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은 사물이 '시간 변수'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말해주는 공식들을 가지고 이 세상을 설명합니다. 한편 우리는 사물이 '위치 변수'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혹은 '버터 양의 변수'에 따라 리소토의 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말해주는 공식을 쓸 수 있습니다. 시간은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한편, 버터의 양이나 공간의 위치는 '흐르지 않습니다.' _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 p124/160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1956 ~ )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 Sette brevi lezioni di fisica>는 물리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독자들에게 물리학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시간(time)과 공간(space)을 둘러싼 이론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제기하는 '루프양자중력이론oop Quantum Gravity, LQG)'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글의 내용은 매우 매끄러워서 거의 마찰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그는 매끄럽게 글을 써서 독자들이 거의 열받지 않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면서 자신의 이론을 입증한다.
마찰은 열을 생산합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열이 있을 때만 발생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현상은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합니다. _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 p116/160
블랙홀의 열은 세 가지 언어(양자, 중력, 열역학)으로 쓰인 로제타스톤(Rosetta stone)입니다. 이 비석은 현재 누군가가 자신의 암호를 풀어 정말 시간의 흐름이 무엇인지 말해줄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_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 p130/160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는 루프양자중력이론가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해 통합이론을 제시하는 물리학자로서 자신의 이론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소개한다. 그의 통합의 범위는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인간과 자연'으로 나아간다.
루프양자중력이론의 개념은 간단합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공간이 생기 없는 딱딱한 상자가 아니라 무언가 역동적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존재하는 이 공간이 유동성 있는 거대한 연체동물과 같아서 압출이 될 수도, 비틀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양자역학은 모든 종류의 장이 '양자로 이루어지고' 미세한 과립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물리적 공간 역시 '양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_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 p99/160
루프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은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무한하게 나누어지지도 않지만 알갱이로, 즉 '공간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원자들의 크기는 원자핵 중에서 가장 작은 원자핵보다 수십, 수천억 배나 작은 아주 미세한 크기입니다. 루프양자중력이론은 수학적 형식으로 이러한 '공간 원자'와 원자들의 진화를 정의하는 방정식을 설명합니다. _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 p100/160
루프양자중력이론에서 공간이 연속적이지 않고 무한하게 나누어지지 않은 알갱이 이듯, 우리 인간들 한 명 한 명이 미세한 '공간'이라고 했을 때, 흐르듯 흐르지 않는 시간은 '자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시간-공간'이 하나이듯, '인간-자연'도 하나라는 것을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모든 순간의 물리학>에서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을 말하는 저자는 후속작에서 '흐르지 않는 시간'에 대해 말한다.
우리를 만들고 이글어온 이 자연 속에 있는 동안, 우리가 자연과 문명, 이 두 세상에 양다리를 걸쳐놓고도 또 다른 무엇인가를 얻으려 자연에서 멀어진대도 자연은 웅리를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줄 겁니다. _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 p152/160
시공간이 하나라는 것을 실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of Ephesus, BC535 ~ BC475)의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이 잘 들어맞아 보이는 '시간'과 루크레티우스(Titus Lucretius Carus, BC 99 ~ BC55)의 '클리나멘 Clinamen'의 '공간'이 같다는 것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것보다 어쩌면 더 실감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가, 우리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모두 '세상'이라는 '전체'에 대한 '부분'이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는 다른 사물들과 똑같이 별 가루로 만들어졌고, 고통 속에 있을 때나 웃을 때나 환희에 차 있을 때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존재할 뿐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일부이기 때문이지요. _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 p152/160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물리학을 따뜻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들이 있다.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 ~ 1996)은 물리학 시간에 진도를 멈추고 학생들의 관심거리를 들어주는 선생님이라면, 최무영 교수는 진도를 빼면서도 학생들과 교감하는 스타일이라 느껴진다. 이 둘의 사이 어딘가에 카를로 로벨리가 있지 않나 생각하면서 페이퍼를 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