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복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복(幸福) :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만족함. 또는 그러한 상태. [출처 : 네이버 사전]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 ~ 1970)의 <행복의 정복 The Conquest of Happiness>는 행복(幸福)에 관한 에세이다. 러셀은 이 책에서 불행(不幸)과 행복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면서 행복한 사람에 대해 정의한다. 


 '행복한 사람은 객관적으로 사는 사람이자 자유로운 사랑과 폭넓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며 이러한 사랑과 관심을 통해, 그리고 다음에는 그의 사랑과 관심이 다른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확보하는 사람이다.(p234)'


  러셀이 말한 불행의 원인은 경쟁, 권태와 자극, 피로,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에 대한 공포다. 반면, 행복의 원인은 행복의 원인인 열의, 사랑, 가족, 일, 일반적 관심사, 노력과 체념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독자적으로 개인의 불행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의 감정을 구성한다. 예를 들면, 지나친 경쟁은 개인의 피로를 유발하고, 다른 이들의 성공을 질투하면서 자신의 삶에 권태를 느끼고 자극을 추구하게 만드는 등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너무나 유명한 톨스토이(Lev Tolstoy, 1828 ~ 1910)의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의 첫 문장처럼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나름나름의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를 이번 리뷰에서 살펴보자.


 철학자인 러셀은 서두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의 범위를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겪고 있는 행복으로 한정한다. 일생 한두 번 정도 발생하는 극단적인 경우에 행복과 불행을 말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말일 것이다. 

 

 '이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 나는 극단적인 외부적 불행의 요인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한정시키고자 한다. 일용할 양식이나 주택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수입이 있고, 일상적인 활동에 지장이 없을 만큼 충분히 건강한 사람들을 전제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서 자식을 모두 잃었다든가 사회적 위신을 잃었다든가 하는 극단적인 불행을 고려하지 않기로 하겠다... 나의 목적은 문명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날마다 겪고 있는 일상적인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p14)'


1. 경쟁 Competition

 '고통의 뿌리는 경쟁에서의 성공을 행복의 주요한 원천이라고 지나치게 강조하는데서 돋아난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성공은 행복의 한 요소에 불과하며, 따라서 성공하기 위해서 다른 요소들을 모두 희생한다면 그 성공은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이다.(p50)... 인생의 주요한 목표로 간주되는 경쟁은 너무 잔인하고도 집요하며, 몸과 마음을 지나치게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에 삶의 기반으로 삼기 힘들다.(p56)'


2. 권태와 자극 Boredom and Excitement

 '권태의 본질 중 하나는 현재의 상태와 보다 더 유쾌한 다른 상태를 비교하는데 있다... 권태는 본질적으로 어떤 일에 대한 욕망이 좌절된 것을 뜻한다. 그것은 권태의 희생자로 하여금 그 날을 다른 날로부터 구별하게 하는 사건이면 충분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권태의 반대는 쾌락이 아니라 자극이다.(p58)'


 3. 피로 Fatigue

 '오늘날처럼 발달된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피로는 신경의 피로이다.(p70)...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때에도 그들은 걱정거리에 매달려 끊임없이 고민한다.(p72)... 대부분의 걱정은 그 문제가 대단치 않은 것임을 깨달으면 감소될 수 있다... 우리들이 하는 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며, 우리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하는 것 또한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p74)'


 4. 질투 Envy

 '평범한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 중에서 질투는 가장 불행할 것이다. 질투가 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불행하게 되기를 바라고, 또 처벌을 받을 염려가 없을 때에는 언제나 그렇게 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자기 자신에게마저 불행을 초래한다.(p85)'


5. 죄의식 The sense of sin

 '인간이 자신의 합리적인 도덕률을 어겼을 때라 할지라도, 과연 죄의식이 보다 나은 생활 방식에 도달하는 최선의 방법일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나는 회의를 느낀다. 죄의식은 비천한 것, 자존심이 결여된 것이다.(p104)... 사실상 죄의식은 바람직한 생활이 되기는 커녕 그 반대이다. 죄의식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고, 열등감을 준다.(p105)


