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행동 경제학(行動經濟學, behavioral economics)과 인지심리학(認知心理學, cognitive psychology)에 대한 입문서(入門書)다. 인지심리학의 대가인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1916 ~ 2001),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1934 ~ ) 의 생애와 이론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 생각된다. 


 '이들의 연구는 보통 "휴리스틱과 편향 heuristics and biases"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서는 확률 이론이나 통계 이론이 규범적 이론이 되고 실제로 사람들이 판단하는 인지 과정은 "휴리스틱 heuristics"이라고 불린다... 사이먼과 카너먼은 완벽한 합리성을 가정한 경제학적인 관점과 달리 인간의 합리성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때로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주장했다.(p25)'


 사이먼과 카너먼은 '휴리스틱'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행동에 접근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관심사에서는 작은 차이를 보인다. <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의 내용을 통해 사이먼과 카너먼의 이론을 살펴보자.


1. 사이먼 : 제한된 합리성과 최소만족


 사이먼에 따르면 인간이 여러 제약으로 인해 완전한 정보를 갖지 못하는 '정보의 제약'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에 따라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된 합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인간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대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러 대안 중 자신에게 최선이 아닌 (적당한) 만족을 주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사이먼의 의사결정론은 대략 두 단어로 요약된다. "제한된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과 "최소만족 satisficing"이 그것이다... "제한된 합리성"은 경제학의 객관적 합리성에 대해 보다 현실적이며 인간의 실제 모습에 가까운 사이먼의 합리성 개념을 요약한 표현이다.(p55)... 인간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기 보다는 "만족스러운" 대안을 선택한다.(p57)'


 '합리성의 제한 요인으로 지식의 불완전성, 예측의 어려움, 행동 가능성의 현실적 범위를 들 수 있다.(p48)... 행동 가능성과 관련된 심리적 특성들로 학습 가능성, 기억, 습관, 주의, 행동 지속성 등이 있다.(p50). '


 '사이먼은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련의 결정을 "대안 alternatives"과 "결과 consequences"로 개념화했다(p43)... 결정이나 선택은 이렇듯 각 행동의 순간에서 여러 가능한 대안들 중 하나를 실행하기 위해 선별하는 과정이다.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일어나는 일련의 결정을 그는 전략 strategy이라고 불렀다... 사이먼은 개인이 실제로 모든 대안과 모든 결과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불가능성이 바로 경제학적 합리성과 자신의 관점 차이라고 강조한다.(p44)'


이후 사이먼은 그의 이론을 인지 심리학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쪽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그가 주장한 '제한된 합리성'과 '휴리스틱(가용한 정보를 기반으로 각 분기 단계에서 어느 한 분기를 선택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탐색 알고리즘의 대안 함수 [출처 : 위키백과])'에 대한 이론은 카너먼과 트버스키(Amos Tversky, 1937 ~ 1996)이 이어받아 '불확실한 상황'에 적용시켜 나간다.


 '사이먼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인간의 문제 해결과 이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지 cognitive 현상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형식화해 이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p75)'


 '사이먼의 문제해결 연구에서 나오는 휴리스틱 개념을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인간의 판단 과정에 적용한다. 우리가 내리는 판단은 다양한데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관심을 가진 것은 불확실성, 즉 결과가 확률적인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p76)'


2. 카너먼 :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효용과 선호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이먼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판단을 할 때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편향을 보다 구체화 시킨다. 대표성, 가용성, 기준점과 조정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편향으로 '제한된 합리성'에 의한 판단이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주장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많은 연구를 통해 확률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도 직관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에는 대개 휴리스틱한 방식으로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 결과 편향된 판단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p105)'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제안한 휴리스틱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대표성 representativeness, 가용성 availability, 기준점과 조정 anchoring and adjustment이다.(p77)... 사람이나 대상이 범주의 속성을 얼마나 전형적으로 드러내는가 하는 정도에 따라 확률을 판단한다는 것이 바로 "대표성 휴리스틱"이다.(p78)..."가용성 휴리스틱"이란 어떤 사건의 실제 빈도나 확률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그 사건의 구체적인 예를 기억하고 그것이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 하는 정도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이다(p83)...사람들은 어떤 값을 추정할 때 기준점을 사용하고 이를 적절히 조정한 후 추정하게 되는데, 이를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통 조정은 충분히 일어나지 않고 기준점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편향된 값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p86)'


 행동경제학과 고전경제학의 큰 차이는 아마도 효용함수(效用函數 Utility function)와 선호(preference)에서 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고전 경제학에서 효용함수는 효용과 발생 확률을 통해 표현이 되는 반면, 행동경제학의 효용함수인 유망이론에서는 주관적인 가치와 가중치의 개념이 도입되는 차이가 있다. 고전경제학에서는 항상 최선의 선택이 이루어지기에 '과거효용=현재효용=미래효용'의 관계가 성립되지만, 카너먼에 따르면 행동경제학에서는 '그때 그때 달라요.'가 되버리게 되는 것이다.


