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번과 마녀 - 여성, 신체 그리고 시초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31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김민철 옮김 / 갈무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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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에는 "인클로저"가 전문용어였다. 인클로저는 잉글랜드에서 지주와 부농이 공동체적 토지소유를 제거하고 자신들의 토지보유를 확대하기 위해 이용한 일련의 전략을 가리켰다. 그것은 주로 공동 경작제open-field system를 폐지하는 것을 의미했다. 공동 경작제란 주민들이 경계 없는 밭에서 서로 인접하지 않고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토지를 갖는 체제다. 또 인클로저는 공유지에 울타리를 치는 것과, 토지가 없지만 관습권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던 가난한 농민들의 판잣집을 철거하는 것이기도 했다. 마을 전체가 절망에 빠지는 동안, 사슴 사냥터와 방목지를 만들기 위해 넓은 땅에 울타리가 설치되었다.

인클로저는 18세기까지 지속되었다(Neeson 1993). 그러나 종교개혁 이전에도 이미 2천 개가 넘는 촌락공동체가 이런 방식으로 파괴되었다(Fryde 1996:185). 농촌 마을의 몰락이 어찌나 가혹했던지 1518년에, 그리고 1548년에 조사를 명령했다. 왕립 위원회가 여럿 만들어졌지만, 대세를 멈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대신 격렬한 투쟁이 시작되어 무수한 봉기로 이어졌고, 토지사유화의 장단점에 대한 긴 논쟁이 뒤따랐다. (p.111-112)





자본주의 시초부터 전쟁과 토지사유화를 통해 노동계급의 궁핍화가 시작되었다. 이것은 국제적 현상이었다. (p.109)



유럽에서 토지사유화는 15세기 후반에 식민지 팽창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그것은 거주자 추방, 지대 인상, 빚을 지게 하여 토지를 팔게 하는 국세 인상 등 다양한 형태를 취했다. 이것들을 모두 토지 수용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은, 폭력이 수반되지 않은 경우에도 토지 상실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의지에 역행해서 이루어졌고 이것은 생존기반의 파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p.109)




토지 사유화가 시작되면서 자신의 땅을 갖지 못한 농민들은 더 가난해졌고 식량 부족에 시달려야했다. 더 나은 제도라고 설득하던 사람들이 진행한 토지사유화는,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었고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 부자들의 창고에는 곡식이 쌓여가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몇 끼를 연달아 굶는 일이 허다했다. 당연히 사람들(대체적으로 여자들)은 봉기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제도가 바뀌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입에 밥을 넣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고, 그렇게 자본주의안에서 노동자의 육체노동은 제1생산수단이 된다. 가난한 자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범죄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데, 이에 따라 국가에서는 그들을 더 압박하고 규제를 가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사회무질서를 막기 위한 혹은 엄격한 도덕 개혁 이었다.

인구는 감소하고 경제적으로는 위기였던 이 때 여성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시기가 찾아온다. 모두 하나되어 여성혐오를 하기 시작했으며, 여성을 더 코너로 몰았다. 여기 있으면 안돼 저기로 가, 거기도 안돼 저 쪽으로 가, 그렇게 자꾸만 코너로 몰리던 여성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방법을 기어코 찾아내려 했으나, 그건 또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처형되어야 했다. 읽다말고 나는 책장 한구석에 '어쩌라고' 라는 낙서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여성은 대대적인 박해를 받게 되었다. (p.145)



두 세기 동안 지속된(18세기 말에도 여전히 유럽에서 여성은 영아 살해로 사형당했다) 이 정책들의 결과 여성들은 출산노예로 전락했다. 중세에는 여성이 다양한 형태의 피임법을 쓸 수 있었고 분만과정에서 확고한 통제를 행사했지만, 이제 그들의 자궁은 남성과 국가가 지배하는 공공영역이 되어 버렸고, 출산은 자본주의 축적이라는 목적에 직접적으로 봉사하게 되었다. (p.14)



여성은 원래 그들만의 직업으로 여겨지던 맥주양조나 산파 일에서 밀려나고 있었고, 여성고용에 대한 새로운 제한들에 묶이게 되었다. 특히 프롤레타리아트 여성은 최하층의 직업 말고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여성 노동인구 3분의 1은 하녀였고, 나머지는 농장 일 · 방적 ·뜨개질 ·자수 ·보따리장사 ·유모와 같은 일에 종사했다. 비스너Merry Wiesner가 말하듯이, 법률 ·징세기록 ·동업조합법령에서 여성은 집 바깥에서 일하지 말아야 하며 남편을 돕는 방식으로만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제가 힘을 얻고 있었다. 심지어 여성이 집에서 한 일은 그것이 내다 팔기 위한 노동일지라도 비노동non-work 이라는 주장도 나타났다(Wiesner 1993:83ff). 따라서 여성이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입을 옷을 만드는 경우 이는 "집안일"로 간주되었지만, 남성이 옷을 만들면 "생산적" 노동으로 간주되었다. 여성노동이 이처럼 평가절하 되다보니 시정부는 동업조합들에게 여성의(특히 과부의) 생산물은 무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여성의 가사노동은 진정한 노동이 아닌데다가 공공부조 예산을 절감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비스너에 따르면 부양의 책임을 지고 있던 여성들은 이 허구를 받아들였고, 심지어 마뜩치 않아 하면서도 일자리를 구하려 다녔다(같은 책: 84-85). 곧 가내여성은 모두 "집안일"로 분류되었고, 가외여성노동에 대한 보수도 남성노동의 보수에 비해 적었으며 생계유지에도 불충분했다. 결혼이야말로 여성의 진정한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여성은 당연히 생활능력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 돼서, 독신여성은 설사 임금을 받고 있는 경우라 해도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토지를 상실한 여성들이 임노동에 고용될 힘까지 잃어버리자 결국 매춘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라뒤리Le Roy Sadurie가 말한 것처럼, 프랑스 어디에서나 창녀의 수가 늘어났음이 명백했다. (p.152)




어떤 일도 여성이 해서는 안되고, 설사 일을 한다 해도 그것이 노동은 아니야, 라고 정한 세상에서, 그래놓고는 여자들은 생활능력이 없어..라고 말하는 부분은 대체 어느 똥머리에서 나온걸까? 다 못하게 해놓고서는 '역시 쟤네는 안돼, 능력이 부족해' 해버리면, 뭐 대체 어쩌라는건지? 그건 여자라서가 아니라 거기에 어떤 누구를 갖다 놨어도 마찬가지가 되는 게 아닌가. 그러니 여자가 먹고 살아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니 코너에 몰려서 찾아한 게 매춘.

하아- 그런데 이놈의 세상은 여성에게 매춘은 안된다고 한다.




많은 여성인구에게 매춘이 생계수단이 되자 제도권의 시각이 바뀌었다. 중세 후기에는 매춘을 필요악으로 받아들였고 창녀들이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던 반면, 16세기에는 상황이 반전되었다. 종교개혁과 마녀사냥의 전진으로 특징지어지는 격렬한 여성혐오의 시대가 오자, 매춘은 새로운 제한에 묶이게 되었고, 곧 불법화되었다. 1530~1560년 사이에 여러 도시에서 매음굴이 폐쇄되었고 창녀들, 그 중 특히 길거리에서 호객하는 자들은 추방, 채찍질, 그리고 그밖에 온갖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p.153)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빡친 부분이었다. 다 하지 못하게 해놓고, 그래도 죽을 수는 없으니까 간신히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 하려고 했더니, 그건 또 안된다고 추방하고 처벌을 한다. 그러니까, 여자들은 시키는 것만 해야하는 거다. 너희들은 남자랑 결혼해서 애만 낳아, 그게 너희들이 할 일이야. 사회가 여자들에게 허락한 것은 단지 그뿐이었다. 아이와 먹고 살기 위해 거리로 내몰려 일을 하려고 해도,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휴... 진짜 인간들 머리에서 이렇게까지 한 성별을 코너로 몰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매춘이란 것은 정말이지 놀랍다. 성을 파는 여자를 세상 험한 여자로 욕을 하는데, 성을 사는 남자에 대한 욕은 없다. 심지어 그 성을 사면서 뒷골목에 들어가고 여자를 부르고 돈을 내는 남자들조차도, '창녀는 안돼'라며 그들과 자신을 선긋기 한다. 니네가 산거잖아. 나와 당신의 만남, 거래인데 왜 한쪽은 세상 천박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고 한쪽은 당당한 사람이 되어 창녀를 욕하면서도 '나도 해봤지, 남자는 누구나 다 해봐'라고 말할 수 있는걸까?

성매매라는 것에 대해 나는 계속 생각하는데, 정말이지 이건 구매하는 남자들을 처벌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다. 성매매 여성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성매매가 없어지지도 않고, 창녀라는 욕을 뒤집어쓴채로 계속 이 제도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남자들은 자신이 욕을 먹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벌을 받는 것도 아니니까.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것은 여성들이니까. 남자들은 그것이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으로 여자들이 벌을 받거나 죽음에 놓이더라도,관계없이 다음날 또다시 성매매를 하러 가는 거다. 이래가지고 성매매가 어떻게 없어질것이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혐오가 어떻게 없어지겠는가.

그러나 성을 구매하는 남자들을 처벌하고, 그들을 향한 욕이 있다면, 앞으로 성매매를 하러 가려다가도 주춤하게 되지 않을까. 내가 이러다가 괜히 들켜가지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근심을 좀 하게 해야하는 거 아닐까. 나는 진짜 너무너무 이상하다. 성매매 하는 남성이 성매매하는 여성을 욕하면서 산다는 게. 게다가 연애와 결혼 상대로는 성매매 여성을 껴넣지도 않아. 그런데 또 결혼해도 성매매는 한다. 이 스스로의 모순에 대해서 저들은 아무 생각도 없나? 그들은 내가 아니고 나도 그들이 아니지만, 나는, 나의 사소한 내적갈등에도 되게 힘들어하는 사람이라, 그런 스스로의 모순-내가 성매매하는데 성매매하는 사람을 세상 천박하게 욕하고 배척한다-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도 온전한 정신으로 살지 못할것 같다. 그러고보면 남자들은 참 세상 편하게 산다.


좋겠수다..