6. 피해망상 Persecution Mania

 '피해망상은 아주 극단적인 형태에 있어서는 공인된 형태의 정신이상이다. 상상적인 박해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각 때문에 그들은 종종 폭력을 행사하게 되고, 그 결과 자유를 속박당하게 된다.(p109)'


7. 여론에 대한 공포 Fear of Public Opinion

'대부분의 경우 불필요한 체면이 필요 이상으로 문제를 악화시킨다. 여론은 여론에 무관심한 사람들보다는 여론을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난폭하다.(p128)... 여론을 경멸한다는 것은 비록 전도된 방식이기는 할지라도 아직 여론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징조이다. 그러나 정말로 여론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힘이며 행복의 원천이 된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사회적 자유의 원천을 상실하고 있으며, 획일적인 것만이 바람직한 것이 되었다.(p133)'


 <행복의 정복>은 불행과 행복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제시하면서, 우리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다. 다른 한 편으로 철학자인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 속에서 우리가 깨닫지 못한 일상의 의미를 찾아가면서 우리 삶의 방향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다만, 저자와는 생각을 달리 하는 지점이 생기는데 다음의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과연 '행복'은 정복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림] 대상화된 행복과 우리 마음의 상태(by 겨울호랑이) 


 행복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 정복의 대상이라면 우리는 끊임없이 '행복'에 이르지 못하고 불행한 상태에 놓여 영원히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마치 영원한 갈증과 배고픔으로 저승에서 살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탄탈로스(Tantalos)와 같은 존재의 모습을 <행복의 정복>이라는 짧은 문장에서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은 타자(他者)화되는 대상이 아닌 우리 자신의 상태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타자화 된 '행복'은 정복(conquest)의 대상이 되어 죽을 때까지 목적이 될 것이다.( the conquest of happiness) 이와는 반대로, '행복'이 단순히 상태의 표현이라면 마음의 변화만으로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I am unhappy에서 I am happy가 되는 것처럼. 행복은 우리 밖 어딘가에 쫓아가야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상태임을 다시 생각하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그림] 탄탈로스 (출처 : http://www.arkeorehberim.com/2015/09/tantalosun-cezasn-kime-vermek-isterdiniz.html?m=0)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프리쿠키 2018-02-03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은 겨울호랑이님께서 죄다 읽으셨더군요.흐흐~러셀도 좋아하는 철학자이고 탄탈로스 이야기도 요즘 빈번히 접하고 있어요.
안나까레리나의 문장으로 리뷰를 구성하시는 글~ 총균쇠가 떠오르네요~^^

겨울호랑이 2018-02-03 15:19   좋아요 2 | URL
^^: 저 역시 북프리쿠키님께서 읽으신 책 목록 속에서 제가 읽어야할 책들을 발견하게 되니 서로 돕고 사는 좋은 이웃이 되겠군요. (아직 괴테까지 게을러 손이 못가고 있어요.ㅋ) 아는 문장이 몇 문장 없어서 최대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총, 균, 쇠>는 오래 전 글인데, 북프리쿠키님, 제 오랜 글을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8-02-03 15: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의 수치는 계속 고정인가요?
겨울호랑이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2-03 15:52   좋아요 2 | URL
^^: 주관적인 행복의 상태를 수직선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변화로 표현하기는 애매한 구석이 있어서요 ㅋ 바람이 세차게 부네요. 서니데이님도 여유로운 주말 보내세요!^^:

2018-02-03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3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그만 메모수첩 2018-02-03 1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이 정복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된다는 말 정말 공감가네요. 한때 삶의 목적이 행복일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주관적인 영역이다보니 내가 행복해도 타자가 그로인해 불행한 경우가 있다면? 그것이 과연 목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그러니 행복엔 윤리적인 전제가 항상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18-02-03 20:05   좋아요 1 | URL
조그만 메모수첩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살다보니 ‘행복하더라‘는 말은 가능해도 행복이 삶의 목적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구나 타인을 불행하게 만들고 행복감을 느낀다면 정말 잘못된 일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행복의 의미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18-02-03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3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3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4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4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