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이 조용히 장준과 더불어 옛날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치란(治亂)을 논의하였는데, 장준이 말하였다.
"폐하께서는 영명하시고 슬기롭기가 이와 같지만, 그러나 안팎으로 강력한 신하들에게 견제되니, 이것이 신이 밤낮으로 마음이 아프고 머리가 지근거리게 하는 것입니다." 황상이 현재 급한 일을 묻자, 대답하였다.
"군대를 강력하게 하여서 천하를 복종시키는 것만 같은 것이 없습니다." 황상은 이에 경사(京師, 장안)에서 널리 병력을 모집하였는데, 온 사람이 10만 명이었다.

진경선(陳敬瑄)은 부유한 백성의 재산을 거두어 군대에 공급하면서 징독원(徵督院)을 설치하여 차꼬와 수갑을 채우고 채찍을 쳐서 압박하여 각자에게 자기의 재산을 스스로 등록하도록 하였는데, 무릇 재산을 가진 사람이 만약에 재물을 은닉하였거나 허점(虛占)하였다면 급히 징발하니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가 없었다.

저들에게는 상을 주고 이쪽은 주살하려 하니 신이 어찌 할 말이 없겠습니까! 또 조정이 위험에 처하였을 때는 신을 한신(韓信)·팽월(彭越)·이윤(伊尹)·여상(呂尙)이라고 칭찬하였지만 이미 안정되기에 이른 후에는 곧 신을 욕하여 융족(戎族)·갈족(?族)·호족(胡族)·이족(夷族)이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천하에 병권을 장악하고 공을 세운 사람들이 다만 폐하가 다른 날에 꾸짖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신이 과연 큰 죄가 있어서 육사(六師)91가 토벌하는 데는 스스로 형벌을 관장하는 방법이 있는데, 어찌 반드시 신(臣)이 약해진 이후에 행차하여 이를 빼앗습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원습이 죽었는데, 양행밀이 그를 위하여 곡하며 말하였다. "하늘은 내가 큰 공을 이루는 것을 원하지 않는구나. 어찌 나의 팔다리를 자르는가! 나는 관대한 것을 좋아하였으나, 원습은 항상 나에게 죽이는 것을 권하였는데, 이것이 그가 장수하지 못한 까닭이구나!" 손유(孫儒, 회남절도사)가 병력을 보내어 여주(廬州, 안휘성 합비시)를 공격하자 채주(蔡?)는 주(州, 여주)를 들어가지고 그에게 항복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