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 경문수학산책 11
K.C.콜 지음, 박영훈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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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은 수학이 우리 생각과 달리 우리 자신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는 수학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책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지식에 대해 언급되기에 이러한 내용을 깊이 있게 들어가다면 어렵겠지만, 이 책에서는 적절하게 난이도를 조절하여 흥미있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독자의 배경지식과 흥미에 따라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리뷰에서는 글에 언급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되,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에 따라 자유롭게 풀어가보려한다.


 1. 시간(Time), 공간(Space) 그리고 대칭성(Symmetry)


우주(宇宙 universe)에서 '宇''는 공간을 의미하고, '宙'는 시간을 의미한다. 시간과 공간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우주'라는 말 속에 담겨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언어(言語, language)'가 의미없는 약속이 아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시간과 공간은 서로를 따로 떼어놓고 측정할 수는 없다... 다른 말로 하면 시간과 공간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동반자이다... 지구상의 어느 지점에서 현재의 시각을 측정하고 나서 2초가 지났다면 이미 공간에서 어떤 움직임을 측정한 것이다.'(p56)


속도는 공간의 변화량과 시간의 변화량으로 측정되며, 공간과 시간의 개념은 상대적, 절대적 개념으로 나뉜다. 절대적, 상대적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 그리고 절대적인 속성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도 그러하다. 상대적인 시간과 공간의 저편에는 절대적인 빛의 속성이 존재한다. 빛이 당신을 향해 오고, 당신이 이 빛을 향해 달려간다 해도 당신이 그 빛에 더 빨리 도달할 수는 없다. 또한 당신이 그 빛으로부터 멀어진다해도 빛은 같은 속도로 당신에게 다가갈 것이다... 당신은 결코 빛을 따라잡을 수 없다... 속도는 거리/시간이기 때문에 속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에 따라 시간과 공간 모두가 탄력적으로 작용한다. 당신이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가에 상관없이 측정된 빛의 속도는 항상 초속 300,000Km다.'(p228)


위의 내용에 대해 신학(神學)적인 설명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아우구스티누스(Sanctus Aurelius Augustinus, 354 ~ 430)은 <고백록>에서 '신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이를 설명하기도 했었다. 한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포함된 중요한 개념 중 또하나의 개념은 '대칭성'이다. 에미 뇌터(Amalie Emmy Noether1882 ~ 1935)는 '뇌터 정리'를 통해 4차원 공간에서도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으며, 여기에 활용되는 개념이 '대칭성'이다. 


[페이퍼 참고] 뇌터정리


"물리학의 법칙이 가진 모든 연속 대칭성에 대해 대응되는 보존 법칙이 존재해야 한다. 또, 모든 보존법칙에 대해 대응되는 연속 대칭성이 존재해야 한다."


'종종 내부에 있는 대칭성은 거시적 규모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눈송이 대칭은 물분자에서 수소결합의 세기와 특성에 따라 패턴화된 것이다. 이것이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던 내면의 분자구조가 화학적 힘으로 거시적 규모로 확대된 것이다. 우주 전체에 들어 있는 탄소원자와 물분자가 모두 똑같다는 아이디어는 또 다른 방법으로의 대칭을 생각하게 한다. 어떤 사물을 따로 구별할 수 없다면 이들은 완전히 대칭(對稱)이다.'(p224)


2. 규모의 문제 


대칭성에 따라 자연(nature)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규모(크기)에 따라 지배받는 법칙은 서로 다르다. 한국에서는 한국법이, 미국에서는 미국법이 통하듯, 자연의 세계에서도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자연의 법칙이 적용된다. 전기력과 중력, 핵력, 약력의 힘이 지배하는 세계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접근방식을 '통일장 이론'이라 부른다.


'사실, 당신이 벌레 크기로 작아진다면, 이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개미 크기의 사람은 결코 책을 쓸 수 없는데, 개미 크기의 타이프에 있는 자판들이 서로 달라 붙을 것이며 원고의 각 페이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개미가 불을 만들 수 없는 이유도 가장 작은 불꽃이 개미 몸집보다 크기 때문이다.'(p72)


'원자 크기로 작아진다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뀐다. 원자 크기의 물질들은 양자 역학의 확률 법칙에 지배를 받는다.... 분자 크기의 물질로 확대되면 전기력의 지배를 받는다. 좀더 규모가 커지면 중력의 지배를 받는다.... 물질을 좀 더 첨가하면 중력이 압축되어 핵폭발을 일으킨다... 크기가 자그마한 것들의 세계에서는 시간조차도 빨리 간다. 작은 동물은 움직임도 빠르며, 음식도 빨리 먹고 소화한다.'(p73)


3. 양자역학의 세계 : 확률의 세계 


원자 크기의 물질을 지배하는 법칙인 양자역학은 확률의 법칙에 따른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대표되는 양자역학의 세계는 선택과 확률의 세계다. 그렇다면, 양자역학의 문제는 우리 삶과 분리된 문제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같다. 우리는 투표제도를 통해 양자역학의 확률적 문제(당선/낙선)가 우리 인간세계에서도 적용됨을 확인할 수 있다.


