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Drowning Pool '익사의 웅덩이'라는 뜻으로, 봉건 시대 스코틀랜드의 법에 따라 여성 범죄자들을 처형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 웅덩이나 우물을 가리킨다. 16-17세기 마녀 재판이 횡행하던 시절에는 마녀로 고발당한 여성의 유무죄를 시험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물에 빠뜨려진 여성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닌 것으로, 물 위로 뜨면 마녀로 간주되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p.7)



마침 페미사이드를 읽던 중에 고른 책은, 첫 페이지부터 '드라우닝 풀'에 대해 나온다. 잘못이 있든 없든 여자를 죽여버리는 웅덩이. 잘못하지 않으면 물에 빠져죽고 잘못했으면 마녀이므로 처형당하는. 이 얼마나 끔찍하고도 오랜, 여성을 죽이는 참혹한 역사인가.



마을에 있는 드라우닝 풀에서 여자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다. 자살한 여자의 딸조차도 '엄마가 뛰어내린 거다'라고 얘기하지만, 그러나, 그녀가 정말 자살한 것일까? 그녀는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려 한것일까? 불과 몇 년 전에는 딸의 친구도 드라우닝 풀에서 자살했었다. 이 사건은 그 사건과 같은 것인가? 여자들은 왜 그곳에서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가? 내가 '스스로' 그 물속으로 걸어들어갔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 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인가?


이 과정에서 '에린'이라는 타지역의 경찰이 와 수사에 협조한다. 마을 사람들은 특히나 경찰이었던 마을의 유지-늙고 권력있는 남자-는 그녀를 배척한다. 그녀가 동성애를 저지르다 좌천되었으므로 마땅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그 전에 어떤 짓을 저질렀는가?



니키, 마크, 쥴스, 에린, 패트릭, 조시, 리나, 헬런 등등, 많은 사람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이 사람이 저 사람이구나 라고 고정되어 흐름을 따라가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던 터라, 나는 이렇게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딱히 좋지는 않다'고 이 책을 읽어나가다가 책장을 덮게 되면 수많은 생각들이 아주 오래 머릿속에서 섞여든다.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가?

마을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알려진 사람들, 심지어 존경까지 받는 사람이, 그러나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그 자신을 포함해 다른 몇 명만이 알고 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비난할 수 있는 시점을 가진 사람 조차도 또 누군가에 대해서는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좋은'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인가?


미투 폭로를 비롯해 누군가 성폭행했다는 진실이 바깥으로 드러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착한 사람인데' 라며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가해자의 편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면을 보여줬던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은 그저 '좋기만' 한 사람일까? 

또한,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겐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된다면, 그렇다면 그 사람은 '왜'그런 일을 하는걸까?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변명의 여지가 될까? 

성인 남성이 십대 소녀와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말을 한다. 자신은 미성년자를 성적대상으로 보는 걸 끔찍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평소에 그런 사람들을 욕했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렇지만 이건 진짜 사랑이었다고. 이것이야말로 진실된 사랑이지만, 세상이 자신을 미성년자 성폭행범으로 몰아갈거고 그렇게 감옥에 가게되면 자신은 끔찍한 취급을 받게 될거라며 두려워한다. 그의 연인이었던 십대 소녀는 자신 역시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성인이 되지도 못한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사랑 이란 이름으로 용서할 수 있는 것일까? 자신들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었다면, 왜 그들은 그 사랑이 세상에 드러날까 두려워 한 쪽의 죽음으로 그 관계를 끝내야 했을까?


강간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페미니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강간과 성폭력을 다룬 책들도 많이 읽게 되었는데, 많은 여자들이 자신이 당한 것이 강간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주변에서 지인이 자신이 당한 것을 전혀 강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걸 보고 나는 너무 화가났었는데, 자신이 강간당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넌 강간당한거야' 라고 말하는 것은, 해도 되는 일인가? 나는 아무 말도 못했지만, 이 일은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뭐가 복잡해요? 뭐가 그렇게 복잡했는데요?"

"어머니가 언제 돌아가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안 그래도 힘든 부모님한테 짐을 더 얹어드리긴 싫었어."

"그래도......강간당했잖아요. 범인은 감옥으로 가야죠."

"그땐 그런 생각도 못했어. 어렸으니까. 지금 너보다 더. 나이뿐만이 아니야, 난 순진했고, 너무 미숙했고, 어리석었어. 요즘 너희들은 합의가 없으면 무조건 강간이라고 말하지만, 그땐 그런 얘기도 잘 안 하던 시절이었어. 그래서 난...."

"그가 그런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내가 제대로 이해를 못 했던 것 같아. 진짜 무슨 일을 당한건지 몰랐던 거야. 강간이라는 게, 못된 어른이 한밤중에 갑자기 골목길에서 튀어나와서 나를 덮치고 목에다 칼을 대는 건 줄 알았지. 남자애들이 그럴 줄은 몰랐어. 로비처럼 잘생기고, 마을에서 제일 예쁜 여자아이들이랑 어울려 다니는 남학생하고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지. 우리 집 거실에서 나한테 그런 짓을 하고는 좋았느냐고 물어보는 게 강간일 줄은 몰랐어. 난 그냥 내가 뭘 잘못했나 보다, 싫다고 확실히 말했어야 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지" (p.459-460)





마찬가지로, 강간의 가해자 역시 자신이 강간의 가해자인줄 모르고 살고 있다는 데에 더 끔찍해졌다. 나는 너에게 자비를 베풀었지, 너는 나를 욕망했잖아, 라는 대응은, 평생을 강간의 피해자로 살며 고통스러워 한 여자에게 참담한 고통이었다. 이 새끼, 평생 강간에 대한 죄책감없이 살아왔구나, 나는 이렇게나 괴로웠는데.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자신이 강간의 가해자인줄 모르는 채로 살고 있을까. 



그리고 십대의 여자아이.

결국 해야할 말을 하는 것이 십대의 여자아이라는 것이 상징적이다.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 벌어졌던 일들. 그리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감추어졌던 것에 대해서 '그러면 안되는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십대의 여자아이라는 것은 좀 희망적이지 않은가.



"이해를 못하겠어요. 항상 여자들만 탓하는 이모 같은 사람들, 정말 이해가 안 돼요. 두 사람이 똑같이 나쁜 짓을 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여자라면 무조건 그 여자 탓이죠. 그렇죠?"

