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페이퍼는 얼마전 작성한 <도덕감정론> 리뷰에 중 이웃분이신 북다이제스터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답(答)과 관련한 내용을 정리한 자료입니다. 


1. <도덕감정론>의 원리와 <국부론>의 원리는 상호 모순적인가? 


역자에 따르면 <도덕감정론>에서 제기한 동감의 원리와 <국부론>의 원리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도덕감정론>에서는 상호동감하는 개인과 이러한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의 질서 원리를 말하고 있는데, 타인을 억압하거나 강제하려는 인간의 감정은 자신과 타인(他人)의 동감에 의해 조절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타인과 교환할 때 이익(interest)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국부론 國富論>을 통해 답이 이루어진다. 


 '<도덕감정론>에서 전개한 그의 "동감(同感)의 원리"와 <국부론>에서 전개한 그의 "교환(交換)의 원리"= "경쟁(競爭)의 원리" = "시장(市場)의 원리"가 실은 동일한 논리구조 위에 서 있다는 사실과, 두 원리가 모두 중세적 속박에서 인간의 이성(理性)뿐 아니라 본능(本能)까지 해방된 사회에서 이기심(利己心)이 사회적 선(즉 公益)이 될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 내지 조건임을 밝힌 것이라는 사실이다. 두 원리가 동일한 논리구조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은 양자가 공히 인간의 본성 속에 내재하는 자연적 성향에서 출발함을 의미한다. 동감의 원리란, 이미 본 바와 같이, 인간은 상호동감(mutual sympathy) 속에서 큰 희열을 느끼는 성향이 있다는 경험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고, 교환의 원리는 인간의 본성 속에는 거래, 교역(交易), 교환하려는 성향 내지 충동이 내재하고 있다는 경험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스미스는 교환성향은 동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에게만 독특하게 발견되는 성향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원인 모두 인간의 이기적 충동을 사회적 선(善)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p690)' 


그렇다면, 인간과 사회는 동감의 원리로 작동하는데 왜 시장(市場)의 원리는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가? 그것은 상대에게 이익을 제시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좋은 구절이라 영어로도 써본다.


'인간은 항상 다른 동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단지 그들의 선심에만 기대해서는 그 도움을 얻을 수 없다. 그가 만약 그들 자신의 자애심(自愛心 : self-love)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발휘도록 할 수 있다면, 그래서 자기가 그들에게 해주기를 요구하는 일을 그들이 자기에게 해주는 것이 그들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들의 도움을 얻으려는 그의 목적은 더 효과적으로 달성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에게 주시오.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될 것이오." 이것이 이러한 거래에 담겨진 의미다. (p18)...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에 호소하지 않고, 그들의 자애심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말하지 않고 그들 자신에게 유리함을 말한다.(p19)


 'But man has almost constant occasion for the help of his brethren, and it is in vain for him to expect it from their benevolence only. He will be more likely to prevail if he can interest their self-love in his favour, and shew them that it is for their own advantage to do for him what he requires of them. Whoever offers to another a bargain of any kind, proposes to do this. Give me that which I want, and you shall have this which you want, is the meaning of every such offer ; and it is in this manner that we obtain from one another the far greater part of those good offices which we stand in need of. It is not from the benevolence of the butcher, the brewer, or the baker, that we expect our dinner, but from their regard to their own interest. We address ourselves, not to their  humanity but to their self-love, and never talk to them of our own necessities but of  their advantages.(p22)'


 바로 이 구절을 통해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은 연결점을 가지면서, 아담 스미스의 철학체계에서 전자(前者)는 법학의 원리로, 후자는 정치경제학의 원리로 정리된다. 


'이상과 같이 인간의 이기심, 자애심(自愛心)은 동감(同感)의 원리에 의해 인간 내부에서 견제를 받으며, 동시에 교환의 원리, 특히 경쟁적 교환의 원리에 의해 외부적으로도 공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되도록 인도되는 것이다.(p691)' -역자 해제 中 -


