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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간의 교양 미술 - 그림 보는 의사가 들려주는
박광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평점 :
그동안 다양한 교양미술책들을 많이 읽어봤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면 '90일 밤의 미술관' 등 날짜를
기반으로 하는 책들이 연상되었다. 저자 이름이 낯설지 않아 확인해 보니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미술관에 간 의학자' 등으로 만난 적이 있는 그림 보는 의사 박광혁의 책이었다. 앞서 언급한 책들이
저자의 전문 분야인 의학의 관점에서 그림을 설명했다면 이 책은 의학에 개입되지 않은 오로지
미술에만 집중한 책이었다. 매일 한 명씩 60일 동안 유럽과 미국의 대표적인 화가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화가들의 출신지를 기준으로 두 달 간 미술여행을 떠난다.
먼저 첫 번째 국가는 역시 미술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프랑스였다. 총 60명의 화가 중 무려 16명이나
프랑스 출신이니 프랑스가 미술의 중심지란 말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니었다. 니콜라 푸생으로 시작
하는데 푸생이 미술 교육에 있어서도 큰 업적을 남겼고 특히 살롱전 1, 2등에게 이탈리아 국비 유학의
기회를 준 것이 대표적이다. 보통 소개하는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을 3~4점을 도판과
함께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나름 여러 미술책들을 봐서 유명한
화가들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리 가브리엘 카페, 안 루이 지로데 트리오종,
앙투안 볼롱 등 프랑스 출신 화가들부터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화가들이 더러 있었다. 이어 미술에 있어 둘째 가라고 하면 서러운 이탈리아로 넘어가는데 예상 외로 4명만 소개했다. 르네상스의
3대 거장 중에서도 다빈치만 다루는 등 좀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프랑크푸르트 슈태델 미술관에서
봤던 보티첼리의 '숙녀의 이상화된 초상화'를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다음으로 영국에서도 4명만
다루는데 여기서도 영국이 가장 자랑하는 윌리엄 터너는 빠졌고, 호가스. 밀레이와 책 표지 작품인
'타오르는 6월'의 프레데릭 레이턴 등 비교적 덜 알려진 화가들을 조명했다.
독일에서는 뒷모습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를 필두로 총 6명을 다루는데
여기서도 상대적으로 우리에겐 낯선 근현대 작가들을 다룬다. 다음 국가인 네덜란드는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7명의 작가들이 포함되었는데 얀 반 에이크를 필두로 렘브란트, 반 고흐 등이
포함되었으나 베르메르(페르메이르)가 빠졌다는 게 충격(?)이다. 유럽의 나머지 국가들은 1~2명씩
소개되는 바람에 유럽 8개국으로 묶여 있는데, 노르웨이의 뭉크 외에도 덴마크, 핀란드의 화가들이
각 2명씩 소개되어 예전에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을 통해 처음 접했던 북유럽 미술을 조금이나마
다시 맛볼 수 있었다. 이젠 전쟁의 이미지가 강한 러시아 작가 5명을 거쳐 마지막으로 미국의 작가
6명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앤디 워홀이 마지막 주자를 맡았다. 서양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60명의
작가들이 총출동해서 서양미술사 인물사전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정말 유명한 화가들이
군데군데 빠진 반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작가도 적지 않았다. 이 책의 설정처럼 60일간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러 세계 여행을 떠날 때 이 책을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