"아니야, 리나, 그런 게 아니야,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왜 아내들은 항상 상대 여자를 원망해요? 자기 남편을 원망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자기를 배신한 것도, 평생 사랑하고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것도 남편인데, 절벽에서 떠밀어 죽이려면 자기 남편을 죽여야 하지 않아요?"  (p.461)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내가 아무리 정의롭게 살려고 해도 어딘가에서 나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줄스가 끝까지 언니를 미워했던 것은, 자신의 강간에 대해 언니가 피해자의 탓을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스가 아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줄스는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은 채로 언니를 오래 미워했다. 줄스가 미워해야 했던 것은 언니가 아니라, 언니의 남자친구 였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이, 미움의 상대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을까. 나 역시, 오래 그랬다.

'대니얼'은, 드라우닝 풀에 대한 역사와 마을이 감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는 입을 막아서도 침묵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성인 남자가 어린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면 안되는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 모든 것들을 '옳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서 전적으로 좋기만 한 사람이었을까? 계속해서 자신을 미워하는 동생에게 대화를 시도하려는 사람이긴 했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잘못을 저지르고 살았다.



남자들이 끔찍하게도 여자들을 미워하는 이야기가 책 속에 있다. 전형적으로 여자를 성녀로 만들고 자신의 말을 잘 듣는다면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늙은 남자. 그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런 여자들에게는 가차없다. 잔인하고 끔찍한 남자. 그러나 그런 남자가 비단 그 하나뿐일까?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세대가 다른 여자들이 연대한다.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희망은, 그런 식으로 찾아오는 게 아닐까. 


작가의 전작, [걸 온 더 트레인] 보다 나는 이 책이 더 좋았다. 이 책 한 권으로 '폴라 호킨스'는 여성작가만이 할 수 있는 말들을 다 해냈다. 가스라이팅, 페미사이드, 성폭력, 연대, 가부장제, 성소수자, 성차별까지. 그리고 어긋난(혹은 지나친) 사랑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게 되는지도. 책장을 덮고나서야 이래서 여성작가의 책을 읽어야 하는 거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툭, 툭, 생각해야 할 것들이 떠오른다. 이 책이 그렇게했다. 다우닝 풀로 몸을 던진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이 모든 이야기들을 작가는 풀어냈다. 



'다이애나 러셀'과 '질 래드퍼드'의 [페미사이드]를 읽다보면 나오는 사례들이 이 책안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실제 바람핀 게 아닌데도 자신의 오해만으로 여자를 죽이는 남자, 사랑했지만 죽이는 남자. 여성을 죽이는 끔찍한 역사는 이토록 오래 반복되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연구하고 책으로 써내는 사람들이 있고, 이야기의 힘을 빌어 그 역사를 다시 꺼내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페미사이드]의 결론은 어떻게 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투 더 워터]에서처럼 희망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세대의 여자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연대하고,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발언하면서, 그러면서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이곳은 수백 년 동안 리비 시턴, 메리 마시, 앤 워드, 지니 토머스, 로런 슬레이터, 케이티 휘태커, 그리고 이르모 얼굴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왜, 어쩌다가 긇게 됐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런 의문을 던지기보다는 입막음하고 침묵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침묵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p.57)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쟝쟝 2018-12-1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페미니즘은 아주 사소한(?) 폭력의 레이더를 켜주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8-12-16 20:35   좋아요 0 | URL
쟝쟝님 1월에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갑시다. 그리고 [혁명의 영점]은 우리 둘이 동시진행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압박 맞아요 ㅋㅋㅋㅋㅋ)

쟝쟝 2018-12-16 20:53   좋아요 0 | URL
그거 천페이지 넘지않아요 ?ㅋㅋㅋ 찌잉..🥺

다락방 2018-12-16 21:03   좋아요 0 | URL
이렇게 말씀드리면 기분이 좀 나아지실지 모르겠지만 696 페이지라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 2018-12-16 23:06   좋아요 0 | URL
크크 고고

쟝쟝 2018-12-16 23:08   좋아요 0 | URL
혁명의 영점은 2월에...

다락방 2018-12-17 02:48   좋아요 0 | URL
오케!
 
















'마리 루티'의 신간이 나왔다! 줄거리를 보니 나에게 '필요한' 책은 아닌 것 같지만, 아아, 마리 루티라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이자 학자가 아닌가. 나는 읽고싶다! 오늘 마리 루티의 신간 소식을 접하고 으앗 이건 사야해~ 하면서 너무 씐났다. 나오자마자 '사야해!', '읽을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작가가 있다는 게 너무 짜릿해서. 며칠 전에 주문한 책 한 박스가 아직 도착하기도 전이지만, 아아, 나는 또 책 한 박스를 주문해야 하는가.


마리 루티가 신간 나오는 족족 내가 사야할 작가라면, 리베카 솔닛도 마찬가지!




















지금 이렇게 보니 내가 아직 안 산 책이 보이네? 다 사버릴테닷.

좋아하는 작가, 꼭 읽고 싶은 작가, 신간 소식이 반가운 작가가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 그런 참에 신간소식이라니, 너무 짜릿해. 세상은 아름다워!!


마리 루티의 책은 신간만 아직 안읽었지만, 리베카 솔닛의 책은 아직 안 읽은 게 여러권이다. 앞으로 리베카 솔닛의 책을 읽을 생각을 하면 정말이지 너무나 좋다. 문장 하나하나 꼭꼭 씹어먹고 싶게 만드는 그런 깊은 생각의 글을 내가 읽을 것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아아, 리베카 솔닛이 있어서, 마리 루티가 있어서, 계속 책을 써줘서 너무 좋다!! 하고 혼자 막 감격에 겨워했다.




정희진의 신간도 나온다면 살것이다. 정희진의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강연을 들을 때마다 내 사고가 확장되었던 놀라운 경험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 순간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똑똑하다고, 나는 정희진의 강연을 들으면서 생각했었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까지 보고,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생각한다는 것,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보는 건 매우 커다란 감동이었다. 어느 지점에서 좀 실망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정희진을 계속 읽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성작가!




















