, 대자본과의 경쟁을 견뎌내지 못한 기존 중상층 계급도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으로 내려앉게 되고, 결국 사회는 '부르주아-프롤레타리아트'로 양분화가 심화된다.


 '지금까지의 소중간 小中間 신분들, 즉 소공업가들, 소상인들과 소금리 생활자들, 수공업자들과 농민들 등의 이 모든 계급들은 프롤레타리아트로 전락하였는데, 이는 일부는 그들의 소자본이 대공업의 경영에 충분하지 않고, 더 큰 자본가들과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며, 일부는 그들의 숙련이 새로운 생산 양식들에 의해 무가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프롤레타리아트는 주민의 모든 계급들로부터 충원된다.(p408)


2. 자본주의 붕괴


  우리는 앞서 과잉생산으로 인해 부르주아의 지배가 위기에 빠지게 됨을 살펴봤다. 그리고, 맑스와 엥겔스는이러한 상황 속에서 점차 세력을 키우게 된 프롤레타리아트에 의해 부르주아 지배는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혁명 革命임을 주장한다.  <공산주의당 선언>이 말하는 혁명궐기문의 성격이 다음의 글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한마디로 공산주의자들은 어디서나, 현존의 사회 정치 상태를 반대하는 모든 혁명 운동을 지지한다. 이 모든 운동들 속에서 공산주의자들은, 그것이 더 발전한 형태를 띠고 있든 덜 발전한 형태를 띠고 있든 소유 문제를 운동의 기본 문제로 내세운다. 끝으로 공산주의자들은 어디서나 모든 나라의 민주주의 정당들간의 결합과 합의를 위해 노력한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목적이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 질서의 무력적 전복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선언한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p433)'


3.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Post Capitalism)


 <공산주의당 선언>에서 맑스와 엥겔스가 꿈꾸었던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점차 세력을 불려나간 프롤레타리아트처럼 이들의 혁명은 '사적 소유의 철폐'부터 시작하여, 국가 단위로, 다시 세계단위의 연합체로 발전하게 된다. (맑스에게 국가는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억누르기 위한 통치기구이기에 국가 역시 타도 대상이 된다.)


 '공산주의를 특징짓는 것은 소유 일반의 폐지가 아니라 부르주아적 소유의 폐지이다. 그런데 현대의 부르주아적 사적 소유는 계급 대립에, 즉 한 계급에 의한 다른 계급들의 착취에 근거하는 생산물의 생산 및 전유의 최후의, 그리고 가장 완성된 표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단 하나의 표현으로 집약할 수 있다. : 사적 소유의 철폐.(p413)'


 '만일 프롤레타리아트가 부르주아지에 대항하는 투쟁에서 필연적으로 계급으로 단결되고 혁명을 통해 스스로를 지배 계급으로 만들고, 또 지배 계급으로서 낡은 생산 관계들을 폭력적으로 폐기하게 된다면, 그들은 이 생산 관계들과 아울러 계급 대립의 존립 조건들과 계급 일반을 폐기하게 될 것이고, 또 이를 통해 계급으로서의 자기 자신의 지배도 폐기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계급과 계급 대립이 있었던 낡은 부르주아 사회 대신에 각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하나의 연합체가 나타난다.(p421)'


 <공산주의당 선언> 속에서 우리는 당대의 상황을 '부르주아-프롤레타리아트'의 대립으로 규정한 맑스 사상의 체계와 함께 이를 위해 노동자들의 단결을 주장한 혁명가로서의 맑스, 엥겔스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주장은 90년대말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몰락을 통해 관심밖으로 멀어졌으나, 최근 신자유주의 新自由主義의 물결 속에서 자본의 집중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요즘 우리의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산주의당 선언>속의 자본주의 붕괴 모습을 보다 상세히 알기 위해서는 칼 맑스, 엥겔스의 <자본>을 읽어야겠지만, 개략의 주장만을 알고 싶다면 <공산주의당 선언> 을 통해 전체 모습을 집작할 수 있어, 짧은 단편이지만 읽을만한 내용의 책이라 여겨진다. 다만, 개인적으로 맑스, 엥겔스에게 아쉬운 점이 하나 생긴다. 


