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부모와 자식들의 이야기"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작가의 나이를 의심할 것이다. 아니, 이 만화가 77년생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그러나 작가는 인터뷰에서,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가 100% 실화라고 단언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60~70년대로 돌아간듯한 이 책의 에피소드들은, 사실 아주 특별하지는 않다. 무능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묵묵히 세월을 참아낸 어머니, 공부를 잘해 온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자라는 장남과 그 뒷바라지를 해야 했던 세 딸들... 그런 집안의 막내로 자란 만화가는 자신의 가족들을 취재,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다. 단편단편, 작은 웃음, 약간의 그리움을 자아내는 이 만화책을 내맘대로 좋은 책으로 꼽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바로 다음의 단 한 장면 때문이다. 이제 늙어버린 엄마는 옥수수를 먹으며 처녀적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준다. 재종오빠의 친구 하나가 자신에게 호감을 지녀, 학교 정자나무 아래로 불러냈던 이야기. 그 자리에 나갔느냐는 아들의 질문에, "아이구 동네에 말이라도 나모 우짤라꼬!" 손사래치며 나가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엄마에게 아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려다 멈칫한다. '그 남자 안 본 대신 나 같은 아들을 낳았으니 더 잘된 거 아니냐고 농담을 하려다 그만뒀다. 50년을 하루도 빼지 않고 아파서 죽을 것 같으면 기어서라도 아침밥을 지었던 삶을 긍정할 만큼 내가 괜찮은 아들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설사 엄마가 긍정하더라도 난 그것을 믿을 자신도 염치도 없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세상 모든 자식들의 마음이란 게. 직접 되어보지 않고서는 헤아릴 수 없는 게 부모의 마음이라지만, 세상 모든 아들 딸들의 마음 역시 모두 같다. 언제나 늘, 부족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늘 너무 늦게, 잃어버리고 난 뒤에야 깨닫는다. 지하철에서 저 장면을 읽으면서 울컥, 눈물이 솟았던 건, 아마도 그런 세상 모든 자식의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내기 주부의 서재에는.." 어제 저녁 이리저리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니 '서재가 당신을 말한다'라는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글의 내용처럼 오랜 세월 바뀌어온 주인의 관심사와 취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서재는?'..기사를 읽고, 바로 내 뒷쪽을 쓰윽 훑어보았더니, 서재라 하기엔 어설픈 책장에 좋아하는 책, 읽다 만 책, 만날 읽어야지 생각만 하는 두껍고 폼나는 책들이 조금은 뒤죽박죽 꼽혀 있다. 어릴 적 TV 드라마 속 회장님 댁에서나 존재하는 걸로만 알았던 '서재'. 어찌나 그럴 듯해 보였는지 언제인가부터는 나도 그들만의 전유물같았던 그 '서재'란 방을 하나 만들어서 고급 책장에 좋은 책들을 꽉꽉 채워놓으리라 다짐까지도 했었고 지금도 그 희망은 여전하다. 결혼을 하면서 가진 책들의 일부만 데려왔으니 현재의 나의 서재는 완성된 '나만의 이야기책'은 아니었지만, 읽던 당시의 느낌과 그 나름의 배움들을 기억해 내며 한 권 한 권 둘러보다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느 덧 책장 한 켠에는 8개월 남짓한 '대한민국 아줌마'로서의 나의 시간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이리저리 얻고 사서 모아 둔 요리책, 육아책, 재테크 책이 꽤나 꼽혀가고 있었던 거다. 밥 먹고 사는 거 별거 아니더라고 큰 소리 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나물이네 밥상 2>. 평소 먹는 걸 워낙 좋아하는 지라 대충 어떤 음식에 모가 들어가겠거니 짐작 정도는 하더라도 막상 만들어 보려면 막막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럴 때마다 친정엄니한테 전화해서 요리법을 물어볼 때처럼 계량 스푼 없이도 쉽게 쉽게 뚝딱 먹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내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그 중에서도 '비빔 만두', '낙지 볶음', '비지 찌개', '로스트 포크' 는 하기도 쉽고, 맛도 그럴 듯 해서 우쭐해 했던 요리들이기도 하다. 주중엔 바쁘단 핑계로 대충 때우게 되지만 주말에는 요리책들을 뒤져 이것 저것 만들어서 실컷 먹고 나면 정말이지 행복한 기분에 마구 빠져들게 해 주니 나같이 단순한 이들에겐 요리책은 '행복책'이기도 하다. 요리 외에 또 다른 관심사가 된 '재테크'에 관한 책들은 요리책처럼 쉽지도 만만치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사회 초년병 시절에는 꾸준히 보던 경제신문과 몇 권 읽은 재테크 책이 큰 도움이 되서 용어 개념 정리도 어느 정도 되었었고 청약부금이며 종신보험이며 필요하다는 것들은 이것 저것 들어놓곤 했었다. 