얼만큼 참았다 살까, 마리 루티? 일단 ... 며칠전 책 박스가 아직 도착도 안했는데 오늘 살 순 없어. 조금 참자, 인간적으로... 다음주 금요일에 살까? >.<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알라딘에 들렀는데, 흑흑 ㅠㅠ 또 반가운 댓글이 달렸더라. 1월달 여성주의 책읽기를 같이하겠다는 새로운 분의 댓글. 감사합니다, 블랙겟타님. 우리, 1월에 함께 열심히 달려봅시다!



12월에 여러분들이 페미사이드 책 같이 읽고 글 올려주는 거 읽으면서 너무 힘이 되고 좋다. 우리가 이렇게 같은 책을 동시에 읽어나간다는 게, 생각보다 더 큰 힘이 된다. 의욕도 생기고. 그런데 이렇게 한 분이 또 1월달부터 함께 해주겠다 하시니, 너무 좋은 것 ㅠㅠ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하자고 했던 건, 올해 내가 한 일중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싶다 ㅠㅠ




이번 주 토요일까지 도서관에 반납해야 할 책이 있어 어제 퇴근 길에 도서관으로 향했다. 야간무인반납기에 책을 반납하고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에 도착하니 환하게 불이 켜져있는 게 아닌가! 어? 도서관은 저녁 6시에 문닫는 게 아니야? 그러고보니, 언젠가 다정한 청년이 그렇지 않다고 말해줬던 것 같다!! 아아!! 나는 당연히 도서관의 불이 꺼져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무인반납기에 넣고 올려고 했는데, 아니, 지금 시각이 8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데, 열려있어? 오오, 뭐지? 하고 들어갔더니, 직원들도 다 있고 도서관 안에 책 읽는 사람, 책장 앞을 서성이는 사람..사람들이 많은 거다!! 나는 책을 반납하고 너무 씐나서 또 책장 앞에 가 섰다. 읽고 싶은 책이 있어서 조만간 사야지, 했다가 으앗, 검색해보니 대출가능이다. 신나게 책장 앞으로 가서 한 권을 꺼내들고, 그 책장에 꽂혀진 수많은 소설들을 보면서 너무 가슴이 벅차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 아 책 너무 많아 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것도 빌릴까, 이건? 이건? 하면서 꺼내보다가, 저 쪽으로 걸어가서 그 앞에서 계속 책들을 둘러보았다. 너무 좋았어. 너무 좋아 도서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난 주에 대출한 책 세 권이 집에 있던 터라, 나는 한 권만 더 빌려서는 회원카드를 내밀었다. 도서관 몇 시에 닫아요? 물어보니, 밤 열 시까지 한다고 한다 ㅠㅠㅠㅠㅠㅠㅠ 평일에 계속 그렇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도서관 뭐 이렇게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퇴근 너무 늦지 않아요? 이것도 교대로 하는 거겠지?



그렇게 너무 씐나서 막 흥분해가지고 나오는데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퇴근 길 지하철안에서 살짝 통화를 했던 터라, 엄마는 내가 당연히 집에 도착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직 밖인 걸 알고는 왜 아직도 안갔냐 물으셨다. 응, 엄마, 도서관 무인반납기에 책을 반납하러 왔는데, 아니 세상에, 도서관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거야! 하면서, 내가 대출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엄마에게 조잘조잘 떠들었다. 엄마는 막 웃으시더니,


"야, 너 도서관 가서 책 보더니 확 살아났네, 아까까지만 해도 졸려서 목소리가 침울했었는데."



하시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내가 그랬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 너무 흥분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좀 흥분을 잘하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도서관에서 이렇게 책 빌려 읽는 삶을 산다고 해서 책을 안사진 않는다. 책 사는 건 왜 줄지 않을까? 빌려 읽으면 구매금액은 줄어야 되잖아? 그러나 내게 한 박스가 오고 있고, 나는 또 한박스를 리베카 솔닛 때문에!! 조만간 주문해야 할것이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리 루티 신간 나와서 행복하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8-12-13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리 루티 책 완전 기대되네요!! 하트뿅뿅!
저도 리베카 솔닛 책 안 읽은 거 많은데 이 페이퍼를 기준 삼아 하나씩 읽어나갈테에요!
책 보면 힘나는 다락방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딱 내 스타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2-13 15:17   좋아요 0 | URL
마리 루티 책 나와서 완전 행복해요, 너무 좋아요! >.<

나는 단발머리님 스타일 ♡

비연 2018-12-13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베카 솔닛 책 계속 나와서 완전... 타격입니다...ㅜㅜㅜ 책 그만 사고 싶은데... 자꾸 사게 만들고.
책 산 지 며칠 안되었는데 이런 페이퍼 올리시는 락방님도... 타격입니다...ㅜㅜ 자꾸 자꾸 유혹하는 페이퍼.

다락방 2018-12-13 15:4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저도 마리 루티가 신간을 내줘서 너무나 좋지만 이렇게 또 돈을 써야 해서 속이 쓰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자, 우리 열심히 사고 열심히 읽읍시다!
이모의 서재, 고모의 서재, 열심히 가꿔 나가야죠! 후훗.

카알벨루치 2018-12-1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꺼번에 40권 빌릴 수 있습니다 애들 카드 압수해서 ㅋㅋ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축하합니다~

다락방 2018-12-14 08:34   좋아요 1 | URL
한꺼번에 40권이라니, 우와 대단하세요! 그런데 그만큼 빌려서 반납기간까지 반납하는 게 가능하세요? 쉬지 않고 읽어야 할것 같은데요?! 음..그러고보니 카알벨루치님 책 엄청 읽으시죠! 다양하게 읽으시고 글도 쓰시고... 크- 역시 글쓰기는 책읽기에서 나오는가 봅니다. 열심히 읽고 씁시다, 카알벨루치님!

카알벨루치 2018-12-14 08:49   좋아요 1 | URL
다 읽으면 제가 쇼님이게요 40권 다 못 빌리고 빌려도 못 읽어요 산 책은 어쩌구요~그냥 넉넉하게 빌릴수 있어 좋다는 장점만! 다 못 읽어 연장도 자주 합니다 못 읽고 그냥 반납하기도 하고, 희망도서 주문해놓고는 내가 그 책을 또 주문했다는 아뿔사~ㅎㅎ

제가 다락방님 따라갈라믄 멀었지요~ㅎ

다락방 2018-12-14 08:54   좋아요 1 | URL
40권 읽으면 쇼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따라간다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셔요! 지금 엄청 잘 읽고 잘 쓰고 계시잖아요!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읽고 쓰기가 저 자신에게 굉장히 힘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일단 읽고 쓰는걸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그걸 계속하라고 한껏 응원하고 싶어요. 글을 쓰면서 생각도 정리되고 위로도 되고 그러니까요. 카알벨루치님도 결코 멈추지 마셔야 합니다!

