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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더 비전 2030 - AI부터 생명공학까지, 오픈AI가 설계하는 미래
이재훈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6월
평점 :
저자가 chatGPT를 개발한 openAI의 CEO 샘 올트먼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그의 비전은 끔찍합니다. 샘 올트만의 비전은 생존에 필요한 노동을 인공지능 기계들에 맡기고 인간은 기본소득을 받아 소비와 향유만 하면 되는 세상입니다. 이는 미래를 향한 혁신적인 비전이 아니라, 과거로 회귀하는 반동의 비전입니다. 생존을 위한 노동을 노예들에게 맡기고 학문 탐구와 문화 향유에만 몰입하다 자멸한 귀족의 비전을 그대로 답습한 것입니다. 인공지능 기계들을 노예로 만들어 전인류를 귀족화한다는 비전은, 헤겔에 의해 노예와 주인의 변증법으로 오래 전에 설파되었습니다. 그 비전은 실현 가능 여부를 떠나 방향 설정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생존을 위한 노동은 인간이 해방되어야 할 족쇄가 아니라, 세계와 접촉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입니다. 샘 올트먼의 비전은, 인간이 세계와의 접촉을 상실한채 기계가 만들어둔 우리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기본소득이라는 사료를 먹으며 가축화되는 것입니다. 기계와 인간 중 과연 누가 노예이고 누가 주인일까요?
샘 올트먼은 한 발 더 나아가, AI를 이용해 신약, 암백신,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등을 개발해 질병 없는 건강한 삶, 노화를 극복한 생명연장을 인류에게 선사하고자 합니다. 인류가 오래동안 염원해왔지만 이루지 못했던 유토피아를 펼쳐보이는데, 이것이 현실화되면 어떤 모습일지는 진지하게 고찰해 봐야 합니다. 결핍 없는 만족과 좌절 없는 성취, 질병 없는 건강과 위험 없는 안전, 고통 없는 쾌락과 죽음 없는 생명이 정말로 천국의 풍경일까요? 저에게는 의미 자체가 소멸하는 지옥의 풍경으로 보입니다. 결핍과 좌절과 질병과 위험과 고통과 죽음을 인내하고 극복할 필요 없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샘 올트먼의 비전을 비판하기 위해, 쾌락원칙이 문명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프로이트나, 욕망의 완전한 충족은 쾌락의 파괴이자 주체의 소멸이라고 주장한 라캉을 소환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한 부분이면 충분합니다. 기계들이 처음 설계한 매트릭스는 고통 없는 완벽한 천국이었지만 인간이 이 세계를 견디지 못 하고 시스템 오류를 일으키자, 기계들은 인간의 고통과 결핍을 반영한 불완전한 버전의 매트릭스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인간은 그런 세계 속에서만 생존을 지속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샘 올트먼의 비전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지속불가능한 매트릭스 1.0을 꺼내든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삶의 그림자를 강박적으로 지우려는 AI 개발자의 위험한 비전을 봤습니다. 그가 지우고자 하는 그림자야말로 삶의 의미가 잉태되고 무르익는 토양인데 말입니다. 부디 저자가 샘 올트먼을 오해했길 바랍니다. AI가 불러올 미래 풍경을 전망하고 싶다면, 이 책보다 장강명이 쓴 [먼저 온 미래]를 추천합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다른 이들보다 한 발 앞서 AI 세계를 경험한 프로바둑 기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마주할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AI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깊고 넓고 풍부하며 정교해야 합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장미빛 유토피아를 비전으로 내세우는 것은, AI 발전 방향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