그런데 어째 나이들면서 점점 그 쪽에는 큰 관심이 없어 언제부턴가 '재무 테크놀로지'는 다른 사람 얘기인 듯 그저 수동적인 적금, 펀드 정도나 하는 정도였다. 결혼하고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진(?) 입장에 서 보니 책임감이 막중해져 개념부터 다시 세워보자며 예전에 읽다 말았던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도 다시 들추어 보고, 며칠 전부터는 '신혼 3년 재테크 평생을 좌우한다'를 보면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머리 속으로 그려보고 있다. 표지부터 '짠돌이 카페' 얘기를 운운하길래, 이거 영 나와는 적성이 맞지 않는 '남한테 빌붙기'나 '자린고비되기' 등의 처세술이 등장하면 어쩌나 약간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무일푼에서 시작한, 그저 나같이 평범한 주부들이 어떻게 해서 집을 마련했고, 경매에 성공했는지의 실제 경험담들을 가계부까지 공개해 가며 세세하게 안내해 주고 있었다. 하도 억억하는 세상이다 보니, 그네들의 성공을 푼돈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부익부'가 아닌 '빈'에서 철저한 노력으로 '작은 부자'가 된 그이들은 누구보다도 대단하다. 무엇보다도 부의 축적에 모든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재테크에서도 부부가 얼마나 서로 합심해서 노력하는가가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가슴 찡한 이야기들도 담아 내고 있어 딱딱한 기술만을 알려주는 경제서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든다. 너무도 큰 부는 그저 남의 얘기일 뿐이지만, 주위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아줌마들이 이루어낸 이 '작은 부'는 참으로 눈물겹고, 그 실행 방법부터가 팍팍 와 닿으니 나같은 재테크 초보들에게는 무엇보다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훗날 나의 많은 세월과 관심사들을 드러낼 서재에 어떤 책들이 얼마나 꼽혀있게 될런지 모르겠지만, 요리와 재테크 이 두 방면에서 고수가 되어보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으니 이 분야 서적들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만 같다. 다만 이 두 방면의 독서에서는 앎으로만 그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행동력과 생활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불면의 밤을 헤쳐가다" 이번 장마철은 유난히 힘겹다. 굳이 비가 오지 않더라도 그렇다. 일조량 때문일까라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북향으로 창이 나 있어서 여름 오후 4시만 되어도 형광등을 켜야 하는 자취방에서조차 별로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다. 아마도 작년 이맘때에 힘들었던 상황을 몸이 기억하고 있다가, 한 해가 흘러 비슷한 기후가 되자 머릿속의 기억까지 깨워 놓은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주중에는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껏 우울해하며 허우적댈 틈은 없었다. 직장인의 양심에 비추어서도 '차라리' 책을 읽다가 잠드는 게 훨씬 나았으므로, 간만에 아주 그냥 마음껏 빠져들었다. 책의 효용은 여러 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집중해서 넋을 놓게 하는' 역설적인 능력만큼 마술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행복한 밤들이었다. <로드>는 전율스럽다기보다는 성실하게 쌓여진 스산함을 느끼게 하는 미국 스타일의 걸작이었다. 생각보다 담담하게 읽었다. 절망의 롤러코스터 같은 걸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다 읽고 나서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작품이 문학사에 족적을 남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류 문학이 하드보일드 스타일과 제대로 손잡은 멋진 사례. '질질 짜는 쇼 따위는 포커 페이스 밑에다가 숨기란 말이야, 이 풋사과 같은 놈.'(누구? 최근의 폴 오스터? ㅎㅎ) (그런데 이런 걸 정말 많은 사람들이 즐기나? 이상할 정도로 너무 많이 팔린다는 염려(?)를 지울 수 없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같은 걸 기대한 분들에게는 큰일인데...) <슬픈 미나마타>는 의외의 일격이었다. 미나마타 병이라는 센세이션에 전혀 매몰되지 않은 진짜 인간 스케치다. 서서히 부서져가는 어촌의 분위기, 결국 삶에 섞여들면서 느리게 진행되는 절망과 함께 일종의 권태까지 품게 되는 그 모습을 절묘하게 잡아냈다. 공장 부지로 매립되어 버린 바다를 고향으로 갖고 있는 나도 그 느낌을 대강 안다. 어느새 사람들이 달라지는 것이다. 소설과 르뽀의 중간에서 춤추고 있는 이 묘한 작품은 그 미묘한 변화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잡아냈다. 마루야마 겐지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었는데, 그가 보여주었던 건조한 뜨거움 같은 것을 꽤 오랫만에 만난 것 같다. 그래픽 노블 두 권. <재미난 집>은 문학적으로 풍부한 텍스트였고(그야말로 그래픽+노블이다), 여러 종류의 숨겨진 묘사와 비유를 찾느라 즐거운 독서였다. 프루스트와 제임스 조이스를 이런 데서 만날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게다가 감동적이었고. 반면에 <진과 대니>는 그야말로 '성장만화'였다. 서유기와 TV 시트콤 형식과 자전적인 스토리가 얽히고 설켜 결국 서로 만나는 장면에서는 씁쓸하달까 싸하달까 묘한 기분이 들기까지. 신화와 하급 문화를 차용한 방식은 멋졌고, 게다가 어렵지도 않았다. 아. 최규석의 <대한민국 원주민>도 좋았는데. 이것도 그래픽 노블이라고 해야 되려나...음. 그렇지만 역시 넋놓고 보기에 가장 좋았던 녀석은 <세계대전 Z>. 무슨 '악의 축 리턴즈'도 아니고 갈수록 노골적이어지는 정치색에 나중에는 피식 웃음이 나오기까지 했지만, 어쨌거나 재밌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나름 신선한 발상의 좀비물 같은 걸 마주할 기회는 별로 없으니까.
