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地玄黃 宇宙洪荒(천지현황 우주홍황). 하늘과 땅은 검고 누렇다. 우주는 넓고 크다. 

 

 宇(우)는 공간을, 宙(주)는 시간을 의미하므로, 말 그대로 宇宙는 시공간(space-time)을 말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현대 천체 물리학의 이론은 시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3개의 공간 차원과 1개의 시간 차원으로 이루어진 4차원의 시공간. 그렇다면,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1. 배경 : 시공간


 어떤 시간간격에 걸쳐 있는 공간을 '시공간'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시공간상의 한 구역이란, 특정 시간 동안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공간, 즉 시간과 공간을 모두 고려한 4차원의 공간을 의미한다.(p98)...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공간 자체가 가속운동을 판단하는 궁극적 기준임을 말해 주고 있다.(p110) <우주의 구조 The Fabric of the Cosmos> 中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3차원이지만, 시간이라는 개념 역시 공간상의 차원과 유사하기 때문에 4번째의 차원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는 뜻이었다... 하나의 사건을 정의하는데 필요한 정보는 3개가 아니라 4개인 것이다. 이들 중 3개는 공간상의 위치를 지정하고, 나머지 하나는 시간을 지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한데 묶어서 '시공간 space-tim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p89) <엘러건트 유니버스 the elegant universe> 中


2. 우주의 시작 : 인플레이션 이론


 우주의 시작과 관련하여 최근 인정받고 있는 이론은 급팽창이론(急膨脹理論) 또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론으로 부른다. 우주가 초기 폭발로 이루어졌다는 빅뱅이론(big bang theory)과 우주가 평탄한 이유를 설명한 정상우주론(正常宇宙論, Steady State theory, Infinite Universe theory, continuous creation)을 인플레이션 이론은 종합한다. 인플레이션 이론의 핵심은 우주의 처음은 빅뱅이론과 같은 대폭발로 설명될 수 있다지만, 지금 관측되는 우주가 안정적인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답으로 요약된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에 의하면 우주 초기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중력이 척력으로 작용하여 우주공간이 엄청난 빠르기로 팽창한 시절이 있었다.(p403)...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질량과 복사는 중력에게 에너지를 빼앗기고 인플라톤장은 중력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한다.(p431)... 우주가 지금처럼 고-엔트로피 상태로 끊임없이 진행되고 시간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초기의 우주가 아무런 덩어리나 주름 없이 매우 낮은 엔트로피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의 구조> 中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이 우주상수의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한 우주의 안정성에 대해, 인플레이션 이론에서는 '힉스장' 또는 '인플라톤장'의 개념을 이용하여 설명한다. 초기 우주의 높은 밀도 상태에서 고에너지 상태의 중심점(힉스장)으로 인해 발생한 척력(斥力)으로 우주는 매우 빠르게 팽창되었다는 것으로 우주의 시원(始原)과 과정(過程)이 설명된다. 그렇다면, 가장 초장기 상태의 우주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등장한 이론은 초끈이론 superstring theory다. 그렇지만, 여기서 잠시 초끈이론과 관련한 두 개념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숨겨진 차원'과 '대칭'이 그것이다.


 우주공간에는 질량과 에너지에 의한 인력보다 음압에 의한 척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주상수가 가져온 놀라운 결과이다.(p390)... 아득한 옛날, 우주의 밀도가 매우 높았을 때 힉스장의 값은 에너지 그릇의 가장 낮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힉스장을 흔히 '인프라톤장 inflaton field'이라 부르는데, 이 장은 음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력적으로 엄청난 척력을 행사하여 공간 내의 모든 지점들이 서로 멀리 도망가도록 만들었다. 인플레이션은 우주를 확장시켰다. Inflation drove the universe to inflate."(p397)...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질량과 복사는 중력에게 에너지를 빼앗기고 인플라톤장은 중력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한다.(p431)  <우주의 구조> 中