4. 노동운동 그리고 소비자 운동


 맑스, 엥겔스는 노동자(프롤레타리아트)에 의한 단결과 혁명을 주장했지만, 그들의 다른 면을 볼 수는 없었을까? 노동자는 다른 한 면으로 '소비자'이기도 하다.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을 乙'의 위치에 서지만, 소비자는 자본가에게 '갑 甲'의 위치에 놓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다 성공적인 혁명을 위해서 맑스와 엥겔스는 '소비자 운동'을 내세웠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를 생각해본다.


 그렇다고 <공산주의당 선언>에서 맑스와 엥겔스가 노동자가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친 것은 아니다. 이는 다음의 문장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공장주에 의한 노동자의 착취가 끝나서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을 현금으로 지불받게 되면, 부르주아지의 또 다른 부분들, 즉 집주인, 소매 상인, 전당포 영업자 등등이 그에게 달려든다.(p408)'


 거칠게 생각한다면, '소비 consumption'를 생산적 소비(산업적 소비)와 개인적 소비(비생산적 소비)로 나누고 새로운 재화를 생산하는 생산적 소비만 가치있는 것으로 규정한 맑스 사상의 한계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생산이 분배, 교환, 소비를 총괄한다는 그의 사상적 한계가 노동자의 다른 면인 소비자를 가렸고, 이를 통해 보다 불리한 위치에서 궐기해야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칼 맑스의 다른 저서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과 <자본>을 정리할 때 살펴보도록 하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2-02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2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12-02 0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때는 지금처럼 소비가 만연한 시대는 아녔으니까요. 소비는 부르주아지의 특권에 더 가까웠을 듯.
한국도 경제개발 할 때 거의 대부분 당장 의식주를 해결할 돈 벌기 바빴잖아요. 이후 소비의 물결은 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이었죠. X세대 나오고 해외여행 자율화 등등~ 소비의 붐이 일었죠.
어디까지나 제 소견^^; <소비의 역사>까지 읽을 여력이 없어 자료 바탕은 어렵습니다ㅎ;

겨울호랑이 2017-12-02 08:35   좋아요 3 | URL
^^: AgalmA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20세기 이후 대량 소비 시대가 열렸고, 소비자의 힘이 강조된 것도 그 이후인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19세기 유럽 대룩에서의 산업혁명 초기 모직을 비록한 경공업 제품이 초기 자본주의 생산품임을 생각해보면, 의류의 최종소비자는 중공업제품과는 달리 결국 일반인들이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옷은 누구나 입어야하니 소비자 역시 적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AgalmA님 말씀처럼 그럼에도 소비가 관심을 받지 못한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그리고, 저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고 갑니다 ㅋㅋ

2017-12-02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2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2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2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찰스 P. 킨들버거 지음, 주경철 옮김 / 까치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 강대국 흥망사 : 1500 - 1990 World Economic Primacy : 1500 to 1990>는 찰스 P. 킨들버거(Charles P. Kindleberger, 1910 ~ 2003)에 의해 씌여진 세계 경제 리더십에 대한 저술이다.  시간적으로는 16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공간적으로는 이탈리아 도시국가들로부터 일본에 이르는 경제적 패권 국가(經濟的 覇權 國家) 또는 패권에 도전한 국가들의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일어난 이 시기를 킨들버거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서문을 통해 잠시 살펴보자.


 '나는 경제적 선두와 그 종말에 대해서 특정 국가별로 역사적 접근을 하려고 한다. 1350년경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로부터 포르투갈과 에스파냐, 네델란드, 영국, 미국,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위 미국의 쇠퇴 문제까지 다룰 것이다. 그리고 항구적인 도전자 프랑스, 두 번씩이나 공격적으로 태양의 자리를 넘보았던 독일, "넘버 원"의 후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일본을 다룬 장들이 더해진다.'(p19)


0. 경제적 선두의 경제적 생명력 주기


 저자인 킨들버거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것은 크게 역사에 나타난 '경제적 선두'의 '경제적 생명력 주기' 분석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가. 경제적 선두


