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전집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한스 테그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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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 ~ 1875)의 <안데르센 동화전집>은 안데르센의 작품 168편을 모아 놓은 전집이다. 본문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어공주>, <못생긴 새끼 오리>, <성냥팔이 소녀>, <벌거벗은 임금님>등 여러 동화가 담겨 있다. 안데르센은 머리말을 통해 자신의 동화 유래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비평가들이 동화집에 대한 평가를 꺼려하자, 다시는 동화를 쓰고 싶은 의욕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동화와는 거리가 먼 작품에 매달리고 있을 때 "인어공주"의 줄거리가 머릿속을 맴돌아 다시 펜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나는 동화와 이야기를 즐겨 들었다. 어릴 때 들었던 이런 이야기를 옮겨 쓰면서 고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될 때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야기에 신선함을 가미했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 중 <부싯깃 통>, <장다리 클라우스와 꺼꾸리 클라우스>, <못된 아이>, <길동무>는 이렇게 쓰여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아나크레온의 시에 <못된 아이> 이야기가 나온다. <꼬마 이다의 꽃>, <엄지 아가씨>, <인어 공주>는 창작한 것이다.(p11) <머리말> 中


 머리말을 통해 <안데르센 전집>에 실린 동화의 성격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덴마크 전래 민담을 작가가 적절하게 고친 이야기들이며, 다른 하나는 작가의 창작 작품들이다. 유래가 다른 이들 동화는 각각 어떤 특성이 있는지 이번 리뷰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1. 전래 동화 : <못된 아이> <길동무>에 담긴 권선징악과 해악


 <안데르센 동화전집> 속 중에서 전래 동화로 전해 지는 <못된 아이>와 <길동무> 속의 이야기에는 전형적인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성격과 해학(諧謔, Humour)이 담겨 있다. <못된 아이> 속 큐피드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전래 도깨비의 모습을 연상하거나, <길동무>에서 경상도 아랑전설(阿娘傳說) 속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전래 동화 속 이야기들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에 기초했음을 깨닫게 된다.


  큐피드는 못된 아이다. 절대로 큐피드와 어떤 일을 해서는 안 된다. 큐피드가 여러분의 늙은 할머니 심장을 쏘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할머니는 아주 오래 전에 화살을 맞아서 이제 아픔을 느끼지 못하지만 결코 잊지 못한다. 짖궂은 큐피드! 이제 여러분도 그를 알게 될 것이다. 큐피드가 얼마나 못됐는지를!(p59) <못된 아이> 中


 "아닐쎄, 이제 시간이 다 되었다네. 난 자네에게 진 빚을 갚았을 뿐이네. 교회에서 나쁜 사람들이 시체를 내던지려 했던 일을 기억하나? 자넨 그 죽은 남자가 무덤 속에서 편히 쉬도록 전 재산을 내놓았네. 내가 바로 그 죽은 남자라네." 말이 끝나자마자 길동무는 사라져 버렸다.(p76) <길동무> 中


2. 창작 동화 : <인어공주> <눈의 여왕> 에 담긴 철학적, 종교적 의미


[사진] 인어공주 공식 포스터(출처 : 위키백과)


 <안데르센 동화전집> 속 창작동화는 전래 동화에 비해 보다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작가가 애정을 갖고 있는 <인어공주>를 통해 철학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인어공주>는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으며, 동시에 줄거리가 흥미롭기 때문에 아이들도 즐겨 읽을 수 있다.(p11) <머리말> 中 


 호기심 많은 인어공주는 할머니에게 사람에 대해 질문을 하는데,  할머니(안데르센 동화에서 할머니의 이미지는 '자비로운 현자'로 표현된다)는 인간만이 가지는 '불멸의 영혼'을 자신의 손녀에게 말해준다. 


 "그들도 죽는단다. 우리보다 생명이 훨씬 더 짧지. 우리는 삼백 년까지도 살 수 있지. 우리에겐 무덤도 없고 죽으면 물거품으로 변하지만 말야. 우리는 불멸의 영혼이 없기 때문에 다시는 생명을 얻지 못한단다. 우리는 해초와 같아서 일단 꺾이면 다시 살아나지 못하지. 하지만 인간은 다르단다. 인간은 죽어서 흙이 된 후에도 영원히 사는 영혼을 가지고 있지. 영혼은 맑은 공기를 뚫고 반짝이는 별들 너머로 간단다. 우리가 물 위로 떠올라 인간 세계를 보듯이 인간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찬란한 곳으로 올라가지."(p85) <인어공주> 中


 그리고, 인어공주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불멸의 영혼'을 가지고자 열망하게 된다. (어린이판) <인어공주>에서는 인어공주가 왕자를 보고 사랑에 빠져, 인간이 되기를 희망했다는 것으로 편집을 하지만, 원본에서 말하는 바는 다르다. '사랑'으로 이야기를 바꾼 것은 '불멸의 영혼'을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겠지만, 이로 인해 <인어공주>의 성격은 크게 달라지게 된 부분은 아쉽게 느껴진다. 