그러나 이렇게 코너로 몰아 여성들을 아무일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게 끝이 아니었다. 오, 신이시여..나는 이 빡침이 금세 희미해짐을 느낀다. 마녀사냥을 만났기 때문이다. 하아-




피고에 대한 고문이 보여 준 성적 가학증은 역사상 필적할 데가 없는 여성혐오증을 보여 주는데, 이는 마법을 범죄의 하나로만 보았을 때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표준적인 절차에 따르면, 피고를 발가벗긴 뒤 몸에 있는 모든 털을 제거한다(악마가 털 속에 숨어있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마치 잉글랜드의 주인들이 도망노예들에게 하듯) 악마가 자신의 피조물에 남겨 놓은 표식을 찾기 위해 질을 포함한 온몸을 긴 바늘로 쑤신다. 종종 순결의 상징인 처녀성을 검사하기 위해 강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자백을 하지 않으면 더욱 혹독한 시련이 기다린다. 사지를 찢고 쇠의자에 앉힌 뒤 의자 밑에 불을 지피는가 하면 뼈를 으스러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을 교수형이나 화형에 처하는 경우 이들의 최후를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처형은 마녀의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참석해야만 하는 중요한 공식행사였다. 특히 마녀의 딸인 경우 때로는 엄마가 산 채로 매달려 화형당하고 있는 화형대 앞에서 채찍에 맞을 수도 있었다.

따라서 마녀사냥은 여성에 대한 전쟁이었다. 이는 여성을 비하하고 악마화하며 이들의 사회적 권력을 파괴하기 위한 집단적인 시도였다. 동시에 고문실에서, 그리고 마녀들이 죽어가던 화형대에서 여성성과 가정에 대한 부르주아적 이상이 구축되었다. (p.274-275)







그러니까 코너로 몰고 몰고 또 몰다가, 이젠 숫제 끌고나와 죽여버리는 것. 가난하고 힘없는 나이 많은 빈곤여성들을, 이제 세상이 마녀로 몰아 죽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 마녀에 대해 '마녀가 아니다' 라거나, '그런 짓은 옳지 못하다' 라며 대항하지 못한다. 자신들이 외려 마녀로 몰려 같이 처형당할까 두려워서. 마법을 쓰고 남자를 유혹하고 사탄과 결합했다는 이 말도 안되는 가정을, 그 시대의 지식인들 남자가 찰떡같이 받아들이고 온 몸으로 빨아들인다. 오, 지식인 남자들이여...진보 똥남들이여.....




베이컨 ·케플러 ·갈리레오 ·셰익스피어 ·파스칼 ·데카르트 같은 "천재들의 세기"에,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승리를 거두고 근대 과학이 탄생했으며, 철학적 ·과학적 합리주의가 발전했던 그 시절에, 마녀의 사술은 유럽의 지식인 엘리트들이 가장 좋아하던 토론주제였다. 판사, 변호사, 정치인, 철학자, 과학자, 신학자 모두가 이 "문제"에 정신이 팔려 소책자와 악마론을 저술했고, 이것이 가장 비도덕적인 범죄라는 데 동의했으며, 이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p.246)



지식이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책을 읽고 공부했단 말인가, 지식인 엘리트들이여...




가톨릭과 청교도 국가 모두 다른 모든 영역에서는 서로 전쟁을 치르면서도 마녀를 박해할 때만큼은 어깨를 걸고 뜻을 같이했다는 사실은 마녀사냥의 정치적 본성을 깊이 드러낸다. 따라서 마녀사냥은 종교개혁으로 인한 분란 이후 유럽 통합의 첫 사례이자, 새로운 유럽 국민국가의 정치에서 최초의 통합의 장이었다는 주장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마녀사냥은 모든 국경을 넘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독일, 스위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스웨덴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와 교회는 어떤 공포를 느꼈기에 합심하여 이런 집단학살 정책을 펼쳤던 것일까? 왜 이렇게 극심한 폭력이 횡행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그 주요 대상이 여성이었던 걸까? (p.247-248)



그렇게 통합되니까 좋아?

위의 인용문을 읽다가 나는 한국의 현재가 생각났다. 자신들이 욕하던 일베와 하나되어 워마드를 사탄으로 취급하던 남자들의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워마드와 메갈, 남성을 한남이라 부르는 여자들 앞에서 그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단결했다. 하하하하. 아마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왜냐면 워마드는 진짜 마녀니까!'.........

그렇게 통합되니까 좋아?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지배계급은 여성을 탄압함으로써 프롤레타리아트 전체를 훨씬 효과적으로 억눌렀다. 지배계급은 이미 토지를 빼앗겨 빈곤해지고 범죄자로 몰린 남성들이 자신의 불행을 거세의 힘을 가진 마녀의 탓으로 돌리게 만들었고, 여성들이 당국에 저항해 획득한 힘을 자신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대부분 교회의 여성혐오적인 선동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깊이 품게 된 모든 공포는 이런 맥락에서 동원되었다. (p.281)




일자리에서 차별을 당하고 임금에서도 차별을 당하는 여성들은, 그전에 이미 자라면서 학교에서도 차별을 당하고 있다. 단순히 사회적 제도의 차별을 넘어서 성추행과 성폭력에도 노출되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김치녀와 된장녀라는 혐오 발언 앞에 노출되어, '혹시 내가 그런 여자는 아닐까' 주춤하며 '나는 달라'를 보여주기 위해 애를 써야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외치는 여자들에게 이제는 여자들이 임금이 더 많다, 역차별이다로 대응하는 사람들은, 같은 조건의 남자들과 임금을 비교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여자는 일단 나보다 적게 받아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니, 다른 조건으로 비교하며 역차별 운운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 '옛날에 비하면 여자들 정말 살기 좋아졌지'를 말하는 건 도대체 어느 똥대가리에서 나오는건가. 그러는 당신은 지금 옛날에 살고 있는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건 당신과 내가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여자들에게는 '옛날에 비하면'이라는 전제를 붙이는가. 그걸 붙이려면 같이 붙여야 한다. 그리고 인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언제까지 옛날에 붙들려서 헛소리 하고 있을텐가. 그러니까 멍청한거야.


정희진 쌤이 강연에서 앞으로 지식의 격차는 더 커질것인데, 가장 똑똑한 건 진보페미니스트가 될것이다, 라고 말했던 것은 내가 보기에도 사실이다. 이미 그 일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계속해서 '과거에 비하면', '아랍에 비하면', '아프리카에 비하면 '같은 소리하는 남성들에게 발전은 도대체 찾아오기나 할것인가.



여성혐오와 마녀사냥까지 이르는 이 책을 읽노라면, 그 분노가 단순히 이 책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 이곳이라고 해서 도대체 뭐가 다른가. 여성이 자신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평범한 한국남자나 정부나 마찬가지 아닌가. 여성 가임기 지도를 만들고(맙소사..), 여성들이 결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직장에 다니게 해서는 안되고..(얼씨구), 그런 큰 그림을 그려가며, 작게는 구석구석에서 남자들이 여성혐오를 한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도 안되고 샤넬백을 가져서도 안돼. 수줍게 얌전하게 남자에게 웃어줘야하고, 남자가 원하면 반항하지 말고 섹스를 해줘야 해. 그런 여자를 원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여자들을 보니 화딱지가 나고, 자기를 떠받들어 줘야 되는데 그렇게 하질 않으니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다. 자기랑 자야되는데 자주질 않으니 강간을 해.. 못났다 진짜..

그런 모든 열등감들이 모여, 하나의 잘못이 드러났다치면 여성을 아예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것은 마녀사냥과 다른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몰래 촬영하고, 그걸로 돈을 버는 거대한 알탕카르텔은, 중세에 마녀사냥하던 때랑 다른가? 강간을 저지르고 미성년자 성매매를 해도 버젓이 텔레비젼에 나와서 멀쩡하게 돈 벌고 사는 남자들이 있는 지금 한국은, 마녀사냥으로 신나게 토론하던 때와 다른가?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들은 더 가난하게 된 이유가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지금은, 그 때랑 다른가?




제대로 까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하고,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제대로 읽어야한다. 실비아 페데리치는, 빈곤한 사회에서 여성이 무시되고 배제되고 죽어나갔음을 이야기하며, 맑스와 푸코가 무시하고 넘어갔던 것, 모른척하고 넘어갔던 것들에 대해 얘기한다. 그들이 부러 무시했든, 몰라서 보지 못했든, 그들은 여성이 죽어나가는 현실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실비아 페데리치는 《자본론》을, 그리고 《성의 역사》를 어떻게 그렇게 비판하며 읽을 수 있었을까. 모두가 위대한 저서로 얘기하는 그 책을 비판할 수 있었던 그 지식과 용기는 어디에서 온것일까.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과 《템페스트》를 읽고 나름 준비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어려워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이해 할 수나 있을까, 아직 내게는 지식이 부족한 게 아닐까, 몇 번이나 스스로를 원망했는데, 읽으면서 친구랑 얘기하고 또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어느틈에 내가 내용 파악을 하고 있었다. 내용파악이 안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게 중세시대의 얘기라고 해도 지금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혐오와 페미사이드.



이 책은 결코 쉬운 책이 아니고 팔랑팔랑 넘어가는 책도 아니기에, 그렇기에 먼저 완독한 사람으로서 약간의 팁을 드리고자 한다. 일단, 《템페스트》를 먼저 읽어두는 건 확실히 도움이 된다. 템페스트 읽으면서 '마녀', '사생아,' 괴물'에 분노했는데, 거기에는 여성혐오만 있었던 게 아니라 계급과 인종차별도 있었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실비아 페데리치가 짚어주는 거다. 얼마나 짜릿했는지! 이래서 독서를 하는거라고 흥분했다. 책을 읽고 또 읽는 것이 내 배경지식을 만들고, 그렇게 쌓인 배경지식은 '더 좋은 독서'로 이끄는 게 틀림없다. 템페스트를 읽지 않는다고 해서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읽는다면 분명 더 좋은 독서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맑스의 《자본》과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어두었다면 역시 더 좋은 독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읽지 않았다고 해서 위축되지 않아도 좋다. 이 책, 《캘리번과 마녀》를 읽고나니, 이 책을 읽은 후에 자본과 성의 역사를 만나도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자, 캘리번과 마녀를 읽었는데, 어디, 맑스랑 푸코가 무슨 소리 했는지 보자, 라고 책을 펼쳐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식의 접근과 다른 식의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다르면서 더 넓은 접근.