  저자가 분석 대상으로 하는 '경제적 선두'는 단일한 요인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게 정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킨들버거는 경제적 선두를 '공공재의 최후 신용 공여자'로 정의한다. 흔히 말하는 기축통화( 基軸通貨, world currency)국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제적 선두(economic primacy)는 국민소득(총소득과 1인당 소득), 성장률, 기술혁신의 수와 그것이 장차 개화될 가능성, 생산성 증가율, 투자 수준(국내투자와 해외투자), 원료 및 식량과 연료의 통제, 각종 수출시장 점유율, 금 보유고와 외환 보유고, 자국 화폐가 다른 나라에서 교환수단, 계산단위, 가치의 축적 수단으로 쓰이는가의 여부 같은 것 중 어느 하나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것들과 함께 또 다른 경제적 기준들이 혼합되는 가운데 - 그리고 그때의 가중치는 시간과 장소마다 다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 경제적 우위가 결정되는 것이다... 경제적 선두는  최상의 경우 지배나 헤게모니보다는 세계경제의 리더십에 따른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가 된다.'(p28)


 '몇 해 전에 나는 1930년대의 세계공황에 대한 책에서 경제적 리더십을 가진 국가는 상품, 자본, 외환의 국제시장을 유지하고 거시경제 정책을 조정하며 위기시에는 최후의 신용공여자(信用供與者)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된다고 쓴 바 있다.'(p15)

 

 나. 경제적 생명력 주기


 <경제 강대국 흥망사>에서 저자는 경제적 선두의 경제적 리더십의 생애를 인생 주기와 비교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S 곡선'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S 곡선은 경제사 외에도 마케팅 분야에서도 활용되는 모형이다.


'비유는 어떤 경우에는 기만적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한 나라의 경제적 생명력 주기는 사람의 일생의 주기와 같다는 비유를 할까 한다.... 한 국가의 경제적 궤적은 국가마다 크게 다를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것은 서서히 출발해서 속도를 올리고 한동안 최고조에 있다가 마침내 속도를 줄이는데, 이는 곧 S 곡선(S-curve)을 따라는 것이다.'(p17)


[그림] 제품 수명 주기와 S곡선 ( 출처 : https://brunch.co.kr/@flyingcity/59)


 저자는 경제적 선두의 경제적 생명력 주기를 파악함에 있어 역사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발전 모델 등을 설정하고 베네치아로부터 일본에 이르기까지의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해당 사례의 상세한 내용은 독자 몫으로 남겨두고 결론을 큰 틀에서 살펴보자.


 1. 역사의 본질과 원인


 킨들버거는 이 책의 많은 부분이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 ~ 1985)과 월러스틴(Immanuel Maurice Wallerstein, 1930 ~ )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밝히면서 그와 동시에 역사의 본질을 '복잡성'으로 해석한다. 경제적 선두 국가에 공통된 단일 요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간의 관계성에 저자는 주목한다.


  '페르낭 브로델과 그의 추종자인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세계의 중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특히 월러스틴은 주변부와 반(半) 주변부를 거론한다. 브로델은 세계경제사는 일련의 중심화와 재중심화 그리고 그 사이의 탈중심화라고 주장한다.(p19)...내가 생각하기에 역사의 본질은 그 복잡성이다. 단일 원인에 의한 설명은 대개 의심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결과들이 한두 가지 "충분조건들"에 의해서 일어났다기보다는 일련의 "필요조건들"로부터 나온 것임을 인정한다.'(p20)


  '경제분석과 경제사는 최근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에 주목했다. 이것은 사건들이 특정한 방석으로 진행되어서 경제 과정과 제도를 변경 불가능할 정도로 경직적으로 만듦으로써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p23) ... 카오스 이론, 예측 불가능한 결과들 그리고 느슨한 인과관계 등을 함께 고려하면 단일한 원인이 대단히 다양한 결과들을 낳는다는 귀결을 얻게 된다. 대표적인 것은 인구이다.'(p25)


 2. 국가의 성장과 쇠퇴 그리고 단속적 발전


 킨들버거는 경제적 선두의 경제 성장에 대한 요인을 내생적 요인과 외생적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또한, 국가의 성장과 쇠퇴에 대해 경험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있다. 저자는 한 국가의 경제적 번영과 쇠퇴를 이루는 요인을 설정함과 동시에, 이들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들의 관계를 통해 '역사의 단속적 발전'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경제성장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는 노동과 자본, 그리고 외생적(외부에서 도입된) 기술변화를 받아들이는 "잉여"요소, 인적자본 투자(교육), 그리고 간혹 "토지"(혹은 자원)를 다룬다. 대개는 이 목록에 사회학적인 요소들과 같은 비경제적 요소를 포함한다. 특히 프랑스인들은 망탈리테(mentalite), 독일인들은 시대정신(zeitgeist) 혹은 사회적 가치를 포함시킨다.'(p35)