'양자 역학에 따르면, 어떤 대상을 측정하고자 할 때의 선택 자체가 측정에 영향을 주면서 심지어 측정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 패러독스같은 명제의 가장 유명한 예로, 에르빈 슈뢰딩거는 자신이 느끼기에 양자 이론의 황당함을 가장 잘 설명해 줄 것이라는 실험을 꾸며냈다. 양자 이론의 논리를 따라가다다 보면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는 한 마리의 고양이가 닫힌 상자 속에 갇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당신이 상자를 여는 순간 그 안에 있던 고양이는 완전히 죽었거나 또는 완전히 살아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고양이를 관찰하기 위해 상자를 여는 행위는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이거나 생명을 구하는 행위가 된다.'(p57)


'스튜어트가 제안했듯이 이를 관찰하는 한 가지 간단한 방법으로 동전 돌려보기를 생각하는 것이다. 동전을 돌려볼 때는 앞면도 아니고 뒷면도 아니며 이 두 가지가 결합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앞면인지 뒷면인지를 측정하고자 하려면 돌리는 행위를 멈추어야만 한다.'(p58)


4. 투표 제도는 민주적인가? 


자연과학에서 사회과학으로 넘어오면서 우리는 일반적인 상식에 물음을 던져야 한다. 다수결 제도는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우리가 대의민주주의제도를 실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제도로 알고 있는 다수결 투표는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


'다수결은 패러독스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도이기 때문에 최악의 선택"이라고 노스웨스턴 대학의 수학자인 도널드 사리 Donald Saari는 말한다.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B보다는 A를 선호하는 경우에도 B가 선택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다수결이다.".. 200년 동안 수학자들은 투표 제도의 결함을 연구했다. 그들은 어떤 제도가 가장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지만, 무엇이 최악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winner takes all) 우리가 신성시 여겼던 그 전통이 바로 최악의 제도라는 것이다.'(p129)


다수결 투표에서 유권자의 선호는 이진법으로 표시된다. 1(YES)/0(NO).이렇듯 '1인 1표'를 행사하는 시스템은 개인의 선호의 정도(깊이, 충성도) 등을 나타내지 못한다. 이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대통령 선거를 생각해보자. 다수결 투표에서는 집단(국민)의 호불호(好不好)는 득표율(%)로 표시되지만, 개인의 선호는 나타나지 않는다. '점(点)'이 모여 '선(線)'이 만들어지듯 개인의 선택이 모여 집단의 선호를 표시할 뿐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선호를 표시하는 방법은 없을까?  


'예를 들어, "승인투표(approval voting)"는 각 투표자가 후보마다 하나의 표를 던지는 제도이다. "투표자 한 사람이 한 표"에서 "한 후보에 한 투표"로 바꾸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한 명의 투표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자에게 모두 "승인하는" 표를 던질 수 있다.... 파울루스가 훨씬 좋아하는 제도는 누적투표법(accumulative voting)이다. 이 제도에서 투표자는 자신이 강렬한 지지를 보내는 후보자(또는 쟁점)에게 여러 표를 누적해서 던질 수 있다. 이 제도 에서는 투표자가 가장 중요한 논점에 초점을 두는 것이 가능하다.'(p131)


승인투표나 누적투표법이 가지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제도는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사 결정 방식이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려면 특정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하지만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함을 증명한 내용이 애로(Kenneth Joseph Arrow, 1921 ~ )의 불가능성 정리다.(애로는 이 내용으로 197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페이퍼 참고]  애로(Arrow)의 불가능성 정리不可能性定理(imposibility theorem)


5. 공정성에 대한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리뷰를 작성하는 시점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눈 앞에 둔 우리 사회의 과제는 무엇일까.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반드시 언급되는 문제중 하나가 '공정성(公正性)' 문제일 것이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富)의 불평등한 배분' 문제는 우리 사회 긴급한 현안 중 하나다. 그렇다면, 부의 배분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공정하다고 할 것인가?