2. 생물학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도덕감정론>


진화생물학자인 매트 리들리(Matt Ridley, 1958 ~ )은 그의 저서 <이타적 유전자 The Origins of Virtue>에서 <도덕감정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애덤 스미스는 첫 저작(<도덕감정론>)에서 개인들이 집단의 이익에 관해 어떤 공통된 이해 관계를 갖고 있다면 그들은 집단의 이익에 역행해 행동하는 구성원들의 활동을 억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경꾼들이 반사회적인 행동을 응징하기 위해 개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두번째 저작(<국부론>)에서 사회란 개인들에 의해 신중하게 보호되는 공공재가 아니라 개인들 각자의 사리 추구에 따른 부작용에 가깝다는 식으로 표현함으로써 예전의 주장을 번복한 것처럼 보인다.(p208)... 덕이 있다는 것은 덕이 있는 다른 사람과 힘을 합쳐 상호 이익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협동가들이 일단 사회의 나머지 부분들로부터 분리되어 응집하기 시작하면 전혀 새로운 진화의 동력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이 새로운 동력은 개인들이 아니라 집단들을 서로 투쟁하게 한다.(p209)'


 <이타적 유전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책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하고 넘어가자. 원서 제목과 전혀 동떨어진 책 제목은 아마도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 ~ )의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를 의식한 것 같다. 제목만 놓고 보면 <이기적 유전자>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그런것도 아니다. 오히려, 같은 전제에서 출발하는데 그 전제는 '이기적 유전자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일한 전제는 <이기적 유전자>의 30주년 기념판 서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에 또 하나의 훌륭한 대안은 "협력적 유전자 The cooperative Gene"일 것이다. 이 제목은 역설적이게도 정반대 의미로 들리지만, 이책은 이기적인 유전자들 사이의 협동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한다. 오히려 각각의 유전자는 유전자 풀(Pool 한 종 내에서 유성 생식으로 서로 섞이게 될 유전자 세트들) 내에 있는 다른 유전자들을 배경으로 하여 그 자신의 이기적인 계획을 이행하는 것이다.(p11)'


 <이기적 유전자>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유전자들의 협력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면에서 영어 제목인 'The Origins of Virtue'가 책 내용과 잘 맞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타적 유전자>로 제목을 지은 것은 <이기적 유전자>의 명성에 기대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굳이 번역한다면, '인간 덕목의 기원', 또는 '도덕성의 기원' 정도가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생물학의 탈을 쓴 인간 본성(本性)에 대한 내용을 다룬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 싶어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회 질서의 뿌리는 우리 인간의 머릿속에 있다. 인간의 머릿속에 완전한 조화와 미덕의 사회를 실현할 본능적인 능력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실현할 능력은 존재한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제도는 이 같은 본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그런 제도이다. 우리는 평등한 개인 간의 사회적, 물질적 거래를 조장해야 한다. 신뢰는 거래를 통해 획득되고, 또한 신뢰는 미덕의 기초이기 때문이다.(p366)'


3. 이기(利己)적 유전자 -> 이타(利他)적 행동 -> 이타적 개체(인간) -> (경제적으로) 이기적 행동 ->이기적 사회(?)


 이상에서처럼 <도덕감정론>에서는 인간 본성의 전제와 사회 법칙을 전제하고, <국부론>에서는 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켜준다는 면에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내용은 모순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여기에 추가로 언급한 생물학 서적의 내용도 추가하여 논의를 유전자(Gene) 단계로까지 확대 시켜 네 권의 책의 내용을 조합하면 다음과 같은 거친 결론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유전형질(形質)을 보존하려는 유전자들의 성향은 이타적인 협동을 유발하게 된다. 개별 개체가 유전자들의 조합이라고 했을 때, 개체는 유전자들의 협동으로 인해 이타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 다만, 경제적인 부문에서는 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의 이기심을 자극하게 되고, 이러한 이기심이 강조됨에 따라 물질과 경제가 강조되는 21세기의 우리 사회는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


다소 프랑켄슈타인같은 결론에 다다랐지만, 추가적으로 우리는 '개인'과 '사회'의 도덕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도덕성이 높은 개인의 행동이, 이러한 개인들이 모인 사회를 '도덕적인 사회'로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한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 ~ 1975)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Eichmann in Jerusalem>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고 이번 페이퍼를 마치도록 하자.


ps. 북다이제스터님께서 제기해주신 물음에 잘 답변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추가적인 내용은 말씀드린 대로 <국부론>을 읽은 후 정리할 계획입니다. 할 일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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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겨울호랑이님 페이퍼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연결고리...] 참고 자료) 사회와 생물에 대해서
    from 공음미문 2018-01-22 20:36 
    상상하기 어려운 진기한 생물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괴로운 인간 동물 얘기가 더 많아서 아쉽기도 유익하기도^^;;
 
 
AgalmA 2018-01-22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환성향이 인간에게만 있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동물 세계에도 충분히 있으며 그들도 생각과 감정을 바탕으로 그러하니까요.