 '경제후퇴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여러 상이한 기능에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생긴다. 부채, 기술, 석탄, 소유권, 해원업에서 우위의 상실 등... 성장과 쇠퇴라는 생명주기에서 각국의 경험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 요소가 다른 요소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생명력과 유연성이 경직성으로 변한 것이야말로 그 패턴을 결정한다.'(p65)


 '그러나 나는 "더욱 새롭고 발전된 문명 단계를 탐사하는 어떤 나라라도 결국 뛰어넘기 힘든 한계나 장벽에 도달하므로, 인류 진보의 다음 단계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진다."는 "단속적 발전의 법칙(the law of interrupted progress)"을 제시했던 한 네덜란드 역사가의 모델을 따르기로 결정했다.'(p68) 


3. 국가 주기


  저자는 개별 국가 사례 분석을 통해 결론을 내린다. 교역, 산업, 금융 등에서 국가 주기가 발견되는데 여기서 관찰되는 국가 주기는 다음과 같다. 초기 내적 발전단계에서 활성화 단계로 이행한 후 기득권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계를 지나면서 국가의 모습은 점차 활력을 잃고 폐쇄적으로 진행된다.  


 '국가주기의 평범한 진행은 교역, 산업, 금융의 순서이다. 각각은 자신의 내적 발전단계를 가지고 있다. 첫 단계에서 교역은 경쟁적이고 공격적이며, 불명예스러운 수단을 통해서라도 외국의 기술을 습득할 준비가 되어있고, 배우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제품을 외국 것으로 위장하곤 한다. 성장은 종종 수출지향적이며, 가끔 외국제품과의 경쟁에서 수입대체적이 되기도 한다. 유치산업의 육성을 위해서 보호무역 조치가 강구된다. 나중 단계에서는 수출 압박이 성장에 해로울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주기가 산업에서도 나타난다. 초기에는 모방적이되 변화하는 당시 조건에 대해서 적응력을 보이다가 곧 혁신적이 된다. 점차 생존자들은 더 성장하고, 변화에 저항하며, 방어적이 되고, 다른 이들의 혁신을 따라가곤 한다.'(p336)


 '금융의 주기는 단기 혹은 때로 장기 자본대부를 통해서 교역과 산업을 촉진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자산거래, 그리고 생산보다는 부(富)자체에 대한 집착으로 이행한다. 상인과 산업가들은 "위험 감수자"룰 졸업하여 금리 수취인 신분이 되고 활력은 침체된다. 수입 중 소비의 몫이 증가하고 저축은 감소한다. 다양한 이해집단들이 그들의 관심사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의사표출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과도하다 보면 효율적인 정부의 행위를 가로막게 될 것이다. 소득 재분배는 점점 뒤틀려서 빈익빈 부익부로 향한다.'(p337)


4. 국가 쇠퇴의 내부적 요인


 한 국가가 활기를 잃고 쇠퇴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킨들버거는 국가 쇠퇴의 원인을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개체의 노화 과정에 해당하는 국가 쇠퇴의 내부적 요인들 안에는 부의 부정한 축적, 인플레이션, 성과 이상의 부의 분배 요구 등이 해당된다.


 '국가의 몰락이 상해와 질병 같은 외부 원인때문인지, 아니면 노화과정과 같은 내부 원인 때문인지 알아 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내부 원인으로는, 조세와 공동부담에 저항하는 분배동맹을 만드는 것, 낮은 생산 수익률과 저조한 혁신적 창조, 정부 및 대기업과 개인이 변화에 적응하는 것, 국가의 영웅이 생산에서 소비로 옮아 가거나 혹은 자산의 시세조작을 통해서 부의 축적자가 되는 것, 조세수입과 정부지출을 맞추지 못해서 생기는 인플레이션, 혹은 조세를 소득집단 사이에서 할당하지 못한 까닭에 돈을 찍어 내는 것, 사회의 한 부문이 부유하게 되고 다른 부문들은 자신의 생산능력 이상의 수입을 요구하는 현상 등이 있다.'(p340)


