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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커다란 눈 알고리즘 ㅣ 다림 문화.교양
플로랑스 피노 지음, 뱅상 베르지에 그림, 허린 옮김, 이철현 감수 / 다림 / 2019년 7월
평점 : 
알고리즘...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뭔지는 잘 모르는 그것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기에 선뜻 집어들었다. 개인적 취향과는 거리가 멀지만 컴퓨터에 유난히 관심을 보이는 아이 때문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비교적 큰 크기의 이 책은 사진, 일러스트가 많고 컬러도 풍부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편집 방식도 잡지처럼 자유분방하며 각 챕터가 토론, 설명, 인터뷰로 구분되어 있다. 일단 형식은 이런데 다루는 내용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하여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관심 가는 주제를 그때그때 찾아보면 좋을 책이다. (물론 이런 쪽을 대강 훑고 싶은 성인이라면 재미있게 쭉 읽어나갈 수 있을 것)
차례는 이렇게 통통 튀는 느낌으로, 필요한 항목을 골라보기 편하게 되어 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알고리즘이 뭐냐? "알고리즘은 한 결과에 이르기 위해 순서와 조건에 맞게 실행해야 하는 작업의 집합"이라고 한다. 알고리즘=컴퓨터인 줄 알았는데 컴퓨터가 발명되기 훨씬 전부터 알고리즘은 있었다. 그것도 우리 가까이에. 수학 시간에 배운 계산법이 모두 알고리즘이었던 것이다. 최초의 알고리즘은 기원전 2000년 바빌론인들이 세금 계산하려고 만들었단다.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알고리즘은 기계와 소통하는 수단으로 쓰이게 되었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알고리즘을 묘사하는 언어와 컴퓨터가 말하는 0과 1이 반복되는 집합 언어를 연결해줄 수 있는 중간 언어를 발명"했는데 그게 바로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이처럼 알고리즘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코드로 변환하는 작업이 바로 '코딩'이었던 것. 그러고 보니 코딩은 단순한 작업 혹은 기술일 수 있겠고 중요한 건 '어떤 명령을 내릴 것인가'인 것 같다. 코딩 잘한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말. 아이가 컴퓨터를 만지고 싶어할 때 이런 큰 흐름을 알고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리즘의 구체적 기능을 들여다보자. 바로 조종하기, 분석하기, 조언하기, 예측하기이다. 수술하는 로봇, 데이터 분석 등이 현재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것이라면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에게 조언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기능은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할 분야일 것이다. 그런데 책에서는 알고리즘을 통해 컴퓨터가 내놓는 조언과 예측 등이 100% 꼭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경고한다. 잘못된 인과관계의 오류는 인간들도 저지르지만 컴퓨터도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에만 맡겨놓지 말고 인간의 사고로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어쩌면 이 부분이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맡아야 할 일인 것 같다. 단순한 코딩만 할 것이냐? 자기 머리로 사고하고 판단할 것이냐?
알고리즘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이렇게 컴퓨터, 네트워크, 자동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개념으로 쭉쭉 나아간다. 다양한 개념을 설명할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사회 변화, 쟁점까지 소개하여 정신이 번쩍 들게끔 한다. 이를테면 알고리즘을 통해 가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알고리즘이 우리의 일상을 감시하면서 뭔가를 사게끔 부추기거나 어떤 생각을 갖도록 조종하는 이 시대에 나는 정말 내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가?
독자적 사고를 멈추는 순간 우리는 쉽게 조종당하고 속아넘어가고 이용당할 수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생활이 노출되고 디지털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중독되는 것도 큰 문제다. 실리콘 밸리의 잘 나가는 기업 오너들은 자기 자식들을 컴퓨터로부터 떼어놓는다는 것도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으면서 디지털 사회의 쟁점들을 찾아 토론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리즘이 만들어왔고 또 만들어갈 세상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맡을지 상상해보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의 조립공처럼 단순한 코딩공에 머물지 않으려면 역시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분석하고 상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다.
디지털 대기업들은 우리가 남긴 디지털 정보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통해 우리에 대해 말하게‘ 만들지요. (43)
인공 지능은 이전보다는 실수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러나 인간이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하지요. -랜드 힌디(인공 지능 전문 회사 스니프 창업자) (47)
자동화된 사회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로봇이 일해서 만들어 낸 부를 모두가 나누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거예요. 이럿이 인간이 생계를 위해 해 왔던 일들이 줄어든 세계에서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지요. -세르지 아비테보울(프랑스 국립 고등사범학교 교수)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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