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선물 시인의 마음 1
야나기사와 에미 지음, 구보타 아키코 그림, 김미선 옮김 / 미래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1997년 4월, 아내에게 남겨진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한정된 시간을 잘 사용하기 위해 아내와 상의했습니다. 가족 여행도 가야 하고,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도 해야하고...... 하고 싶은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았습니다.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고 끝내지 못한 일들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살아있다는 증거, 아내의 인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가능한 한 아이들에게 엄마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큰 과제였습니다. 이 두 가지 희망을 이루기 위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 저자 야나기사와 에미 남편 후기 -


엄마와 아빠 토끼가 아기 토끼가 태어난 후 성인이 되는 열아홉 살이 될 때까지 매해 주는 생일 선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짧은 이야기다. 


한 살 때는 칫솔을 선물하여 평생 써야 할 이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두 살 때는  새하얀 선물을 선물하여 청결을 가르쳐 주는 식으로 열아홉 살에 이르기까지 매해 부모의 소망이 담겨진 선물이 전달된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별다른 생각없이 책을 읽다가 위의 남편 후기를 읽고 난 후에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내와 혼자 남겨질 남편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


그리고, 내 자신에게 물어보게 된다.


만약 내가 지금이 순간 마지막 삶을 살아야 하고, 연의가 아내와 둘이 남겨진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어린 나이의 연의가 선택할 삶에 대해서는 지금의 나는 모른다. 그렇다면, 아이가 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나는 아빠로서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책을 읽기 전까지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다.

연의가 받고 싶어하는 선물을 줄 생각만 했지 정작 내 자신의 메세지가 담긴 선물을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연의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떤 덕목을 배우고, 어떤 성품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 장기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몇 살에 걸음마를 배우고, 기저귀를 떼고, 젓가락질을 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반성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또 다른 생각 하나.


20년 전 군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동해안 간첩이 넘어와서 대침투작전을 수행했는데, 작전 출발 전 내무반에서 부모님 앞으로 유서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많은 병사들이 눈물을 흘리며 유서를 쓰는 것을 숙연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사람은 죽음 앞에 직면했을 때 한없이 순수해지면서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내 자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6개월 정도이고 연의가 성인이 될 때까지 내가 살 수 없고, 다만 앞으로 연의가 성장해서 결혼 전까지 해마다 연의앞으로 배달될 편지를 쓸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쓸 것인가.


위와 같이 내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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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8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8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12-18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래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쓰면, 미래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서 말을 걸기 보다는 요즘의 이야기를 쓰게 되더라구요. 지금의 시간을 조금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게 조금 이상했지만, 오지 않은 시간을 상상하기 보다는 지금 순간이 가까워서 그런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긴박한 일을 앞두고 유서를 쓰신 경험은 쉽게 잊기 어려울 것 같아요.
또한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그런 날이 빨리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매일 살고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겨울호랑이님, 좋은밤되세요.^^

겨울호랑이 2016-12-18 23:38   좋아요 1 | URL
^^: 눈은 멀리를 보더라도 두 발은 대지를 딛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누군가 말하더군요. 서니데이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미래는 쉽게 와 닿지 않고 변화가 많아서 달라지는 것도 많겠지요. 저도 그래서 별로 깊게 생각 못했어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다른 것을 다 버리고 매해 한 마디의 말만 아이에게 해줄 수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것 같아요..또,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언젠가 죽기때문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연의도 아빠가 영원히 살아서 옆에서 잔소리하면 아빠가 싫어지겠지요?ㅋㅋ 서니데이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소닉 2016-12-19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네요. 편안한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6-12-19 00: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기압일땐 고기앞님도 편한 밤 되세요..

요정 2016-12-20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겠어요. 덕분에 좋은 책 추천받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12-20 14:39   좋아요 1 | URL
요정님 리뷰를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