 '전형적인 경우, 한 국가는 초기에는 더 많이 분권화, 연방화, 다원화되기 쉽다. 다원주의는 주도권 경쟁을 유도하는 데에 유용하다. 이것은 경제적 노력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예술, 음악, 문학에 더 잘 적용된다. 발달단계가 진전되면서 부쩍 강력해진, 그리고 때로는 서로 갈등하는 지역적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 더 많은 중앙의 지도가 필요해진다.'(p337)


 국가 쇠퇴의 내부적 요인은 국가 권력의 연방화(분권화), 중앙집권화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연방화와 중앙집권화는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시기에 따른 적절한 제도의 활용이 요구된다.


 '연방/중앙집중의 문제는 혁신과 그 속도 저하의 문제만이 아니라 더 일반적으로 상업, 정부, 군대, 대학 같은 조직 문제를 포괄한다. 특히 소규모로 시작해서 점차 커지는 모든 제도들이 문제가 된다... 딜레마는 이것이다. 안정적인 시기에는 장인의 본능과 낮은 수준의 혁신적 능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분권화가 선호된다. 반면에 위기나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는 중앙의 지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앙이 너무 크게 성장하면 관료주의적 경화가 시작되어 그 다음 위기에 대응할 중앙권력의 능력을 저하시킨다.'(p346)


 '독자적인 기준 중 하나는 타이밍이다. 평화시에는 경제가 전향적으로 움직이고 분권화, 연방적이고 다원적인 자치의 기반 혹은 보완성이 촉진될 것이다. 위기의 시대에는 중앙집중화나 리더십이 요구되거나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중앙집중화를 선호하거나 분권화를 선호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p349)


5. 국가 쇠퇴의 외부적 요인


 반면, 국가 쇠퇴의 외부적 요인은 전쟁, 사고의 변환 등을 들 수 있다. 사고의 변환을 통한 급격한 패러다임(paradigm)의 변화는 국가 쇠퇴를 좌우하게 된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를 우리는 (비록 이 책에서는 직접 다루지 않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미국 뒤를 이을 새로운 경제 강자인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와 부동산 투기 거품을 이기지 못했고, 2000년대 IT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20년 이상의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출처 : http://www.funddoctor.co.kr/board/hotissue/iss_ig/content.jsp?class_cd=ISS_IG1&page=1&number=257)


 '국가 쇠퇴의 원인을 질병이나 상해 같은 외부적 원인과 신체의 전반적인 노화과정 같은 내부적 원인으로 나누는 것은 자의적이고 애매모호한 일이다... 전쟁이 일반적으로 젊은 국가의 성장속도를 높이고 늙은 국가의 쇠퇴를 재촉한다는 그의 주장은 정말 명백한 사실이다. 그밖의 외부적 원인으로는 충격이 있는데, 특히 지리적 발견과 과학기술의 발명은 지평을 넓히기도 하고 기존 활동들을 잠식하기도 한다.'(p341)


6. 세계 경제 리더십


 <경제 강대국 흥망사>를 통해 킨들버거는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선두의 등장과 쇠퇴에는 일종의 cycle이 존재하며, 이러한 주기를 움직이는 요인은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시간과 공간에 따라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역사 발전의 주도적 요인을 말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국가 쇠퇴를 설명하는 요인과 발전과 쇠퇴에 따른  최적의 제도 역시 사안에 따라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20세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어떤 국가가 미국을 대신하여 다음 '경제적 선두'가 될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루고 있다.


 '지역주의, 열강 사이의 협력, 지속적인 낮은 수준의 갈등들이 모두 약간씩 존재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혼란이 예고된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혼란 속에서 한 나라가 나타나서 세계 선두의 경제 강대국이 될 것이다. 다시 미국이? 일본? 독일? 유럽 공동체 전체? 오스트레일리아나 브라질이나 중국 같은 다크호스가? 누가 알겠는가? 나는 모른다.'(p362)


 폴 케네디(Paul M. Kennedy, 1945 ~)가 그의 저서 <강대국의 흥망 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에서 일본의 대두를 이야기한 반면, 레스터 서로우(Lester Thurow, 1938~ )는 <제로섬 해결 The Zero sum Solution>에서 유럽 부상론을 주장하였다. 이들 국가/지역들은 2007 -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현재(2017년7월)에 이르기까지 QE(양적완화), 확대 재정정책 등을 통해 국내 경제를 유지하기에도 버거워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두 석학의 전망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이에 반해, 즉답을 피한 킨들버거는 상대적으로 현명한 답을 했다고 여겨진다. 추가적으로, 그가 제시한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 Trap)'을 생각한다면, 경제적 리더십이 없는 21세기가 극심한 혼동의 시기가 될 것임을 저자는 미리 내다본 것은 아닌가도 여겨진다.


