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50년 6월이 되기 여러 달 전에 남북간의 분쟁을 재래전의 차원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이제 소련 문서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남한에서 결말없이 진행되는 유격전에 지쳤기 때문에, 그리고 아마도 1949년에 발생한 남쪽의 여러 차례의 도발을 구실로 삼아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을 것이다(p38)... 옹진전투는 6월 25일 오전 3~4시 경 시작되었다. 최초의 정보 보고서는 어느 쪽이 전투를 시작했는가에 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나중에야 공격 부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경경비대 제3여단의 일부였고 오전 5시 30분 막강한 제6사단이 이에 합류했다고 알려졌다. 미국의 공식역사에 따르면, 거의 동시에 철원 남쪽 38도선에 주둔한 조선인민군이 남한군 제7사단 제1연대를 공격하여 큰 타격을 입혔다. 제7사단은 무너졌고, 조선인민군 제3사단과 제4사단이 기갑여단을 동반하여 밀고 들어와 서울을 향해 기세 좋게 진격했다. 그러나 남한의 자료에 따르면, 제17연대가 옹진반도에서 반격을 가했으며 해주를 점령하고 있었다. _ 브루스 커밍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 p39 


  전면전으로서 한국전쟁(1950~1953)의 시작이 1950년 6월 25일 새벽 옹진반도와 철원일대에서 북한군의 총공세로 시작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역사적 사실 이면에 어떤 배경이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사실 자체를 아는 것보다 중요할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 72주년을 맞아 남침(南侵)인가, 북침(北侵)인가에 따라 이념을 규정하는 것보다 전쟁의 기원을 차분하게 들여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쟁이라는 물이 끓었을 때, 누가 99도에서 100도로 온도를 올렸는가보다, 100도까지 물의 온도를 올리는데 남북은 물론, 미,소,중 등 세계 각국의 기여를 아는 것은 한국전쟁의 전체적인 모습을 이해하는 것과도 통하는 면이라 여겨진다. 6월말까지 얼마나 정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한국전쟁의 기원과 여유가 된다면 휴전까지 살펴보려 한다...

 

 1950년에 발발한 전쟁의 기본적 문제들은 해방 직후 불과 3개월 내에 이미 뚜렸해졌다. 그 결과로 농민반란, 노동분쟁, 게릴라 전쟁 및 38선 전역에 걸쳐서 일어났던 공공연한 무력충돌 등을 통하여 결국 10만 명의 인명이 희생되었다. - 이 모든 것이 표면적인 한국전쟁 발발 이전에 일어났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싸움의 성격은 내부적이며 혁명적인 것이었고, 1945년 직후에 시작되어 혁명과 반동의 논리하에 진행되었던 것이다. 1950년 6월의 전통적 전투의 개시는 이 전쟁이 다른 방식으로 계속된 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_ 브루스 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 1>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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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6-17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의적절한 페이퍼입니다^^ 저는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읽을 시간이 없을 것 같고 그 대신 북한현대사와 한국 현대사의 군에 대해서 살펴볼 계획입니다^^ 박명림 선생님 책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브루스 커밍스 책은 언제나 참고할 책이고요~^^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6-17 11: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브루스 커밍스 책은 예전에 읽었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아 이번에 다른 책들과 함께 정리해볼까 싶습니다. 항상 책을 진득하게 읽질 못하고 시류에 따라 갑자기 훅 들어오는 주제들에 눈이 가는 독서를 하는 것 같네요 ㅜㅜ 거리의 화가님 좋은 하루 되세요!

바람돌이 2022-06-17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학교 다닐때 브루스 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은 그야말로 필독서!
그때 당시 읽을 때는 진짜 충격적이었어요. 역시 학자는 계속 연구를 하고 있군요. 이렇게 다시 연구하고 화장한 책이 나와있는줄은 몰랐습니다.

실제로 한국전쟁 이전 1년동안 38선 부근에서의 소소한 교전횟수가 500여차례가 넘는걸 보면 전쟁의 개전을 북침 남침 하나만으로 규정짓는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6-17 13:52   좋아요 1 | URL
해방 후 현대사에 있어 브루스 커밍스의 책은 이미 고전이라 생각됩니다. 한국전쟁 해석에 대한 그의 저작이 미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바람돌이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해방 후 전면전으로 확전되기 전까지 이미 내전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한국전쟁을 보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바람돌이님 ,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6-17 1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루스 커밍스 책 오래전에 읽고 충격 받았던 기억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6-17 13:54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말씀처럼 브루스 커밍스라는 선구자 이후 한국전쟁을 해석하는 좋은 연구들이 나오고 있어, 보다 전쟁의 실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