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사자의 서
파드마삼바바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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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원제목은 <바르도 퇴돌 Bardo Thos-grol>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사후 세계의 중간 상태에서 듣는 것만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가르침>이라고 번역된다.(p10)... 생을 마치고 사후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을 때 그대 앞에는 많은 빛들이 나타날 것이다. 임종의 순간에는 최초의 투명한 빛이 그대를 맞이하러 나타나리라. 그대는 그 빛을 따라가야만 한다. 그 빛은 모든 것의 근원이며 진리의 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p12) <티벳 사자의 서> 서문 中 


 <티벳 死者의 書>는 죽음을 맞이한 후 환생(還生) 이전까지 윤회(輪回)의 전체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티벳 전통 사상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후 49일 동안 인간이 마주하게 될 여러 모습 - 빛의 인도, 평화의 신(神)들과 분노의 신들 - 을 확인하게 되지만, 보다 중요한 의미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이 모든 것들이 환영(幻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뛰어난 점은, 우리가 사후에 보게 되는 그 모든 빛들과 신들의 세계가 사실은 우리 자신의 마음에서 투명된 환영에 불과한 것이라고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 세계가 펼쳐 보이는 환상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삶도 죽음도 우리의 환영이고, 모습도 색깔도 마음까지도 실체 없는 환영의 세계이다. 삶도 내 자신이 만드는 것이고, 세계도 내가 창조하는 것이다.(p12) <티벳 사자의 서> 서문中


 그렇다면, <티벳 사자의 서>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 자신이 완성된 부처임을 스스로 깨달으라는 것이다. 비어있음(沖)과 아무런 모습도 갖지 않은(無形) 본래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 죽은 자들의 과제임을 깨우쳐 주는 구절 속에서 우리는 죽음의 공포를 가볍게 해주는 위로를 느끼게 된다. 


 그대 자신의 마음이 곧 참된 의식이며 완전한 선을 지닌 붓다임을 깨달으라.그것은 텅 빈 것이지만 아무것도 없는 텅 빔이 아니라 아무런 걸림이 없고, 스스로 빛나며,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한 텅 빔이다. 본래 텅 비어 있고 아무런 모습도 갖지 않은 그대 자신의 참된 의식이 곧 그대의 마음이다. 그것은 스스로 빛나고 더없는 행복으로 가득한 세계다.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다. 그 하나됨이 바로 완전한 깨달음의 상태다.(p250) <티벳 사자의 서> 中


 <티벳 사자의 서>의 깨달음이 죽은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 때가 바로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이기 때문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 ~ 2004)이 '결정적 순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사진 한 장에 표현하는 바와 같이 죽음의 순간, 우리 인간은 자신의 모든 것을 펼쳐내야 한다. 


 불교와 힌두교에서는 죽음의 순간에 갖는 마지막 생각이 그 다음 환생의 성격을 결정짓는다고 믿는다. 인간은 죽음을 맞이할 때 자신의 생각을 올바르게 통제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인도의 현자들은 가르친다.(p40) <티벳 사자의 서> 서문中


[사진] <국민당 최후의 날, 중국 1948> by Henri Cartier-Bresson (출처 : http://photovil.hani.co.kr/213534)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을 던지게 된다. 모든 것이 환상이고, 죽음의 순간에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면, 우리가 살았을 때 과연 착하게 살아야할 이유가 있을까? <티벳 사자의 서>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답을 하고 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그런 깨달음으로 대자유에 이를지라도, 생명을 가진 존재들의 수는 많고 악한 카르마는 힘이 있다. 그리고 무지는 너무 깊고 나쁜 습성이 오랫동안 뿌리내렸기 때문에 무지와 환영의 수레바퀴는 힘이 떨어지지도 않고 가속이 붙지도 않는다.(p317) <티벳 사자의 서> 中


 이처럼 <티벳 사자의 서>는 죽음을 맞이한 인간이 이전에 가보지 못한 길을 걸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을 긍정하면서도,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모습을 않는다면 고통의 순간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죽음은 더 이상 우리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티벳 사자의 서>는 이러한 내용으로 죽은 자에게도, 이를 읽어주는 이들에게도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면에서 <티벳 사자의 서>는 생명으로 이끄는 <생명의 서>이기도 할 것이다.



PS. 티벳의 전통 장례는 천장(天葬)으로 치뤄진다. 사람의 시신을 토막내어 독수리에게 던져주는 그들의 장례 문화는 외국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날아오르는 독수리와 함께 하늘로 돌아가는(歸天) 모습을 담은 천장의 준비과정을 떠올리게 하는 다음의 구절을 마지막으로 이번 리뷰를 마친다.


[사진] 티벳 천장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67520)


 그대의 몸은 카르마의 성향만을 지닌 사념체이기 때문에 베이고 잘리고 토막나더라도 죽지 않는다. 그대의 몸은 실제로는 텅 비어 있으므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대는 죽을 수가 없다. 그대의 몸이 조각조각 난도질당해도 그대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거듭되는 난도질은 그대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리라.(p351) <티벳 사자의 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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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1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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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6-12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의 내용과는 생뚱 맞을 지도
모르겠지만...

국민당 최후의 날, 이란 제목의 사진
이 압권이었습니다 ㅋ

겨울호랑이 2018-06-12 15:39   좋아요 0 | URL
^^:) 어쩐지 이 사진이 끌리더군요. 제목이 ‘최후의 날‘이어서 때문인지, 내일 지방선거 어느 당 때문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ㅋㅋ

양철나무꾼 2018-06-12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가지고 있는데,
제가 워낙 감정이입을 잘 하는 편이라,
몇번 들춰보기만 했을뿐 제대로 읽지를 못했네요.

제가 이 책을 버거워한 이유는 다른 사진책에서 ‘천장‘하는 사진을 보고나서였습니다.
무섭거나 두렵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일종의 경이로움을 느꼈달까요.

암튼, 언젠가는 읽어야할 숙제로 남겨두고 있었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반가운 생각이 들어서요.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꾸벅~(__)

겨울호랑이 2018-06-12 16:42   좋아요 1 | URL
저 역시 ‘천장‘의 다른 사진들을 보면서 문화적 충격을 느꼈습니다. 물론,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양철나무꾼님께서 말씀하신 경이로움이 무엇이었는지 공감하게 됩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06-14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4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4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4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6-16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대에 너무 제 사념에 빠져서 이 책을 읽은 게 아쉬워서 다시 읽어야지 읽어여지 하다가 어언....-_-; <이집트 사자의 서>는 이 책과 달리 백과사전식이라 이게 뭐야-ㅁ-), 영적이지 않잖아! 흥미를 잃고;;....죽기 전에 제대로 중심 좀 잡아야 카르마에 안 잡힐텐데 말입죠;

겨울호랑이 2018-06-16 10:50   좋아요 1 | URL
저는 버스에서 할머니에게 자리 양보하기, 연의와 놀아주기 등으로 작은 선업을 쌓은 후 죽기 전 ‘모든 것이 다 뻥이야‘라고 중얼거리며 세상을 떠나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집트 사자의 서>도 지금 들여다 보고 있는데, 이집트 신화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