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못한 내가 ‘사람 비위 약한 거, 젊었을 때야 그렇다쳐도 나이 먹고도 그러는 건 순수한 게 아니라 편협한 거다‘ 한마디했지. 그랬더니 바로 손이 올라가더라. - P176
정중하고 좋은 사람이었어. 결혼에 한 번 실패했는데 나는그 실패조차 신뢰가 갔지. 자기 삶에 크게 실망해본 사람이라면 남의 인생도 쉽게 판단하지 않을 테니까. - P178
눈앞에 출구가보이지 않을 때 온 힘을 다해 다른 선택지를 찾는 건 도망이아니라 기도니까. - P182
‘그래, 삶은 이야기와 다르지.‘ 정류소를 향해 뛰어가며 지우는 자조했다. 한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이야기란 고작 이 정도‘라고 냉소하다 ‘그럼 내가 조금이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바꿔보겠다‘ 마음먹고 여기 왔는데, 결국 자신에게 주어지는 결말이란이런 거구나 싶어 가슴에 냉기가 돌았다. - P214
떠나기, 변하기, 돌아오기, 그리고 그사이 벌어지는 여러 성장들. 하지만 실제의 우리는 그냥 돌아갈 뿐이라고, 그러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당시 자기 안의 무언가가 미세히 변했음을 깨닫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 삶의 나침반 속 바늘이미지의 자성을 향해 약하게 떨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도? 혹은 변화 없음? 지우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다만 거기에는 조금 다른 이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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