"불싯, 쎄자르, 이 세상엔 로코코코적인 것은 없어" 섬에 가고 싶었다. 장 그르니에도, 박광수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니 굳이 대자면 위저의 'Island in the Sun' 정도일까? 그냥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땅에 발을 붙이고, 때론 물살을 가르며 움직이고 있음을 내가 인지할 수 있는 한도 한에서, 가장 먼 곳으로. 지금 여기서 나를 묶고 있는 이 고무줄이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을지 궁금했을까. 그래서 거문도였다. 신지끼의 전설도, 하얀 등대도, 환상적인 트래킹도 내 알바 아니었지만 빈약한 상상력과 졸렬한 검색 실력의 한계였다. 그래서 결국 도착한 곳은 개도. 조율이 맞지 않은 인생은 때론 악보와는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니까. 선착장에선 하얀 진도개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달리며 <로드>를 읽었고, 배를 타고 나가며 <일방통행로 / 사유이미지>를 읽었다. 코맥 매카시가 그리고 있는 묵시록-창세기는 결국 시작과 끝 사이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의 삶 그 자체였다. 세상이 망하거나 나쁘거나, 어쨌거나 죽기 전까지는 살아야 하는 것이다. 벤야민은 이렇게 말했다. “행복하다는 것은 경악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를 깨달을 수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경악도, 깨달음도 없는 삶은 무엇일까?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 서울에서 뒤늦게 <여행할 권리>를 읽었고, 나는 여전히 “이 것뿐인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한껏 늘어났던 고무줄은 더 큰 반동으로 나를 떠밀어 흔들었으니까. 문득 이런 격언이 떠올랐다.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고, 오늘은…, 오늘은 이러고 있네.” 세상에 로코코코적인 건 없다지만. *이번 달의 앨범은 배 위에서, 산 속에서, 적막한 민박집에서도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돌아온 James의 <Hey Ma>, 앨범 표지를 꼭 여기에 넣고 싶은, 말도 안 되게 행복해져 돌아 온 Sigur Ros의 <Með suð ? eyrum við spilum endalaust> 정도? 마침내 라이센스 된 Postal Service는 이렇게 노래한다. "그러니 먼 곳을 여행하는 동안 혹시나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되면 너를 기다리며 노래하는 나를 기억해"
"귀에 울리는 잔향 속에서" 재미있고, 들고 다니면 폼이 나는 것 같다.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돕는다. 그런데 읽다 보면 뽐내기 따위야 아무래도 좋다. 주말 오전 커피숍과 어울리는 책. "블루스와 날개 달린 외야수 J.C."는 지금은 품절되어 알라딘에서는 구할 수 없는 판타스틱 6월호에 실린 찰스 부코우스키의 단편. 날개 달린 외야수 J.C.로 꼴찌에서 우승 직전까지 당도한 야구팀과 이 친구를 믿고 일생 일대의 도박을 건 감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비꼬기와 비아냥 정서를 천형처럼 타고난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아이슬란드어는 독음도 불가능하지만 앨범 제목은 대략 '귀에 울리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연주한다' 정도인 것 같다. 일전에 NME는 Sigur Ros의 이전 앨범을 두고 '천상의 신이 황금의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고 했다는데, 원래 허풍이 심한 매체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한해서는 그닥 틀린 말 같지도 않다. 이들 앨범 중에서 가장 팝적인데, 말 그대로 듣자마자 심장이 뛸 정도로 놀랍고 아름답다. 오랜만에 만난 성문영씨의 훅(hook)이 있는 해설도 (아마 계속 해오셨겠지만) 반갑고. 혼자만 사는 세상도 아닌데 고집이 지나치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옹졸함이 되고 타협을 모른다는 것은 이 세계에서 쉽게 바보취급 당하곤 하지만, 가끔 이런 고집들이 승리를 가져오는 때도 있는 법이다. 비록 그 승리가 영원하진 않을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 보위(David Bowie)가 'Heroes'에서 노래한 것처럼 - 그것이 단 하루일망정, 그들은 '영웅이 될 수도' 있는 거다. / ... / 그리고 이 모두가 작은 경이이다. 적어도 이전의 시규어 로스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럴 것이다.
