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수용소군도 4 열린책들 세계문학 26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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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군도 4>에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참혹한 수용소 생활과 그 안의 인간의 모습들이 나열되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다. 이전까지 작가의 깨달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깨달음이 대체적으로 바깥 세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질서에 대한 적응에서 나온 것이라면, <수용소 군도 4>에서는 더이상 바깥의 시련이 좌우할 수 없는 온전한 자신만의 깨달음을 느낀다. 비록, 이러한 깨달음이 수용소 군도를 만든 이들의 목적과는 맞지 않겠지만......

<어떻게> 하여 인간은 악인이 되고, <어떻게>하여 선인이 되는지, 젊어서 성공에 도취된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이 절대 옳다고 믿어서 잔혹했다. 지나친 권력을 가지고 있던 나는 살인자였으며, 탄압자였다. 가장 나쁜 행동을 할 때, 나는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정연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형무소의 썩은 짚단 위에 누워 있을 때, 나는 나 자신의 마음속에서 최초의 선(善)의 태동을 느꼈다. 차츰 나에게 분명해진 것은, 선악을 가르는 경계선이 지나가고 있는 곳은 국가 간도, 계급 간도, 정당 간도 아니고, 각 인간의 마음속, 모든 인간의 마음속이라는 것이다. 이 경계선은 이동하고 있고,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들 마음속에서 요동치고 있다. 악을 가진 마음속에도 선은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아무리 선량한 마음속에도 근절되지 않는 악의 한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세계의 모든 종교의 진리를 이해했다._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4>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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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04 09: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극한에 처해 얻었던 작가의 성찰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독서라는 과정이 더 뜻깊게 느껴졌어요.4권 완독 수고하셨어요!!♡

겨울호랑이 2021-02-04 09:38   좋아요 3 | URL
<수용소 군도>는 개인 삶의 시련을 넘어 사회의 문제를, 다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고전의 대열에 설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미미님, 감사합니다!^^:)

scott 2021-02-04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하여 인간은 악인이 되고, <어떻게>하여 선인이 되는지......선악을 가르는 경계선이 지나가고 있는 곳은 국가 간도, 계급 간도, 정당 간도 아니고, 각 인간의 마음속, 모든 인간의 마음속이라는 것]도끼 선생도 ‘죽음의 집 기록‘이런 말을 했었는데 ,,,읽을수록 불교사상이 느껴지네요.^.^

겨울호랑이 2021-02-04 11:13   좋아요 3 | URL
작가는 <수용소 군도 5>권에서 이제까지는 고통의 기록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자유와 투쟁이 기록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전환점이 4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큰 전환점 이전에 얻어지는 깨달음, 솔제니친에게 수용소 군도는 기나긴 석가의 보리수 나무 아래서의 고행과도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부분도 scott님 글을 통해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

붕붕툐툐 2021-02-04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용소 군도를 만든 목적을 뛰어넘는 작가의 성찰을 보며, 인생의 모든 사건은 절대적으로 좋지도 또 나쁘지도 않다는 진리를 다시한 번 확인하게 되네요~ 겨울호랑이님 4권 다 읽으신 거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1-02-04 19:28   좋아요 2 | URL
붕붕툐툐님 말씀처럼 인생의 사건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