동감과 이익심리를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에 끼워맞추는 도식성이 되는 거 아닌가 좀 우려스럽네요.
극단적인 예로 일베나 태극기 집회 같은 사회적 무리가 국정원 지원이나 자기 세를 늘리려는 이익 심리로만 모이는 게 아니니까요. 선함을 추구하는 본성 반대되는 성질도 충분히 동감을 바탕으로 해서 모입니다.
즉 동감과 이익심리라는 게 그렇게 칼로 나누듯이 갈라지는 게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이가 죽게 됐을 때 자신은 죽으면서까지 구하는 게 과연 이타적이기만 할까요. 종을 지키려는 유전적 본능, 학습으로 인해 가지게 된 도덕심, 공명심 등등 저는 아주 많은 것들이 혼합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의‘ 얘기 나올 때마다 누차 나오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소수의 가치를 위해 다수를 희생할 것인가. 소수의 가치보다 다수를 더 우선할 것인가에서 이기심과 이타심에 대한 견해가 사람에 따라 혼재 양상이죠.
유전자론을 언급하셔서 그나마 중재가 되는 것 같긴 한데요.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바탕으로 한 동감의 원리-교환의 이익 심리 구분은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분법성, 개념의 독단에서 철학의 문제성을 늘 느끼게 됩니다.

겨울호랑이 2018-01-22 21:49   좋아요 2 | URL
^^: 교환성향과 관련해서 ‘동물도 교환성향이 있다‘는 AgalmA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일례로 ‘상어-빨판상어‘, ‘악어-악어새‘의 공생관계등이 이러한 내용을 잘 설명해주고 있지요. 그런 동물들의 행동을 심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아보입니다. 이 경우 유전자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논리적이라 생각됩니다. 다른 한 편으로 잘 모르는 아이를 죽음을 무릅쓰고 구하는 이의 행동을 유전자의 작용으로만 설명하려는 것처럼 모든 것을 ‘유전자의 작용‘으로만 단일하게 바라보는 것 또한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와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나와 다른 이의 유전적 형질이 얼마나 유사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나‘라는 개체 내 주도권을 행사하는 유전자가 ‘나의 죽음‘보다 ‘아이의 삶‘이 주도적 유전자에게 유리한 상황인지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물음도 제기될 수 있구요. 그런 면에서 인간의 행동은 문화적, 생물학적 여러 특질이 복합적으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번 페이퍼에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언급한 것은 이 부분이 절대진리라 생각되어서가 아니라, 아담 스미스의 철학체계인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사이의 ‘약한 연결 고리‘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거의 200여년 전에 씌여진 책이니만큼 현대인의 시선에서 본다면 비판할 부분 이 많겠지요...

2018-01-23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3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4 0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4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피소년 2018-01-25 12:20   좋아요 1 | URL
네.. 극과 극은 통한다.. 정치적으로는 극좌에서 극우로 이어지는 섬세한 독재가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아주 춥네요.. 살이 없는 신체 부위들은 극단적인 고통입니다..^^ 손가락, 발가락은 무슨 죄인지 겨울만 되면..ㅎㅎ

2018-01-23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1-24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딴 데 정신 팔려 있느라 책과 북플 멀리하여 이제야 먼 댓글 봤습니다. ㅠ
공감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의식과 공감을 배제한 개인의 이기주의와 합리성이 공존할 수 있는지 제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긴 글로 화답해 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
하여튼, 요즘 넘 먹고살기 힘든 것 같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18-01-24 22:59   좋아요 1 | URL
많이 바쁘셨군요.. 추운 날 건강 조심하시며 하루 잘 마무리 하세요^^:. 북다이제스터님 감사합니다.

2018-01-26 0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6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황금모자 2018-02-02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람들이 아담 스미스의 두 주저가 모순된다고 느끼는 이유는 아담 스미스의 경제학을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의 틀에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담 스미스가 도덕감정에 대해 말할 때는 ‘공감‘이라는 큰 틀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기심에 대해서도 긍정하는 식입니다. 이런 이해의 틀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본주의에서의 소외나 착취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가 예를 들 때도 공장주와 노동자가 아니라 소상인이나 소공업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지요.

겨울호랑이 2018-02-02 20:23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황금모자님 말씀처럼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가 아닌 산업혁명 이전 시기의 사회구조를 먼저 염두에 두지 않으면 ‘공감‘에 기반한 아담 스미스 사상이 오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상이 시대의 산물임을 항상 기억해야할 것 같네요. 황금모자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18-04-20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0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