"애증의 공간, 화장실에 관하여" 재래식 화장실에 빠져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적이 있다. 그럭저럭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사실은 어릴 때 화장실에 빠진 적이 있어요.'라고 고백하면, 그 반응이 가지각색이다. 얼굴에 놀라움을 가득 표하며 "아니, 어떻게 살았대요 거기서?" 정도의 반응은 너무나 고맙다. 고마워서 두 손을 덥썩 잡고 냉면이라도 한 그릇 대접하고 싶다. 대부분 별 일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정말요?"라고 되묻는다. 하지만 그 순간 돌연, 나와 그의 물리적 거리는 10cm 이상 벌어진다. 마음이 미어진다. 이제부터 그의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나란 사람은 *뚜깐에 빠졌다가 간신히 살아난 여자, 정도에 그칠 것이다.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두번째 책 <화장실에 관하여>에는 몇 편의 중,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이자 표제작 '화장실에 관하여'는 뒷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애환을 그려낸 작품이다. 모든 사건 사고의 배경에는 뒷간만큼이나 뒤숭숭한 중국 역사의 고비고비가 스미어져 나온다.
쑤퉁, 하진, 비페이위. 경제 뿐 아니라 문학에서도 중국의 상승세를 무시할 수 없다. 얼마 전 문학MD께서는 '중국문학 추천전'이라는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뭐든 트렌드가 되겠다 싶으면 삐딱선을 타는 심보 탓에, 중국 문학이라고는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이후 통 외면한 것이 사실. 갑자기 '중국풍(風)'이 불었는지, 이번 달 들어 읽은 중국 문학책만 4권. 쑤퉁은 선방이었고, 비페이위는 반짝거리는 잠재력이 돋보였다. 내친 김에 고전까지? 하는 마음에 손에 잡은 것은 <명심보감>. 마음을 다스리면 다스리지 못할 것이 무엇이랴.
#1. 조민준 편집장의 추천 리스트 :
Q. 올 여름, 필독을 권하는 장르소설이 있다면?
<암보스 문도스>, 기리노 나쓰오 기리노 나쓰오의 단편집. 말하자면 여름밤을 위한 납량특집이랄까. 물론 그 강도로 따지자면 그녀의 유명 장편들을 리스트에 올려야겠으나, 이후 며칠간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대서야 ‘휴가용 장르소설’로는 아무래도 결격사유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상대적으로 캐주얼하다고 해도 역시 기리노는 기리노. 우리의 일상이 실은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 버티고 있음을 다시금 일깨우는 하나하나의 짧은 에피소드들은 열대야의 와중에도 서늘한 바람의 기운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신본격 추리소설은 기계적인 구성이 거슬리고 사회파 미스터리는 트릭이 없어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라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어떤 유행이나 사조로 규정짓기가 어려운 탓에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이는 곧 여러 하위장르들의 장점을 골고루 아우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용의자 X의 헌신>은 그처럼 복합적인 요소들이 엔터테인먼트적으로 훌륭히 구현된 사례. 수학과 물리학을 넘나드는 트릭의 논리정연함과 심지어는 멜로소설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법한 주인공의 순애보는 머리와 가슴 모두에 포만감을 안긴다.
