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되던 날 산속의 백성들이 앞을 다투어 나와서, 초안채로 가는 것이 마치 시장으로 몰려드는 것 같았고, 초안채가 수용할 수 없게 되자 그것을 해체하여 이것을 넓혔으며, 장사하는 곳이 점차로 생겼고, 또 삼을 꺼내 그것을 판매하기도 하였다.

백성들은 촌락에 약탈하거나 폭행하는 근심거리가 없게 되는 것을 보고 점차로 현령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원래의 생업으로 돌아갔다. 한 달여 후에 초안채는 모두 텅 비게 되었다.

유자는 그 집안의 자제들에게 일찍이 훈계하면서 말하였다. "무릇 가문의 지위가 고귀하다는 것은 두려워할 일이지 믿을 만한 일은 아니다. 자신을 세우고 움직이면서 만약 한 가지 일이라도 실수가 있게 되면 죄과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무겁고, 죽은 후에도 지하에 계신 조상들을 뵐 면목이 없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두려워할 만한 이유인 것이다. 가문이 고귀하면 교만한 마음이 쉽게 생기고, 가족이 창성(昌盛)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질투를 받게 된다. 아름다운 품행과 실제적인 재간은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지만, 사소한 결함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무리들은 모두 그것을 지적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그 믿을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러므로 기름진 것을 먹는 집안의 자제들은 배우는데 의당 더욱더 근면해야 하며 행동에서는 의당 더 힘써야 하는데, 겨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있을 뿐이겠는가!"

"지금 조정에서는 단지 강약(强弱)만을 살필 뿐이지 시비(是非)를 따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말하였다.

"쇠잔한 사람들을 묶어서 법을 시행하지만, 강성한 사람들을 따라서 은상을 내리고 있어서 사물의 치수(?銖)는 사람을 보고서 형광(衡?)94하고 있습니다."

또 말하였다.

황상이 말하였다. "왕실의 지위는 갈수록 낮아지고, 호령은 국문을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 이는 뜻이 있는 지사들이 비분하고 침통할 시기이다! 약을 먹고 머리가 아찔하고 눈앞이 캄캄하지 않으면 그 질병은 완치될 수 없소.98 짐은 즐거운 마음으로 나약하고 무능한 군주가 되어 묵묵히 나날들을 보내면서 앉아서 모욕하는 것을 볼 수는 없소. 경(卿)은 단지 짐을 위해 군량미를 조달하면 짐이 친히 여러 친왕들에게 위임하여 군대를 사용할 것이고 성패는 경에게 책임 지우지 않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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