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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수용소군도 4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6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평점 :
<수용소 군도 4>에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참혹한 수용소 생활과 그 안의 인간의 모습들이 나열되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다. 이전까지 작가의 깨달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깨달음이 대체적으로 바깥 세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질서에 대한 적응에서 나온 것이라면, <수용소 군도 4>에서는 더이상 바깥의 시련이 좌우할 수 없는 온전한 자신만의 깨달음을 느낀다. 비록, 이러한 깨달음이 수용소 군도를 만든 이들의 목적과는 맞지 않겠지만......
<어떻게> 하여 인간은 악인이 되고, <어떻게>하여 선인이 되는지, 젊어서 성공에 도취된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이 절대 옳다고 믿어서 잔혹했다. 지나친 권력을 가지고 있던 나는 살인자였으며, 탄압자였다. 가장 나쁜 행동을 할 때, 나는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정연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형무소의 썩은 짚단 위에 누워 있을 때, 나는 나 자신의 마음속에서 최초의 선(善)의 태동을 느꼈다. 차츰 나에게 분명해진 것은, 선악을 가르는 경계선이 지나가고 있는 곳은 국가 간도, 계급 간도, 정당 간도 아니고, 각 인간의 마음속, 모든 인간의 마음속이라는 것이다. 이 경계선은 이동하고 있고,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들 마음속에서 요동치고 있다. 악을 가진 마음속에도 선은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아무리 선량한 마음속에도 근절되지 않는 악의 한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세계의 모든 종교의 진리를 이해했다._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4>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