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우화 -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
버나드 맨더빌 지음, 최윤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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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나드 맨더빌(Bernald Mandeville, 1670 ~ 1733)은 <꿀벌의 우화 The Fable of the bees>를 통해 개인의 악덕이 사회의 이익과 연결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맨더빌은 먼저, 우화 속에서 비록 개인적으로는 사악하지만 경제적으로는 풍요롭고, 법과 치안이 잘 유지되는 꿀벌들의 사회를 제시한다. 이러한 사악함 때문에 결국 꿀벌들은 신(神)의 노여움을 사서 미덕(美德)이라 불리는 '정직'을 사회 질서로 받아들이게 되고 이후 꿀벌 사회의 풍요는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 전체 줄거리다.


 이리하여 모든 구석이 다 악으로 가득한데

그래도 전체를 보면 낙원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들을 존경하여

평화로울 땐 아첨하고 전쟁을 하면 두려워하니

돈과 삶이 풍족한 그곳은

모든 벌집의 으뜸이었다.

이것이 이 나라의 축복이니

저들의 죄악이 저들을 위대하게 만든 것이었다.(155 - 162) (p104) <꿀벌의 우화> 中


 악의 뿌리가 되는 탐욕은

비뚤어지고 해로운 몹쓸 악덕으로서

방탕이라고 하는 고상한 죄악에

종노릇을 하게 되었으니

사치는 가난뱅이 백만에 일자리를 주었고 

얄미운 오만은 또 다른 백만을 먹여 살렸다. (177 - 182) (p106) <꿀벌의 우화> 中


 이렇게 악덕은 교모하게 재주 부려

시간과 일이 더해지면서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참된 기쁨이요 즐거움이요 넉넉함이어서

그 높이로 치자면 아주 못하는 놈조차도

예전에 잘살던 놈보다 더 잘살게 되었으니 

여기에 더 보탤 것은 없을 것이다. (197 - 203) (p106) <꿀벌의 우화> 中

 

  <꿀벌의 우화>의 부제는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이다. 저자는 어떤 이유로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명제를 제시한 것일까. 저자 맨더빌은 <꿀벌의 우화>를 통해 개인의 방탕, 사치, 명예욕, 뽐내는 마음 pride, 이기심, 탐욕, 쾌락 등의 악덕 vice이 미덕  virtue보다 사회를 끌어갈 더 큰 동력을 제공하는 요인으로 해석한다. 이는 사람들은 본래 욕망에 이끌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서는 힘을 다하지 않는다. 잠자는 욕망을 깨워주는 것이 없다면 사람이 지닌 탁월함과 능력은 언제까지나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열정이 빠진 몸뚱이는 바람 한 줄기 없는 가운데 육중하게 서 있는 풍차나 매한가지다.(p158)... 그러나 검소하고 정직한 사회를 갖고 싶다면 가장 좋은 정책은 사람을 단순한 자연 상태 그대로 두고 사람 수가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나 없어도 되는 물건은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고, 욕망을 불러일으키거나 지식을 높일만한 것은 다 치워서 손대지 못하게 해야 한다.(p160)  <꿀벌의 우화> 中 

  

 위와 같은 맨더빌의 주장은 "개인의 악덕은, 솜씨 좋은 정치인이 잘 다룬다면(by the dextrous management of a skillful politician), 사회의 이득이 될수 있다" - 해제 中 - 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맨더빌은 모든 개인이 악해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악덕을 행하는 주체는 지도층으로 한정된다. 지도층들은 '사치'를 하더라도 언제든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사치(소비)를 통해 돈이 돌기 때문에, 지도층들의 악덕은 사회의 미덕으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가난한 이들에게 적용되는 덕목은 무엇일까?


 사치가 가장 지나치게 나타나는 것은 건물, 가구, 마차 그리고 옷이다. 그러나 깨끗한 옥양목을 입었다고 해서 무명을 입었을 때보다 사람이 약해지지는 않는다.(p150)... 전쟁의 고생과 피로를 몸으로 견뎌내는 일은 앞장설 사람들 몫인데, 이들은 나라에서 가장 천하고 가난한, 죽어라고 일만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전쟁에 휘말린 사람들로서 사치가 말썽 부릴까봐 걱정해야 한다면, 그 걱정은 기껏해야 장교를 넘어서지 않는다.(p151)... 제 할 일을 하고 명예심을 충분히 갖춘 사람은 위험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언제나 능력있는 장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사치는, 남의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제 돈을 쓰는 한, 절대로 나라에 해가 되지 않는다.(p155) <꿀벌의 우화> 中


 반면, 가난한 이들- 노동을 제공하는 이들-에게 사치는 허용되지 않는 덕목이다. 이들은 평소 궂은 일을 하는 집단이며, 이들에게 높은 임금을 제공할 경우 일할 의욕이 감퇴되어 사회가 필요하는 노동이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노동계급에게는 검약이라는 사회적 미덕을 강조하고, 극한 상황에서 생활하도록 유지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된다.