준비과정의 팁이 위와 같다면, 읽는 중간의 팁으로는 수시로 말하고 쓰라고 하고 싶다. 입밖으로 내지 않으면 정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입밖으로 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정리가 되곤 한다. 나 모르겠는데, 파악이 안돼, 라고 하다가도, 글을 쓰다 보면, 혹은 누군가에게 얘기하다 보면, 내 안에서 차곡차곡 정리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 그리고 책을 다 읽고나서도 바깥으로 이 책에 대해 얘기하는 걸 반드시, 꼭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 얼마나 좋은 책을 완독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부터 여성주의책 같이읽기로 읽는 책들을 보며 새삼 깨닫는게, 세상에는 이미 현명하고 용기있는 여자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 책들의 저자들도 그러했지만, 그 저자들이 책속에서 얼마나 많은 다른 저자들의 책들을 인용하였는지 모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지하고, 그러면 안된다고 글을 써오고 있었어. 세상에 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독자가 읽는 것일테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말한다면, 그 현명하고 용기있었던 글들이 세상에 또 알려질테니까. 그렇게 알려진다면 또 거기에 말을 보태고자 하는 여자들도 늘어나지 않겠는가.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이야기나누자고 새삼 결심했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뒤,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부지런히 읽을테다.












여성 ˝억압˝과 남성에 대한 종속을 봉건적 관계의 잔재로 보는 맑스주의의 정설에 맞서, 달라 코스타와 제임스는 여성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인 ˝노동력˝의 생산자이자 재생산자였던 만큼 여성 착취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달라 코스타의 말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의 착취, 즉 ˝임금 노예제˝는 여성의 가정 내 무임노동이라는 기둥 위에 세워졌고, 이 무임노동이 임금 노예제의 생산성의 비결이다(1972:31).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과 남성의 권력 차이는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축적과 무관하기 때문도 아니고, 문화적 기획이 영원히 존속하기 때문도 아니다. 특히 여성의 삶을 지배했던 엄격한 규칙들을 고려하면,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축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남녀간의 권력차는 특정 사회적 생산체제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p.21)

여기서 남녀간의 권력차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생산체제란 노동자의 생산 및 재생산에 들어가는 무임노동의 이익을 보면서도 그것을 사회경제적 활동이나 자본축적의 원천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연자원 또는 개인적 봉사로 신비화하는 체제를 말한다. (p.21)

˝시초축적˝은 맑스가 『자본』1권에서 자본주의적 관계가 발전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역사적 과정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다. 이 용어는 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 경제 및 사회적 관계에서 나타는 변화를 개념화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용어가 중요한 것은 맑스가 ˝시초축적˝을 자본주의 사회가 존재하기 위한 구조적 조건을 드러내 주는 기본적인 과정으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로써 우리는 과거 속에서 현재를 읽어낼 수 있게 된다. 바로 이 때문에 나는 이 책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p.29)

그 예로 1652년 코르도바 봉기를 들 수 있다. ˝아침 일찍 한 가난한 여인이 굶어죽은 아들의 시체를 안고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를 울면서 지나가자˝ 봉기가 시작됐다(Kamen 1971:364). 1645년 몽펠리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서, 여성들이 ˝자식을 굶기지 않으려고˝ 길거리로 나섰다(같은 책:356). (p.128)

종교개혁가들은 성적 금욕에 대한 기존 기독교의 찬양을 부정하면서 결혼과 성의 가치를 드높였고, 출산능력 때문에 여성에게 가치를 부여하기까지했다. 루터는 여성이 ˝인류를 늘리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 ˝여성은 그들이 가진 온갖 약점을 전부 만회하는 한 가지 덕성을 갖고 있는데, 바로 자궁을 갖고 있으며 출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King 1991:115). (p.142)

그러나 국가가 원하는 인구비율을 회복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 중 정말 중요한 것은 여성이 자신의 신체와 출산에 대해 행사하던 통제권을 파괴하기 위해 국가가 개시한 진정한 전쟁이었다. 뒤,에 살펴보겠지만 마녀사냥이 이 전쟁을 수행한 주요 수단이었다. 마녀사냥은 여성이 악마에게 아이를 제물로 바친다고 고발하여, 모든 형태의 피임 그리고 출산과 무관한 성관계를 문자 그대로 악마화했다. 이는 재생산 범죄의 구성요소에 대한 재정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16세기 중반부터, 포르투갈 선박들이 아프리카에서 인간을 화물처럼 싣고 오는 한편, 유럽의 모든 정부는 피임, 낙태, 영아살해에 대해 가장 가혹한 처벌을 가하기 시작했다. (p.144)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형태의 감시도 도입되었다. 1556년 프랑스 국왕은 칙령을 공포했는데, 그 내용인즉슨 모든 여성은 임신할 때마다 등록해야 하고, 만약 비밀리에 출산했다가 아이가 세례를 받기 전에 죽게 되면 그 산모를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었다. 그 밖에 지은 죄가 없어도 마찬가지였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도 1624년과 1690년에 비슷한 법령이 통과되었다. 미혼모를 감시하고 그들로부터 모든 원조를 박탈하기 위한 감시인 체계 또한 만들어졌다. 임신한 미혼모가 공적 감시망을 벗어날까 염려하여, 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것도 불법화되었다. 그들과 친분을 맺는 사람들은 공공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Wiesner 1993: 51~52; Ozment 1983:43). (p.144-145)

독일에서는 출산장려 십자군이 어찌나 활개를 치고 다녔던지 충분한 출산 노력을 기울이지 않거나 자식을 낳으려는 열정이 부족한 여성이 처벌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Rublack 1996:92). (p.146)

피임 관련 지식은 여성이 출산에 대해 일정한 자기통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하지만 피임이 불법화되면서 여성들은 세대를 거쳐 전승되어 오던 이 지식들을 박탈당했다. (p.150)

한편 16세기 프랑스에서는 창녀를 성폭행하는 것이 더 이상 범죄가 아니게 되었다. (p.154)

동업조합의 시도는 많은 증거를 남겼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어디에서나 직인들은 당국에 여성들과의 경쟁을 금해 달라고 청원했고, 각 직종으로부터 여성을 배제했으며, 이 금지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파업을 하고, 심지어는 여성과 함께 일하는 남성과는 함께 작업하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또 경제적 곤경에 처한 직인들이 파산을 피하고 독립적인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성실한 가정관리˝가 필수적인 조건이었기 때문에 여성의 일을 가사노동으로 국한시키고 싶어 했다. (p.155)

다른 한편, 당국이 협조하지 않았다면 이 시도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명백히 당국의 입장에서도 여기에 협조하는 것이 수지에 맞는 일이었다. 반항적 직인들을 달랠 수도 있었거니와, 여성을 작업장으로부터 쫓아내는 것이 그들을 재생산 노동에 묶어두거나 가내수공업에서 저임노동자로 부릴 수 있게 하는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p.156)

새로운 노동편성에서 (부르주아 남성이 사유화한 여성만이 아닌) 모든 여성이 공유재산으로 변했다. 일단 여성의 활동이 비노동으로 정의되자 여성의 노동은 마치 공기처럼 누구나 마음껏 쓸 수 있는 천연자원으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는 역사적인 패배였다. 동업조합에서 여성들이 쫓겨나고 재생산 노동이 평가절하 되면서 빈곤은 여성의 몫이 되었다. 또한 여성노동에 대한 남성의 ˝일차적 전유˝를 이행하기 위해서 새로운 가부장적 질서가 구축되면서 여성들은 고용주과 남성이라는 이중적 종속관계에 얽매이게 되었다. (p.157)

이 일에 종하사는 남성들은(가내수공업 노동자들) 결혼과 가정꾸리기를 피하기는 커녕 그것에 의존했다. 결혼하면 자신의 노동에 부인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데다, 집안일도 해결되고, 성욕도 해결되고, 자식도 생기는데, 자식들은 아주 이른 나이부터 베틀을 돌리거나 잡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구 감소기에도 가내수공업 노동자는 그 수가 곱절로 늘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p.159)

잉글랜드에서는 부인이 간병이나 수유와 같은 노동을 한 경우에조차도 ˝아내의 소득은 법적으로 남편에게 귀속되었다.˝ 그래서 행정교구에서 이와 같은 업무로 여성을 고용한 경우, 보수의 직접수취인을 남편으로 지정함으로써 ˝흔히 노동자로서의 여성을 은폐했다.˝ 이때 ˝보수가 남편한테 지급될지 노동자 여성에게 직접 지급될지는 사무원의 변덕에 좌우되었다˝(Mendelson and Crawford 1998:287).
이처럼 여성이 자신의 재산을 갖지 못하게 하는 정책은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고 남성노동자가 여성노동을 전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물질적 조건을 창출했다. 내가 임금 가부장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임노동체제 아래에서 남성노동자가 형식적으로만 해방되었다고 하지만, 노동계급 여성의 처지는 노예와 다를 바가 없었다. (p.159-160)

게다가 매춘부는 가혹하게 처별하면서도 남자 손님은 거의 손대지 않는 방식의 불법화 때문에 남성의 권력이 강화되었다. 모든 남성은 이제 창녀라는 선언만으로 한 여성을 간단히 파멸시킬 수 있었다. 여성은 마치 봉건영주처럼 그들의 생사여탈을 손에 쥐고 있는 남성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재산인) 명예를 빼앗지 말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Cavallo and Cerutti 1980:346ff) (p.162-163)

여성의 사회적 권력상실은 새롭게 등장한 공간적 성차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중해 국가들에서 여성은 임노동 직종에서뿐만 아니라 길거리로부터도 쫓겨났고, 홀로 다니는 여성은 놀림감이 되거나 성폭행을 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Davis 1998). 몇몇 이탈리아 방문객들이 ˝여성의 낙원˝이라 묘사했던 잉글랜드에서도 공공장소에 여성이 있는 것을 좋지 않게 보기 시작했다. 잉글랜드 여성은 집 앞에 앉아 있거나 창가에 얼씬대지 않도록 교육받기 시작했다. 또 그들은 다른 여성과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장려되었다. 원래는 여성친구를 의미하는 ˝가십˝gossip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더군다나 결혼한 여성은 친정에도 자주 가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 (p.164)