 "우리에겐 왜 불멸의 영혼이 없나요? 단 하루만이라도 인간이 되어 별 너머에 있는 찬란한 세계에 가 볼 수 있다면 제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겠어요." 인어공주가 애처롭게 말했다... "제가 죽으면 물거품이 되어 바다 위를 떠다니겠죠? 파도가 연주하는 음악 소리도 듣지 못하고, 아름다운 꽃도 붉은 해도 보지 못하겠죠? 어떻게 하면 영혼을 얻을 수 있나요?"(p85) <인어공주> 中


  (전집)<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영혼을 얻을 수 있다는 할머니 말을 듣고 사람이 되기를 결심하게 된다. 원본에 따르면 인어 공주에게 왕자는 불명의 영혼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지, '목적'이 될 수 없었다.


 '틀림없이 왕자가 탄 배일 거야. 내게 소망과 행복을 가져다줄 왕자 말야. 꼭 왕자를 얻고 말테야. 영혼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p86)  <인어공주> 中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와 거래한 파우스트(Faust)처럼 인어공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마녀에게 목소리를 주고, 사람이 된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었기 때문에 소통할 수 없었던 인어공주는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결국 물거품이 되버리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결말을 우리는 비극(悲劇)이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제 목소리를 가져가 버리면 제겐 뭐가 남죠?"

 "아름다운 모습이지. 우아한 걸음걸이, 그윽한 두 눈, 이것으로도 인간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어. 아직도 그럴 용기가 있니?"(p88) <인어공주> 中


[그림] 인어공주와 마녀와 거래 (출처 : http://oddidragon.tistory.com/24)


 소통 대신 외적인 아름다움을 선택한 인어공주의 선택이 행복한 결말로 이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 되는 것은 아닐런지.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는 불멸의 영혼을 얻기를 희망했고, 비록 사람이 되어 사랑을 얻지는 못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어공주>는 진정한 해복한 결말로 끝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넌 공기의 딸들과 함께 있단다. 인어에겐 영혼이 없지. 인간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영혼을 가질 수 없어. 인어가 영혼을 얻으려면 다른 힘에 의존해야 한단다. 공기의 딸들도 영혼이 없지만 착한 일을 하여 스스로 영혼을 만들 수가 있지. 삼백 년 동안 착하게 살면 불멸의 영혼을 얻어 인간들이 누리를 행복을 누릴 수 있단다. 가련한 인어 공주야, 넌 온 마음을 다해 우리처럼 영혼을 얻으려고 노력했어.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면서 말야.그 고통이 너를 너를 공기의 정령들 세계로 끌어 올린 거야. 이제부터 삼백 년 동안 착하게 살면 불멸의 영혼을 얻을 수 있단다." 인어 공주는 눈을 들어 겸허하게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는 것을 느꼈다.(p96) <인어공주> 中


  전집에 수록된 작품 중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눈의 여왕> 에서도 철학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이성의 거울'이라 하는 호수에 살고 있는 눈의 여왕은 주인공인 카이에게 '이성'이라는 놀이에서 '영원'이라는 글자를 맞추게 하지만, 글자를 맞추지 못한다.


[그림] 눈의 여왕(출처 : 위키백과)


 여왕은 그 호수를 '이성의 거울'이라고 불렀으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장 훌륭한 거울이라고 생각했다... 카이는 멍이 든 것처럼 추위로 온몸이 검푸르게 변해 있었다. 카이는 뭘 만들려는 것처럼 날카로운 얼음 조각을 열심히 이리저리 맞추었다. 카이가 하고 있는 놀이는 차가운 이성이었다. 카이의 눈에는 자신이 만든 모양이 매우 훌륭하고 대단한 것으로 보였다. 카이는 얼음 조각들을 짜 맞추어 여러 가지 글자를 만들었지만, 아무리 애써도 만들어지지 않는 글자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영원'이라는 글자였다. 눈의 여왕은 카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글자를 맞춘다면 넌 네 자신의 주인이 되지."(p295) <눈의 여왕> 中


 차가운 이성으로 맞추지 못한 '영원'은 어린아이들과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할 때 비로소 맞출 수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눈의 여왕>은 마무리 된다. 작품 속에 담긴 기독교적인 성격은 다른 안데르센의 창작 작품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 등에서도 발견된다.


