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알라딘 리뷰대회 기념
                                             1, 2회 기수상자 인터뷰
 

독서의 계절 가을이면 찾아오는 알라딘 리뷰 대회가 어느덧 제 3회를 맞았습니다. 정작 책은 읽지 못하고 좀 더 내실있는(!) 리뷰대회 기획을 위해 근심에 잠겨있던 알라딘 편집팀은 문득 제 1회 수상자이신 kimji 님과, 제 2회 수상자이신 드팀전 님의 근황이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근황 정도야 두 분의 서재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보다 더 내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달까요. (이를테면, '알라딘 편집자들은 꿈도 못꾸는 적립금 100만원을 가지고 두분은 어떤 일을 했을까?'같은...)

그래서 한 번, 두 분을 직접 모셔 보았습니다. 최고의 리뷰어 kimji 님과 드팀전 님이 들려주시는 서평과 책 그리고 서재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조금 모자란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주신 kimji 님과 드팀전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모자란 질문자 김재욱, 금정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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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리아트리스
서재 바로가기 Q. 재출간을 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해문에서 출간된 빌 밸린저의 <사라진 시간(가장 긴 시간)>을 읽고, 당연히 작가와 작품에 반해버려 밸린저의 다른 작품을 찾았지만 국내에 출간된 소설은 <사라진 시간> 단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밸린저가 쓴 소설들이 얼마나 많고, 그의 대표작만 해도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인데, 어째서 그의 작품이 국내에 이다지도 소개가 되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서 간혹 밸린저의 소설이 언급될 때마다 읽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됩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와 손톱>, <빨간 머리 남자의 아내>, <침대 속의 시체> 등이 어서 국내 출판사의 옷을 입고 번듯하게 출간되기를 희망합니다. 인터뷰 전문보기


물만두
Q.'내 인생의 추리소설'을 꼽는다면?

A. <아웃>은 기존의 추리소설에서 남성을 주인공으로 여성을 조연정도로 여기게 만들었던 것과 여성 탐정이라는 존재에서 더 나아가 여성이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여성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제게 알게 해준 작품입니다. 마사코를 통해 삶의 몫이 비록 어둠이라 평생 그 속에 갇혀 살아야 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것과 타의에 의해 강요당하는 것의 차이를 깨달아야 한다는 점을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마사코는 제 여성성의 자의적 존재감을 확인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제게 아주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인터뷰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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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 랑데부
서재 바로가기 Q.'내 인생의 추리소설'을 꼽는다면?

A.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는 하드보일드를 넘어 미국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걸작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와 함께 Two Raymond라고 부르며 존경심을 표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특히 가장 마지막 작품인 >기나긴 이별>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챈들러 작품 중에서 가장 길지만 흥미진진하며, 고통스럽지만 충분히 동참할 가치가 있는 여행입니다. 늙고 지친 말로가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깨닫는 순간, 세상에 대한 환멸과 말로에 대한 무한한 동정심이 동시에 솟아오르는 걸작입니다. 인터뷰 전문보기


이매지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A.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입니다.
추리소설이라면 피가 난무하고 잔인한 장면이 나와서 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그런 분들을 위한 추리소설입니다. 일명 코지 미스터리물인 이 작품에는 잔인한 장면도, 피의 흔적도 없이 달콤한 쿠키를 굽는 평범한 여자가 탐정으로 등장합니다. 추리소설은 잔인하다는 막연한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네요. 인터뷰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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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로
서재 바로가기 Q. 내가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A. 인간의 여타 상식을 초월하는 트릭이나 복선 등을 계속 읽어나가면 머릿속이 차가워지거나 공허해지는 느낌입니다. 그야말로 놀랍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 추리소설에 빠지면 우리나라에서 방영해주는 여타 멜로나 불륜, 사극 같은 것들을 어느 정도 시시하고 따분해집니다. 추리소설들을 읽어나가면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 신비롭고 매력적인 세계로 들어간 것만 같습니다. 에쿠니 가오리가 ‘추리소설이 없으면 아내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추리소설에 한 번 매혹된다면 추리소설 없는 삶이란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전문보기


하이드
Q.'내 인생의 추리소설'을 꼽는다면?