첫째로 남성과 여성 간의 차이를 극대화하고 남성성과 여성성의 전형을 더욱 명확하게 구분지은 새로운 문화적 규준이 구축되었다(Fortunati 1984). 둘째로 여성은 과도하게 감정적이고 욕망이 넘치며 자기통제능력이 부족한 만큼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남성의 통제 아래에 놓여야 한다는 명제가 확립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동의는 마녀에 대한 비난과 마찬가지로 종파와 학파의 경계를 넘어서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인문주의자, 개신교 종교개혁가, 가톨릭 반종교 개혁가 모두가 협력하여 설교나 글을 통해 지속적 · 강박적으로 여성을 비방했다. (p.165)

성차별과 마찬가지로 인종차별도 입법을 통해 제도화되고 강제되어야 했다. 흑인과 백인 간의 성관계가 금지되었고, 흑인노예와 결혼한 백인여성은 비난을 받아야 했으며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평생 노예로 살아야 했다. 1660년대에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통과된 이 법령들을 살펴보면 인종차별 사회는 위로부터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게다가 ˝흑인˝과 ˝백인˝의 관계를 종식시키기 위해 종신노예화라는 처벌이 필요했다는 점은 그 관계가 얼마나 친밀했었는지를 보여 준다. (p.179)

예수회 선교사들은 이 모든 것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인디언을 쓸 만한 무역상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문명의 기본요소들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믿고 교육에 들어갔다. 선교사들은 먼저 ˝남자가 주인임˝과 ˝프랑스에서는 여자가 남편을 다스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쳤다. 그리고 늦은 밤의 데이트, 남녀 중 일방의사에 의한 이혼,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남녀 모두의 성적 자유가 금지되어야만 한다고 가르쳤다. (p.183-184)

여성과 시초축적의 역사를 개괄했을 때 우리는 새로운 가부장적 질서의 구축, 즉 여성을 남성 노동인구의 하인으로 만든 것이 자본주의 발전의 중요한 양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반 위에서 노동의 새로운 성적 분업이 강제될 수 있었다. 새로운 분업은 남성과 여성이 수행하는 업무에 차별을 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경험, 삶, 자본과의 관계, 노동계급 내의 다른 부문들과의 관계에서도 차별을 규정했다. 그러므로 국제적 분업과 마찬가지로 성적 분업은 무엇보다도 권력관계였다. 즉 그것은 노동인구 내부의 분할임과 동시에 자본축적을 어마어마하게 촉진시켰다. (p.191)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계는 증기엔진이나 시계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신체였던 것이다. (p.218)

1세대와 2세대 마녀사냥 학자들 중에는 희생자를 탓하는 이런 경향과는 다른 예외도 있었다. 2세대 마녀사냥 연구가들 중에서는 맥팔레인Alan Macfarlane(1970), 몬터E.W.Monter(1969,1976,197), 소만Alfred Soman(1992)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마녀사냥이라는 주제는 여성주의운동이 등장한 뒤에야 그동안 처박혀 있던 음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여성주의자들 스스로 자신을 마녀와 동일시하면서 마녀가 곧 여성 저항의 상징으로 채택된 덕분이었다(Bovenschen 1978: 83ff). 여성주의자들은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권력구조에 도전하지만 않았더라도 대량살상과 극악한 고문에 시달리지 않았으리라는 점을 순발력있게 알아냈다. (p.238-239)

박해에 가장 큰 기여를 한것은 법학자·치안판사·악마연구자들이었는데, 이들은 종종 한 인물처럼 행동하곤 했다. 이들은[마녀박해를 지지하는] 주장을 체계화하고 비판에 답했으며, 법적인 장치를 완벽하게 갖춰 놓음으로써 16세기 말엽에는 표준화된, 거의 관료적인 수준의 마녀재판 형식을 마련했다. 이는 국가 간에 자백의 형식이 유사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업무 중에 철학자나 과학자 같은 당대의 지식인이라 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의 협력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두 부류는 오늘날에도 근대 합리주의의 아버지로 칭송받고 있다. 이런 협력의 대상에는 영국의 정치이론가 홉스가 있었는데, 그는 마법의 존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지만 사회의 통제수단으로서 박해를 인정했다. (p.245-246)

마녀의 몰살을 단순한 탐욕의 산물로 설명할 수도 없다. 대다수가 극빈층이었던 여성들을 처형하고 이들의 재산을 몰수한다 하더라도 결코 아메리카 대륙의 부에 비견될만한 보상을 얻을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p.249)

마녀사냥이 일어난 역사적 맥락과 피소자들의 젠더와 계급, 박해의 영향 등을 살폈을 때 우리는 유럽의 마녀사냥이, 자본주의적 관계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여성들의 저항에 대한,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에 대한 통제력과 치유능력을 통해 여성들이 획득한 권력을 공격한 것이었다고 결론지어야만 한다. (p.249)

마녀사냥이 늘어난 것은 ˝더 나은 부류의 사람들˝이 ˝낮은 계급˝에 대한 꾸준한 공포를 느끼며 살고 있는 사회적 환경에서였다. ˝낮은 계급˝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기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들이 사악한 생각을 품을 수도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p.255)

『마녀들의 망치』의 저자들은 여성이 마법에 쉽게 빠져드는 것은 이들의 ˝만족을 모르는 욕정˝때문이라고 주장했고, 마틴 루터와 인본주의 작가들은 여성의 도덕적·정신적 약점을 타락의 기원으로 강조했다. 어쨌든 모두 여성을 사악한 존재로 꼽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p.267)

클락Alice Clark에 따르면


전문 직종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의 자리를 꾸준히 채워나갔다는 점은 여성들이 적절한 전문적 훈련을 받을 기회를 거부당함으로써 모든 전문직에서 배제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한 단면이다(Clark 1968:265)

마치 인클로저가 농민들로부터 공유지를 박탈한 것처럼 마녀사냥은 여성들로부터 신체를 박탈했다. 따라서 신체는 노동의 생산을 위한 기계로 전락하지 않게 막아 주던 모든 예방장치에서 ˝해방되었다.˝ 화형대의 광경은 공유지에 둘러쳐진 담장보다 더 무시무시한 장벽을 여성의 신체 주변에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p.272)

제 멋대로 돌아다니는 문란한 여성들(창녀나 간통한 여성,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결혼과 출산의 구속 밖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행사한 여성들)또한 마녀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녀재판에서 ˝평판이 나쁜˝것은 유죄의 증거였다. 말대답을 하거나, 논쟁을 하고 욕을 하거나, 고문을 받으면서도 울부짖지 않는 반항적인 여성들도 마녀에 속했다. 여기서 ˝반항적˝이라는 것은 반드시 여성들이 연루된 특정한 전복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주로 농민들이 봉건권력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여성적인 개성을 나타낸다. 당시의 투쟁에서는 이단 운동의 전면에 여성들이 앞장서서 여성들의 결사를 조직하고 남성의 권위와 교회에 점점 강하게 도전해 갔다. 마녀에 대한 묘사를 살펴보면 중세 도덕극과 우화시에 나오는 여성들이 연상된다. (p.273)

이런 여성들은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하고, 남자들처럼 공격적이고 방탕하며, 남자 옷을 입고 다니거나 채찍을 들고 자랑스럽게 남편의 등에 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p.273-274)

마녀사냥은 여성에게 새로운 성적 능력이나 승화된 쾌락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대신 ˝깨끗한 이불 속의 깨끗한 성˝을 향한 기나긴 행군의 첫 출발로서, 여성의 성적 활동을 노동과 남성에 대한 서비스, 그리고 출산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출산과 무관하고 비생산적인 모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반사회적이고 사실상 악마적이라는 이유로 금지한 것이다. (p.285)

(그림 마녀와 재판관 사이의 논쟁. 부르크마이어(Hans Burkmair)(1514년 이전).

사술을 부렸다는 이유로 기소당해 재판을 받은 많은 여성들은 늙고 가난했다. 이들은 공공구호에 의존해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사술은 힘없는 자의 무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이 든 여성은 지역사회 안에서 자본주의적 관계의 확산으로 인한 공동체적 관계의 파괴에 저항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류이기도 했다. 이들은 지역공동체의 지식과 기억을 구현한 이들이었다. 마녀사냥은 이런 나이 든 여성의 이미지를 뒤집었다. 전통적으로 현명한 여인으로 간주되던 이들이 불모와 생에 대한 적개심의 상징이 되었다. (p.287)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모든 악의 근원이라며 비난했던 마녀사냥은, 새로운 자본주의적 노동규율에 순응하여 가족 내에서의 재산상속과 출산을 위협하거나, 노동에 들어갈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낭비하게 만드는 모든 성적 활동을 범죄화하는 광범위한 성생활의 재구조화를 위한 주요 수단이기도 했다. (p.288)

역사가 이슬리아에 따르면 흑인의 성적 능력에 대한 이 같은 체계적인 과장은 부유한 백인 남성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느끼는 불안을 드러낸다. 백인 상류계급 남성들은 자신들보다 본성/자연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노예와의 경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들이 과도한 자기통제와 분별 있는 이성적 능력 때문에 성적으로는 적절하게 기능하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Easlea 1980:249~50).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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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쟝 2019-02-1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을 읽고 싶지만 아직 읽지 못하겠어요 ㅠㅠ 밀린것 들 읽구 또 따라갈게여~~ ㅠㅠ

다락방 2019-02-19 10:53   좋아요 0 | URL
너무 훌륭한 책입니다, 쟝쟝님.
얼른 읽고 쟝쟝님도 이 세계로 빠져들어 주옥같은 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곧 따라오세요, 지치지 말고!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 큰딸로 태어난 여자들의 성장과 치유의 심리학
리세터 스하위테마커르.비스 엔트호번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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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첫째 딸이다. 