3. 숨겨진 차원 : 칼루자-클라인 이론 


 우주의 시공간이 4차원을 넘어선 다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은 낯설게 들린다.  신학(神學)의 세계에서는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자는 행복하다(요한 20 : 29)'고 넘어가겠지만, 과학(科學)의 세계에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한 설명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칼루자-클라인 이론 Kaluza-Klein theory은  숨겨진 차원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칼루자-클라인 이론 자체는 폐기된 상태로, 다차원에 대한 개념만 이해하도록 하자.) 차원의 연장선상에서 초끈이론에서는 9개 공간 차원을 사용하고, 통합이론인 M 이론에서는 10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4차원 세계의 모든 점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다섯 번째의 차원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왜 지금껏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한 가지 깔끔한 설명은 다섯째 차원이 극히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에 있을까? 이를 이해하는 한 방법은 우리의 4차원 우주를 좌우 양쪽으로 무한히 뻗은 1차원의 선으로 보는 것이다... 기하에서의 선은 본래 길이만 있고 두께는 없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서 상상하는 선은 배울이 매우 높은 돋보기로 보면 미세하지만 두께를 가진 선으로 생각한다. 이 선을 정원 호스로 여길 수 있다. 이 정원 호스를 잘랐을 때, 그 단면은 1차원의 기본적인 한 모양이다. 따라서 이 원은 4차원 시공의 각 점들마다 붙어 있는 여분의 5차원을 나타낸다고 말할 수 있다.(p17)... 다섯 번째의 차원은 프랑크 길이(Planck length)라고 부르는 약 10의 -30승 cm에 불과한데, 이토록 작은 크기로 존재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를 관측하기란 사실상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하겠다.(p19)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 The shape of inner space : theory and the Geometry of the Universe hidden Dimensions> 中


 끈이론으로 예견되는 공간의 차원이 우리가 알고 있는 3차원보다 훨씬 높은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우주의 초기에는 현존하는 3차원도 아주 작은 영역 속에 갇혀 있었으므로 '기존의 3차원'이나 '여분의 차원'이라는 구분도 존재하지 않았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들 중에서 여섯 개의 차원은 그대로 남아 있고 나머지 세 개는 팽창하는 공간과 함께 엄청난 규모로 커져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p511) <우주의 구조> 中


 중력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수행된 실험결과로 미루어볼 때, 만일 우리가 3-브레인(brane)에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여분차원의 크기는 거의 1/10mm 까지 허용된다. (p542) <우주의 구조> 中 


4. 대칭 


 초끈이론 중 많은 내용은 대칭(對稱 , symmetry)의 원리에 의해 설명된다. 사실 대칭은 물리학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는 개념이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역행렬((逆行列, inverse matrix), 통계학에서 베리맥스(Varimax)를 활용한 타당성 분석 역시 대칭을 활용한 예가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대칭의 개념은 매우 효과적인 연구 방법이다.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는 이런 방식으로 도출된 '칼라비-야우' 다양체를 통해 우주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로 넘도록 하자.



[사진] 칼라비-야우 다양체(Calabi-Yau manifold)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VividSpecters/mathematics-calabi-yau-manifold/)


 대칭을 이용하면 온갖 종류의 문제들을 더 쉽게 풀 수 있다. 예를 들어 xy=4 라는 방정식의 모든 해들을 구한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에는 무한히 많은 해가 있으므로 한참 걸릴 것이다. 하지만 x=y라는 대칭성을 조건으로 부과하면 2와 -2라는 단 두가지의 해만 존재한다.(p190)...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에너지가 낮은 상태"라고 보며, 이런 상태에서는 초대칭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에너지가 높은 상태에서는 초대칭이 나타나 입자와 초입자가 동일하게 보인다. 다시 말해서 어떤 일정한 에너지보다 낮은 상태에서는 초대칭이 깨지면서 입자와 초입자는 질량등의 여러 성질들이 서로 달라진다.(p190)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 中


6. 초끈이론 superstring theory


 이런 배경하에서 나온 이론이 초끈이론이며, 여기에 공간차원을 하나 확장시킨 이론이 M이론이다. 초끈이론과 관련하여 이미 다른 리뷰에서도 다루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끈의 특징과 초끈이론을 요약한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내용으로 대신한다. 