A. 일본 추리소설에 반하는 계기가 된 작가가 미야베 미유키입니다다. 심정적으로는 하드보일드나 경찰소설에 빠져있지만, 더이상 거의 번역되지 않은 외면 받는 장르인 관계로, 최근에는 그 어떤 장르나 국가의 책보다 활발하게 번역되고 있는 일본추리소설을 주로 읽습니다. <화차>는 추리소설이고, 나온지 10년도 더 된(사회파 소설은 시의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책이 나온 시대가 중요하다) 책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의 단면을 꽤뚫고 있는데, 그것은 소재로 쓰인 신용카드, 대출 문제때문은 아니고, 작가가 방황하고, 사라지는 '인간'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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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ca
서재 바로가기 Q.'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십각관 살인사건>을 들 수 있겠네요.
한 번 절판된 후 재출간됐습니다. 추리소설의 여러 쾌감 중 독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라면 역시 ‘경이감’을 들 수 있겠죠. 이 작품은 제게 경이감을 안겨 준 최초의 작품입니다.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읽던 페이지가 사라진 듯한 놀라움. 추리소설 마니아 출신이었던 작가는 독자를 멋지게 농락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을 테마로 삼은 멋진 변주곡으로, 신본격의 시작이며 고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전문보기


jedai2000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A. <살육에 이르는 병>을 권합니다.
3명의 시점을 오가며 충격적인 결말로 매조지하는 이 작품은 최강의 반전과 엽기적인 살인 행각의 가감없는 묘사가 시선을 잡아끕니다. 하지만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해 처절한 살육 장면을 그렇게 길고 자세하게 그렸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사실 이 작품은 현대 일본 사회와 가정이 한 사람의 정상적이고 온전한 성인 남성을 길러내기 힘든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주제의식을 그것과 호응하는 훌륭한 반전을 통해 공감가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미스터리 소설을 보았지만 주제를 이렇게 잘 살려주는 트릭, 트릭을 이렇게 훌륭하게 뒷받침해주는 주제를 가진 작품은 흔치 않았습니다. 인터뷰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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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arina
서재 바로가기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A.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추천합니다.
연속살인사건, 밀실살인사건이 너무 기계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읽을 것을 권합니다. 열두 편의 소소한 단편들 뒤에 이어지는 극중 단편작가의 편지까지 읽고 나면, 일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오싹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전문보기


old hand

Q. 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역시 셜록 홈즈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경이었던 것 같고, 당시 계림 출판사에서 나오던 단편 단행본과 계몽사 소년 소녀 세계 문학전집에 들어있던 세계 추리 걸작 선집 중 어느 게 먼저였는지는 알쏭달쏭합니다. 가장 먼저 읽었던 홈즈의 단편 단행본은 <그림자 없는 괴도>(원제 : 금테 코안경)였습니다. 최초로 읽은 장편 추리 소설은 역시 계몽사 전집에 들어 있던 코넌 도일의 <네개의 서명>이었습니다. <도난당한 편지>, <얼룩 끈>, <푸른 십자가>등이 같이 수록되어 있었지요. 인터뷰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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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7-1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런건 언제. 아는 분들이 많네요.

twinpix 2007-07-1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는 인터뷰들이네요.^^

2007-07-13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크림빵 2007-07-2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퍼갑니다 :)

비누겅쥬 2007-08-1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ㄷㄷㄷ. 셜록홈즈와 뤼팽시리즈가 좀더 있었으면 사고싶은데 이미 다읽....<-

예쁜윤선이 2008-11-2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전격 독자 인터뷰
내가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
이 여름에 권하는 이 한 권의 추리소설!

추리소설의 계절 여름입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될 때, 직접 읽어보고 권해주는 독자의 목소리만큼 신뢰가 가는 것은 없습니다. 알라딘 마을의 블로거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추리소설 리뷰어 10분을 선정, 추리소설 관련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추리소설과 함께 무더운 여름나기 계획을 위한 최고의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10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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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라딘 마을 블로거들이 권하는 추리소설
    from D E L I U S 2007-07-10 22:41 
    알라딘 편집팀에서 진행한 "알라딘 마을의 블로거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추리소설 리뷰어 10분을 선정, 추리소설 관련 인터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0명이 각각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과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을 선정해 주었는데 역시 날로먹는 포스트를 위해서 ^^ 선정한 작품을 모아서 간단하게 빈도를 뽑아 봤습니다. 전체 작품수는 중복을 제외하지 않고 104편이며 중복을 제외하면 78편의 추리소설이 선정되었습니다.(전집이나...
 
 
paviana 2007-07-1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강력 울트라 뽐뿌네요.
다들 고수분들이시니,거기다 그 고수분들이 입이라도 맞춘것처럼 권하시는 책들은 정말 솔깃하지 않을수 없네요.