'공정성에 대한 솔로몬의 생각은 현재의 학문적 이론에서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공정한 분배란 어떤 것을 단순히 똑같이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분배 물건에 대하여 당사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에 그 본질이 담겨 있음을 말해 준다.'(p141)


'"조정된 승자(adjusted Winner)"라는 이 새로운 제도는 경기에 참가한 각자가 100점을 갖고 이 점수를 자신의 선호에 따라서 분배하도록 하는 것이다.(p140)...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핵심은 서로 다른 당사자가 다른 방식으로 물건에 가치를 매긴다는 사실에 있다.'(p141)


'그러나 그 과정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전체 오염의 양을 처음부터 공정하게 분배해야만 한다. "이 경우에 동일한 것이 공정한 것은 아니'라고 레드야드는 말한다. "화학공장과 음식점에 똑같은 허용권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p142)


'자산에 따른 개인의 주관적 가치'에 따라 부가 분배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비롯한 여러 선결과제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세부적인 사항 이외에 '부의 분배'에 대한 대원칙(大原則)이 있다면 무엇일까?  부의 공정한 배분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있지만 '정의(Justice)'에 대한 대표적 이론가 롤스(John Rawls, 1921 ~ 2002)에 따르면, 사회기준을 가장 약자(弱者)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2017년 세월호 참사 3주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까? 이런 과제를 던져보면서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의 리뷰를 마친다.


[페이퍼 참고 ] 롤스(J.Rawls) 최소극대화원칙 最小極大化原則(Maximin Principle)


결론 : 어떤 사회의 후생수준은 그 사회에서 가장 못사는 사람의 효용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에 언급된 내용을 기초로 하여 쓴 글이다. 쓰고난니 페이퍼인지 리뷰인지 잘 모를 정도로 여러분야의 내용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 리뷰에서 순서만 바꿨을 뿐 이런 내용이 거의 언급된다. 수학이 추상적인 분야가 아니라 이미 우리 삶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동시에, 과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개론에 해당하는 지식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재밌는 책이라 생각된다.


PS. [페이퍼 참고]에 해당하는 내용은 같은 제목의 페이퍼로 부연 설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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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7-04-15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흥미로운데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4-15 17:54   좋아요 0 | URL
^^: 페이퍼와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지럽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꿈꾸는섬님 즐거운 토요일 저녁 되세요.^^:

cyrus 2017-04-15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네스 애로는 올해 2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투표의 역설을 생각한다면, 현재 후보자들의 지지율을 그대로 믿어선 안 됩니다.

겨울호랑이 2017-04-15 20:1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cyrus님 말씀처럼 현재 여론조작을 위한 조사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겠지요...

북다이제스터 2017-04-15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학 혹은 산수의 등가부호 양편이 이미 대칭입니다. 수학이 단순하게 기호의 약속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다고 믿게 만듭니다. ^^

겨울호랑이 2017-04-15 22:16   좋아요 1 | URL
^^: 그렇네요. 북다이제터님 말씀을 듣고 보니 수식 부터가 대칭이군요... 또한, 대칭성은 수식외에 사람사이 mirroring에서도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수식도 일종의 미러링이라 한다면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현실의 반영이라는 하나의 예시가 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4-15 22:31   좋아요 1 | URL
네, 그렇기에 속도가 일정하여 상수가 되는 광속에서 시간과 공간이 반비례로 등호 사이에서 대칭, 즉 똑같아지는 거 같습니다. ^^ 반비례지만, 결국 시간과 공간 성질이 같다고 해석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4-15 22:38   좋아요 1 | URL
^^: 북다이제스터님께서 특수상대성이론의 절대 빛의 속도와 상대 시간, 공간의 의미를 명료하게 설명해 주신 것 같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4-15 23:24   좋아요 1 | URL
위험한 제 착각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석해 주는 책이 없어 그냥 제 짐작일 수 있습니다. 아무튼 대칭이 제 요즘 관심사입니다.
겨울호랑이님 글 보면 요즘 제 관심사와 많이 겹쳐 반갑습니다. 저도 요즘 책 <선거는 민주적인가> 사놓았고 공정성도 끝없는 관심사입니다. 개인적으로 공정성은 ‘티 포 탯‘ 전략뿐이란 걸 <협력의 진화> 읽고 생각을 바꾸고 있습니다. ^^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4-15 23:29   좋아요 1 | URL
^^: 저도 물리학 초보인지라 장님 코끼리 다리잡듯 배우고 있는중입니다..북다이제스터님의 가설(?)을 염두에 두고 가면 더 깊이있는 공부를 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책을 구매하기 전 북다이제스터님께서 남겨주신 리뷰의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 믿고 선택할 수 있어 저 역시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