 끈은 두 가지의 매우 특별한 성질을 갖고 있다. 첫째로, 끈은 특정 크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의 범주 안에서 성공적으로 기술될 수 있다. 그리고 둘째로, 수많은 진동패턴들 중 하나가 중력자(중력의 매개인바)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끈이론은 중력까지도 자연스럽게 포함하는 '만물의 이론'으로서 다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p254) <엘러건트 유니버스> 中


 끈이론에 의하면 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최소단위는 끈이며, 끈의 진동패턴은 입자의 질량과 힘전하를 결정하는 가장 원초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끈이론은 아주 작은 영역 속에 여섯 개의 차원들이 똘똘 감겨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영역은 너무나 작아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관측된 적이 없지만, 끈 역시 만만치 않게 작기 때문에 숨겨진 차원으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진동하면서 앞으로 이동하고 있는 끈의 입장에서 볼 때, 숨겨진 차원들의 기하학적 특성은 끈의 진동패턴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끈의 진동패턴은 소립자의 질량이나 전하를 나타내기 때문에, 결국 이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특성은 숨겨진 차원의 기하학적 특성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셈이다.(p311) <엘러건트 유니버스> 中


 2000년대 이후 초끈이론. M이론과 관련한 많은 우주론 Cosmology 관련 책들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과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위의 개념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개념들을 연계시키는 몫은 온전히 독자들의 과제다. 예를 들면, 초끈이론의 끈을 통해서 우리는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개념을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지식은 더 단단한 끈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간다면 수학의 세계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의 구조>는  최근 천제물리학의 개념에 대해 자연스럽게 독자를 안내하고 한 책이기에, 그러한 면에서 훌륭한 천체 물리학 입문서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여기에 머무르기에는 우리의 호기심이 크기에, 이제는 수학적 관점에서 우주의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는 기하와 위상수학을 활용하여 우주의 모습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우주의 모양 The Shape of Space>과 함께 페이퍼로 정리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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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7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7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7-17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주 의미가 시공간이란 뜻이었네요. ㅎㅎ
물리학에서 대칭성이 너무 약방의 감초 느낌입니다. 아마 추측컨데 물리학이 대칭성 패러다임을 뛰어넘을 때 또다른 도약이 시작될거란 느낌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8-07-17 21:50   좋아요 2 | URL
우연인지 몰라도 ‘우주‘의 작명은 적절하다 여겨집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물리학 곳곳에서 ‘대칭성‘이 활용되다 보니, ‘대칭성‘이 없는 물리학은 생각하기 어렵네요. 반면, 대칭성을 뛰어넘는 이론이 나온다면 말 그대로 직접적으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물리학의 혁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galmA 2018-07-18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차원 이론을 도킨스는 소설처럼 여겨서 좀 슬펐어요ㅡ.ㅜ).... 명석하고 객관적이라는 과학자들도 의견이 이렇게 갈리니 일반인 너무 힘듬😥

겨울호랑이 2018-07-18 07:36   좋아요 1 | URL
그만큼 과학도 세분화되고 기존 상식들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나타내는 일화인듯 하네요.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에는 쉽게 믿기 어려운...과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만능인들이 나오기는 더이상 어려울 듯 합니다. 덕분에, AglamA님도 저도 머리 아픈 세상에 살게 되었어요.ㅋ 혹시, 저만 그럴까요? ^^:) 그럴지도... ㅜㅜ

베텔게우스 2018-07-18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에도 여러 분과가 있건만, 개인적으로 최근 생명과학에 꽤 경도되어 지구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많이 잊고 살았던 모양입니다. 말씀하신 천체물리학을 접하고 나니 지구의 유일한 지적 생명체로서의 인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자유의지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인간이 우주를 설명하는 과학 이론들은 참 놀라울 따름입니다. 소개해 주신 책들은 꼭 읽어볼 생각입니다. 항상 객관성과 엄밀함을 잃지 않는 겨울호랑이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7-18 09:34   좋아요 1 | URL
제가 적은 글은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부족함이 많습니다. 베텔게우스님께서 직접 읽어보신다면, 훨씬 많은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예 돌아보지 않으면 모를까, 조금만 들어가도 자신이 모르는 분야가 많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좋은 독서 되시길 바라면서, 아울러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8-07-22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