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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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건 부끄럽게도 교과서 속에 등장하는 단편 <그 여자네 집>이 다 였다. 작가님이 돌아가시고 더 이상 그녀의 작품을 볼 수 없음에 안타까워 했는데 미발표 소설이 수록된 유고작 <노란집>이 나왔다. 첫 장인 '그들만의 사랑법'은 영감님과 마나님이라 등장하는 노부부의 고즈넉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님이 마지막으로 한 번 멋진 연애소설을 써보고 싶다 벼르면서도 세대 간의 상상력 단절 때문에 포기하셨다는데, 미처 태어나지 못한 작품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으면서도 '그들만의 사랑법'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는 아치울 노란집에서 들려주시는 수필 형식의 이야기인데, 좋은 단어와 문장이 많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체득하려 오랫동안 곱씹으며 읽었다. 나중에 필사 연습을 해보려고 하는데 좋은 문장이 가득한 이 작품을 도전해보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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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노희경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
 책 자체는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  서평단 도서의 문장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 한순간, 친구가 좀 못해도 나도 못하니까 별로 서운함도 없을 거고, 내게 말 한마디 걸어주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준 것도 없는데 따뜻한 빛을 주는 해님이, 바람 주는 바람이, 보든 말든 피어 있는 들꽃마저도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한순간이나마 일게 될 거란 것도요. 그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세상이 살 만하단 걸 알게 될 거란 말도 함께요. 

(노희경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 p.146)

•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2.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3. 노희경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
 4. 김훈의 <바다의 기별>
 5. 강미영의 <혼자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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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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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참 불편하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면 나는 유죄라는 소리 아닌가. 루 살로메의 '사랑받지 못했다는 말은 살지 않았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란 말을 듣고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이것은 선천적으로 사랑받지 못한 아이에게 나타나는 특성이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노희경 작가가 친필로 쓴 '애정 결핍이라는 말은 애정을 받지 못해 생기는 병이 아니라 애정을 주지 못해 생기는 병'이란 글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본문에 삽입된 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란 시도 개인적으로 깊이 새겨 들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아쉽게도 지금까지 '시청률 제로에 도전하는' 그녀의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 종영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은 간간이 볼 수 있었는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수고에 감사를 느꼈다. 필자는 특히 '늙은 배우 에피소드'가 감명깊었는데, 책에서도 배우 나문희 선생님과 윤여정 선생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책 속에 드라마에 등장한 주인공의 나레이션이 실려 있어,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것마냥 주인공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에세이의 장르적 특성상 신변잡기 형식이 강해서 전체를 포괄하는 주제를 잡기는 힘든데, 한 편의 글마다 삶에 대한 그녀의 진지한 성찰이 담겨있는 것을 옅볼 수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와 <바그다드 카페>, <화양연화>나 아니 에르노의 소설 <단순한 열정>에서 느낀 감상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불우하고 방황하던 젊은 날과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과오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에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특히 떠나간 부모를 그리워하고 못다한 효도를 아쉬워하는 그녀의 모습은 절로 눈물을 자아낸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노희경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하는 한핏줄 도서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 장석남, 김선우 해설, 클로이 그림
 클로이 님의 그림 덕에 글이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 그림을 다시 만나고 싶은 분들을 위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떠나간 부모를 그리워하고 못다한 효도를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구절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 한순간, 친구가 좀 못해도 나도 못하니까 별로 서운함도 없을 거고, 내게 말 한마디 걸어주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준 것도 없는데 따뜻한 빛을 주는 해님이, 바람 주는 바람이, 보든 말든 피어 있는 들꽃마저도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한순간이나마 일게 될 거란 것도요. 그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세상이 살 만하단 걸 알게 될 거란 말도 함께요.(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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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혼자놀기 -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강미영 지음, 천혜정 사진 / 비아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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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입학 전에 집 앞에서 집을 잃은 적이 있다. 그날 이후로 아버지께서 우리 집 동호수는 물론이고, 집에서 학교까지 오고가는 길을 일러주셨다. 우리 동네는 단지가 넓어서 흡사 아파트로 이뤄진 미로같다. 그렇게 초등학생 때에는 일주일 내내 다른 경로를 통해 집을 찾았다. 마치 탐험하는 것처럼. 그것이 나의 혼자 놀기 방식이었고, 당시의 나는 낯선 곳에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가 얼마나 재밌었는지 떠오른다. 학교 앞에 포진한 교회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뒷문으로 나가서 집을 찾기도 하였고, 집과 반대 방향으로 나가도 결국은 어떻게든 집에 도달하는 방법을 나 혼자 터득했다.