카알벨루치 2018-12-14 09:0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작가님의 조언, 가슴에 꽂아두고 새기겠습니다! 쓰기가 얼마나 중요한가 늘 느낍니다 ^^

카스피 2018-12-14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좋아하는 작가들이 책(뭐 대부분 추리소설이죠)을 대부분 갖고 있어요.더 출간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나오질 않으니... ㅠ.ㅠ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 완벽한 페미니즘이라는 환상
이라영 지음 / 동녘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르한 파묵'의 연설문) '아버지의 여행가방'에는 또 하나의 장소가 등장한다. 바로 아버지의 서재다. 서재는 주로 '아버지의'장소다. 돌아다니고 읽는 사람은 아버지이며, 집 밖의 세계를 전달하는 사람도 대부분 아버지다. 파묵의 아버지가 파리의 호텔방에서 서구에 대한 동경을 담은 글을 쓸 때, 파묵의 어머니는 어디에 있었을까. 내가 어릴 때도 '여행가방'을 가진 사람은 '아버지'였다. 엄마에게는 대신 장바구니가 있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절대다수가 여성)에게는 기저귀 가방이 필요하다. 화가의 가방과 운동선수의 가방이 다르듯, 가방이라는 작은 공간에는 가방 주인의 이동 경로와 주요 업무가 담긴다. 여성이 고급스럽고 값비싼 가방을 갖는 것에 사회가 유난히 경멸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가 단지 가격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식구들을 먹이는 장바구니나 아이를 돌보기 위한 기저귀 가방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공간과 이야기를 소유하는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다.(p.200)




내가 살고 있는 집에는 화려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지만 '나의 서재'라는 공간이 있다. 방 하나의 벽면을 책으로 채워두었는데, 어제 우리집에 방문한 회사 동료가 내 서재를 보고서는 '우와-' 하고 감탄했다. 내 짐작으로는 500-700권 정도의 책이 그 방안에 있을 것 같은데, 책을 많이 사는 이곳 알라딘 사람들에게야 많지 않은 수이겠지만, 책을 안읽는 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확실히 나는 책을 많이 가지고 있다.


위의 200쪽, 아버지의 서재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새삼 내게 서재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내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서,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나의 조카는 어릴 적부터 '이모 방엔 책이 많다'는 것을 보며 자랐다. 게다가 내가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아홉살 여자 조카아이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떤 여행은 조카랑 함께 하기도 했다. 조카에게 이런 나는 '돌아다니고 읽는 사람'이다. 조카에게 '돌아다니며 읽는 사람'은 이모이다. 아버지가 아니다.



나는 내가 이런 모습으로 조카에게 보여질 수 있다는 것에 오늘 크게 감사했다. 내가 의식적으로 '이런 사람이 되어 조카에게 보여주자'고 한 행동들이 아니었지만, 그러나 나는 조카에게 읽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바깥 세상에 대해 들려주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다. 서재를 가진 사람이 내 조카에게는 아버지가 아닌 이모다. 그동안 의식하지 않았던 이 사소한 일이, 오늘은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계속, 읽고 돌아다니고 세상에 대해 들려주는 그런 이모가 되어야지.



지금의 나는 비혼이고 아마 앞으로도 출산과 양육이 내 일이 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만약 이런 내가 '엄마'가 되었다면, 내 아이에게 '읽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엄마'일 것이다. 아이는 '엄마의 서재'를 집에서 늘상 보게될 것이다. 아아, 나는 선택하지 않았지만, 내가 엄마가 되기를 선택했었다면, 아아, 얼마나 멋진 엄마가 되었을까! (너무 멀리 나갔나?)




읽고 쓰기에 대해 생각한다. 계속해서 나는 읽고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읽고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하기.



이 책,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는 페미니즘 감별사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따끔한 충고 같은 책이다. 그말인즉슨, 이미 꼴페미인 나에게는 굳이 읽지 않아도 좋은 책이란 뜻도 된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고 이미 내가 생각한 바가 그대로 다 쓰여진 책이라고 해도 또 한 번 읽어 나를 단단하게 무장하는 일은 필요할 것이다. '내가 다 아는 얘기잖아' 라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이렇게 나는 '이모의 서재'앞에 멈추게 되니까.



게다가 '나는'으로 시작하는 글쓰기에 대한 권유는 무척 반가웠다.

내가 '나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많이 쓴다는 것을, 다른 분의 리뷰 덕에 알았더랬다. 이렇게나 '나는'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니, 그 리뷰에서는 나의 글 한 편에 실린 '나는'을 세어보기까지 했다. 그 리뷰를 읽고서야, '아, 내가 '나는'이란 말을 자주 썼어?' 하고 알게 되었는데, 이라영은 얘기한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남성적 '나'들이 보편적 인간을 대표하는 세계에서 묵살당한 '나'들의 재현과 목소리는 정치적 행위다. '나는'으로 시작하는 말하기를 상대적으로 차단당한 존재들이 '나는'으로 시작하는 말하기를 더욱 확장하길 갈망한다. 자신의 쾌/불쾌가 사회적 옳음/그름과 일치해온 사람일수록 제 기분에 의지해 사안을 판단한다. 여자들이 감정적이라고? 여자의 감정이 사회가 정해놓은 규범과 자리를 벗어나면 부정적인 의미로 감정적이라는 오명을 덧씌운다. 여자의 감정은 정치화되지 못하고 해석당한다. 여성의 연대와 목소리를 '정치 행위'로 보지 않는 게 문제다. 기존의 가부장-여성착취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진보'는 '반동'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모순을 저지른다. 정치와 폭력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들은 기존에 폭력으로 규정되지 않던 문제를 폭력이라 말하고 있으며,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다른 방식으로 정치 행위를 하며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p.10-11)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모의 서재에 책들을 쌓아두고 읽고 보내기를 유지할 것이며, '나는'으로 시작하는 글도 역시 계속해서 쓸 것이다.






