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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도 모르면서 ㅣ 큰곰자리 1
이나모토 쇼지 지음, 후쿠다 이와오 그림, 우지영 옮김 / 책읽는곰 / 2011년 7월
평점 :
책을 읽고나니, 눈가가 붉어진다.
우리 아이들은 여리다.
5학년 큰딸도, 2학년 둘째딸도.
집에서 저희들끼리는 큰소리로 으르렁대는데, 학교만 다녀왔다 하면, 1학년때부터 줄곧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당했는지 성토대회가 열리곤 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인 나는 "네가 먼저 양보했어야지!"라고 하거나,
"네가 뭔가 잘못을 했겠지?"라고 앞서 말하곤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일단 아이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건데....
네가 억울하겠다. 속상했겠다. 마음이 아프겠구나....라고...
1학년 때, 큰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엄마, 가은이가 나랑 절교래! 그런데 절교가 뭐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리 아이보다 머리 하나쯤 더 있고, 덩치도 3학년쯤 되어 보이는 가은이랑 한참을 잘 지내더니
어느 날인가 그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 그랬단다.
문화의 격차가 꽤 심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유행가와 최신 유행하는 옷과, 닌텐도와 놀이공원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 아이는 그림책과 주말농장이야기와 여행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서로 교집합이 될만한 이야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문화를 어떻게 형성해 주는가는 부모의 성향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여전히 아이들의 문화에 동조하지 않고, 우리식의 가족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우리집 아이들은
이런 문화가 필요하다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유행하는 문화를 수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자꾸만 하고 있다.
부모인 나는 괴롭다.
그것이 썩 유쾌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고, 한편으로는 아이가 당할 소외감때문에 답답하다.
주인공도 겐과 미노루 패거리들로부터 소외를 당한다.
집에 가방만 내려놓고 다시 만나기로 했던 싸나이들끼리의 약속을 엄마의 수학문제풀이 과제때문에 지키지 못한 것이 화근이다.
어느 새 겐은 미노루 패거리들과 어울리고, 나는 자연스레 혼자가 된다.
아이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세상의 전부일 수도 있다.
우리도 그런 시절을 보내고 지금의 어른이 되었으니까.
그런데, 어른이 된 부모들은 아이들의 친구(또래)문화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현실에 부딪친 문제부터 해결하려드니 자꾸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어쩌면 요즘 대두되고 있는 <소통>이라는 화두가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꼭 필요한 부분인 듯하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과 겐, 미노루 패거리들은 쉽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현실에서 아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것들이 많다.
남자아이들보다는 여자아이들의 세계가 좀더 그렇다.
한번 틀어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고,
집중적으로 누군가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아이는 친구들 모두가 싫어하면서도 건드리지 못한다.
교사가 중간에서 역할을 한다해도,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부분까지 건드리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런 속에 아이를 그대로 방치해도 되는지 의심이 갈 때가 많다.
우리의 학교문화, 어디서부터 문제인지는,
집안에서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타인을 대하는 방식을 어떻게 교육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자신의 아이만이 최고인 양 키우는 경우는 대부분 친구들 사이에서 군림하려고 한다.
엄마는 모르지만, 아이는 어느새 엄석대 같은 아이로 성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너무나 기를 죽이는 경우는 자존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부모의 역할이 아이들의 인성이나, 학교생활에 얼마나 많은 부분 영향을 미치는지
두 아이의 학교생활을 들여다보며 어디까지 관여하고, 어떤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게 두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때가 많다.
아이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갈등은 어느 곳에서나 있다.
평화로운 해결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는 것이 부모의 과제이지 않을까 싶다.
나, 겐, 미노루 패거리
이들의 평화로운 갈등해결이 마냥 부럽다.
우리 아이들의 문화에서도 이처럼 자연스럽게, 쉽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모두 즐거운 생활을 하면서 성장하면 좋겠다.
서로의 경험들을 나누고, 존중하며,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
어린시절의 친구가 평생 좋은 친구로 남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학년도 볼 수 있을 만큼 적당한 내용과 그림이 아이들 마음을 읽어주기에 적당한 읽기책이다.
그러나 엄마들이 읽고, 아이들의 마음을 간접 경험할 수도 있을 책이니 엄마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눈에 익숙한 후쿠다 이와오의 그림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큰곰자리 시리즈,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좋은 읽기책이 될 수 있도록 기대를 해본다.
그 다음 작품들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