 * 킨들버거 함정 :  마셜 플랜을 설계한 찰스 킨들버거가 제시한 이론으로, 새롭게 등장한 패권 국가가 기존 패권국이 생산하던 공공재(public goods)를 제공하는 데 실패할 때 전 세계적 재앙이 발생한다는 이론 ( 출처 : http://newspeppermint.com/2017/01/17/kindleberger-trap/)


 <경제 강대국 흥망사 : 1500 -1900>에서는 이러한 저자의 주장이 여러 수치와 도표를 통해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제시된다. 다만, 책 안에 그림, 사진 하나 제시되지 않고 수치와 표, 그리고 이론을 제시하고 있어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세계 경제사를 큰 흐름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사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일독(一讀)을 권하고 싶다.


PS. 경제적 선두의 역할을 공공재 최후의 신용공여자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중국의 '일대일로 一帶一路 정책'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출처 : 아주경제)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05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5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05 1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경제 대국이 어디라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브렉시트 때문에 유럽 공동체도 흔들릴 정도면 혼란기가 왔다고 볼 수 있겠어요.

겨울호랑이 2017-07-05 13:55   좋아요 2 | URL
정치면에서 국제경찰 역할을, 경제적으로는 기축통화 공급국으로서의 역할을 미국 스스로 줄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본과 독일을 중심으로 한 EU는 경제 선도국으로서의 의지 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최근 중국이 부상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 역시 수출시장과 주채권국으로 미국의 영향력 안에 있기 때문에 cyrus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경제적 혼란기, 힘의 공백기에 와 있는 것 같네요...이러한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 생각합니다.

oren 2017-07-05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킨들버거의 책 오랜만에 다시 보는군요.. 토인비가 쓴 『역사의 연구』에서도 장차 ‘일본‘이 미국의 바톤을 이어 받아 세계 최선두로 올라설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점쳤지만, 결국 킨들버거가 이 책에서 분석한 ‘국가의 쇠퇴요인들‘이 너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지금은 선두권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고 만 게 ‘현재 스코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킨들버거가 이 책을 썼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변치 않고 있는 명백한 사실은 ‘세계 1등 국가 미국‘의 선두 유지는 결코 단기간에 바뀌지 않을 거라는 사실인 듯합니다. 적어도 50년? 혹은 100년? 그거야 누가 알겠습니까마는...

겨울호랑이 2017-07-05 15:05   좋아요 2 | URL
oren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미국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세 유럽의 패권과 유대 자본의 흐름이 상당한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미국의 다수 기업이 유대 민족의 소유라는 사실을 볼 때 미국의 세계 자본 지배는 지속되리라 생각됩니다. 여기에 그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oren님 말씀처럼 단기간 내에 경제적 선두가 바뀌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미래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요.

포스트잇 2017-07-05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선은 종북몰이와 안보팔이 하는 정치세력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해야겠죠.
그 다음에야 북한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세계든 제대로 대처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봅니다.
지금은 너무 왜곡되어 있는 듯합니다. 좀 펴야죠.


겨울호랑이 2017-07-05 15:19   좋아요 2 | URL
네 포스트잇님 말씀대로 개인의 이익을 특정 국가 이익과 결부시키고, 이를 ‘인계철선‘ 삼아 국익에 부합하는 의사 결정인 양 호도하는 이들이 문제입니다. 이들이 먼저 권력에서 배제되어야할 듯 합니다. 다만, 워낙 이들의 뿌리가 깊은 집단인지라 단기간 내에 부작용없이 처리될 문제는 아닐듯 합니다...