어떤 여성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혔을 때 자신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페미니스트 검증으로 포장한다. ‘진짜 페미니스트‘인지 검증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르르 하고 지켜본다. 한 손에는 확대경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아주 작은 꼬투리라도 집어 올릴 수 있는 핀셋을 든 채 언제라도 ‘실수‘를 포착할 준비를 한다. 탈탈 털어 작은 먼지라도 잡아내면 ‘진정한‘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한다. ‘진짜‘ 혹은 ‘진정한‘에 대한 집착은 진짜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반대다. 누구도 진짜가 아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p.5)

적어도 ‘워마드는 진짜 페미니즘이 아니다‘라고 말해야 ‘오해‘받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형성되었다. 오해를 살까 걱정되어 조심하도록 만드는 그 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는 두려움을 이용해 궁극적으로 여성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메갈리아를 조목조목 비판하지 않는다면, 나아가 워마드가 얼마나 문제인지 낱낱이 밝히지 않는다면, 진정한 페미니스트의 자격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해명을 하거나 특정 집단과 선을 긋는 발언을 하도록 은근히 요구하는 상황이 과연 옳은가. (p.7)

균형 잡힌 객관적 시각으로 여겨지는 어떤 중립적인 태도는 이러한 권력의 불균형을 쉽게 간과한다. 균형 잡힌 사람들의 균형 감각은 희한하게도 여성의 말과 행동 앞에서만 빛나게 활발하다. 너무 균형이 잘 잡혀서, 광활한 페미니즘의 역사와 투쟁을 미처 알기도 전에 페미니즘의 문제점부터 먼저 배운다. 이미 형식상의 성평등 제도가 완비되고 오랜 투쟁의 역사가 쌓인 일부 나라들에서 불거진 ‘부작용‘을 과하게 부풀려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에게 훈계하는 일이 잦다. (p.9)

남성적 ‘나‘들이 보편적 인간을 대표하는 세계에서 묵살당한 ‘나‘들의 재현과 목소리는 정치적 행위다. ‘나는‘으로 시작하는 말하기를 상대적으로 차단당한 존재들이 ‘나는‘으로 시작하는 말하기를 더욱 확장하길 갈망한다. 자신의 쾌/불쾌가 사회적 옳음/그름과 일치해온 사람일수록 제 기분에 의지해 사안을 판단한다. 여자들이 감정적이라고? 여자의 감정이 사회가 정해놓은 규범과 자리를 벗어나면 부정적인 의미로 감정적이라는 오명을 덧씌운다. 여자의 감정은 정치화되지 못하고 해석당한다. 여성의 연대와 목소리를 ‘정치 행위‘로 보지 않는 게 문제다. 기존의 가부장-여성착취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진보‘는 ‘반동‘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모순을 저지른다. 정치와 폭력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들은 기존에 폭력으로 규정되지 않던 문제를 폭력이라 말하고 있으며,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다른 방식으로 정치 행위를 하며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p.10-11)

성차별을 걸러내고 유지되는 관계는 거의 없다. 심지어 ‘페미니스트‘와 마주 앉아 있을 때도 그 벗어날 수 없는 감옥을 실감할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은 나쁘지 않은데˝라는 식으로 차별을 ‘이해‘하려 애쓰며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한다. 마땅히 분개해야 할 일에 분개하지 못한 가슴이 우울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많은 이들이 권력의 진정성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러면서 동시에 저항하는 사람의 진정성을 증명하려 한다. 진정한 페미니스트 또는 선량한 시민임을 증명하도록 강요받지만, 증명한다고 이해받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해는 불공정하게 돌아간다. (p.28)

차별받는 사람이 친절하길 원하는 마음은 여성을 ‘펴오하적인 언어‘속에 가두려 한다. 저항의 ‘올바름‘을 강조하며 은근슬쩍 ‘저향‘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이다. 여성의 역사를 지우듯이 여성의 말에는 ‘맥락‘이 사라진다. 앉아서 소변을 보기만 해도 페미니스트가 되는 남성이 있는 반면, 평생에 걸쳐 제 몸으로 젠더 이슈를 직접 다뤄온 사람들이 한번 ‘실수‘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 물어뜯는 태도가 과연 옳을까. 페미니스트의 과실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여성의 성공은 개인의 능력이지만, 한 여성의 실수는 모든 여성의 실패로 만들려는 남성연대 사회의 비겁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p.36-37)

페미니스트를 혐오하는 이들은 진짜의 조건과 자격을 계속 발명한다 ˝저들은 진짜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목청 높이는 이들은 자신의 여성혐오를 메갈리아/워마드 비판이라 우긴다. 한편 페미니스트도 ‘착한 여자 콮플렉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이러한 재판에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진짜‘가 되어 남성 연대의 혐오를 받지 않으려는 페미니스트도 있다. 자신은 메갈리아처럼 상스럽지 않은데 같은 페미니스트로 묶일까봐 초조하고 두려운 ‘페미니스트‘는 앞장서서 메갈리아 진압에 나선다. 나는 메갈리아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경멸의 의미로 ‘트페미‘라 부르며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의 여성 목소리를 비하한다. (p.38-39)

페미니스타가 ‘내 안의 여성혐오‘까지 찾느라 자기검열에 시달리는 동안 어떤 이들은 페미니스트를 구별하고 평가하려 한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디 네가 하는 말이 맞나 들어보자‘따위의 태도로 임하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를 ‘객관적 관찰자‘에 놓는 습관에 길들여진 이들은 자기반성이 결여된 태도로 판관의 위치에서 발화한다. 자꾸만 교훈을 주려 한다. 이를 이성적이거나 객관적인 태도라고 착각한다. ‘단지 페미니즘을 떠나‘, ‘젠더 이슈를 넘어‘와 같은 수사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자리의 문제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서 뭘 떠나고 뭘 넘는단 말인가? (p.47)

누군가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주장할 때 그 권리가 자신을 불편하게 한다면 그동안 ‘특권‘을 누려웠다는 뜻이다. 조심과 불편은 정의롭게 분배되지 않았으며, 안전은 특권화되었다. ˝어디 여자가˝ 라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말은 여성살해까지 그 고리가 이어져 있다. 언어 하나하나를 붙들고 집요하게 싸워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익명으로 사라진 수많은 ‘oo녀‘들의 ‘원통한 혼‘과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p.67)

