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 존재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나라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5
토머스 모어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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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원제 : De Optimo Rei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는 1516년 간행된 토마스 모어(Thomas More)의 저술이다. <유토피아>는 당대 영국 사회의 문제점을 제1권에서 제시하고, 제2권에서는 가상의 인물인 라파엘(Raphael)이 이상국가인 유토피아(Utopia)를 소개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과 유토피아를 상호 대비하면서 '문제제기-해결방안제시'의 구조 속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개혁방안 제시라는 책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토피아>에서 제기된 영국의 문제와 유토피아를 통해 제시한 해결방안은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사법 문제 : 가혹한 처벌과 범죄자 문제 


영국에서는 절도를 저지른 죄인을 교수형에 처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은 범죄율을 낮추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유토피아에서는 그들에게 낮은 형벌과 재활의 기회를 부여하여 범죄율을 낮추는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 우리는 어디에서든 절도범들은 교수형에 처하고 있습니다. 교수대 한곳에서 20명이 처형되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도둑들을 다루는데 있어 이런 방법은 공정하지도 않고 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처벌로서는 너무 가혹하고 억제책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이런 식의 가혹한 처벌 대신 모든 사람들에게 생계를 꾸릴 수단을 제공해서, 끔찍한 궁핍에 빠지는 사람들일 없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p46)


나. 유토피아의 경우

'법률적으로 확실하게 규정되어 있는 형벌은 없으며 개별적인 경우에 따라 의회에서 적절한 형벌을 결정합니다...... 중요 범죄에 대한 일반적인 형벌은 노예로 만드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노동자가 죽은 사람보다 소중하며, 보다 더 지속적인 억제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진정으로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면 시장의 재량이나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형기를 감해주거나 취소시켜줄 수 있습니다.'(p177)


2. 병역 문제 : 상비군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상비군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와 같이 16세기는  영국, 프랑스, 에스파냐 등 강대국들은 상비군을 보유한 시기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제국(帝國)으로의 팽창을 도모하는 시기였다. 상비군의 문제는 영국만이 아닌 유럽 전체의 문제였고, 이 문제에 대해 유토피아는 상비군 대신 용병제도를 운영하여 해결하고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상비군은 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을 고용한 정부를 전복하고, 영토를 유린하며 도시를 파괴하곤 했습니다. 게다가 상비군은 전혀 필요없는 존재입니다. 철저한 군사 훈련을 받았던 프랑스 군대가 영국이 전시에 징집한 병사들을 쉽게 패배시키지 못했던 것만 보아도 명백히 알 수 있는 일입니다.'(p49)


나. 유토피아의 경우

'그들(유토피아인)의 전쟁은 대부분 용병들이 대신합니다.(p194)...... 두번째 병력 공급원은 참전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유토피아가 부담해주는 나라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 외의 우방국들이 지원해주는 파견부대이며, 제일 마지막으로 유토피아의 시민들이 참전합니다.'(197)


3. 경제 문제 : 엔클로저(Enclosure) 운동


16세기 당시 영국은 엔클로저 운동이 일어나 많은 유휴노동력이 발생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유토피아에서는 공통적으로 농업을 배우고, 공동분배를 통해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가장 훌륭하고 가장 값비싼 양모를 생산하는 지역에서는 귀족과 지주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도원장들까지도 자신의 소유지에 울타리를 둘러쳐 목초지를 만들고 아무도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해 실질적으로 이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백 명의 농민들이 쫓겨나게 됩니다... 그들이 아무리 간절하게 원한다 해도 아무도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면 여기저기를 떠돌며 구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털을 구입해 모직물을 만들어 팔던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이상 양털을 살 수도 없게 됩니다. 즉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게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양들이 아무리 많다 해도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양을 거래하는 시장은 분명한 독점을 아니라 해도, 적어도 극소수 사람들이 과점하는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p54)


나. 유토피아의 경우

'그곳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시민이라면 누구나 농사일을 해야 합니다. 농사는 어린이들이 꼭 배워야 하는 필수적인 과목이기도 합니다.... 농사는 모든 사람들의 직업이고, 그 외에 각 개인별로 특별한 기술을 배웁니다.(p116) .... 한 집안의 가장은 자신이나 가족에게 필요한 물품이 있을 경우 해당 물품이 있는 상점으로 가서 요청만 하면 됩니다. 요청한 것이 무엇이든 그는 돈이나 물품 등으로 값을 치르지 않고 가져올 수 있습니다.(p127)'