이매지 2007-07-10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몬드 챈들러와 미미여사는 역시 빠지지 않는군요 :)

아영엄마 2007-07-1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계의 고수분들이 다 모이셨네요. ^^
 

제1장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
카노사의 굴욕
1077년,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카노사의 굴욕’이 알려지자 서유럽 전역의 선남선녀들은 경악한다. 황제가 행한 인사(人事)에 교황이 반대한 것이 발단이었는데, 교황은 자신의 반대를 무시한 황제를 곧바로 파문에 처한 것이다.
  파문의 위력은, 파문당한 자와 관계를 지속하면 그 사람도 파문당해 그리스도교의 적으로 간주된다는 점이다. 중세 사람들은 신앙심이 깊었다. 당연히 가신과 병사들은 파문당한 주인을 떠난다. 즉 파문이란 사회로부터 전면적인 추방을 의미했던 것이다.

젊고 혈기가 드센 하인리히도 한동안은 버텼지만 끝내 항복한다.
  독일에서 비밀리에 이탈리아로 들어온 황제는 교황이 체재중인 카노사 성 앞에 섰다.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자답게 얇고 수수한 옷차림으로, 줄기차게 쏟아지는 1월의 눈을 맞으며 내내 맨발로 서 있었다.
  카노사 성은 이탈리아 중부에 광대한 영지를 갖고 있으며 개혁파의 지지자로 알려진 마틸데 백작부인이 거처하는 곳이었다. 그 성 안, 큼직한 난로에서 불이 기세 좋게 타오르는 따뜻한 거실에서 승리감을 만끽하는 쉰일곱 살의 교황. 한편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눈 속에 홀로 서 있는 스물일곱 살의 황제.
  ‘카노사의 굴욕’은 서유럽 전역의 그리스도교도에게 교황의 권위와 권력을 일깨운 일대 사건이 되었다. 파문은 풀렸으나 교황의 완승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일은 세계사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은데, 그후 8년 동안 황제 하인리히는 교황 그레고리우스를 바싹 궁지로 몰아넣는다. 젊고 혈기가 드센 남자에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굴욕을 주고 치욕을 안기는 일은 현명한 방식이 아닌데, 교황 그레고리우스는 강단은 있었으나 정치적인 인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레고리우스 7세는 나중에 로마 교회에 의해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되지만, 그가 죽은 곳은 그의 거처인 로마가 아니라 도피처였던 살레르노였다.
  “나는 정의를 사랑하고 정의 아닌 것을 증오했다. 그래서 추방된 몸으로 죽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렇지만 그레고리우스가 말한 ‘정의’는 어디까지나 로마 교회와 로마 교황이 모든 것 위에 있다는 생각과 다름없었다.
이 그레고리우스의 뒤를 이은 사람은 온후한 성격의 빅토르 3세였으나, 그는 황제와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한 채 2년 만에 죽는다. 그 뒤를 이어 교황에 선출된 사람이 우르바누스 2세다. 1088년 봄, 젊은 수도사였던 그도 이제 마흔여섯 살이었다.

(…)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증한 이래, 8백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로마 교황의 거처였던 라테라노 궁전에조차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교황. 이것이 프랑스 땅에서 십자군을 제창하기 전 우르바누스 2세가 처해 있던 실상이었다. 즉 교황이 직면한 가장 큰 난제는 신성로마제국이 지닌 강대한 힘으로부터 어떻게 로마 교황의 권위를 지켜내는가 하는 것이었다.

신성로마제국, 교황청 및 노르만 왕조의 각 영지 (11세기 말)그러나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의 한복판에 살면서 황제나 왕, 제후 등 누구보다 더 광범위한 정보를 꿰뚫고 있던 사람은 로마 교황이었다. 신도가 사는 땅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사제. 그런 그들을 통솔하는 주교. 군주들 가까이에 반드시 대기하고 있는 고해신부. 그리고 각 지방을 담당하는 주교를 통하지 않고 로마 교황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수도원. 이 수도원들은 그 지방의 생산기지이자 경제기지였다.
  비록 로마에 있지 못하고 각지를 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 이러한 정보원들로부터 온갖 종류의 정보가 교황에게 집중되고 있었던 것이다. 중세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상인과 성직자라고 해도 좋은 시대였다. 더군다나 상인과 성직자의 관계는 의외로 밀접했다. 자주 입장이 바뀌었지만 상인과 성직자는 매도자와 매수자 관계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로마 교황은 폭넓은 시야로 책략을 세우는 데 누구보다도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또한 세속의 군주들에 비해 ‘학식’ 있는 이가 많았다.
  우르바누스 2세는 교황에 취임한 해부터 프랑스에서 십자군 원정을 제창하기까지 7년 동안 로마에 거의 발을 들인 적이 없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가 서른여덟 살부터 마흔다섯 살이 될 때까지 여전히 교황에게 적대적인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이탈리아 각지를 전전하면서도 정보에는 부족함이 없는 상태에서, 이 명석한 두뇌의 그리스도교 세계 개혁론자는 나름의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닐까. 당시의 군주들이 자기 영토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으로 말하면 글로벌한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었던 사람은 로마 교황이었을 테니까.            