Q. 상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장르소설 1권을 꼽는다면?
<다이디타운>, 폴 윌슨 때는 행성 이주가 가능해진 미래, 지구에서는 인간들과 클론들이 공생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사립탐정. 설정에서 보듯 <다이디타운>은 SF의 외피에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골격을 지니고 있는 소설이다. 말하자면 레이먼드 챈들러가 사이버펑크 소설을 쓴 느낌이랄까. 아닌게아니라 주인공의 이름부터(시그문드 챈들러 드레이어) 해서 곳곳에 고전 하드보일드, 혹은 필름 느와르에 대한 오마주가 넘쳐난다. 까칠하지만 절대 밉지 않은 남자 주인공 캐릭터 또한 이 소설의 주요한 매력 포인트. 작가 폴 윌슨은 국내에서 아직 미지의 작가이지만, 《판타스틱》 연재 당시 <다이디타운>은 독자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작품 중 하나였다.
Q. 나만의 추천작, 또는 더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장르소설이 있다면?
<외딴집>, 미야베 미유키 흔히 미야베 미유키의 최고 걸작으로 <모방범>, <이유>, <화차>의 세 편을 꼽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거기에 그녀의 이 시대 미스터리를 더해야 한다고 믿는 입장이다. 당대의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 그녀의 작품들에서 현상에 대한 놀랍도록 치밀한 접근이 경이로 다가왔다면,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외딴집>을 통해서는 인간과 공동체에 관한 미야베 미유키의 통찰력이 이미 대가의 경지에 이르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타의 작품들에서처럼 훈계조에 가까운 윤리적 강박의 흔적이 비교적 덜한 부분이라든지, 또 그녀의 어떤 소설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덤덤하면서도 냉혹한 전개는 ‘새로운 미야베 미유키 읽기’의 재미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2. 김용언 수석 에디터의 추천 리스트 :
<그것>, 스티븐 킹 카프카의 말마따나 “사람들은 자기 집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니까요”라는 상황을 가장 뛰어나게 구현하는 작가라면 단연 스티븐 킹이다. 혹은 깊은 밤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가 무언가 흉측한 존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환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던 그 어린 시절의 미열과 뭔지 모를 흥분이 빚어내는 생생한 공포를 가장 뛰어나게 포착하는 작가도 스티븐 킹이다. 그리고 그런 장점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걸작이 바로 <그것>이다. 무려 1812페이지에 이르는 빽빽한 페이지의 이 장편소설을 읽어내려가던 한밤중, 어느 순간 눈을 돌리면 ‘그것’이 나만 알 수 있는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의 형태로 되살아나 멀뚱거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을까봐 무서웠다. 길고 긴 여름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피부에는 오소소 닭살이 돋아있었다.
Q. 상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장르소설 1권과, 하반기 가장 기대되는 작품 1권을 꼽는다면?
<고스트 라이터>, 로버트 해리스 <당신들의 조국>과 <폼페이>로 팩션계의 ‘형님’으로 군림하던 로버트 해리스가 쓴 첫 번째 현대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고스트 라이터>에 대한 기대는 컸다.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토니 블레어 전 수상을 연상시키는 영국의 전 수상 애덤 랭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숨막히는 사건 속에서, 정작 주인공은 대필작가다. ‘고스트 라이터’, 유명인의 이름 너머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뜻이자, 말 그대로 ‘유령’ 작가를 의미하기도 하는 이 중의적인 제목은 보는 자와 보이지 않는 자, 산자와 죽은 자 사이의 팽팽한 대결을 기막히게 압축한다. 소설의 중심 축인 영국과 미국 사이의 숨막히는 첩보전은 근래 우리가 현실에서 선명하게 경험하고 있는 정치의 추악한 이면을 기막히게 포착하고 있으며, 마지막의 반전 역시 억지스럽지 않고 깔끔하다. 스릴러의 완벽한 정석이다.
하반기 기대작은 헌터 톰슨의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 헌터 톰슨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1960년대 미국의 카운터컬터의 아이콘이자, 필자가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그에 대한 주관적인 반응을 바탕으로 쓰는 기사인 이른바 ‘곤조 저널리즘’을 개척했고, 너무나도 멋진 잡지인 [롤링 스톤]의 주요 필진이었던 사내. 게다가 멋쟁이 조니 뎁이 평생에 걸쳐 그를 흠모하며 우정을 나누었고, 급기야 그의 소설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를 영화화할 때에는 헌터 톰슨의 자전적인 역할 ‘라울 듀크’ 역을 맡았으며, 톰슨이 2005년 권총자살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을 때 그 장례식을 전부 도맡아 치렀다고도 들었다. 그 전설적인 사내의 대표작을 우리도 한글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환각제에 사로잡혀 흥청망청 미국 횡단 여행을 즐기면서 형편없이 더러워진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를 목격한다는 괴상망측한 소설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는, 과연 한글로 번역이 가능할지의 여부에 대해 의문스러웠지만 놀랍게도 곧 출간된다고 한다. 곧, 곧.