 '카너먼은 판단과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경제학자들을 비판하면서도 경제학의 효용 개념을 그대로 사용해왔다고 지적하면서, 기존의 효용 개념 외에 다른 의미의 효용이 있다고 말했다. 카너먼은 경제학의 효용 개념을 "결정효용 decision utility"이라고 칭하고, 이에 덧붙여 "경험효용 experienced utility"과 "예측효용 predicted utility"을 소개했다... 경험효용은 실제로 어떤 대상을 소비하면서 갖게 되는 주관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이고, 예측효용은 선택의 결과가 미래에 경험되는 경우 미래의 경험효용에 대한 개인의 믿음을 나타내는 것이다(p103)'


 '효용 이론에서는 각 결과의 효용(u)과 확률(p)을 곱한 것의 합으로 전체 사건의 효용을 구한다. 반면, 유망이론에서는 각 결과의 가치(v)와 결정 가중치 decision weights를 곱한 것의 합으로 전체 사건의 유망한 정도를 구한다... 유망 이론의 경우 함수 자체가 사람의 심리적 특징을 반영하므로, 효용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의 실제 선택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p112)'


 그리고, 행동경제학에서는 선호에 대해서도 불확실한 상황을 전제하기 때문에, 선호(좋아하는) 역시 불안정하게 된다. 이처럼 불안정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행동경제학에서 예측 가능성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바로 이지 점에서 행동경제학이 기존 경제학자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전에는 설명하지 못한 '인간 심리'라는 변수를 경제학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일정부분 넘어섰기에 경영(마케팅)과 경제부문에서 최근 각광과 우려를 동시에 받는 경제학의 새로운 분야가 바로 행동경제학이 되겠다.


  '선택에 대해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선택의 기반이 되는 선호 preference에 대한 경제학과 심리학의 관점 차이다.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모든 것에 대해 분명한 선호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선호는 안정적이고 일관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선택에 대한 심리학의 연구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즉 선호라는 것이 경제학에서 가정하듯이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p120)'


 <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에서 말하고 있는 두 명의 인지심리학자의 이론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사이먼은 사람의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고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도 선택을 위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학적 의미의 합리성은 불가능하며,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카너먼은 인간의 선택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지에 대한 이론을 제시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확률적인 판단을 내리는가 하는 인지적 방식,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편향들을 소개한다. 이 두 학자의 공통점은 사람들이 인지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근거해 선택과 판단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는 것이다.(p13)'

 

최근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1945 ~ ) 美시카고 大교수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저서인 <넛지>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에 대한 관심과 함께 행동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저서를 읽기 전에  <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를 가볍게 읽는다면 보다 즐겁게 두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3. 깊이 읽기 : 책에서 소개한 깊이 읽기에 해당되는 국내 책들은 다음과 같다.
















PS. 개인적으로 학문으로서의 행동경제학에 대해서 비판적이지만, 이 내용은 입문서를 다루는 이번 기회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다음 기회로 넘기며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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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7-10-26 1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식인 마을시리즈는 입문서로좋은것같습니다 저도 이건 보려고 쟁여만 놓고있었죠 리뷰를보니 보고싶어지네요

겨울호랑이 2017-10-26 18:35   좋아요 1 | URL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입문서 시리지지요. 닷슈님 좋은 독서 시간 되세요.

2017-10-26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10-26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판단과 의사결정의 심리> 예전 읽고 충격받았던 기억 있습니다. ㅎㅎ
그치만, <넛지>는 좀 글쎄요. ^^
First mover 가 항상 덕을 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ㅋ

겨울호랑이 2017-10-27 00:39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께서는「판단과 의사 결정 의 심리」를 읽으셨군요^^: 저도 다음에 읽어봐야겠습니다.. 저도 「넛지」는 너무 MB스러운 내용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ㅋ

cyrus 2017-10-27 14: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동경제학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더 기대가 됩니다. 제가 행동경제학을 비판한 글을 본 적이 없거든요. ^^

겨울호랑이 2017-10-27 14:40   좋아요 0 | URL
^^: 이런... 어설프게 글썼다간 제가 되려 비판의 대상이 될까 걱정되네요.. ㅋ

북다이제스터 2017-10-27 20:16   좋아요 1 | URL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에서 cyrus님이 궁금해 하시는 글이 있어 공유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넛지는 주로 증상 퇴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의 산물이다. 불평등을 아주 약간 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시야를 넓혀 보면 무엇 하나 해결하지 못한다.”^^

후애(厚愛) 2017-10-27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운데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고 감기조심하세요.^^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시구요.^^

겨울호랑이 2017-10-27 17:52   좋아요 1 | URL
후애님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