4. 경제 문제 : 사치 풍조(불평등한 부의 분배)


영국에서는 부자들이 이익을 추구하고 귀금속을 귀하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유토피아에서는 돈의 가치를 금속 가치 이상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사치 풍조를 방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부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말라빠진 소를 싸게 구입해 자신들의 목장에서 살찌운 다음, 막대한 이익을 붙여 되팔기만 하면 됩니다... 소수의 탐욕스러운 사람들로 인해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자연 자원 중 하나가 국가적인 재난으로 바뀌어버리는 것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토록 비참한 빈곤이 사치 풍조와 연결되어 이러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p55)


나. 유토피아의 경우

'그들은 귀금속을 보물로 여기지 않습니다. (p138)... 나는 그들이 돈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오로지 장차 닥칠지도 모를 위기상황을 대비하여 간직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돈의 재료가 되는 은이나 금을 그것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가치 이상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습니다.'(p139)


<유토피아>에서 토마스 모어는 당대의 위와 같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가상 사회인 유토피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리스문화를 계승하여 플라톤의 <국가>, <티마이오스>, <크리티아스> 등에 묘사된 이상국가 아틀란티스의 모습도 <유토피아>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토피아>는 고대 그리스 문화를 계승한 16세기 영국에 대한 사회비판서라고 할 수 있다.


16세기의 <유토피아>는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16세기 영국이 당면한 위의 사회문제는 오늘날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반대중들에게 가혹하지만 권력자들에게는 관대한 사법 문제, 불평등한 징집이 이루어지는 병역 문제, 1960년대 농업황폐화를 통해 이루어낸 산업화(경제) 문제, 최근 심화된 빈부격차 문제 등은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이미 제기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토피아>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유토피아>는 내용적으로는 공동식사, 공동분배, 같은 모양의 주택 거주 등 오늘날의 시각에서는 비현실적인 면이 언급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18세기 영국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 19세기 분열된 독일 현실 과제를 한번에 안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분명한 시사점을 가진 저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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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2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2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1-02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한 번 읽어봐야지~ 다짐하지만 너무 먼~~ [유토피아]군요. ㅎㅎ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겨울호랑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7-01-02 17:50   좋아요 0 | URL
^^: 명성에 비해 내용도 짧고 지금 시각에서는 크게 파격적인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님 새해 복 많이받으시고 2017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cyrus 2017-01-02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머스 모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유토피아》의 저자인 것도 있지만, 아내를 사랑해서 성직자의 꿈을 포기한 로맨티스트인데다가 권력에 저항한 공직자였죠. ^^

겨울호랑이 2017-01-02 20:22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토머스 모어가 헨리8세의 재혼을 반대하다 죽임을 당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성직자 꿈을 포기했다는 사실은 cyrus님 덕분에 알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붉은눈 2017-01-06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유토피아‘ 하면 시민들에게 농촌에서 의무적으로 생활하도록 하여 먹거리에 대한 의식을 부여하려고 한 것이나 오전과 오후 각각 3시간씩 일하게 하여 완전고용과 성실한 근로를 추구하려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국민을 희생해야 한다면 전쟁을 과감히 포기한다는 대목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있을 수 없는 곳이지만 현실에서는 그 연장선으로 이러한 유토피아를 꿈꿀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겨울호랑이 2017-01-06 09:38   좋아요 1 | URL
^^: 붉은눈님 말씀이 맞습니다. <유토피아>에서는 농업을 중시하는 자급형 경제구조와 일정시간 노동이 이루어진다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다음 세기부터 시작되는 산업혁명의 초석이 다져지는 시기였던 만큼 이에 대한 토머스 모어의 인식이 나타난 듯 합니다. 또한, 자국민을 피를 묻히는 죄악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생각으로 전쟁을 피하려고 하였으며, 불가피한 경우 용병제를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보편적 인류애‘라는 개념보다는 ‘기독교적 형제애‘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양인들의 관점에서는 이상향으로 언급됩니다만 모든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다는 생각도 듭니다. 붉은눈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