<고목탄>, 나카가미 겐지 <고목탄>을 장르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사실 조심스럽다. 굳이 우겨본다면... ‘일본의 어촌 느와르’? 당신이 만약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들을, 양석일이라는 재일교포 작가를,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와 양석일이 조우했던 그 박력의 영화 <피와 뼈>에 매혹당했다면 조심스럽게 나카가미 겐지라는 작가도 추천하고 싶다. 장르소설적인 모든 요소가 들어있지만, 그 어떤 전형성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예상치 못한 격렬함으로 독자를 몰아가는 뜨겁고 선굵은 소설이다. 격렬한 해풍과 도도한 고목탄과 뜨거운 태양빛이 이글거리는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세 명의 여자를 동시에 임신시킨 욕망과 권력의 화신 류조, 그리고 그의 친아들이지만 아버지를 죽도록 증오하고 또한 스스로를 더럽힘으로써 혈연을 부정하려 하는 청년 아키유키의 대립 구도는 독자를 가파르게 압박해 들어온다. 인간은, 더럽고도 두려운 존재다.
#3. 홍지은 소설 에디터의 추천 리스트 :
<부활하는 남자들>, 이언 랜킨 <트레인스포팅>의 도시 에든버러, 영락하고 부패한 경찰들이 교정 기간을 보내러 경찰학교에 모여 벌이는 진실게임. 과장되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미국 하드보일드 대신 건조한 유머와 인물화, 그리고 스코틀랜드.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 존 르 카레 <콘스탄트 가드너>의 다국적 기업에 이르기까지 급변하는 현대정치의 이슈를 반세기 넘게 그려온 존 르 카레는 그 사회적 관심에 일단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의 데뷔작이자 조지 스마일리가 처음 등장하는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는 이를테면 E. M. 포스터가 스릴러를 썼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작품. 20세기 초, 제국주의와 고전주의의 영향 아래 놓인 사람들이 냉전을 대하는 태도.
<최후의 날 그후>, 할란 엘리슨, 아서 클라크 등 이유는, 할란 엘리슨의 단편 ‘소년과 개’다. SF라는 장르 구분을 떠나서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는 ‘초’ 마초의 단단함이 독자를 처음부터 넉다운시킨다. 60년대 미국, 랫팩과 어울리고 반전운동 했던 걸출한 작가라면 말 다하지 않았나.
<색, 계>, 장아이링 <뜬구름>, 하야시 후미코 굳이 따지자면 장르소설은 아니지만 올 상반기 단 한권을 꼽으라면 <뜬구름>이 아닐까. 각각 영화 <색, 계>와 <부운>의 원작인 두 소설은 2차 대전과 전후의 그늘 속에서 사랑이라는 허상을 부여잡고 파멸해가는, 너무나 모던한 그녀들을 보여준다. 맹랑하거나 차갑고 건조하거나.
<전우치전> 홍길동, 일지매 등등 옛 영웅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지만 뭐니해도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전우치 아닐까. 캐릭터, 상상력 놀랍고 흥겹다. 보리에서 출간하고 있는 겨례고전문학선집은 여러 문학선집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다. 옛날과 오늘날의 말결을 함께 살려낸 데다 원문과 한자, 주석까지 수록한 데선 북학 학자들의 정성과 녹록치 않은 태도를 느낄 수 있다. <홍길동전> <박씨부인전>도 함께 실렸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도 기다려진다.
#4. 이다혜 Book 섹션 담당 에디터의 추천 리스트 : Q. 올 여름, 필독을 권하는 장르소설이 있다면?
<폐허>, 스콧 스미스 한밤의 숲은 무섭다.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한 어둠이 무섭고,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는 생명체(식물 포함)의 존재증명인 각종 소리가 무섭다. <폐허>의 주인공들이 운전사의 만류에도 폐허에 굳이 다가가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내내 무서웠다. 자연의 ‘그것들’이 주는 공포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책. 너무 잘써서 예측가능한 면도 있는 책이긴 하지만 한여름밤의 독서로는 권할만한 수준의 ‘덜덜덜’이다.
<낙원>,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의 베스트는 <이유>, <화차>, <외딴집>이라고 생각하지만, 원래 후속작이라는 게 전작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기 마련이지만(<낙원>은 <모방범>의 ‘일종의’ 후속작이다), 현재형 작가로서의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게 만든 게 <낙원>이다. <모방범> 사건의 후일담을 살짝이나마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미스터리물의 종결 뒤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작가의 따뜻함이 좋았다.
