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왕들은 마땅히 스스로 혐의(嫌疑)를 피해야지, 가볍게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폐하께서 만약 우애를 가지고 용납하고 있다면, 청컨대 옛 제도에 의거하여 16택(宅)으로 돌아가게 하시고, 사부(師傅)를 절묘하게 선발하여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가지고 가르쳐서, 군대를 다루거나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십시오."
한건이 주문을 올렸다. "폐하께서 즉위한 이래로부터 근보(近輔)와 서로 나빴던 것은 모두가 여러 왕들이 군대를 다루고 흉악한 무리들이 화란을 좋아하여 난여(?輿)가 불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최근에 신(臣)이 주문을 올려서 병권을 철회하라고 한 것은 사실상 예측하지 못할 변란을 염려해서입니다. 지금 듣건대 연왕(延王)과 담왕(覃王)이 오히려 흉한 계획을 끌어안고 있다 하니,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성스런 판단을 내리어 의심하지 말며, 아직 변란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통제하신다면 사직(社稷)의 복일 것입니다."
한건이 또 주문을 올렸다. "폐하께서 현명한 사람을 선발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임용한다면 재앙과 어지러움을 청산하기에 충분한데, 왜 반드시 전후사군(殿後四軍)을 별도로 설치하셔야 했습니까! 두터움과 엷은 은혜와는 차이가 두드러지게 있으니 불편부당(不偏不黨)해야 하는 도리를 어겼습니다. 또 모아놓은 사람들은 모두 시장거리에서 무뢰하고 간악하며 교활한 무리들로 평안하게 거처할 때에도 여전히 재앙과 변고가 나기를 생각하였으니, 환난에 직면하여서는 반드시 쓰임이 되지 않을 것인데, 그들에게 활을 당기고 칼을 잡게 하여 황상의 수레에 밀착시켜 가까이하게 하니 신은 가만히 마음이 오싹합니다. 빌건대 모두 해산하시기 바랍니다."
유인공이 또 사신을 보내어 이극용에게 사죄(謝罪)를 하고, 거취(去就)와 스스로 편안하지 못한 속마음을 설명하였다. 이극용이 회답하였는데, 그 대략이다. "지금 공(公)은 부월(斧鉞)에 기대고 군사를 장악하였으니, 백성을 다스리고 법규를 세우고, 인사들을 발탁하고서 그들이 덕에 보답하기를 바라고, 장수들을 선발하고서 저들이 은혜에 보답하기를 희망하겠지만, 이미 아직 그렇지 못하니, 다른 사람들이 어찌 충분히 신뢰하겠소! 내가 헤아리건대, 의심과 방비는 골육으로부터 나올 것이고, 미움과 질투는 병유(屛?, 병풍 쳐진 휘장 안, 막사) 안에서 발생할 것이며, 간장(干將)을 가지고 있어도 감히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을 것이니, 맹세하는 접시52를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해도 무슨 말로 맹세를 드러낸다는 것이오!"
우습유(右拾遺) 장도고(張道古)가 소문을 올려 말하였다. "국가에는 다섯 가지의 위기와 두 가지의 재난이 있습니다. 옛날 한 문제(漢 文帝)가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국가의 사무를 명백히 익혔습니다. 지금 폐하께서 등극한 지가 이미 10년이나 일찍이 임금 됨과 신하를 부리는 방도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종(太宗)은 안으로 중원을 안정시키고 밖으로는 사방의 이족(夷族)들을 개척하며 바다 밖의 나라도 들어와 신하가 되지 않은 일이 없었습니다. 지금 먼저 있었던 조정이 물려준 영역은 날로 오그라들어서 거의 없어졌습니다. 신은 비록 미천하나 가만히 폐하의 조정과 사직이 처음에는 간신들에 의해 농간을 당하다가 끝내는 역신(逆臣)들의 소유가 될 것을 마음아파 합니다!"
"여러 방사(方士)들이 궁정을 출입하며 성청(聖聽, 천자가 들음)을 현혹시키니 의당 모두 금지하여 궁에 들어올 수 없게 하십시오." 조서를 내려 모두 그의 말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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