나름 공정성을 기한다는 이유로 여성의 행동에 대해 ‘만약 남자가 그렇게 했어도‘의 식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항상 공정한 답변을 끌어올릴까. ‘그렇다‘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면 훨씬 편할 것이다. 모든 문제를 반대로 뒤집어서 답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약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동하지 않던 역지사지가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잘 작동한다. 차별의 얼굴은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적이지 않다. 그보다 훨씬 복잡한 정체를 숨기고 있다. (p.93-94)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이 남자들 중에서 제우는 소영의 몸을 구매하지 않으며(과거에 매매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그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남성이지만, 결정적 순간에 비겁해진다. 그는 어떤 면에서 이 영화 속 인물들 중 가장 ‘온화한 폭력‘을 행사한다. 제우가 소영과 근사한 식사를 하고 비싼 호텔에서 데이트를 청할 때 그는 소영에게 가족이 없음을 상기시킨다. 기다리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여자였다. 남편과 자식이 없는 여자는 주인이 없는 집으로 취급받는다. 제우는 이 약점을 활용하고 반강제로 수면제를 먹게 만들어 소영이 살인 누명을 쓰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다. (p.127-128)

‘강간문화‘는 1970년대 미국의 여성운동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여성을 강간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위로 간주되고 심지어 기대되기까지 하며, 여성에 대한 남성의 태도와 여성 자신 및 다른 여성에 대한 여성의 태도 등이 위의 문화적 가정에 의해 착색되는 문화적 분위기를 의미한다.˝ (p.156)

(미주:헤스터 아이젠슈타인, 《현대여성해방사상》, 한정자 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89, 91쪽)

남자들은 여자가 필요하다. 여자의 노동력과 여자를 통한 쾌락은 남성 중심 사회의 중요한 삶의 동력이다. 여성이 필요하지만 존중해주면 지배자가 될까봐 두렵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무시한다. 남성은 여성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지만 여성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수동적이다.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는 ‘욱해서, 홧김에‘라고 하지만 여성과이ㅡ 관계를 위한 감정노동에 대해서는 ‘표현을 못한다‘는 말로 넘어간다. ‘표현을 못한다‘는 그 ‘표현‘은 언제나 전적으로 고마움, 애정,부탁, 미안한, 부끄러움 등이다. 이러한 감정표현은 여성화되어 있다. (p.171)

‘정절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성폭행 피해 여성의 자살은 사회적으로 권장되었다. 이들의 자살은 사회적으로 부추겨진 타살이다. 여성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살한다지만, 실은 여성의 명예가 아니라 남성이나 집안을 위해 타살당한다. 이는 단지 사적 관계를 지배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국가를 통치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은장도로 제 몸을 찔러 죽은 그 수많은 여자들의 목소리는 없다. 그들은 죽었고, 말할 수 없으며, 남은 남성들이 죽은 여성의 정절을 숭배한다. ‘열녀‘는 여성 학대의 산물이다. (p.173-175)

멜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루는 장르다. 사람에게 반하고, 끌리고, 만남을 시도하고, 조금씩 자신을 보이며 다가가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감정, 내게로 다가왔다가 다시 떨어져나가는 타인, 그 사람을 만나기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나. (p.204)

(그림)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 (1621)



‘자신의 성폭행 피해를 고소하고 긴 재판 끝에 승리를 얻어낸 화가 젠틸레스키는 피해자로 남지 않는 여성의 강렬한 모습을 그렸다.‘ (p.17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8-12-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모의 서재..ㅎㅎㅎ

다락방 2018-12-13 08:51   좋아요 0 | URL
고모의 서재, 화이팅입니다!!
 
[소모임]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현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2월 도서는 《페미사이드》 입니다.

















1월에는 1월의 책을 정해야 하는데요, 어떤 책이 좋을지 추천 바랍니다. 현재까지 제가 생각해둔 책들과 또 추천 받은 책들은 이러합니다. 새로운 책 추천이어도 좋고, 이 중에서 어떤 게 좋겠다 하는 의견도 좋습니다. 아직 페미사이드 초반 읽고 있지만,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1월의 도서 추천 받아요.




















저는, 이 책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한 달 이란 시간이 있으니, 이 정도 두께는 되어줘야 되지 않나, 이럴 때가 아니면 안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글로벌 아시아의 이주와 젠더, 라는 주제도 우리가 꼭 봐야할 것 같고요. 아직 안읽어본 책이라 내용은 모르지만,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 기획> 이라는 작은 타이틀에 조금 마음을 빼앗겨서...


















일단은 12월 페미사이드 열심히 읽으시고요, 1월에 읽을 도서 추천도 바랍니다. 물론, 참여신청도 환영입니다!!


책 뭐가 좋을까요?



페이퍼 상에 책은 추천받는대로 계속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덧붙임)































댓글(2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8-12-1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보관함에는 일단은 <육식의 성정치>, <코르셋>,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가 있긴 합니다만...
<이주와 젠더>라는 책도 흥미가 가네요.

다락방 2018-12-11 13:43   좋아요 1 | URL
오! [육식의 성정치]는 제가 몰랐던 책이라 흥미롭네요. 책 소개 좀 살펴봐야겠어요.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제가 이미 읽은 책이라.. ㅎㅎ 근데 이 책은 비연님, 술술 넘어가요. 두껍지도 않고요. 동시 도전도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비연 2018-12-11 13:45   좋아요 0 | URL
동...동...시 도전! ㅎㅎㅎ ㅠㅠ 아 읽을 책은 많은데 정말 시간은 부족하고... 슬프네요.
내년 1월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좀더 매진한다는 의미에서 동시 도전을 해볼까요? ㅋㅋ

다락방 2018-12-11 13:56   좋아요 0 | URL
네네 그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내가 하는 거 아니라고 막 던지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12-11 14:01   좋아요 0 | URL
이...이...이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8-12-11 14:07   좋아요 1 | URL
저는 어떤 책이 1월달에 같이읽기 책으로 선정되는지 보고 다른 책하고 동시도전 할 계획이긴 해요. 동시도전할 책은 많습니다. 집에 사두고 안읽은 페미니즘 책이 태산이에요 ㅎㅎㅎㅎㅎ

비연 2018-12-11 14:09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함께! ㅎㅎ

다락방 2018-12-11 14:11   좋아요 1 | URL
네네, 나중에 따로 또 같이 어떤 책을 읽게 될지 책 제목 공유합시다 ㅎㅎ

비연 2018-12-11 14:11   좋아요 0 | URL
오케요!