<골든 슬럼버>, 이사카 고타로 개인적으로 누명을 쓴 남자 설정을 좋아한다. 억울함이라는 정서에 공감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골든 슬럼버>는 일본 총리 암살 사건을 교묘한 시간 배치와 매력적 인물 설정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다. 올해 만난 중 가장 매력적인 주인공인 동시에 가장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Q. 나만의 추천작, 또는 더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장르소설이 있다면?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츠히코 해마다 여름이 되면 읽는다. 휴가 갈 때 가져간 적도 두 번이나 된다. 일단 국내에 나온 교고쿠도 시리즈 중 가장 재밌기도 하고(라고 하기엔 고작 세 권 나와있다), 읽고 나면 으스스 몸이 쑤시면서 “호오~”의 환청이 들리는 게 아주 피서용으로 그만이다.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약한가, 마음 때문에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만드는 동시에 꽤 웃기기까지 한 책.
#5. 최원택 SF.판타지 전문 에디터의 추천 리스트 :
<비잔티움의 첩자>, 해리 터틀도브 무함마드는 이슬람교를 창시할 당시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바 있다. 헌데 그 이슬람의 창시자가 만약 이슬람을 창시하지 않고 기독교의 성자가 된다면? 이러한 가정하에 이슬람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진 14세기의 로마(비잔틴) 제국을 배경으로 007을 방불케 하는 아르길로스의 다양한 첩보활동이 펼쳐진다. 14세기 인물답게 적국의 신기술을 보고 ‘악마의 장난’이라며 신의 이름부터 찾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귀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 냉정을 되찾고 조화로운 완력과 재치로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이 화끈하면서도 지적인 어드벤처를 갈망하는 이들을 행간 사이로 확 잡아당긴다.
<사이버리아드>, 스타니스와프 렘 그 동안 <솔라리스> 덕분에 본의 아니게 심각하기만 한 작가란 인식을 받아왔던 렘의 또 다른 걸작 <사이버리아드>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그 분위기나 내용이 <솔라리스>의 정 반대 위치에 있다할 만큼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풍자가 돋보인다. 일견 창조주의 전지전능함을 갖췄지만 구멍 숭숭 뚫린 에멘탈 치즈처럼 허술한 그들의 성격이나 실력이 시시각각 우주에 유쾌한 재앙을 불러일으킨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나 애니메이션 <퓨처라마>의 우주적 스케일의 시트콤을 좋아하는 이라면 <사이버리아드>가 두 작품의 선조까지는 아니겠지만 큰외삼촌 격정도 되는 이 작품을 쌍수 들어 반길 듯.
<핑거포스트 1633>, 이안 피어스 17세기 영국 한 여자의 비참한 죽음을 둘러 싼 네 남자의 너무나도 다른 시각과 묘사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이 인상적인 역사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강점은 마치 독자들로 하여금 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작가의 세심하고 치밀한 필력이다. 우선 영국을 방문한 이탈리아 귀족의 기행문과 같은 시각으로 17세기 영국을 묘사한 뒤 여러 실존 인물들과 가상의 인물들 당대의 정치 종교적 사건들과 철학 사조들의 앙상블 그리고 그 이면의 추악한 음모와 배반이 정교하면서도 웅장한 빅벤의 톱니바퀴처럼 철컥철컥 움직인다.
#6. 김남훈 만화 에디터의 추천 리스트 :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르귄 소위 말하는 판타지 3대 고전 명작 중에 하나이면서 판타지 입문용으로도 아주 좋아서 판타지 장르에 친숙하지 않은 친구에게 ‘여름에 어울리는 바다 이야기’라고 읽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 하다. 주인공 게드는 타고난 마법의 역량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실수로 어둠의 존재가 풀려난다. 어둠의 존재는 게드의 모습을 하고 다니는데, 이제 그는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수습해야 한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히라야마 유메아키 여름에는 호러 소설이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막상 호러를 읽어보면 그리 무섭지 않고 꿀꿀하기만 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즉, 습도가 높으면 여름용으론 실격이라는 것인데,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은 잔인하고 고어한 매력을 발산하는 드라이한 작품이다. 수록된 단편 간에 편차가 있긴 하지만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 같은 경우 자신이 문자로 잔인한 표현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될 듯.