이십대 초반에 다녔던 첫 직장에서 내 상사는 나에게  '너 맏딸 컴플렉스 있어' 라고 했다. 나는 그제야 '뭐라고, 나한테 그런 게 있다고?' 하고 놀랐었는데, 확실히 내가 첫째 딸이기 때문에 가졌어야 했던 성격들을 나는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훗날 여러번 했다. 지금도 물론 그렇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른 첫째 딸들 역시 나랑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상황을 통제하려 하고, 일을 적절히 분배하려고 하며, 그러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원하든 원치않든 리더가 되려고 한다. 손아랫사람을 배려하고 누구보다 성실하며, 따뜻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 첫째로 태어났다는 특성상 부모에게도 처음 부모가 되는 경험이었으므로 나는 온갖 주변 어른의 사랑을 받았을 것이고, 아마도 그것은 내가 자라면서 사랑을 받고 표현하는 데 자연스럽게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당당하다' 는 말을 많이 듣게 했을 것이다. 약한 사람을 보살피고 싶어하고 진지한 것이,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첫째이기 때문에 가진 특징일까? 나는 물어야 했다.


저자들은 네덜란드에서 맏딸들만 모아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를 기획했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 맏딸들이 공통된 자기들 특징이라고 말한 성격들이, 과연 '맏딸이기에'가능한 성격이기만 했을까? 라고 물어보면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맏딸이기에 그런 공통된 특성을 가진 것은 맞을 것이지만, 맏딸이기에 응당 그런 성격을 가질 확률도 있었겠지만, 그러나 맏딸만의 특징만은 아니라는 것. 배려심, 자상함, 진지함, 이해심, 당당함 등등이 어떻게 맏딸들의 특징이기만 하겠는가. 확률적으로 더 높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겠다.


맏딸들은 비슷한 방향으로 발달하게 된다고 이 책은 말하는데, 다른 형제들보다 아이큐가 높다거나, 유머감각 대신 진지함을 갖게 된다는 것은 내가 가진 특징이 아니다. 게다가 이 책에서는 맏딸이 아버지에게 얼마나 큰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말하는데, 하하하하, 나는 아버지를 내가 태어나 처음 겪은 한남이라고 말하는 사람으로서 전혀 '아니올시다' 라고 대꾸하고 싶다. '모든 맏딸이 그렇진 않아' 라는 말이 이 책을 읽는데 무슨 도움이 될까마는, 그렇다고 또 '대부분의 맏딸이 그렇긴 하지' 라고 한다면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고, 그러다보면 이 책을 읽다가 종국에는 '이 책을 내가 왜 읽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차피 이 책 읽는다고 내가 크게 위로 받는 것도 아니고 삶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며, 읽으면서 '어 이건 맞네' 하든가 '이건 아닌데'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부질없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것인가...



사실 이 책도 자기 방향에 있어서 오락가락 하는게 아닌가 싶은게, 우리가 사람이다보니까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면 또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소제목이 <막내 출신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인 꼭지에서, 이런 문장이 나오는 거다.



대부분 맏딸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맏딸 출신으로 조사되긴 했지만 막내 출신과 각별히 친해지는 맏딸도 적지 않다. (p.147)



위의 문장을 읽다가 나는 여러번 갸웃했는데, 대체 쓰나 안쓰나.. 별 의미없는 문장이 아닌가 싶어진거다. 맏딸은 맏딸이랑 친해, 그런데 꼭 그런 건 아니야... 라면, 뭐 어쩌라고?? 이렇게 되지 않나?


아무튼, 나도 꼽아보니 내가 지금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대부분이 맏딸이었다. 게다가 제일 좋아하는 모임은 하하하하 맏딸로만 구성되어 있다. 물론 한 명이 오빠가 있긴 하지만, 오빠 있는 집의 첫째 딸은 맏딸과 같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지만 이 책은 맏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위로 오빠가 있는 딸인 경우에도 맏딸 역할은 여전하다. 이런 딸들은 "오빠는 아무 일도 안 해요."라고 입을 모아 말하면서 무슨 뜻인지 알지 않느냐고 눈짓을 해보인다. 알고말고. 맏아들은 제일 먼저 학교에 입학하고 용돈이나 귀가 시간 등 일상생활의 토대를 닦아둔다. 여동생이 남자들의 세계를 알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노쇄해 보살핌이 필요할 때가 되면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후이다. 그러면 여동생이 맏딸이 되어 오빠의 빈자리를 채우며 책임을 떠맡기 일쑤이다. (p.14-15)




내 모임 구성원들도 맏딸, 내가 금요일에 만나려는 친구도 맏딸, 내가 중국에 같이 여행가려는 친구도 맏딸... 내 주변은 맏딸로만 구성되어 있는가....  아무튼 이 책은 맏딸들의 특성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면 읽어보면 좋다고 하는데, 이 책 읽는다고 뭐가 그렇게 확 인생의 답이 찾아지거나 하진 않는다. 아버지와의 유대감 부분에서는 진짜 좀 짜증났던 게, 대부분의 모든 첫째 딸들은 자기 아버지를 미워하고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맏딸들의 특성이지 않을까. 일전에 페미니즘 공부차 모여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강사분도 그 말씀을 하셨던 거다. 한국에서 태어난 첫째딸들에게 아버지는 미움의 대상이라고. 첫째딸이야말로 자신의 어머니가 왜, 어떻게 고생하는지, 그게 어디에서 오는지 가장 먼저, 가장 오래 보아왔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이 책은 네덜란드 학자들이 쓴건데, 아마도 대한민국이 아닌 곳에서는 그런 걸 볼 일이 없었던 거 아닐까... 아무튼 아버지와의 유대감 같은 거, 나는 아닙니다, 아니고요.




재미있는 건 이성애자인 맏딸의 연애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나는 오래전부터 친구들에게 '누나 있는 남자랑 사귀는 게 제일 낫다'고 말하고 다녔던 바 있다. 여동생 있는 남자랑은 확실히 다르다, 그나마 제일 애들이 좀 인간답게 잡혀있다, 고 나만의 이론을 주장하고 다녔었는데, 이 책에서는 내 주장이 사실이라고 말해주고 있다(자매품으로 '여자상사 밑에서 첫직장생활 시작한 남자가 좀 낫다'도 있습니다). 통계적으로다가. 첫째 딸과 막내아들의 만남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데, 그 막내는 형이 있는 막내랑은 또 다르다. 누나 있는 막내아들이 좋아. 그건 이미 내가 살면서 경험으로 체득한 바 있는데, 책에서도 말해준다. 하하하하. 누나들 밑에서 자란 남자가 그나마 낫다. 



다시 말해 이성애자인 맏딸은 누나 한둘과 함께 자란 막내아들과 가장 잘 맞는다. 형들이 있는 막내아들도 괜찮지만 더 좋은 것은 누나들이 있는 막내라고 한다. (p.183)



내가 살면서 만나본 남자들을 토대로 해 내가 내린 결론이긴 하지만, 누나 있는 남자가 반드시 맏딸한테만 어울리는 건 아니다. 나는 이성애자 여자들이 대체적으로 누나 밑에서 자란 남자들과 사귀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본다. 아무튼, 내가 사귀었던 누나 있는 막내 생각 나면서 아련아련해지는 시간이었다. (응?)




리뷰 쓰려고 하다가 뭔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중신없이 되어버렸는데, 이 책 읽는다고 딱히 뭔가 위로가 되고 힘을 얻고 그런 것도 아니고, 다만 아아, 나만 그런 건 아니고 맏딸들 대부분이 그러는구나,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겠다. 그러나 또 그것이 다가 아닌게, 그렇지만 또 그렇지 않은 맏딸들도 있지..이것도 동시에 알게 되어버려서. 결론 내자면, 많은 맏딸들이 공통된 맏딸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정도가 아닐까. 뭐, 그렇다는 거다. 



아래 문장은 내게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앞으로 살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문장이라 생각돼 인용해둔다.



맏딸인 당신은 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 대해,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 남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책임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남들 챙기느라 기진맥진해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사람들이 당신 없이도 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믿어야 한다. 기억하라. 물론 당신이 하면 조금 더 낫겠지만 어떻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로 물러서 있을 줄 알아야 한다. (p.106)



세상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고 했다. 난 말도 안 된다고,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했다.
-루시 반 펠트Lucy Van Pelt(찰스 슐츠Charles M. Schulz의 만화 <피너츠Peanuts>에 등장하는 맏딸) (p.25 재인용)

2007년 <사이언스Science>지에는 맏아이가 평균 이상의 지능을 보인다는 내용이 실렸다. 전 세계 IQ 평균은 90에서 110 사이인데 맏이들은 이보다 2~3점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IQ 3점은 별것 아니라 여겨질지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결정적 차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p.41)

맏딸들은 결국 비슷한 방향으로 발달하게 된다. 맏딸들은 자기 형제자매보다도 다른 맏딸들과 더 많이 닮았다. 착한 아이, 뭐든 잘 하는 아이가 되어 내 자리를 안전하게 진킨다는 믿음응ㄹ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p.98)

맏딸들은 온갖 잡다한 일들에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 된다. 자녀나 동료들이 남에게 하는 말이든, 남들이 하는 생각이든, 늦은 밤에 베란다에서 나와 우는 이웃집 고양이든, 기후 변화든 다 마찬가지다. 맏딸들은 이 모든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낀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할 때 수많은 맏딸들이 책임감을 언급하는 것도 그래서 놀랍지 않다. 기억도 안 나는 오래전부터 남들의 모범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p.105)

형제자매 관계 1503건(인원수로는 3552명)에 달하는 영국 가구 패널 좌를 바탕으로 학업 열망과 성취도를 살펴본 결과, 부모의 교육 수준과 직업 지위의 영향을 고려한 상황에서도 맏이들은 동생들에 비해 교육받으려는 열망이 7%나 높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맏딸들은 맏아들에 비해 열망이 13% 더 높았다는 점이다. 맏딸들은 야망이 있었다. 삶과 자기 자신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자 했다. 동기부여가 가장 잘된 집단 역시 맏딸들이었다. (p.33-34)

때로 맏딸들은 그런 성실함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오늘은 어떤 일에도 나서지 않겠어, 가만히 앉아서 남들이 나설 때까지 기다릴 거야.‘ 하고 결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젝트 마감 기한이 다가오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면 결국 성실한 맏딸이 떠맡게 된다. ‘좋아, 내가 해주지.‘ 라면서.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아이의 스포츠클럽이든 친구들 모임이든 마찬가지다. 맏딸이 있는 곳 어디서나 맏딸은 필요한 일을 맡아 훌륭하게 해낸다. (p.107)

