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인생관은 충(忠), 효(孝), 기리(義理), 진(仁), 닌죠(人情) 등의 개념에 그대로 잘 나타나 있다. 그들은 '인간의 모든 의무'가 마치 지도 위의 여러 지역처럼 명확하게 구별된 몇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각각의 세계는 저마다 특유하고 세밀하게 규정된 법을 가지고 있다.(p265) <국화와 칼> 中 일본인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었다. 닫혔던 일본의 문호가 개방된 이래 75년 동안 일본인에 관해 기술된 여러 문헌에는 "그러나 또한 but also"이라는 표현이 기괴할 정도로 남발되어 나온다. 세계의 어떤 다른 국민들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기술된 적은 다시없을 것이다.(p14)... 그런데 일본에 관한 책을 쓸 때는 이런 모든 모순이 함께 하며 날줄과 씨줄을 구성하게 된다. 즉 이 모순들 모두가 참이 된다는 말이다. 예컨데 칼도 국화도 함께 일본이라는 그림의 일부가 된다.(p15) <국화와 칼> 中 일본인들은 끊임없이 모순된 양가감정 사이에서 '온(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나의 구조로 공인되고 고정되어버린 관계에서는 흔히 이런 큰 채무감이 사람들로 하여금 오로지 전심전력을 다해 은혜를 갚도록 촉진하는 자극제로서 작용한다. 그럼에도 채무자가 된다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며 그래서 쉽게 화를 내게 만들기도 한다.(p153) <국화와 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