<엔더의 게임>, 오슨 스콧 카드 오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은 SF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 필독의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벌레 형의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는 미래의 지구는 소질이 있는 소년들을 교육하여 다가올 대전쟁의 전술 사령관으로 육성하려 한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세 번째 아이 ‘엔더’는 크게 주목을 받는데... 속편의 스토리에도 찬동하냐고 물으면 그건 약간 주저되긴 하지만 첫권인 <엔더의 게임>만큼은 ‘흡입력 있는 스토리 텔링’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Q. 나만의 추천작, 또는 더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장르소설이 있다면? <아발론의 안개>, 매리언 짐머 브래들리 매리언 짐머 브래들리가 쓴 소설 중 유일하게 번역된 <아발론의 안개>. 무려 2000년에 출간된 소설이라 지금은 절판. 그러나 구할 수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판타지 팬이거나 아더 왕 전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일독을 권하고 싶다. 사실 페미니즘에 기반한 신화의 해석이라거나, 아더왕 이야기를 기독교와 켈트 토착신앙의 대립으로 부분이라거나, 요새는 그리 기발한 아이템이라 할 수 없지만 그것이 실제로 소설로 구현된 것을 보는 재미는 만만치 않다. 더구나 모르간 르 페이가 주인공이라는 점.
* 이벤트는 가급적 트랙백(먼댓글)으로 참여해 주세요. 알라딘 서재가 아니라도 응모하실 수 있습니다. * 해당되는 도서나 작가의 이름 등은 최대 3권(명)까지만 적어주세요. 3명 이상 적어주시면 집계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 10개의 문항은 모두 소설/시집/산문집 등 '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합니다. * 제1회 블로거 문학 대상 메인 페이지 보러 가기 :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080626_blog_main
[제1회 블로거 문학 대상 : 트랙백 이벤트 10문 10답] 1. 당신은 어떤 종류의 책을 가장 좋아하세요?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예) 성장소설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 무조건 우리 문학만 / 신나는 일본 청춘소설 / 진중한 독일 소설 / 사유가 넘치는 유럽 문학 / 환상동화류 / 추리소설 / 스릴러나 호러 / 에세이 / 세상의 모든 시집 / 판타지 / 가상역사소설 등 2. 올여름 피서지에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3.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혹은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4.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5.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인물 /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이상형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있었다면 적어주세요. 6.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7. 특정 유명인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책을 읽히고 싶은가요? 8. 작품성과 무관하게 재미면에서 만점을 주고 싶었던 책은? 9. 최근 읽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10. 당신에게 '인생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 당첨자는 8월 4일 발표됩니다.
새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의 여파로, 어느 때보다도 영어 원서에 대한 관심이 드높았던 상반기였습니다. 어린이 코스북(Coursebook) 의 수요 증가와 함께 영화 개봉작이나 번역서의 원작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지요. 작년에 이어 Grammar in Use 시리즈나 The Secret 의 베스트 행보는 계속되었고, 로알드 달의 쉽고 가벼운 Paperback 소설의 인기도 여전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신규 진입이 무척이나 힘든 이 와중에서도 특히 팀 보울러의 카네기상 수상작 'River Boy' 는 여러번 베스트 1위를 차지하면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습니다. 풍부하고 서정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처음 읽기 쉬운 원서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지요. 이번 상반기에는 카불 출신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대표작들인 'The Kite Runner', 'A Thousand Splendid Suns' 의 번역서가 출간되면서 새로이 주목받았고, 영화 개봉 시점에서 'Atonement', 'The Golden Compass', 'Chronicles of Narnia' 의 원작들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또한, 미국 대선의 영향으로 꾸준히 베스트에 머물면서 사랑받고 있는 버락 오바마의 자서전이나,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소식과 함께 화제가 된 스티븐 호킹 박사의 과학 모험 소설 'George's Secret Key to the Universe'도 주목받은 도서 중 하나였습니다.
외국도서 MD로 살다보니 평소 국내도서몰이나 아마존, 영화사이트를 자주 기웃거리게 됩니다. 번역서 신간, 영화 개봉작, 아마존 베스트 도서를 항상 꾀고 있다 미리미리 수입 일정들이며 수급 상황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수요 예상 적중했고, 내용 또한 감동적이었던, 3박자를 두루 갖춘 '외국도서 2008 상반기 내맘대로 좋은 책 10선'을 소개합니다.
실용서의 주제도 갈수록 천차만별입니다. 패션과 건강한 밥상 사이의 간극을 오가는 줄타기는 출판계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한 쪽에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잇 백'과 간지나는 스타일을 말합니다. 영원히 사랑해 마지 않을 작가,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도 출간되었군요. 'Neither or here'라는 제목으로 오래 전에 나왔던 유럽 여행기인데, 한국에서는 이제서야 첫 선을 보입니다. <On the Road> 작가, 박준씨의 신간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도 조심스럽게 목록에 올립니다. 저자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던 <커피>, <삶은...여행>도 꼭 한 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