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차이나 - 대반전과 대격변의 서막
이병한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중국의 다양한 모습 가운데 어떤 것이 미래를 가리키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해내야 한다. 어떤 점은 나날이 줄어들 것이며, 어떤 현상은 점점 더 확대돼갈 것이다. 그 경중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2022년 현재, 중국의 가장 큰 대세, 메가 트렌드는 뭐니 뭐니 해도 기술대국을 향해 초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_ 이병한, <테크노 차이나> , p26/244

이병한의 <테크노 차이나>는 ‘세계의 공장‘을 지나 ‘세계의 연구소‘를 지향하고, 이미 많은 첨단 과학 분야에서 선두에 서 있는 중국의 현위치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 미국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90년대 유일한 강대국으로의 회귀를 그리워하는 ‘과거‘ 지향의 미국과 ‘미래‘를 지향하는 중국의 뚜렷한 비교를 통해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 전환을 촉구한다.

테크노 차이나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압도적인 수의 인재다.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인해전술이라고 부를만하다. 로켓과 위성의 개발과 제조는 중국항천과기집단 CASC와 중국항천과공집단 CASIC이 도맡는다. CASC는 종업원 수 17만 4,000명, CASIC는 약 15만 명을 헤아린다. 합하면 무려 30만 명이 넘는다. 미국의 NASA에서 일하고 있는 1만 8,000명에 비해 월등히 많은 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_ 이병한, <테크노 차이나> , p43/244

만인과 만물과 만사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지구 규모의 수학적 사회주의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원을 배분하는 판단과 결정을 담당했던 테크노크라트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된 판단과 자율화된 결정이 새로운 자연 경제를 형성해가는 전대미문의 신문명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_ 이병한, <테크노 차이나> , p159/244

풍부한 인적 자원과 막대한 투자를 통해 스페이스, 바이오, 어스, 디지털 분야에서 이미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바라보는 심정은 솔직히 착잡하다. 과거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가난한 중공, 한계 상황에 몰린 우리나라 공장들이 이전한 후진국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테크노 차이나>에 그려지는 중국의 모습은 이미 우리와 상당한 격차를 둔 선진국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물론 책에서 서술되듯 공산당의 영도로 국가기조를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 경제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모습이 언제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힘들것이다. 그렇지만, 중국과 같이 거대 국가의 비전의 명확함과 비교해볼 때 우리의 청사진은 모호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2035년 디지털 차이나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를 표방한다. 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사회, 그리고 디지털 정부다. 디지털이 선도하는 신경제를 위해 기초 분야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개발을 강화키로 결정했다. 국가 전체의 R&D 총액을 GDP 성장률을 상회하는 매년 7퍼센트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세제 우대 등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외국인 전문가와 기술자 육성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더스트리얼 인터넷, 블록체인, 인공지능, 가상현실과 확장현실의 일곱 개 분야에 집중한다고 한다(p183)... 글로벌 차이나와 디지털 차이나가 합류하는 길목에 바로 일대일로가 자리한다. 일대일로의 온라인 프로젝트가 바로 디지털 실크로드다. _ 이병한, <테크노 차이나> , p192/244

<테크노 차이나>에는 첨단 과학 기술 분야의 선두에 서 있는 여러 기업 사례들이 단편적으로 서술된다. 이러한 단편적인 사례들이 일반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대신 책 곳곳에 묻어있는 ‘세계를 바라보는 중국의 관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챗GPT와 관련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AI(인공지능)문제와 관련되어 우리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만 신경을 썼지만, 중국의 관점은 이와 조금 다르다.

중국공산당은 다당제를 허용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다만 다원제를 모색해보는 장이 섰던 것이다. 논의의 주제는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를 양원제로 운영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존 민주국가의 상/하원 개념이 전혀 아니었다. 인간들의 의회와 AI 의회로 양분하면 어떨까 하는 파격적인 아이디어였다. 인민들을 대의하는 대표들로 구성된 의회와 더불어 인민들의 집합적 데이터가 가리키는 미래의 방향을 대변하는 AI 의회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_ 이병한, <테크노 차이나> , p229/244

자연을 대상화하고 이용하려는 서구의 관점과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중국의 관점. 향후 격변하는 시대 상황에서 어떠한 가치관이 우리 인류를 재앙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테크노 차이나>는 단순히 중국의 과학 정책을 소개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향후 우리의 진로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는 점에서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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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2-27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국 공산당이 무엇보다 일당독재를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이상, 미국이나
다른 선진 민주국가들과의 미래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사고야말로, 보다 진보적인
테크노크라시 형성에 도움이 될 텐데
억압적인 작금의 방식으로는 기술모
방까지는 몰라도, 애플이나 구글 같이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요.

아무리 기술입국을 외쳐도 결국 그
바탕이 되는 소프트파워의 부재는
언젠가는 테크노 차이나의 발목을
잡게 될 것 같습니다.

연평균 7% 이상의 경제성장 신화도
이제 저물어 가는 마당에 어떤 식으
로 중국 인민들의 불만을 무마할 지
도 궁금합니다.

겨울호랑이 2023-02-27 18:42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일당독재의 가장 큰 폐해는 ‘체제의 경직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는 개혁개방정책 채택 이후 40여년 간 지속적인 성공으로 보여졌기에 전체 민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이러한 공산당의 정책이 계속 지지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현재에도 분명히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서방 세계의 체제가 과연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들 체제로부터 얻어지는 성과가 과연 성공적인가를 본다면 한동안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는 체제의 문제점이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중국 인민들의 지지를 받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초원 2023-02-27 1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나쁘지 않은 생각같네요. ˝인간들의 의회와 AI 의회로 양분하면 어떨까 하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말입니다.

겨울호랑이 2023-02-27 18:45   좋아요 1 | URL
저는 이러한 논의에 대한 찬반 이전에, 사회적으로 인공지능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공산당 내부에서 나왔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과연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사회적으로는 어떠한가를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중국보다 몇 걸음 뒤처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기억의집 2023-02-28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런 경제 유튭 들으면서 느낀 건데 미국은 세계의 천재들을 끌여들여 지금의 기술을 만들어서 그런지 동아시아 중국이나 한국의 교육열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겨울호랑이 2023-02-28 21:45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말씀처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과학이 세계를 주도했던 그 바탕에는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부터 온 자원들의 공이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후 과학문명의 선도국으로서 고급 인력의 블랙홀이었던 미국의 독보적 위상이 더 이상 예전같지 않음을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