경계를 확실히 하고 그 경계를 지켜라. 누가 어머니를 위해 장을 볼지, 산책을 모시고 나갈지, 사무실 문을 마지막으로 잠글지 정해라. 무언가 바꾸려는 사람은 자기 입장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Yes‘ 만큼이나 ‘No‘라는 말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운명을 자기 손에 넣은 셈이다. 이렇게 할 수 있어야 성실성은 강력한 자질로 남는다. (p.108)

맏딸들은 전체를 보는 눈과 조직하는 기술을 타고난다. 집으로 들어서기만 해도 무엇이 필요한지 보이고 곧 일을 분배할 수 있다. 사람들은 불평이나 질문 없이 맏딸의 지시를 따른다. 그 의견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맏딸의 권위는 인정받는다. 물론 맏딸은 자신이 리더라고 전혀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늘 하던 일을 할 뿐이니 말이다. 늘 총대를 메는 것은 맏딸이다. 아니면 다른 누가 한다는 말인가?
농담조로 자신을 프로 간섭꾼이라고 부르는 맏딸들도 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남들 일에 관여를 한다. (p.108-109)

1985년에 출간된 책 [나는 왜 나인가The Birth Order Book)에 소개된 결과를 보자. 외동이나 첫째 집단에서는 예외 없이 누군가가 쪽지를 집어 들고 읽었다고 한다. 둘째나 막내 집단에서는 누구도 쪽지를 먼저 집어 들지 않았다. 둘째들은 늦게라도 그럭저럭 과업을 따라갔지만 막내들은 잡담에 빠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고 한다. 첫째와 외동들은 훌륭한 발표를 한 반면 둘째는 간혹 훌륭했고 막내들은 그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자기는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내들에게 말해줘야 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결국은 모든 참석자들이 자신들이 정확히 출생 순위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깨닫고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맏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과업을 해냈던 반면 막내들은 누군가가 할 일을 알려주기까지 기다리면서 놀고 있었던 것이다. (p.10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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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2-1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맏딸인데, 언제부터인가 아 내가 맏이라서 가지게 되는 특성이라는 게 있구나 라는 걸 느껴요. 실제로 친한 친구들도 맏딸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구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가끔, 둘째나 막내면 좋았겠다. 훨씬 자유로왔겠다 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죠..^^;;;

다락방 2019-02-18 10:44   좋아요 0 | URL
맏딸은 맏딸을 알아보는걸까요, 비연님? 비연님 맏딸, 저도 맏딸, 밑에 유부만두 님도 맏딸.. 지금 이 공간의 모두가 맏딸....

유부만두 2019-02-17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맏딸.... 흠...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어요.

다락방 2019-02-18 10:44   좋아요 0 | URL
아아, 제 주변엔 왜 이다지도 맏딸들만 많단 말입니까! 그건 제가 맏딸이기 때문입니까!
 
















레이철과 브라이언 델라크루아는 마지막으로 이메일이 오가고 여섯달 후 봄, 사우스엔드의 바에서 다시 우연히 마주쳤다.

그는 그곳이 자기 아파트에서 몇 블록 거리였고 그날 밤, 여름이 다가오는 게 느껴진 첫날, 길거리에서 습기와 희망의 냄새가 났기 때문에 거기에 오게 되었다. 그녀는 그날 오후 이혼을 마무리 지은 후라 용기를 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 바에 갔다. 그녀는 대인공포가 악화되는 것이 걱정되었으며 그걸 극복하고 싶었고, 자신의 신경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날은 5월이었고, 초겨울 이후로 그녀는 거의 집을 나서지 않았다. (p.131)





나는 어릴적부터 한결같이 여름을 좋아했지만, 봄이 오는 무렵 역시 좋아했다. 겨울에서 봄으로 막 바뀌려는 때, 바로 그 때. 그러니까 지금 같은 때. 그 때는 공기가 달라지는 걸 느낀다. 봄냄새라 일컬을만한 그 무엇, 그 어떤 냄새가 공기중에 떠돌고, 어? 봄이 오는 냄새네? 하면서 봄이 오려고 하는구나, 설레이게 된다. 나는 겨울의 추위에 대해서라면 힘들지 않지만 겨울이 가져오는 건조함이 싫고 어두움이 싫다. 출근길도 어둡고 퇴근길도 어두운 게 싫어. 그런데 며칠전부터 퇴근하려는데, 이전만큼 어둡질 않았다. 아, 계절이 바뀌는구나. 계절이 바뀌고 있어!


'브라이언 델라크루아'는 여름이 다가오는 걸 느끼고 '습기와 희망의 냄새'가 났다고 한다. 나는 그게 뭔지 너무 잘 알겠어! 내가 봄이 오는 걸 느낄 때, 그 때 봄이 오는 냄새가 난다고 하는, 바로 그런 게 아닐까. 계절이 바뀌는 걸 냄새로 알고 또 느끼다니, 브라이언이 좋아졌다. 당신,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그런 사람이군요!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좋다. 아, 빨리 여름이 왔으면! 아무리 땀이 많이 나도, 아무리 뜨거워도, 나는 여름이 좋아!




하지만 봄이 왔고, 느긋하고 밝은 목소리가, 아이들이 지르는 소리가, 인도를 굴러가는 유모차 바퀴 소리가, 방충망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길거리에 돌아왔다. (p.132)




계절이 바뀌면 냄새로도 알고 보이는 것들로도 알고 소리로도 안다. 산책하노라면 푸릇푸릇한 풀과 나무들이 모습을 보이고 꽃들도 서서히 피기 시작하니까. 일자산에 가면 새들도 시끄럽게 울곤 한다. 매미랑 귀뚜라미가 겨울에는 울지 않잖아요. 나는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게 진짜 너무 좋다. 내가 그걸 느낄 수 있어서 좋고, 그걸 느끼는 사람들이 좋아.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것이라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도 느껴지는 게 아닐까.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내가 알고 느끼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이 눈치채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들켜버리는 것.

브라이언은 처음 만난 후부터, 자주 만난 것도 아니고 또 어쩌다 우연히 만나게 되면 만남과 만남사이 텀도 길었지만, 그러나 레이첼을 사랑하고 있다. 푹 빠져있어. 그렇다고 그녀에게 사귀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는 또 유부남이기도 했어. 그저 뉴스에 나오는 그녀를 보거나 어쩌다 마주친 그녀를 보게되었을 때 반가워할뿐. 한 번은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녀를 대하는 그가 뭔가 서두르는 것 같고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반 년이 지나 그를 우연히 만나서 그 때의 일을 묻는다. 그 때 왜 그런거냐고.



"이혼으로 가는 중이었지만 당시엔 유부남이었죠. 그리고 세일즈맨이고, 그 결혼을 도덕주의자 고객에게 팔던 참이었고요."

"거기까진 알겠어요."

"그러던 중 당신이 길거리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걸 봤고 내가 먼저 선수를 치지 않으면 그가 알아보겠구나 싶다 보니, 진짜 초조할 때 그러듯이 잔뜩 흥분해서 완전히 망쳐버린 거죠."

"그가 알아본다는 거요, 뭘 알아봐요?"

그는 고개를 갸웃 기울이더니 그녀를 향해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정말 그 말을 해야 해요?"

"설명을 해야 알죠."

"당신한테 끌리는 내 마음이죠, 레이철. 헤어진 아내가 그걸로 트집잡곤 했어요. '또 뉴스에 나오는 당신 여자친구 봐?' 친구들도 알았죠. 내가 비콘 가 한복판에서 멍청하게 입 벌리고 있었으면 잭 아헌도 감 잡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치코피에서 만났을 때부터요. 왜 이래요."

"당신이야말로 왜 이래요. 난 몰랐는걸요."

"아, 어, 그렇군요. 하기야 당신이 왜 그러겠어요?"

"말을 하지 그랬어요."

"이메일로? 그 그림처럼 완벽한 남편하고 같이 읽으라고?"

"완벽괴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나야 몰랐죠. 게다가, 난 유부남이었고."

"부인은 어떻게 됐어요?"

"헤어졌어요. 캐나다로 돌아갔죠." (p.151)




레이철은 브라이언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런 기미가 딱히 보이지 않았으니까. 레이철은 열심히 일을 해서 커리어를 쌓아갔고, 직장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도 했다. 레이철은 잘 나가는 것 같았는데, 전쟁을 보도하는 동안 공황장애가 찾아왔고, 눈 앞에서 죽음을 보면서 커다란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됐다. 커리어는 무너졌고, 커리어가 무너짐과 동시에 남편은 그녀를 떠나갔다. 그가 좋아했던 건 그녀가 아니라 앞으로 그 커리어로 성공해서 자신에게도 어떤 도움이 될 것 같은 그녀였다. 이렇게 공황장애를 앓고 힘들어하고 외출을 하지 못하는 그녀가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고 바에 들렀다가 6개월만에 우연히, 브라이언을 만나게 된 것. 그런 브라이언은 그 사이에 그녀를 사실 좋아하고 있었음을, 그리고 자신이 유부남이었다가 이혼하게 됐음을 얘기했다.



브라이언과 레이철이 처음 만나고난 후 그들이 서로에게 호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애시당초 레이철이 어린 시절부터 궁금했던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사설탐정인 브라이언을 찾아가게 되어 둘이 아는 사이가 되었는데, 브라이언은 그 일을 진행해주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그들 사이의 접점은 사라져버린 거다.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 브라이언은 레이철에게 이메일을 보냈었다. 자신이 커리어를 망쳤다고, 자신은 이제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자신의 뉴스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때에, 브라이언은 '너만큼 진실한 사람은 없다'며, 그녀의 뉴스를 보고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은 그러니까, 호감을 넘어선 사랑이었던 것. 브라이언은 다른 여자랑 결혼해 살고 있었지만, 그녀를 향한 호감을 아내에게 들켜버리고 만다. 무엇이 먼저인줄은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아내랑 이혼했으니까. 레이철 역시 브라이언의 존재를 알고, 어쩌다 그에게 이메일을 받으면 시니컬하게 답장을 하면서, 다른 남자랑 결혼해 살고 있었다. 그러다 이혼을 했고. 이렇게 다시 싱글이 된 브라이언과 레이철은 재회하게 된다.