 서두를 이렇게 잡은 이유는 각자 자신만의 혼자 놀기 방식이 있다는 말하고 싶어서다. 이 책에선 나오지 않지만 나는 '혼자 놀기 최강 스킬'을 구사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혼자 공연보러 다니는 내 동생이다. 혼자 밥먹기나 혼자 영화보기야,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혼자 공연보기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분명 레스토랑에서 혼자 밥먹기보다 상위 레벨에 속하리라. 학생 신분인 그녀에게 뮤지컬 같은 공연 분야는 고급 취향인지라,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 어려우니 홀로 즐기겠다는 것이 그녀의 모토다. 무슨 전문직 여성 마냥 한 편을 세 번이나 보는 것을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상 나와 동생의 혼자 놀기 방식에 대해 말했다. 물론 나는 과거완료형이고, 동생은 현재진행형이란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이제 이 책에 대해 말해야할 차례가 왔다. 나는 이 책을 '일상의 여행서'라 이름 붙였다. 여행서로 손색이 없을 만큼 아기자기한 사진과 그날그날의 감상, 그리고 혼자 놀기의 진수를 전해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혼자 놀기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 여행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 멈추지 않고, 가족과 친구들, 지하철에서 마주친 이름 모를 이에게 확대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혼자 놀기를 완성한다. '따로 또는 같이'의 경계를 허물고 영역을 확대시킨 것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나를 찾아 떠나는 일상의 여행서. 진정한 의미의 혼자 놀기. 따로 또는 같이의 경계를 허문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하는 한핏줄 도서
 혼자살기 1 / 박지영
 혼자살기 2 / 홍시야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역설적이게도 혼자 놀기에 도전하려는 사람보다는 사람들 속에서도 사람이 그리운 사람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하나의 공간을 다른 시간에 여행하는 것은 도 다른 여행이 될 수 있다. 아침과 저녁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공간은 자란다. 그러니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간에 여행하면 다른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자붛라는 우리 돈에도 새벽에 만나보니 다른 모습이었다. 아침 출근길에 버스 타러 가면서 만나는 우리 동네와 주말 오후 기분전환 삼아 나선 우리 동네는 아주 아주 달랐다. 익숙한 공간을 새로운 시간에 만나는 것은 새로운 공간을 만나는 여행만큼 신나는 일이다. 공간 이동 여행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을 다른 시간에 있어보는 시간 이동 여행이다.(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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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귀울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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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전직 판사인 세키네 다카오와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연작 단편집으로, 그녀의 작품으론 드물게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다. 요즘 본격하면 '신본격'을 떠올리기 쉽상이라 바쁘게 뛰어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트릭을 풀고 퍼즐을 맞추고 해야할 것 같은데, 본작은 본격적인 본격이 아니라 고전적인 본격인 '안락의자 탐정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본격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독자에겐 다소 실망감을 줄지 모르나, 그녀만의 본격이 어떤 식으로 변용되는지 확인하기에는 알맞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주인공인 세키네 다카오는 본작에 등장하지 않는 작은아들 슈(秋)와 함께 데뷔작인 <여섯 번째 사요코>에 조연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물론 슈는 남자 주인공이었다. 유독 그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확실히 그의 매력이 각인되었다. 그리고 아직 소개되지 않은 중편 <PUZZLE>에 나오는 검사인 큰아들 슈운(春)과 단편집 <도서실의 바다>의 표제작에 나오는 변호사인 딸 나쓰(夏)가 등장한다. 거기서는 고등학생인 그녀를 볼 수 있다. 이렇듯 자식들이 계절을 딴 이름을 지닌 법조인 가족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기억력이 비상한 부인 모모요와 사촌들을 비롯해,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인 <메이즈>에서 역시 안락의자 탐정을 맡았던 도키에다 미쓰루가 <급수탑>에 등장한다. <메이즈>에서의 성격과 달라서 고개를 갸웃했지만 교교하고 적막한 분위기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표제작에 관한 재미난 일화가 하나 있다. 헌책방에서 발견한 밸린저의 <이와 손톱The Tooth And The Nail>과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고 싶어서, 표제작을 <코끼리와 귀울음The Elephant And The tinnitus>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특히 앞의 두 작품을 제외하곤 작품 속에서 제목을 결정하는 <대합실의 모험>이나 안락의자 탐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탁상공론>, 편지만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왕복 서신>이 재미있었다. <대합실의 모험>은 제목이 너무 거창한 느낌을 주지만 월급쟁이 소설같은 <열차가 너무 늦다>보다 훨씬 나았고, 슈운과 나쓰가 등장한 <탁상공론>은 제목과는 다르게 가히 최고의 대반전을 보여준다. 헛발질의 일인자를 다투는 남매가 과거에 실종된 친구를 찾으려고 공동 전선을 펼친 적이 있다는데 이 이야기가 또 무척 궁금하다.

 필자는 이야기의 화수분 같은 그녀의 장편도 좋아하지만, 장편과는 다른 묘한 매력을 지닌 단편을 더 좋아한다. 하나의 장편 프롤로그로도 손색이 없는 단편은 여느 장편 못지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이러한 단편집은 뒷부분에 작가의 코멘트를 볼 수 있어서 재미를 더한다. 각각의 단편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볼라치면 정말 그녀에게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녀는 한 장의 사진에서도 <뉴멕시코의 달>같은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지방 자치를 다룬 이야기도 쓰고 싶다는데 그녀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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