 꾸준히 손을 써서 게으름을 줄여주면 강제하지 않고서도 가난한 이들을 일하게 만들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무식하게 키우면 고생을 고생으로 느끼지 않도록 단련시킬 수 있다. 그들을 무식하게 키운다는 것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그들의 지식이 그들 하는 일 언저리를 넘어서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며, 적어도 그 한계를 넘도록 일부러 애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수단으로 채비하여 노동을 싸게 만들면, 틀림없이 다른 나라보다 싸게 팔 수 있으며, 우리 인구를 늘릴 수 있다. 이것이 무역에서 상대에 맞서는 멋지고 당당한 길이며, 다른 나라 사징에서 우리가 실력으로 이기는 길이다.(p207) <꿀벌의 우화> 中


 결국, 우리는 <꿀벌의 우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의 모습은 결국 '지배층의 악덕과 기득권의 이익'임을 확인하게 된다. 지배층의 사악한 행위가 사회에 유익한 반면, 기존의 미덕인 금욕 self- denial, 겸손, 연민, 자선, 자기희생, 공공심 등은 이제 가난한 이들이 지켜야 하는 덕목이라는 맨더빌의 도발적인 물음에 대해 누군가는 대답을 해야했다. 그리고, 두 학자가 다른 분야에서 각각 응답하게 된다.


 경제학적으로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 ~ 1790)가 <도덕감정론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1759)와 <국부론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1776)을 통해서, 철학적으로는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가 <순수이성비판 純粹理性批判, Kritik der reinen Vernunft>(1781)에서 맨더빌의 주장을 반박한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을 통해 개인의 이기심이 아닌 타인에 대한 연민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이러한 사회가 어떻게 스스로를 통제하며 부강해질 수 있는가를 <국부론>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감성 뿐 아니라 오성(지성)의 역할을 제시하며, 맨더빌의 본능(욕망)에 대한 반론을 펼치고 있다. 이후에도 여러 학자들이 <꿀벌의 우화>의 내용을 계승하거나 또는 비판하는 등 이 책은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꿀벌의 우화>가 당대에 출판되었을 때, '사악한 책'이라 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는 누구나 알지만 결코 입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가 아닐까. 그리고, 그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꿀벌의 우화> 가 과거가 아닌 지금도 유효하다는 점이 현대 우리 사회의 비극이라 여겨진다. 


 과거 감춰졌던 수많은 사회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요즘이다.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과거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 당대의 석학(碩學)들의 물음과 대답을 살펴보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꿀벌의 우화>를 다시 읽어봐야 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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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7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7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6-27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도덕감정론을 밑줄을 치며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의 서재와 배경이 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오래 사용해 왔는데 싫증이 나지 않고 여전히 좋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6-27 20:30   좋아요 1 | URL
^^:) 아 그러셨군요. 여름에 잘 어울리는 배경이라 이번에 바꿨습니다. 배경색이 옅지만 질리지 않아 좋네요. 페크님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6-27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별 다섯 개는 절대, 쌍수를 들고 반대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8-06-27 22:27   좋아요 1 | URL
북다이제스터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고 저 또한 공감합니다. 책 내용에는 저도 반대합니다만, 후대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높게 평가가 되네요..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같은 느낌이랄까요 ㅋ 제 별점은 그런 의미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6-27 22:32   좋아요 1 | URL
히스 레저 연기에 별 다섯 개는 격하게 찬성합니다. ㅎ 연기가 정말 대단했구요.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칸트나 스미스가 반론을 내도록 자극하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이 책의 논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단 점에서 전 이 책에 반대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8-06-27 22:38   좋아요 0 | URL
네. 주류경제학계통인 신고전학파, 케인즈학파 모두 깊은 영향을 받은 것을 보면,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 사상가임이 분명합니다^^:)

서니데이 2018-06-30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일부터 7월이 시작됩니다. 7월에는 기분 좋은 일들 가득한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겨울호랑이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6-30 21:4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장마와 태풍이 함께 오는 비로 7월이 시작될 것 같네요. 서니데이님도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반기 여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