사마천 2017-07-06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책을 너무 좋은 리뷰로 만나니 아주 행복합니다. 킨들버거는 최근에 미중 간의 대결 국면에서 킨들버거 트랩이라는 논리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은 대가의 노작입니다. 다시 한번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17-07-06 17:44   좋아요 1 | URL
사마천님 말씀처럼 여러 국가의 경제적 흥망을 날카롭게 분석한 좋은 책입니다. 정말 경제사의 고전이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좋은 말씀에 감사합니다. 사마천님 더운 날 건강한 하루 되세요^^: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 지속가능성 시리즈 4
베른트 마이어 지음, 김홍옥 옮김 / 길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는 독일 경제학자인 베른트 마이어(Bernd Meyer)가 2007년 저술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 오염에 대한 대책인 '환경보존'과 늘어가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경제성장'이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이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저자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살펴보자.


 '지속가능성은 인류 중심 개념이다. 인간과 그들의 욕구가 핵심인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에는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차원이 있다. 지속가능성의 생태적, 경제적 차원은 다음 세대에게 일정한 자연 자본과 경제 자본 따위의 자본을 넘겨주는 것과 관련이 있다... 경제 자본에는 무엇보다 건물과 기계류, 그리고 지식과 경험 같은 인적 자본이 포함된다.'(p36)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자본을 다음 세대에 일정 자본을 넘겨줄 수 있어야한다. 이를 위한 공급 측면에서의 선결 과제는 '자원 생산성의 향상'이다. 그리고, 자원 생산성의 향상을 위해서 우리는 '충분성'과 '효율성'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행동 변화는 다름 아닌 자원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자원 생산성이란 단위 자원당 생산되는 상품의 총량을 말한다. 자원 생산성을 높여야, 경제성장이 곧 자원 소비라는 등식을 깨뜨릴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이른바 "충분성"전략은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추구한다... "효율성" 전략은 기술혁신을 지지한다.'(p39)


  * 자원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 : 충분성 전략과 효율성 전략


 '충분성 전략이 강조하는 것은 총 소비량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 유형이다. 우리가 원하는 상품은 어떤 것인가? 충분성은 절제를 통한 보존을 뜻한다. 이 전략은 소비를 포기하란 말이 전혀 아니며, 오로지 자원 사용에만 해당된다.(p120)


 '프리드리히 슈미트 블레크는 어떻게 하면 자원 사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많은 예를 상세히 제시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국가의 여러 겅제 과정에서 사용되는 기술이다(p126)...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르민 그룬발트 Armin Grunwald의 지도 아래 독일 연구센터의 헤르만폰헬름홀츠 협회는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무엇보다 좀 더 지속가능한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특히 네 가지 핵심 기술이 유망하다고 밝혔다. 네 가지 핵심 기술이란 나노 기술, 생명공학, 재생에너지 기술, 그리고 정보와 의사소통 기술이다. 이들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모든 경제 부문의 근본적 생산 조건을 설계하는데 더없이 중요하다.'(p134) 


 공급면에서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수요측면에서는 '소비의 절감'이 요구된다. 소비의 절감은 자연적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 제도(세금, 배출권, 보조금 )를 통한 직접적인 규제가 요청된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오로지 인간의 자원 소비를 세계적으로 절반가량 줄여야만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경제성장은 제3세계의 경제와 사회 조건을 개선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우리는 경제성장과 자원 소비를 철저히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p71)


 '생태학자들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부심하는 기업과 제지받지 않는 소비자의 소비가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생태학자들은 이제 환경에 가격표를 붙이는 식으로 환경을 "경제화"하고 싶어 한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p75)


  * 경제 제도 : 세금 제도, 배출권 거래제, 정부 보조금 제도

 

 '이른바 "생태세 eco-tax"는 경제학자 피구 Pigou가 내놓은 안이다. 피해를 입히는 이들에게 과세하면 그같은 행동을 줄일 수 있고, 피해를 입은 이들은 가외의 수입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p76)... 한편 경제학자 로널드 해리 코스 Ronald Hatty Coase는 50년 전 그와 정반대 해법을 내놓았다. 바로 정부가 환경 사용에 한계를 지워, 그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게 만드는 정책이다.'(p77)


 또한, 위의 제도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필요한 보완 조치가 있는데 이는 정보 및 의사소통 정책, 그리고 공조적 해법 제시 등으로 달성할 수 있다. 