(…)
교황과 황제의 권력 범위를 어디서 어떻게 선을 그어 구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직후 시작된 황제 하인리히의 반격 기간과, 교황이면서도 로마에 있을 수 없었던 세월까지 총 15년 동안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거처가 정해지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 또한 카노사에서 보여준 강경책의 결과가 어땠는지도 직접 경험해왔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우르바누스는 그레고리우스에 비해 꽤 정치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상대가 가진 힘(군사력)에 대항하는 데 다른 군주의 군사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가지려야 가질 수 없는 힘, 즉 교황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을 이용하여 상대를 약화시키려는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 제아무리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 해도 황제는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는 말은 절대 할 수 없으니까.
(…)
 


성전을 호소하다
(…)
1095년 11월 클레르몽에서 개최된 공의회의 주요 무대는 실내가 아니라 실외였다. 우르바누스 2세는 대성당 앞의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이때 했던 연설의 정확한 내용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연대기 작가가 남긴 기록을 참조하면 교황의 ‘호소’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진행됐던 것 같다. 이제 쉰세 살이 된 옛 클뤼니 수도원의 수도사는, 그에게 인생의 승부처인 이 클레르몽에서 모든 청중을 향해 강력하게 설파한다.

(…)
“이슬람교도는 지중해까지 세력을 확장해 너희 형제를 공격하고, 죽이고, 납치해 노예로 삼고, 교회를 파괴하고, 파괴하지 않은 곳은 모스크로 바꾸고 있다. 그들의 폭력을 더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그들에게 맞서 일어설 때다.” 그리고 한층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이것은 내가 명하는 것이 아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가 명하는 것이다. 그 땅으로 가서 이교도와 싸워라. 설사 그곳에서 목숨을 잃는다 해도 너희의 죄를 완전히 용서받게 될 것이다. 신께 부여받은 권한으로, 나는 여기서 그것을 분명히 약속한다.
  어제까지 도적이었던 자가 그리스도 전사가 되고, 형제나 친지와 다투던 자가 이교도와의 정당한 싸움터에서 그 분노와 원한을 풀 날이 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푼돈을 받고 하찮은 일을 하며 세월을 보내던 자도, 이제부터는 신이 바라시는 사업에 참가하여 영원한 보수를 받게 될 것이다.
  출발을 미뤄서는 안 된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곧장 주 예수 그리스도가 이끄는 대로 동방을 향한 진군을 시작한다. 신이 바라시는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연설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감동했다. 군중 사이에서 자연스레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라는 함성이 터져나왔고, 그 커다란 함성 속에서 한 사람이 막 연설을 끝낸 교황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원정에 참가하겠다는 서약을 했다. 

 

(…)
우르바누스 2세는 대담한 승부를 건 것이다. 선임자인 그레고리우스 7세는 황제를 사흘 밤낮 눈 속에 세워둠으로써 로마 교황의 권위를 과시했지만, 그 강경책의 결과를 직접 경험한 우르바누스 2세는 로마 교황의 권위, 즉 세상의 모든 군주를 지도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것은 다름 아닌 로마 교황이라는 것을 수십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동방에 보내 예루살렘을 무력으로 탈환함으로써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은자 피에르
이 프랑스인 수도사는 남루한 수도복을 걸치고 당나귀를 타고서 마을을 돌아다니는 순회 설교사였는데, 그의 진솔함에 감명받은 사람이 많았다. 성지에서 벌어지는 이슬람교도의 횡포를 한탄하며, 지금 당장 성지를 탈환해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서 자라고 죽은 땅을 이교도의 손에서 되찾아오자고 호소하는 피에르의 열변은, 남기고 갈 자산도 없고 갖가지 채비를 갖출 여유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리하여 사제의 허가도 받지 않은 남자, 여자, 어린이까지 은자 피에르의 뒤를 따르게 된다. 중세의 하층민에게는 일상생활 자체가 이미 가혹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십자군 참가는 그 혹독한 나날에서의 해방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여 ‘민중 십자군’이 형태를 갖추어갔다.