단발머리 2018-12-11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주와 젠더> 목차만 보고 왔는데, 그 책에도 관심이 가네요. 읽어야할 책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좋으면서도 두렵고.....

저도 <나는 과학이 말하는~~~ > 무척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동.... 동시 도전을 주고 받으시는 이 멋진 분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단하십니다!

다락방 2018-12-11 15:29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은 동시도전을 하지 않으셔도 늘 동시에 여러권을 읽으시는 분이 아니십니까! 누구부다 많이, 열심히, 부지런히 읽고 계시잖아요. 가장 멋진 분이십니다!! ㅎㅎ

단발머리님도 뭔가 좋은 책 떠오르면 거침없이 말씀해주세요!

정말이지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나 많아서 좋은건지 싫은건지 모르겠어요. -0-

비연 2018-12-11 15:58   좋아요 0 | URL
아.. <나는 과학이 말하는...> 이거 동시 읽기 해야겠네요.
두 분이 다 괜챦다 하시니...

단발머리 2018-12-11 16:15   좋아요 1 | URL
<축>

비연님 1월 여성주의 함께 읽기 - 동시 도전 확정

비연 2018-12-11 16:17   좋아요 0 | URL
헉;;;;;;;;;;;;;;;;

2018-12-11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쟝쟝 2018-12-1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에바일루즈 “낭만적유토피아 소비하기”랑 “돌봄 : 사랑의 노동” 이거 읽고 싶어요. 페미니즘 분야일지는 모르겠지만 ㅋㅋㅋ 낭만적연애와 돌봄노동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거든요 ㅠㅠ

다락방 2018-12-12 15:51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합니다. 페이퍼에 언급하신 책들 추가했어요. 같이읽기로 지정되지 않아도 따로 읽어보아도 좋겠어요. 아아 세상엔 정말 읽을 책이 많네요!

블랙겟타 2018-12-1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11월달에 다락방님의 책 같이 읽기 캠페인(?) 을 봤었는데
‘할까....‘ 하다가 지나가버렸고
12월에도 ‘할까...‘ 하다가 지나가버렸는데요. ;;
생각해보니 사실 두꺼운 거에 괜히 겁먹은것도 있고
글 쓰는것에 대해 아직까지 뭔가 완벽해야한다는(잘쓰지도 못하면서 ^^;;) 강박의 두려움에 시작하기가 꺼려졌었어요.
그래서 간간히 개인적으로 책을 읽지만서도 알라딘에 글을 못쓰고 그냥 머리 속에 맴돌고 말 뿐이였었죠.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요. 내년 1월엔 저도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동참해볼려구요.
같이 읽거나 하다보면 글 쓰는 것도 자신감이 붙을지 않을까요.. ^^:;;

다락방 2018-12-13 14:25   좋아요 2 | URL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블랙겟타님, 너무나 감사한 그리고 기쁜 댓글입니다. 동참을 말씀하시다니 ㅠㅠ 감격입니다. 얼른 1월달이 되어 블랙겟타님과 같이 읽고싶네요! 책 선정되면 우리 열심히 같이 읽읍시다.
완벽한 글쓰기가 다 뭔가요? 그저 읽으면서 그 과정에 있어서 생각하거나 느끼는 게 있다면, 그때그때 다 풀어나가봅시다. 그렇게 나의 얘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우리는 그전보다 조금은 또 달라져있지 않을까 싶어요.
고맙습니다, 블랙겟타님. 우리 1월달에 종종 같은 책으로 만나요!! 꺅 >.<

블랙겟타 2018-12-13 15:33   좋아요 1 | URL
격하게 환영해주시니 조조금. 민망하네요. ^^;;;
네. 1월되면 열심히 같이 읽어요. ㅎㅎ

쟝쟝 2018-12-13 18:01   좋아요 0 | URL
오세요 오세요 여깁니다~ 황홀한 감옥이에요 ㅋㅋ

쟝쟝 2018-12-13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는 좀더 희망적인 책이면 좋겟어서 혁명의 영점 읽고 싶어요 ㅋㅋ

다락방 2018-12-14 08:31   좋아요 0 | URL
쟝쟝님, 지금 혁명의 영점 검색해보니 페이지수가 페미사이드의 절반이네요. 우리가 읽던 가닥이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껍게 갑시다! 그리고 혁명의 영점 비공식적으로 동시진행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욕심이 똥꼬까지 차있는 1人)
 















어제 이 책의 140쪽 까지를 읽다가 잤다. 과부나 노처녀들을 마녀로 몰아 죽이는 것부터 여성동성애자를 죽이는 것, 그리고 아내를 죽이는 것까지 내처 읽는데 너무 힘이 드는 거다. 게다가 그 죽음의 방식도 잔인해서, 광장으로 끌어내 모두가 죽는 걸 본다던가, 집단으로 린치를 가한다든가 하는 것. 남자들이 정말 견디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여자가 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은 그들에게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미워하고,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을 미워하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여성을 미워한다. 흑인 여성에 대한 집단 린치를 읽는데 너무나 숨이 막히다. 임신 막바지 출산을 앞둔 여자를 거꾸로 매달아 .. 인간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나?


아내를 죽이는 건 어떻고. 애들 앞에서도 아내를 때리는 걸로도 모자라 계단에서 밀고, 불을 붙이고, 창문으로 던져버려서 죽인다. 그리고 그들은 법정에서 자신의 살인을 인정하면서 '그런데 아내가 나를 무시해서 그랬어, 나를 화나게 해서 그랬어'라고 한다.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여자들을 죽이는 것을 이 책의 이만큼이 보여줬다면, 앞으로 남은 600여 페이지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일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했지만, 내 생각보다 더 힘들다. 너무 끔찍하다. 남자가 여자를 죽인 이 끔찍하고 오랜 역사에 어제 나는 기운이 빠졌다.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고 자려고 했는데, 어제 계속해서 얼마나 잔인하게 남자들이 여자를 죽여왔는지(왜 나를 무시해, 왜 나에게서 도망가려해, 왜 나를 선택안해!!) 읽노라니, 자기 전에 이 책을 읽는 일을 내가 내게 하면 안되는 것만 같았다.