그들이 처음부터 서로 싱글이며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했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이미 모든 일들이 벌어져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런 것들을 가정한들 무슨 소용일까. 다만 어떤 사람들은, 어떤 실패들을 경험한 뒤에, 어떤 상처들을 경험한 뒤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자신 역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운이 좋고 나쁜 것과도 또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아주 빨리, 어린 나이에 자신의 상대 옆에 착- 하고 안착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돌고 돌아, 저기 멀리까지 갔다와서, 또 마음에 많은 스크래치들을 내고나서야 안정을 찾게 되기도 하니까.



브라이언이 아내가 있었을 당시,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 레이철을 좋아했다는 걸 그의 아내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는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들켰을까. 나는 브라이언이 그 자리에서, 아내 앞에서 뉴스를 보며 '레이철 너무 좋아, 짱이야, 레이첼 만세' 라고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브라이언은, 자신이 유부남이니까, 자신의 마음은 드러나서는 안되는 거니까, 게다가 아무리 이혼할 거라 해도 어쨌든 아내 앞이니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뉴스에 나오는 레이철을 보았을 것이며,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달랐던거야. 다름이 있었기 때문에 아내는 그가 그녀를 향한 특별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걸 짐작하게 되었을 것이고, 브라이언은 들켰을 것이다. 그조차도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두려워하지 않나.


그렇다면, 그가 아내와 사이가 나빴다고는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 그리고 생각 속에 레이철이 있었다면, 브라이언이 함께 산 건, 옆에 육체적으로 함께 있는 아내가 아니라 레이철이 아니었을까? 나는 뉴스를 보면서 아내에게 마음을 들켜버린 장면에서, 레오와 에미가 툭, 생각나버리고 말았다. 레오는,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자신에게 애인이 있지만, 자신이 함께 산 건 에미였음을.



파멜라가 이곳으로 오기로 한 거죠. 그런데 내가 그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에미 당신이랑 보냈어요. 그사이에 내가 공간을 떠나 누구 곁에 있었을까요? 에미 당신 곁에 있었어요. 내가 나의 비밀스러운 내면에서는 누구랑 살았을까요? 에미 당신이랑 살았어요. 언제나, 오로지 당신과 함께 였어요. 그리고 내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환상에 등장하는 하나의 얼굴 또한 당신 얼굴이었어요. (p.334-335)




레오에겐 파멜라 라는 애인이 있었다. 그리고 좀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는 파멜라가 레오를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오기로 했다. 그러나 레오는 그 기다림의 시간을 에미랑 보냈다. 에미랑 만나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이메일만 주고 받았을 뿐. 그저 이메일로 대화를 했을 뿐인데, 레오는 그것이 우리가 곁에 있었던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것이 내면에서 에미랑 살고 있던 것이란 걸 깨닫는다. 진실한 대화란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우리가 함께한다는 건 그 내면을 나누는 일일 테니까. 내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보이는 것, 물론 백프로를 드러낼 수는 없겠지만,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같은 걸 느끼노라면, 그것이 타인에게도 보이는 게 아닐까. 그렇게 레오가 에미에 대한 마음을 스스로 깨달았다면, 레이철에 대한 브라이언의 마음은 그의 아내가 눈치챘다.




6개월만에 싱글로서 당당히 레이철과 재회하게 된 브라이언은, 눈앞에서 그녀를 놓칠까봐 겁난다. 그녀가 그냥 사라져버릴까 겁나. 그래서 얘기한다.



"나를 스토커로 여기고 발걸음을 빨리한다고 개인적인 모욕으로 여기진 않을게요. 약속합니다. 그냥 여기 이대로 서서 다시는 당신을 만나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멈춰 섰다. 돌아섰다. 그녀가 삼십 초 전에 지나쳤던 골목 어귀에 서 있는 그를 보았다. 그는 두 손을 모으고 가로등 아래 서 있었고, 움직이지 않았다. 정장 위에 레인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저녁 조금 더 있다 들어갈 거라면, 열 걸음 뒤에서 따라가면서 어디든 당신 원하는 곳에서 한잔 살게요."

그녀는 오랫동안 그를 쳐다보았다. 가슴 속 참새가 파닥거림을 멈추고 굳었던 목덜미가 풀렸음을 깨달을 만큼 오랫동안. 집에서 문을 닫아 걸고 안전하게 있었을 때만큼 평온한 기분이었다.

"다섯 걸음으로 해요." 그녀는 말했다. (p.145)


다섯 걸음... 뭘까?

원, 투, 쓰리, 포, 다섯걸음....

사랑에는 다섯걸음.....



계절이 바뀌는 것도 느낄 수 있지만, 내가 바뀌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나를 둘러싼 것이 바뀌는 기운. 이를테면 사랑이 시작될 때, 사랑에 빠져들 때. 그러니까 나에게 누군가가 생기려 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상대가 되고자 해서, 그래서 우리 사이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될 때, 우리는, 적어도 나는 그것이 느껴진다. 아, 나를 둘러싼 공기가 바뀌는구나, 나를 둘러싼 기운이 바뀌고 있어.

바로 저 장면에서, 레이철도 느끼지 않았을까. 아, 바뀌겠구나, 바뀌겠어, 나를 둘러싼 공기가 이제 바뀔 것 같아.



그들은 연인이 된다.



"대부분 경우 난 자신 있어요. 이성적인 어른으로서의 나? 자기 일 알아서 챙겨요. 다만 한밤중에 어두운 바에서 나 자신의 좋아하지 않는 점에 대해 묻는 여자만 접근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가 있거든요." (p.155)



나는 이 '아주 작은 일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결정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아주 작은 일부. 다른 사람이 접근하려 한다면 짜증이 나고 방어벽을 세우게 되고 정이 떨어지게도 되는 그런 부분이, 어느 한 사람에 대해서라면 한없이 포용하게 되는, 그런 일부. 그 접근이 싫지 않은, 허락을 하게 되는 그런 일부. 그런 아주 작은 일부가 사실은 사랑을 결정하게 되는 아주 큰 부분이 되는 것이고, 그 작은 일부를 느낄 때, 아 나를 둘러싼 공기가 달라지겠구나, 를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데니스 루헤인'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다. 그간 읽은 두 권의 책은 그의 명성을 익히 들었음에도 내게는 딱히 재미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다. 바로 다음장이 궁금해 계속해서 책장을 넘겨야만 했다. 끝부분이 영 마음에 안들긴 했지만, 뭐랄까, 끝에가서 맥이 풀린 듯한 느낌이긴 했지만, 끝에 가서는 좀 이해도 안되긴 했지만, 그래도 엄청 재미있게 읽었다. 이것은 표면적으로 사기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러나 본질적으로 사랑 이야기. 데니스 루헤인이 이런 사랑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인줄은 내가 몰랐네? 덕분에 데니스 루헤인의 다른 책들도 더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빨리 봄이 되고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조금 더 밝아지고 조금 더 환해지고 조금 더 다채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색색깔로 활짝 피어있는 꽃들을 보고 그러다 이내 뜨거움이 찾아들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생기있게 살아갈 수 있을텐데.


결국은 브라이언과 레이철이 사랑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어떤 사람들은 기어코 언젠가는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

시링하게 될 줄 알았어, 우리 처음 만난 그날에.












그녀는 옆으로 비켜섰고 레이철은 딱 학자 부부의 집처럼 보이는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과 거실 벽과 부엌 창문 아래를 차지한 책장, 화사한 색의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졌지만 전혀 덧칠하지 않은 벽, 제3세계 국가에서 가져온 제각각 다른 상태의 여러 도자기 상과 가면, 벽에 걸린 아이티 미술품. 레이철은 어머니를 따라 이런 집을 수십 군데 다녀보았다. 거실 붙박이 선반에 꽂힌 레코드판이 무엇일지, 욕실 바구니를 점령한 잡지는 무엇일지, 부엌 라디오는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채널에 고정되어 있으리라는 겄까지 그녀는 다 알았다. (p.52)

새삼스레 그를 잃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했듯이, 인생은 분리의 연속이라는 오랜 의심이 다시금 떠올랐다. 인물들이 무대에 나오고,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나오긴 하지만, 결국엔 다들 퇴장한다.
세워놓은 차까지 와서 그녀는 그의 집을 돌아보았다. 지금까지 고마웠어요, 친구로 있어 줘서. 그녀는 생각했다. (p.94)

사람이 평생 매일 사진을 찍어도, 여전히 자기 진실을- 핵심을 보는 이들에게서 감출 수 있으리라고 그녀는 짐작했다. 어머니는 그녀 앞에 스무해 동안 매일 섰으나 레이철은 어머니가 보여주려고 마음먹은 것만 알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 앞에 4*6, 5*7, 8*10 사이즈의 초첮 맞고, 초점 나가고, 노출 과다, 조명 부족한 사진들 속에서 아버지가 그녀를 마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는 알 수 없는 존재였다.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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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번과 마녀》는 각 장이 시작할 때마다 인용구들이 삽입되어 있다. 2장 <노동축적과 여성의 지위하락>에 삽입된 인용구(p.98)는 이것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서 파편화된 상품이었다. 그녀의 감정과 선택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와 심장은 등뼈와 손에서 분리되어 있었고, 자궁과 질에서 분열되어 있었다. 그녀의 등뼈와 근육은 밭일로 내몰렸고, 손은 백인을 간호하고 양육해야 했고, 그의 성적 즐거움에 봉사하는 그녀의 질은 자궁으로 가는 통로였으며, 자궁은 그가 자본을 투자하는 장소였다. 성행위가 자본투자 행위며, 그 결과 태어나는 아이는 축적된 잉여였다 …….

-바바라 오몰라드, 「암흑의 핵심」, 1983



나는 저 바바라 오몰라드의 문장을 읽고 흥분해, 저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냥 모든 게  다 들어있지 않은가!! 아마도 단편이거나 한 게 아닐까, 아니면 논문인걸까. 검색창에 '암흑의 핵심'을 넣어봤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만 수두룩하게 나오더라. 그래서 '바바라 오몰라드'를 넣고 검색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 몰라 네이버에 넣고 검색했지만, 그래도 나오지 않았다.