그렇지만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생각한 십자군과, 은자 피에르의 십자군이 전혀 다른 것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
양측 모두 자신들의 손으로 예루살렘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도로 되돌리고 싶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

가장 먼저 유럽을 떠나 동방으로 향한 것은 은자 피에르가 이끄는 빈민들로 구성된 십자군이었다. 남겨두고 가는 자산의 처분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이렇다 할 군비(軍備)를 갖출 것도 없었으므로 누구보다 먼저 떠날 수 있었다. 이듬해인 1096년 8월 15일을 출발일로 정한 교황 우르바누스의 말은 지킬 생각도 없이, 그들은 1096년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움직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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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 아마존닷컴 2011년 4월의 책 선정

  

 

 아마존닷컴 리뷰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는 단순하지만 놀라운 한 장면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엄마는 서울에 사는 아들을 만나러 간다. 아들은 살 곳을 마련할 여유가 없어 일하는 빌딩 사무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밤이 되면 두 모자는 바닥에서 잠을 자고 엄마는 아들이 찬 바람을 맞지 않도록 벽 옆에 자겠다고 한다. 벽 옆에 자야 잠이 잘온다고 하면서. 이러한 행동을 통해 우리는 엄마의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과 가족을 위한 희생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엄마를 부탁해>는 딸, 아들, 남편 그리고 엄마 자신을 포함한 네 명의 다른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엄마의 이야기이고, 지하철역에서 엄마가 실종된 후 엄마를 찾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비밀스런 욕망을 뒤로 하고 궁극적인 정체성이 아이들과 엮여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을 만나게 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가족간의 유대가 느슨해질때 느끼는 가슴 아픈 상실감과 마주하게 된다. 신경숙의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문체가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제이미 포드 초청 리뷰
제이미 포드(Jamie Ford)는 < 뉴욕타임스 >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 Hotel on the Corner of Bitter and Sweet >저자이다.  

우리를 변화 시키는 책들이 있다. 그 책은 자신을 돌아보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즉 그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존경하고, 절망스럽지만 그들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는 방식들 말이다. 이 책은 우리가 기억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책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단순히 가족의 상실과 그리움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문이며, 그래서 한번 그 문턱을 넘으면 지금껏 편했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인식 자체가 완전히 변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네 개의 이야기, 네 개의 소리, 네 개의 약속 그리고 네 개의 탄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로 인해 전체가 완성된다.

이는 소위 말하는 점잖은 경고이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다시 읽고 싶은 책으로의 초대이다. 
 

 <Please Look After Mom> 아마존 리뷰 원문 보러가기  

    

아마존 독자 리뷰

 

  PT Cruiser - 감동적이다, 파워풀하면서도 섬세한 소설    

신경숙 작가는  훌륭한 소설을 썼고 한국에서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JLee - 강력하다, 감정을 자극하고, 마음을 사로 잡는 소설  

이 전에 읽었던 그 어떤 책과도 다른 독특한 소설이다. 너무나도 감동적이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Becker - 엄마를 부탁해 

이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되었다.  내 서재의 좋아하는 책 사이에 꽂히게 될 것이다. 

Harriet Klausner - 한국의 가족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 

cheryliz72 - 뛰어난 문학 작품이며, 깊은 슬픔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울었다... 

정말 훌륭한 책이다. 문장이 아름답고 리듬감이 있다.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이며 계속 우리 마음 속에 남을 것이다. 상실감을 느끼는 대신, 결국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엄마를 껴안으며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고 싶어진다.) 

 Charles W. Long  - 어떤 언어로도 감동적인 이야기

어떤 책은 읽는 즐거움 뿐 아니라 읽고 있는 책의 이야기와 우리 삶을 비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Roy C. Nickerson - 고통스럽지만,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아름다운 소설...

<엄마를 부탁해> 소설은 결코 잊혀지질 않을, 나중에 다시 읽기 위해 소유하고 싶은 책이다. 

 L. S. Mabry - 아름답고, 깊이 있는 책 -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국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또한 우리 모두의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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