이 책을 읽는 동지 여러분,

어떻게들 읽고 계십니까.

저는 140쪽까지 읽고 지쳐버렸는데, 500페이지까지 어떻게 넘기셨어요.

여러분, 어떤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계십니까, 대체.



참담하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8-12-11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이 너무 무거워지는 책이에요. 저도 1부 다 읽어가는데... 남자가 여자를 죽이는 갖은 방법과 이유와 그를 옹호하던 역사가 소름끼칩니다. 저도 이 책 읽고 자면 늘 힘들더라구요. 낮에 읽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눔의 회사... 사실, 넘 힘듭니다, 이 책 읽기가.

다락방 2018-12-11 08:44   좋아요 1 | URL
비연님. 어떻게 그렇게 끔찍하게 인간을 죽일 수가 있죠? 게다가 자기랑 함께 산 아내이기도 한 사람을 말입니다. 만약 그렇게 아내(여자)를 죽인 사람이 ‘일부의 미친놈‘이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그 미친놈은 결코 일부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다들 미쳐 날뛰는겁니까? 아, 어제 읽는데 미치겠더라고요. 이 책이 앞으로 내내 이런 것인가 싶고. 여자를 죽이기 위해 말씀하신 대로 갖은 이유를 다 가져다댔더라고요. 그리고 판사들은 그 이유를 듣고 남자들을 풀어주기도 했죠. 너무나 단단한 여성살해의 역사입니다.

비연 2018-12-11 08:48   좋아요 0 | URL
‘일부의‘ 미친놈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더 화가 납니다. 결과가 그래서 미친놈이라고 하는 것이지 결과가 그렇지 않아도 미친놈들이 많은 거죠. 때리고 짓밟고 뜯고..ㅜㅜ 아.. 읽고 있으면 이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인가. 그런데, 나는 이렇게 분한데, 이걸 또 정당하다고 풀어주고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는 게 더 미치겠는거에요. <페미사이드>의 실제적인 모습들이 너무 끔찍해서.. 마음이 내내 안 좋습니다.

다락방 2018-12-11 08:59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래요.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어떤 이야기들이 들려질지 그게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 작가들은 어떤 얘기를 하고자 하는건가, 하고 말이죠. 너무 잔인하고 끔찍한 역사이고 또 지속되고 있는 일이기도 하죠. 참담하고 끔찍한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지치고 무력해지기 쉬운데, 우리 힘을 냅시다, 비연님.

단발머리 2018-12-1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이 책은 내내 우리를 힘빠지게 하는 그런 내용이 ...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중반을 지나 뒷부분으로 가고 있는데, 그래도 <백래시>처럼 희망의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여성 살인을 주내용으로 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나 법정에서 살인자 남편을 보호하기 위한 판사의 노력(?) 같은 것들은 정말....
읽어 내기 힘들죠.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항상 현실은 생각보다 더 잔인하네요. ㅠㅠ

다락방 2018-12-11 11:43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제가 읽으면서 놀란 게, 제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살해가 훨씬 더 끔찍하게 일어났다는 데 있어요. 그리고 세상이 그렇게 죽이는 사람의 편을 들어줬고요. 그렇게 죽어간 그 많은 여자들은, 눈앞에 죽음을 맞닥뜨리고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너무 참담하고 처참하고.. 아니, 무엇보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요?
저 어제 레즈비언살해, 흑인노예 살해, 아내 살해 부분 읽으면서, 아이고 단발머리님 이거 다 지나치신건가, 도대체 어떻게 읽어내셨나 싶더라고요.

저 역시도 마지막에 무언가 우리에게 중요한 말을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읽어보려고 해요. 읽기에 너무 잔인하고(중간에 보면 잔인하다는 걸 작가가 드러내기도 했죠. 굳이 이걸 써야했을까 싶지만 써야했다고) 끔찍해서 너무나 아프지만, 그러나 이것을 우리가 알아야하는 게 아닌가 싶고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보려고 합니다. 우리 힘내요, 단발머리님.

그나저나 단발머리님, <성의 변증법> 혹시 읽으셨나요?
1월 같이읽기 도서로 추천하실 만한 게 있으실까요?

단발머리 2018-12-11 12:11   좋아요 0 | URL
저는 <성의 변증법>을 읽어보지 않아서요. 그 책도 읽어야할 책 리스트에서 본 것 같아요.
전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가부장제의 창조>가 좋았구요. 하이드님이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 올해 재출간될거라 하셨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 듯해서 더 기다려야 할것 같아요. <혁명의 영점>도 전 좋았는데 가정내 부불노동에 대한 책이라 제게만 가깝게 느껴졌을수도 있구요.

벌써 다음달을 생각하는 부지런한 다락방님! 책읽기 힘드니까 더 잘 먹어야 해요.
맛난 점심 드세요~~~^^

다락방 2018-12-11 12:12   좋아요 0 | URL
[가부장제의 창조]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단발님이 안읽으신 걸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이건 여러분들의 의견을 좀 들어야겠어요. 페이퍼 쓰도록 할게요~

쟝쟝 2018-12-1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40쪽 돌파~~~~

쟝쟝 2018-12-1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고 잠시 멈춰잇어요.. 밤에 읽으면 악몽꿔서 주로 아침에 읽습니다.. 57쪽 공유하고 싶어요 ㅡ 기억이 우리를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억해야 한다.

다락방 2018-12-12 15:53   좋아요 1 | URL
무거워서 들고 다니지는 못하고 집에서 읽어야 하는데, 그러면 잠들기 전밖에 읽을 시간이 없어요. 오늘도 읽고 자야지 .. 생각하지만, 이 끔찍한 내용을 읽다가 잠들고 싶진 않고 ㅠㅠ

우리, 기운 내서 계속 읽어봅시다.

인용해주신 문장 좋아요! 저는 왜 저런 문장 읽은 기억이 없죠? ㅠㅠ
자꾸자꾸 얘기해주세요, 쟝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