'바바라 오몰라드'는 누구이며, 저 인용문의 출처는 도대체 내가 어떻게 읽을 수 있는 것인가. 원서라도 똭- 검색이 된다면 아무 출판사에나 들이밀고, 이 책 좀 내주시면 안될까요, 해볼 수 있을텐데 아무것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혹시, 어쩌면, ㅁㄹ 님은 아시지 않을까.....(  ")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캘리번과 마녀를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다. 포스트잇 붙여가면서, 색연필로 밑줄 그어가면서. 그런데 이 색연필..아마도 그 뭣이냐, 무슨 어린이책 살 때 굿즈로 받았던 것 같은데, 타미 줄까 하다가 그냥 내가 쓰고 있는데, 너무 좋다! 하나의 색연필 안에 여러가지 색깔이 들어 있어서 밑줄 그을 때마다 색이 다르고, 줄 쳐지는 느낌도 좋아서 공부하는 느낌이 아주 제대로인거다. 앞으로 밑줄은 이 색연필로만 긋고 싶은데, 그런데 이런 색연필은 도대체 뭐라고 검색해서 사야 하는건지를 모르겠다. 내게는 형광펜이나 볼펜보다 훨씬 좋은 것이다!!




이런 색연필 뭐라고 검색해서 사는건가요? 혼합색연필? 믹스컬러 색연필? 알 수가 없다... '컬러는 우리안에?' 아, 모르겠다.....다 가진 색연필? 아..모르겠다.....



아무튼 바바라 오몰라드의 암흑의 핵심이 궁금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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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2-1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색연필로 줄긋기 하는데... 이게 형광펜이나 볼펜과는 또 다른 맛이라. ㅎㅎㅎ 아 이 책도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19-02-12 09:53   좋아요 1 | URL
맞아요. 또 다른 맛 ㅋㅋㅋ 이걸로 밑줄 그으면서 보는데 막 공부하는 느낌 들고 너무 좋아요! ㅋㅋㅋ 쟁여두고 싶어요.
비연님도 이 책 읽으세요!
근데 전 이 책 어렵네요 ㅠㅠ

단발머리 2019-02-1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저 색연필에 빠져서는 읽고 있는 모든 책을 빨주노초파남보로 아름답게 색칠하였더랬죠.
근데 이름을 모르겠네요, 무지개 색연필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같은 마음으로 ㅁㄹ님을 기다려봅니다^^

다락방 2019-02-12 09:54   좋아요 0 | URL
오오.. 무지개 색연필? 그건 또 생각도 못해봤네요. 무지개 색연필로 검색해야겠어요. 어쨌든 검색해서 찾게 되면 쟁여둬야 겠어요. 저 색연필 밑줄 그을 때마다 완전히 다른 색들의 향연이라 너무 씐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쯤되면 줄긋기 위해 책을 읽는 건 아닌지.... 흐음...


ㅁㄹ 님이 답을 주시지 않을까, 저도 기다려봅니다. 많은 것들을 아시는 분..이것도 아실 것 같은데 ㅠㅠ

다락방 2019-02-12 09:57   좋아요 0 | URL
꺅 >.<
단발머리님, 무지개 색연필로 검색하니 나왔어요. 막 주문을 마친 상태입니다. 저 스무개 주문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2-12 10:04   좋아요 1 | URL
진짜요????? 진짜 무지개 색연필이었어요? 생각나는대로 붙인 이름인데, 그게 맞았단 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막 던졌는데 그게 맞는 말이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무개 주문했다면.... 한 자루 있으면 10권, 아니 20권은 줄 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이십 곱하기 이십??
400권 확보!! 와~~~ 스케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12 10:07   좋아요 0 | URL
아 취소하고 열 개로 줄여야겠다. 이놈의 스케일은 그냥 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02-12 11:16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하나 있는데.. 라고 반가운 마음에 쭈욱 읽다보니.. 락방님. 20개.. 아니 줄여서 10개 주문..헉.

비연 2019-02-12 11:18   좋아요 0 | URL
https://smartstore.naver.com/dnara/products/3845185740?NaPm=ct%3Djs14zfk8%7Cci%3Dda2d213fac09d9fbcde8b1640fa683f51e80a8ed%7Ctr%3Dslsl%7Csn%3D583975%7Cic%3D%7Chk%3Dbaea878b90eba1aae60dcd9a5ad05e7ab6822d9d

이런 거죠?

다락방 2019-02-12 11:19   좋아요 1 | URL
네네 줄여서 10개 주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링크 올리신 바로 그곳에서 샀어요. 네이버페이로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2-12 11:21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의 거침없는 주문을 부른 나의 소소한 기억력이 새삼 자랑스러운 아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12 11:34   좋아요 0 | URL
지름신을 몰고 오셨습니다,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02-1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영부영하다가.. ㅜㅜ 베트남에서 못 읽으셨던 다락방님 보다 더 늦네요..
빠르게 합류.. ^^:; 해서. 곧 따라 갈께요.

어? 저도 저 색연필을 단발머리님 말처럼 무지개색연필로 알고 있어요.

다락방 2019-02-12 10:01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읽고 얼른 글 좀 써주세요. 저는 이게 좀 어려워서요.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야 비로소 좀 이해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이 책 진도가 잘 안나가요. 제게는 백래시, 페미사이드,우리의의지에 반하여 보다 이 책이 더 어렵네요. 제 지식이 너무 얕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여러방면에 지식을 갖고 있어야할 것 같더라고요.

저건 무지개색연필로 검색했더니 나와서 왕창 주문해버렸어요 ㅋㅋㅋ

블랙겟타 2019-02-12 10:12   좋아요 0 | URL
네. 저라고 딱히 다락방님의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요...ㅎㅎㅎㅎ^^;;
오늘부터 많이 읽어서 얼른 글 쓸게요.

아 무지개색연필이 맞았네요 ㅎㅎ 그런데.. 응? 스,,스무개?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12 10:17   좋아요 1 | URL
방금 정신차리고 열개로 줄여서 다시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9-02-1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서 무지개 색연필 검색

다락방 2019-02-12 12:20   좋아요 0 | URL
공부가 잘되는 느낌적 느낌입니다.
(필기구 탓하는 건 공부못하는 사람의 전형적 특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2-12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들은 마치 <색연필과 마녀> 페이퍼에 달림직한 것들이네요 ㅎㅎㅎㅎㅎ 그 경우 마녀는 단발님인가 다락방님인가.....

다락방 2019-02-12 13:32   좋아요 0 | URL
우리 둘다 마녀하는거죠. 이곳은 마녀의 세계. 웰컴투 마녀월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바 2019-02-12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는 여기서 시작된 건가요?ㅋㅋㅋㅋ 다락방님 글을 보니 저도 바바라 오몰라드가 궁금해 검색해보았습니다.

바바라 오몰라드가 쓴 ‘암흑의 핵심‘은 1995년에 발표된 에세이네요.
https://philpapers.org/rec/OMOHOD
https://alanahpierce.wordpress.com/2011/04/05/hearts-of-darkness-by-barbara-omolade/

간단한 바이오그래피는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archives.qc.cuny.edu/finding_aids/Omolade
https://www.sarahlawrence.edu/archives/collections/finding-aids/b/barbara-omolade-papers1.html

다락방 2019-02-12 15:41   좋아요 0 | URL
에이바님, 아니, 에이바님 아니십니까! 에이바님!! (일단 와락- 끌어안는다) 반가워요 ㅠㅠ

링크해주신 걸 구글번역을 통해 내용 봤거든요. 와, 엄청 흥미로운데(얼마전에 읽었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생각도 나고요. 거기서도 흑인여성에 대한 성착취-노예를 더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도-가 나왔었거든요), 국내 번역본은 없는가보네요. 이런 것 좀 국내에서 번역해서 내주면 좋을텐데요.

그나저나 저는 어떻게 검색해야할지도 몰랐는데 이렇듯 링크를 척- 주시니 감사합니다, 에이바님. 후훗.

단발머리 2019-02-12 15:54   좋아요 0 | URL
저도 ‘암흑의 핵심‘은 콘래드 밖에 몰라서 궁금했는데 와우!!

이런 링크 너무 고급져요.
저도 얼른 따라가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9-02-12 15:5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번역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진짜 간절하게 들어요. 흑흑 ㅠㅠ

단발머리 2019-02-12 16:01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 전화하시면 어떠실런지요.....
저는 아직 안 읽어봤지만 그런 마음이 아주 강하게 드네요. ㅠㅠ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다시 여름, 한정판 리커버)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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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에 류근 시인 산문집 읽고 대실망 했었는데 박준은 그보다 낫지만, ‘남자 시인의 산문집’은 읽지 않는 걸로 결정했다. 박준은 시만 읽고 류근은 시도 안읽어야지. 이병률도 아무것도 안읽어야지. 이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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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2-12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톤 산문집도 싫었어 ㅎㅎ

단발머리 2019-02-12 07:42   좋아요 0 | URL
좋아요, 하는 쓸쓸한 마음...
다락방님 조언에 나도 에피톤 안 읽을꺼야 결심하는 아침. 다락방님, 굿모닝^^

다락방 2019-02-12 15:45   좋아요 0 | URL
그 책 안읽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어요. 패쓰하세요 ㅎㅎ

보물선 2019-02-12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오글거리시나요? ㅋㅋ

다락방 2019-02-12 08:53   좋아요 4 | URL
뭐랄까, 남자시인들 특유의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오글거리고 찌질한 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제 취향 아닌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왜 그 노래 있잖아요, 김건모의 <미안해요>

그대여~ 밥 한 번 못사주고 미안해요~ 이러는 거. 밥도 못사주는 찌질함에 미안하다고 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물선 2019-02-12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그러네요. ㅎㅎㅎㅎ

뒷북소녀 2019-02-1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에피톤도 산문집 있었어요?ㅋㅋ 저는 이석원도요.

다락방 2019-02-14 13:25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이석원 한 권 읽고 제 타입 아니다, 멀찌감치 밀어버렸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