 카이와 게르다는 의자에 앉아서 서로 손을 꼭 잡았다. 눈의 여왕이 살던 성에서 경험했던 추위와 황량함이 악몽처럼 기억에서 사라졌다. 할머니가 햇볕을 쬐며 앉아서 성경 구절을 큰 소리로 읽었다. "너희가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p299)  <눈의 여왕> 中


 왕비의 창백한 두 뺨이 장밋빛으로 물들더니 두 눈이 커다랗고 또렷해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는 그 책갈피에서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십자가에서 흘린 그리스도의 피에서 피어난 장미였다. "이제 알겠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를 보는 이는 절대로 죽지 않을 거야!" 왕비가 부르짖었다.(p42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 中


 <안데르센 동화전집>에는 이처럼 다른 유래를 가진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떤 전래동화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담겨 있는 반면, 창작 동화에는 안데르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영원', '사랑' 등이 이야기 속에 녹아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서로 다른 유래를 가진 이야기들이 묶여서 어른들에게는 삶의 의미를, 아이들에게는 즐거움과 흥미를 주기에 <안데르센 동화전집>이 모든 세대에 널리 읽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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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16: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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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2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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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5-23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데르센 동화집 읽은지가 오래되어서 다시 읽으면 새로울 것 같아요.
전에 읽었던 것도 잘 기억나지 않는 내용이 많고, 예전에 읽었던 것과 다른 내용도 있는 것 같아서요.
겨울호랑이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5-23 20:11   좋아요 2 | URL
어렸을 때 읽은 동화책과 어른이 되어서 읽는 동화책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렸을 때 친구 같던 책을 지금와서 살펴보니, 현인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네요. 서니데이님도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밤 되세요^^:)

북다이제스터 2018-05-23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좀 생각이 다른데요.^^ 아이들을 획일적 일관된 방향으로 길들이는 <안데르센 동화집>이 아이들에게 금서가 될 날을 꿈꿔봅니다. ㅋㅋ

겨울호랑이 2018-05-23 21:11   좋아요 2 | URL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전래 동화 등이 어린이들에게 기존 사회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 여겨집니다. 동시에, 세대 간 유대감 형성 또는 문화의 전승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긍정적인 역할이라 여겨집니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 전래 동화라 생각됩니다. 더 나아가 이와 관련된 문제는 전래 동화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교육‘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하지 않나 판단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5-23 21:17   좋아요 1 | URL
아, 미처 생각해 보지 못 했습니다. 세대 간 유대감 형성과 문화의 계승이 중요한 일인지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생각거리 주셔서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8-05-23 21:32   좋아요 0 | URL
예전보다 동화책도 많이 나오고, 유튜브 등 영상매체도 많아서인지 아이들(연의 포함)이 예전만큼 전래동화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안데르센 동화집>의 위상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들다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는 어느 순간에는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도 하게 되네요. 저 역시 북다이제스터님 말씀 덕분에 동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AgalmA 2018-05-23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주인공들은 하지 말라는 걸 해서 일을 키우고 고생을 사서 하죠. 하긴 인간도 이 버릇 못 버려서....
그리하야 신이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 먹지 말라 운운, 십계명을 인간에게 조건으로 내거는 거, (이건 좀 다른 경우지만)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삭을 바쳐라 등등 그것들은 이야기의 은유 구조지 사실이라고 믿지 않게 된단 말이죠-ㅅ-!

겨울호랑이 2018-05-23 21:51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멀리 갈 것 없이, 왜 저는 부모님께서 공부하란 말을 듣지 않아서 고생을 사서 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건 은유가 아니라 팩트인 듯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5-23 22:07   좋아요 2 | URL
^^:) AgalmA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으니 긍정하게 되네요. 물론, 전부 다는 아닙니다만. ㅋ 저 역시 많이 부족합니다만, <성경>안의 의미를 해석하고 받아들일 때, 당시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맹목적으로 받아들였을 때의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신에 대한 여러 입장을 경청하게 되네요.

2018-05-23 2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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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5-23 22:32   좋아요 1 | URL
너무 까불대다 혼날 거 같아서🙏😅🙏

2018-05-24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4 2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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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1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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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1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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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2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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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2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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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22: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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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22: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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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8 15: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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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8 15: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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