  '정부가 시장 참가자들이 더욱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거나,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p84)... 서로 공조하도록 기업들을 격려하는 것은 특히나 기술 향상과 관련해 중요하다. 기후 문제는 자원을 절감하는 새로운 생산 방법, 혹은 자원 소비를 줄여주는 새로운 소비재 개발 같은 기술 향상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다.'(p85)


  자본주의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위와 같은 조절을 통해 우리는 재화의 생산량과 소비량을 일치시키고, 생산비용과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부문에 있어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특히 노동시장의 문제가 그러하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관심 역시 추가적으로 요청된다. 


 *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


 '서비스 부문이 체계적인 혁신 전략을 추진하노라면 특히 연구 개발이나 기업 밀착형 컨설팅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늘어날 것이다. 소비구조가 서비스 부문에 유리하게 바뀌면서 상위 집단 고용인의 수가 증가할 것이다. 양질의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현재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혁신 전략과 더불어 노동력 공급량 전체를 늘릴 필요도 있다. 자발적으로 노동 생산성을 높이려는 의지도 놓아야 하지만, 그와 함께 주당 노동시간 차원에서나, 평생 노동시간 차원에서 현재의 여성 노동력 예비군에도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p188)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에서는 그 외에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발전문제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여러 주장을 종합하면 결국 다음과 같은 최종 결론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어떻게 하면 실제로 우리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나는 경제 제도가 분명 중요하지만, 현재 시장에 결함이 많기 때문에 좀 더 합리적인 규제 정책, 정보와 의사소통 제도 등으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은 현행 경제 제도 덕택에 혁신 전략을 따르기에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교육 운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양질의 노동자를 충분하게 확보할 수 없다. 한편 수많은 개인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노동 환경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를테면, 역소득세처럼 효율적으로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p238)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문제에 대해 세계적인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토마 피게티(Thomas Piketty)가 그의 저서인 <21세기 자본>에서 소득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제적인 공조를 강조했다면, 베른트 마이어 역시 환경오염 해소와 국제경제성장을 위한 세계적인 협력을 주장한다. 환경문제와 관련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은 최근 (2017년 6월)  발생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문제를 바라보면서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림] 파리 기후 협약 탈퇴를 발표하는 트럼프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_oVFJsLfDj8)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고려하지 않은 문제로 인한 오류가 존재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다. 책이 쓰여진 시점인 2007년 당시에는 인구 고령화의 문제가 아직 절실하게 다가오지 못했고,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subPrime mortgage) 영향으로 글로벌 외환 위기가 발생하기 전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능력은 충분했다. 이러한 가정에서 출발한 이 책은 방정식을 통해 논의를 진행시킨다.  


 'E(배출량)=(E/R) * (R/Y) * (Y/B) * B / R : 자원 사용, Y : 국내총생산, B : 인구 크기

 E/R : 자원 사용 단위당 배출량, R/Y : 국내총생산 단위당 자원 사용, Y/B : 일인당 국내총생산


 세계적으로 인구(B)와 일인당 소득(Y/B)이 늘고 있음에도 E를 줄이려면, 자원 사용 단위당 배출량(E/R)과 국내총생산 단위당 자원 사용(R/Y)을 파격적으로 줄여야 한다. 어쨌거나 배출량을 줄이는 한편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를 동시에 이루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p114)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인구(B)는 감소했고, 경제 위기로 소비능력의 저하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모습이다. 또한,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발전보다 당장의 위기 해결을 위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책에서는 환경의 주요한 문제로 제기하는 지구온난화 문제 역시 이산화탄소(CO2)문제로 한정짓는 한계를 보여준다. 2010년 당시 친환경차량으로 주목받던 디젤(경유)차량의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문제에만 집중하여 가솔린 차량보다 '친환경' 이라고 인증을 받았지만, 늘어난 경유차량 덕분에 우리는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문제를 새롭게 짊어지게 되었다. 환경오염의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바라본 것 또한 이 책의 한계라 생각된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서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둘 다 가능한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이 책은 '경제성장'과 '환경보존'이라는 두 이상적인 목표가 서로 배타(排他)적이지 않다는 희망적인 내용을 제시했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가정으로 인해 그 내용이 별로 유용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 책이라 생각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6-22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